108화. 아스널과의 혈전(2)
108화.
온몸으로 아스널 공격을 막은 탓으로 체스터 필드 선수들은 기진맥진한 상태다. 연장전에 돌입해 아스널 선수가 날린 슈팅에 3번 제로메가 발을 내밀었다.
텅!
발에 맞아 방향이 바뀐 볼은 오른쪽 골문쪽으로 핑그르 날아 가고 있었다. 왼쪽 골문쪽에 있던 강우는 즉시 튕기듯 오른쪽으로 점프하며 손을 뻗었다.
"아아~!!!"
관중들의 탄식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볼은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벗어 났다. 코너킥 준비를 하는 아스널이었지만 자신의 가슴을 찍은 23번 놈이 코앞에서 어른거리고 있었다.
씨익.
자신을 보며 비웃음 날리는 놈이었다. 또다시 무슨 짓을 할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엔 호락호락하게 당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펑!
오른쪽 코너에서 찬 킥이 골문 중앙쪽으로 날아 오고 있었다. 23번과 놈에 찰싹 달라 붙어 있던 5번 스콧이 동시에 뛰어 오르며 자신 또한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앞쪽에서도 아스널과 체스터의 두명의 선수가 뛰어 오르고 있었지만 그 둘의 머리 위를 훌쩍 넘어서 날아 오고 있었다.
덥석!
이번에도 볼을 잡아 챘다. 잡은 볼을 떨어 뜨리지 않게끔 양손으로 꽉 잡고는 아스널 23번 선수가 있는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쓰러졌다. 공중에서 몸을 가누지 못한 놈도 비스듬하게 쓰러 지고 있었다. 생각같아선 놈의 사혈을 팔꿈치로 찍어 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퍽!
"크아악!!"
바닥으로 쓰러진 놈이 비명을 질러 대었다. 스콧과 23번, 그리고 강우의 몸이 뒤엉켰다. 놈에게 당한것처럼 똑 같이 바닥으로 쓰러지며 놈의 갈비뼈를 팔꿈치로 찍어 버렸다. 고통이 심한지 가슴을 부여 잡고는 데굴데굴 구르는 놈이었다.
삐익!
즉시 주심이 달려 오고 아스널의 의료진도 달려 왔다.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는 놈은 그라운드 밖으로 실려 나갔다. 불가항력으로 판단한 심판은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 연장 후반 11분 양팀 선수 모두가 지친 상태다.
아스널은 공격에 지친 상태며 체스터는 수비로 인해 지친 상태다. 다리가 쥐가 나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양팀 모두 교체 카드는 이미 사용해 버린 상태다. 아스널의 23번 놈도 이미 부상으로 교대되었다. 헤딩으로 백 패스한 볼을 잡은 강우는 아스널 골키퍼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즉시 골문을 향해 강하게 걷어 찼다.
펑!
'윽!'
여전히 가슴의 통증은 사라지지 않은채였다. 강우가 찬 볼은 엄청난 속도로 쭉쭉 뻗어 갔다. 페널티 에어리어 앞쪽까지 나와 있던 아스널의 골키퍼는 뒷걸음질을 치며 볼의 행방을 쫒으면서 펄쩍 뛰어 올랐다. 하지만 볼은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어가 원 바운드를 하며 골문안쪽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출렁!
"아아아아!!"
"와와아아!!"
아스널 팬들의 탄식 소리와 함께 체스터 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 왔다. 드디어 0-0의 균형이 깨졌다. 그것도 골키퍼가 직접 찬 볼이 골인으로 연결된것이다. 드물게 발생하는 일이지만 체스터 필드 선수들이나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에는 충분했다.
"아악! 아파단 말이야. 떨어져!"
디펜더인 2번 마셀과 3번 제로메가 달려 와 덥석 안으며 머리를 툭툭 치고 있었다. 아프다고 말했지만 장난으로 생각하는것 같았다. 다른 디펜더들도 달려 와 어깨쪽으로 펄쩍 뛰어 오르고 있었다.
"떨어져! 정말로 아프단 말이야. 난 지금 부상을 입은 상태야."
"우(Woo)! 정말이냐?"
"그래. 갈비뼈가 아프단 말이야."
부상을 입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괜히 걱정할것 같아서였다. 자신이 교체된다면 체스터는 곧바로 무너 질것이다. 아스널의 압도적인 공세를 막을순 없을 것이다. 유효 슈팅만 해도 아스널의 22개에 비해 체스터는 단 4개에 불과했다. 볼 점유율도 아스널이 70%이상일것이다.
"야! 모두 떨어져. 우(Woo), 괜찮은거냐?"
"윽지로 참고 있는거다. 이제 몇분 남지 않았어. 모두 긴장하며 상대 선수를 놓치지 마."
"모두 들었지. 아스널 놈을 놓치는 놈은 각오해. 죽기 살기로 달려 들어."
주장인 마셀의 말에 모두가 전의를 불태웠다. 이제 3분 정도만 남은 상태다. 센터 서클에서 아스널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체스터는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한 상태였으며 아스널은 한명만 센터 서클 부근에 남겨 두고 모두가 공격에 나선 상태다.
