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음모의 시작(2)
69화.
바닥에 손가락을 땐 이치노죠가 왼손을 가슴 앞쪽에 붙인채 어깨로 충돌해 왔다. 쯧빠리를 시도할줄 알았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꽝!
서로 충돌했지만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이치노죠는 즉시 마와시쪽으로 손을 걸치고 있었다. 오른쪽 마와시를 잡지 못하게끔 겨드랑이쪽으로 왼팔을 넣어 팔꿈치를 들어 올렸다. 이치노죠는 왼손으로 마와시를 잡은 상태였으며 아메미야는 오른손으로 마와시를 잡은 상태다.
거대한 덩치로 밖으로 밀어 낼려고 툭 튀어 나온 배를 붙이고는 힘을 주는 이치노죠에 대항해 왼쪽으로 스르륵 이동하며 오른손으로 잡은 마와시 안쪽에 집어 넣은 손가락으로 마와시 안쪽을 따라 배쪽으로 이동시키며 홱 잡아 당겼다.
쿵쿵!!
앞쪽으로 두발을 이동하며 자신쪽으로 몸을 돌릴려는 이치노죠의 앞쪽 마와시를 다시 잡아 당기며 등뒤의 마와시로 왼손을 이동시켜 잡고 밀었다. 도효 끝자락에서 빙글 몸을 돌릴려는 이치노죠를 가볍게 밖으로 밀어 냈다.
"와아아아~!!"
덩치가 큰탓으로 움직임이 둔한 이치노죠다. 속도를 버리고 파워 위주의 스모를 취하는 스타일이다. 오늘도 모든 시합이 끝났다. 자신 다음으로 다른 오오제키와 요코즈나의 시합을 도효 아래에서 지켜 본후 대기실 옆의 욕탕으로 들어 가 샤워를 했다.
***
"어떻게 된거냐?"
"그게...확인해 보겠습니다."
나루토류의 움직임은 평소와 변함없었다. 심한 복통으로 인해 설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 그럴수는 없는 노릇이다. 얼굴도 변함없었으며 화장실에 들락거리지도 않았다. 의뢰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한것이다.
***
"확인했다. 차량은 도난 차량이래. 놈이 나타나지 않는한 찾긴 어려워. 조심해라.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까."
"수고하셨어요."
독을 사용한 중년인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차량 번호를 안 이상 쉽게 찾을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도난 차량을 사용했을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놈은 다시 습격해 올것이다. 문제는 어떤식으로 습격해 오느냐였다.
신경을 곤두 선채로 생활할수 밖에 없었다. 내일은 요코즈나 가쿠류(鶴竜)와의 대전이 잡혀 있다. 가쿠류는 10승 1패로 내일 시합이 중요했다. 전승은 자신 혼자뿐으로 10승 1패로 가쿠류와 오오제키인 고에이도(豪栄道) 둘뿐이다. 아직 네번의 시합이 남아 있어 누가 우승할지는 모르는 상태다. 9승 2패는 무려 네명이나 되었다. 그들에게도 아직 찬스는 조금 남아 있는 상태다.
***
"의장님! 초원 놈들의 의뢰가 실패했습니다."
"그래? 집요한 놈들이다. 다시 습격할것이 분명해. 좋은 기회다."
"놈들 의뢰에 슬쩍 젓가락을 얹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초원 놈과 더러운 놈을 한꺼번에 처리할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야."
비릿하게 웃음짓는 의장이라는 노인의 눈빛은 번들거리고 있었다.
***
"헉헉헉!!"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해변가를 달렸다. 어제 요코즈나 가쿠류와의 시합은 어렵지 않게 승리했다. 가쿠류는 쯧빠리는 사용하지 않고 마와시를 우선적으로 잡는 스타일이다. 아메미야 똑 같이 마와시를 잡고 힘 대결을 했다.
양쪽으로 마와시를 잡아 흔들며 중심을 무너 뜨릴려는 카쿠류에 대항해 마와시를 바짝 잡아 당기며 왼손으로 잡고 있던 마와시를 놓으며 아래쪽으로 스르륵 왼손을 움직여 카쿠류의 왼무릎옆에 왼손을 대고 안쪽으로 밀면서 오른손 마와시를 들어 올렸다.
쿵!
몸이 왼쪽으로 급격히 기우뚱해진 가쿠류는 중심이 무너진채 왼쪽 바닥으로 쓰러 질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또다른 요코즈나인 하쿠호(白鵬)와 대결한다. 두번이나 살기를 발산한 스모에서 두번 모두 패한 하쿠호는 이미 살기는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할것이다. 살기가 아닌 다른 방법을 사용해 온다고 예상되었다.
달리기를 끝내고 스모 훈련을 했다. 스리아시로 반대편 해변가까지 이동하며 간간히 시코를 밟았다. 그때였다. 모래 사장쪽으로 젊은 남녀 한쌍이 걸어 오고 있었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전번에 습격한 중년인도 이 시간대에 접근했었다.