촤르르.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해 볼을 터치 라인 밖으로 밀어 내자 아스널 선수는 즉시 볼보이에게 볼을 건네 받고는 스로인했다. 아스널 선수들은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 탓으로 똥줄이 탈것이다. 급하게 던진 볼을 향해 미드 필드인 40번 다이안이 아스널 선수 뒤쪽에서 발을 쭉 내밀었다.
내민 발에 볼은 닿지 못한채 상대방 선수는 비명을 지르며 앞쪽으로 쓰러졌다. 즉시 파울이 선언되었다. 골문과는 제법 거리가 먼곳에서의 프리킥을 얻은 아스널은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골키퍼 한명만을 남겨 둔채 모두가 들어 왔다.
"크리스티안! 준비해."
페널티 에어리어 외곽 부분에 있는 크리스티안에게 소리쳤을때 크로스 볼이 골문쪽으로 날아 왔다.
타닷!
몇걸음을 달려 나가 점프했다. 앞쪽에서 서성거리는 아스널 선수와 체스터 수비진 때문에 일직선으로 달려 갈순 없어 빙글 한바퀴 돌아 선수들을 피하며 달려 가 점프해 오른손을 쭉 뻗어 쳐 냈다.
굳이 주먹을 쥐고 쳐 낼 필요는 없었다. 손가락에는 내공이 주입되어 있는 상태다. 펀칭된 볼은 페널티 에어리어 외곽쪽으로 빠르게 떨어 졌다. 공중 높이 펀칭한건 아니다. 의도적으로 크리스티안이 있는 앞쪽으로 떨구어 준것이다.
툭!
크리스티안은 빠르게 달려 가며 볼을 툭 차며 질주했다. 앞쪽에 수비수는 한명도 없는 상태다. 이대로 달려 간다면 골키퍼와 일대 일 상황이 될것이다. 아스널의 선수들이 크리스티안 뒤를 쫒고 있었다.
센터 서클을 넘어 일직선으로 달려 가는 크리스티안에게로 아스널의 골키퍼가 골 에어리어 백선이 그어져 있는 곳까지 달려 나와 양팔을 활짝 벌리고 있었다. 크리스티안 뒤에는 두걸음 뒤쳐진 수비수 한명이 바짝 따라 붙고 있었다.
툭!
크리스티안은 더이상 질주하지 않고 그대로 볼을 툭 찼다. 골키퍼 뒤를 노리고 찬것이다. 골키퍼는 즉시 뒤로 달려 가며 고개를 돌리면서 점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볼은 골키퍼의 손에 닿지 않았다.
"아아..."
"우와아아!!! 크리스티안!! 크리스티안!!"
2-0! 연장 후반도 남은 시간은 거의 없는 상태다. 아스널에는 절망적인 골이었으며 체스터에는 승리를 확정짓는 골이었다. 아스널 팬들은 1-0이 되었을때 하나둘씩 자리를 떠난 상태다. 지금은 절반 정도만 남아 있었다. 체스터 원정 팬들은 큰환호성을 터뜨리며 크리스티안을 연호했다. 연장 후반은 아스널이 볼을 돌리고 있을때 주심의 긴 휘슬로 막을 내렸다.
"헉헉헉!!"
모두가 지쳐 바닥에 주저 앉았다. 벤치 멤버 동료들이 뛰쳐 나와 얼싸 안으며 승리를 축복하며 건네 준 생수로 목을 축였다.
"괜찮은거냐?"
의료진이 자신쪽으로 달려 왔다. 동료들중 누가 부상을 당했다는 것을 말해 준것 같았다. 시합이 끝난 이상 더이상 숨길 필요는 없었다.
"갈비뼈가 부러 졌거나 금이 갔을것 같습니다."
"뭐? 당장 병원으로 가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보자."
승리를 만끽할 시간조차 없었다. 의료진의 성화에 당장 병원으로 직행할수 밖에 없었다. 검사 결과는 역시 갈비뼈에 금이 간 상태였으며 4주 진단이 내려졌다. 다음날 신문에는 의미심장한 기사가 실렸다.
아스널의 23번 선수가 자신의 가슴을 팔꿈치로 찍은 장면과 자신이 23번 선수의 가슴을 찍은 두 장면이 캡쳐되어 보복을 한게 아니냐는 기사 내용이었다. 아스널의 23번 선수는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였다.
"우(Woo) 선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즉시 기자들이 달려 들었다. 신문에 실린 내용을 묻는 기자들이다.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하면 어떤 추측성 기사를 내 보낼지 모르는 상태다.
"시합 영상을 살펴 보십시요. 그 장면에서는 잡은 볼을 놓치지 않기 위해 꽉 잡고 있는 상태였으며 몇명이 점프한 탓으로 몸을 가눌수도 없었습니다. 저로 인해 부상당한 선수에게는 빨리 쾌차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고의성은 아니라는 말이죠?"
"물론입니다. 시합을 하다보면 부상 위험은 늘 따라 다니죠."