수상한 커플이 분명했다. 경계를 하며 훈련을 계속했다. 그만 돌아 갈까도 생각했지만 이미 경계를 하고 있는 이상 얼마든지 대비할수 있다. 커플이 있는 곳으로는 일부러 접근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이 다가 오기 시작했다.
"저어, 오오제키가 아니신지요?"
"그렇습니다."
"같이 사진 한장 찍을수 있을까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진은 사양하겠습니다. 지금은 훈련중입니다."
스리아시를 하며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사진 촬영을 할려면 바짝 붙어야 한다. 만약 저들이 살수들이라면 자신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 지금은 무시하는게 현명한 방법이다. 멀어지는 자신을 더이상 따라 오진 않았다. 대신 스마트 폰을 내민채 사진을 찍는 것인지 아니면 동영상을 찍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쪽으로 돌린채였다. 허락도 받지 않고 하는 짓이지만 그런것까지 제지할순 없었다.
그들에게서 일부러 먼곳까지 이동했다.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거나 윗몸 일으키기나 팔 굽혀 펴기를 하기도 했다. 젊은 커플은 바다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해변에서 도로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도로로 이동해 숙소로 돌아 가기 위해서다. 천천히 달리며 숙소로 돌아 갈때까지 아무런 일도 없었다. 11월 바쇼 13일째 하쿠호와 대결이 시작될려고 했다. 하쿠호는 10승 2패로 반드시 자신을 이겨야 우승할수 있는 한가닥 희망이 남게된다. 마지막 시합인 탓으로 관중들의 열기는 굉장했다.
"나루토류~!!"
"하쿠호~!!"
제각기 팬들이 큰소리로 시코나를 외치며 응원하고 있었다. 양주먹을 바닥에 댄채 하쿠호가 바닥에 손을 대기를 기다렸다. 살기를 뿜어낼지는 모르지만 이미 대비한 상태다.
화악!
스윽!
치켜 뜬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하쿠호가 바닥에 훑듯 손가락으로 스치며 일어나 오른손을 얼굴쪽으로 후려 오고 있었다. 하리테(張り手)를 시도할 생각이다. 똑같이 하리테를 시도해선 않된다. 요코즈나가 아닌 선수들이 요코즈나를 상대로 하리테를 시도하는건 금기 사항은 아니지만 요코즈나를 존경한다는 의미로 시도하진 않는다.
관례처럼 굳어진 오래된 전통이다. 요코즈나는 할수 있어도 다른 선수는 할수 없다는 불공평한 관례지만 어쩔수 없었다. 똑 같이 시도한다면 시합이 끝난후 이 일로 한동안 떠들어댈것이 뻔했다.
요코즈나가 하리테를 시도한다고 해도 단 한방뿐이다. 유리한 입장을 취하기 위해 얼굴을 때려 시선을 왼쪽으로 돌린후 오른쪽 마와시를 잡을려고 할것이다. 한대 맞아 줄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고 싶진 않았다.
순식간에 판단이 끝나자 접근하는 오른손을 얼굴을 때리지 못하게끔 급히 왼팔을 쑥 앞으로 내밀어 얼굴을 방어하는 것과 동시에 하쿠호의 오른쪽 겨드랑이 사이로 손목을 집어 넣어며 팔뚝을 들어 올려 하쿠호의 오른손을 치켜 올린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하쿠호는 왼손으로 자신의 마와시를 덥석 잡았다.
아메미야의 오른손은 하쿠호의 왼팔 바깥쪽에 있었다. 불리한 상황이다. 하쿠호는 오른쪽 마와시를 잡은 상태지만 자신은 마와시는 잡지도 못한채였다. 불리한 상황에선 멈춰서면 절대로 않된다.
하쿠호가 자신의 마와시를 잡는 것과 동시에 오른발을 뒤로 이동시키며 왼팔로 하쿠호의 오른쪽 어깨를 아래쪽에서 들어 올리며 오른쪽 겨드랑이에 끼운 하쿠호의 왼팔을 찍어 누르듯 끌어 당겼다.
왠만한 선수라면 이대로 오른쪽으로 나뒹둘겠지만 하쿠호는 아니었다. 움직이는 자신쪽으로 바짝 접근하며 마와시를 잡은 손에 힘을 준채 뒤로 밀어 낼려고 했다. 하쿠호의 미는 힘을 이용했다. 또다시 왼쪽으로 돌며 하쿠호의 오른쪽 어깨를 밀었다.
"와아아아~!!!"
도효를 한바퀴나 돌았지만 여전히 중심이 무너지지 않는 하쿠호였다. 어쩔수 없었다. 내공을 주입시키며 다시 돌았다. 엄청난 힘이 가해진 탓으로 빙글 돌면서 치켜 올린 하쿠호의 오른쪽 어깨 탓으로 중심이 흔들린것을 확인하며 오른쪽 손을 어깨 뒤에 붙인채 끌어 당겼다.