치열한 몸 싸움과 태클로 인해 큰부상을 입어 시즌 아웃된 선수들도 많은 상태다. 체스터도 주전중 몇명도 부상 당한 상태다. 어느 팀이든 부상자가 없는 팀은 없었다. 때문에 선수층이 두터운 팀일수록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강세를 보인다.
"결승전 상대는 맨체스티 시티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할수 있는 일이라곤 골문을 지키는 일 뿐입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해 주었다. 귀찮은 일이지만 일본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기자들에게 둘러 쌓인 상태로 질문에 답해 주고 있을때 코넬리 코치가 부상을 핑계로 쉬어야 한다며 강제로 회견을 끝내 버렸다.
정규 리그 30라운드는 쉬고 1월 29일 FA 컵 4차전에 선발 출전했다. 전날 잭 감독이 우려를 표했지만 문제없다고 우겨 출전한것이다. 코넬리 코치도 문제없다며 거들어 준 덕이었다. 금이 간 갈비뼈는 3일만에 통증이 사라졌다.
내공 심법 덕이었다. 4차전에 출전해도 전혀 문제는 없었다. 4차전, 5차전도 순조롭게 승리를 이어갔다. 영국은 지금 체스터 필드 FC 신도롬에 휩싸인 상태다. 언제까지 상승세를 이어 갈지 연일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체스터 필드를 거론했다.
***
"후우! 후우!"
해가 뜨기전인 아침 무렵 여느때처럼 조깅을 하며 호숫가 주변을 달렸다. 코넬리 코치도 가끔 같이 달리기도 하지만 꼭두새벽부터 일어 나는게 쉽지 않은듯 한달에 한두번만 같이 달릴 뿐이었다.
'응?'
아오키상의 전화로 인해 조깅을 할땐 기감을 시전해 주변 경계를 게을리진 않았다. 지금까지는 특별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엔 달려 가는 앞쪽 호숫가 옆 숲속에서 기척이 감지된것이다. 영국은 감시 카메라 천국이다. 호숫가 옆의 스타디움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는 옆쪽의 연습 그라운드와 호숫가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감시 카메라 탓으로 숲속으로 들어 간다면 훗날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상태여서 확실히 자신의 모습을 알아 보긴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키 정도는 파악할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선명한 감시 카메라인지는 모르지만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다.
누군가 숨어 있는것은 분명했지만 모르는 척 앞쪽 도로를 달려 갔다. 숨어 있는 자가 누군지는 모르는 상태다. 혹시나 술에 취해 잠든 누군가 일지도 모른다. 아직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진 않았다. 평소와 마찮가지로 연습 그라운드로 향해 몸을 움직이며 운동을 한후 이번엔 호숫가 반대편 쪽으로 달려 갔다.
호수를 한바뀌 도는 식으로 항상 조깅을 하기 때문이다. 이쪽 숲속에서는 기척이 감지 되지 않았다. 오늘은 시합이 없는 날이다. 오후에 체스터 필드 선수들이 모두 모여 가볍게 몸을 풀며 전술 훈련을 했다. EFL 결승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이번 결승전은 단판 승부로 무승부일때엔 승부 차기까지 간다.
체스터의 모든 전력을 결승전에 집중시킬 것이다. 오후 훈련중에도 아침에 감지되었던 기척이 멀리서 느껴지고 있었다. 대체 어떤 놈이 감시하고 있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술에 취해 자고 있는 놈은 아니다. 그런 놈이었다면 한곳에서 움직이지 않을것이다. 그날 저녁 여느때처럼 저녁 조깅을 하러 갔다. 아침에 달린 코스와 똑 같은 길을 달려 호숫가 주변으로 달려 갔을때 또다시 기척이 감지 되었다.
아침에는 코넬리 코치의 집까지는 따라 오지 않았었다. 연습 그라운드에서 가볍게 몸을 놀릴때에도 근처까지 이동해 온것이 감지되었다. 언제 습격할지는 모르지만 총기를 소지하진 않은것 같았다. 저격할 시간은 충분했지만 지켜 보기만 하는 놈이었다.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슬슬 돌아 갈때가 되었다.
호숫가 주변엔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고 있었다. 많은 가로등이 있진 않아 어두운 곳이 많았다. 이런 상태에선 감시 카메라는 어두운 곳에 있는 사람은 분간하기 어려울것이다. 아침처럼 호숫가 반대편으로 달려 갔다.
어두워진탓인지 이쪽으로도 멀리서 따라 오고 있는 것이 감지되었다. 어디까지 따라 올지는 모르지만 코넬리 코치 집까지는 따라 오게 할순 없었다. 혹시나 자신 때문에 유앙이나 제인 부인이 다칠지도 모른다.
타다닥.
조금 스피드를 올렸다. 그러자 따라 오는 놈도 스피드를 올린채였다. 호수를 완전히 빠져 나가 빠르게 달려 가자 더이상 따라 오는 기척이 감지되지 않았다. 놈이 포기한것 같았다. 자신을 감시하는 놈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아직 알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에도 놈은 똑 같은 장소에 숨어 있었다. 저녁 조깅때엔 놈이 누군지 확인하기로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채 집을 나섰다.
'응?'
- 작가의말
다음화에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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