쿵!
내공의 힘에는 아무리 하쿠호라고 해도 버틸순 없었다. 유리한 입장이었던 하쿠호가 눈깜짝할새에 바닥을 뒹굴었다. 믿기지 않는지 바닥에서 천천히 일어 나는 하쿠호의 눈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쿠호는 이제 우승 전선에서 멀어졌다. 10승 3패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승할수 있는 선수는 12승 1패인 오오제키인 고에이도(豪栄道)와 13승 전승인 나루토류(鳴戸龍)로 압축되었다. 11승 2패인 요코즈나 카쿠류(鶴竜)도 쥐꼬리만큼 찬스는 남아 있는 상태다.
부우웅.
아오키상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1시간이상이나 걸리는 먼 거리다. 도심부에서 외곽으로 벗어나 국도를 달리기 때문에 많은 차량이 붐비는 도로는 아니다.
오늘 시합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달리고 있을때였다. 도로 양쪽은 큰나무들로 우거진 숲속이었다. 앞쪽에서 큰트럭 한대가 질주해 오고 있었다. 이차선 도로 반대편에서 달려 오는 트럭은 갑자기 이쪽 차선으로 방향을 돌렸다.
"으헉!"
빠아아앙!!!
기겁한 아오키상이 급히 클락션을 울리며 오른쪽으로 급히 핸들을 돌렸다.
"으아악!!"
쿠쿠쿵!!
수풀속으로 뛰어든 자동차는 큰나무에 부딪히며 뒤쪽 부분이 오른쪽으로 선회하며 멈추었다.
"크으으!"
앞쪽 좌석에 앉아 있던 고바야시상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아오키상은 에어백이라고 하는 곳에 얼굴을 묻은채였다. 뒷좌석에 앉아 있던 아메미야는 자동차가 도로를 벗어난 순간 어깨를 둥글게 말고는 몸을 웅크린채였다. 앞좌석에 오른쪽 어깨를 강하게 부딪힌 탓으로 어깨가 욱씬거렸지만 큰부상은 입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아오키상! 고바야시상! 괜찮습니까?"
"으으...나, 죽지 않은거지?"
고바야시상은 대답을 했지만 아오키상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깨를 흔들어 보았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은채였다. 덜컥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익!"
아오키상이 있는 앞쪽 문은 열리지 않았다. 오른쪽 운전석 앞쪽이 움푹 찌그린채였다.
내공을 팔에 주입해 강제로 문을 뜯어냈다.
끼이익.
문을 열고 아오키상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뒤로 눕혔다. 기절한 상태였다.
"고바야시상! 움직일수 있습니까?"
"으으...그래."
"그럼 구급차를 불러 주십시요."
아오키상을 운전석에서 끌어 냈다. 고바야시상도 낑낑거리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수풀에 눕힌 아오키상을 진맥하며 상태를 살펴 보았다. 맥은 급했지만 어디에 부상을 입었는지 몰라 깨우기로 했다. 깨운 상태에서 물어 보며 몸을 살펴 볼 생각이다.
"...으으으...."
"아오키상!"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눈을 뜬 아오키상은 얼굴을 찡그렸다. 어디가 아픈것 같았다. 겉보기엔 팔다리가 부러진건 아니다.
"살은거냐?"
"그럼요. 구급차를 불렀습니다. 고바야시상은 어디 다친곳은 없습니까?"
"목이 뻐근해."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괴로워하는 고바야시상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한적한 외곽 도로인 탓으로 구급차가 올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으으...넌 다친곳은 없어?"
"오른쪽 어깨가 뻐근하지만 견딜만합니다."
"트럭 번호판은 봤어?"
"일순 본것 같습니다만 기억하진 못합니다."
끼이익!
아오키상의 몸 상태를 살펴 볼려고 할때 도로변에 자동차 한대가 멈추었다. 왜 멈춘것인지는 모른다. 구급차가 이렇게 빨리 도착할리도 없었다. 어두운 탓으로 사고가 났는지는 알수도 없을 것이지만 아니었다. 나무를 박고 있는 자동차는 헤드 라이트가 켜져 있는 상태였다. 멈춘 자동차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사고를 당한건가?"
"그렇습니다."
"어? 혹시 나루토류제키?"
"그렇습니다."
눈부신 빛에 눈을 가렸다. 손전등으로 이쪽을 비추고 있었기에 자신을 알아 본듯 수풀쪽으로 내려 오고 있었다.
끼이익.
어떤 남자가 내려 오고 있을때 자동차 한대가 또 멈추었다. 그쪽으로 내려 오는 자가 손전등을 비추었다. 이번엔 젊은 남녀가 내렸다.
"사고를 당한겁니까?"
"그렇습니다."
내려 오던 자가 그들을 무시하고 다시 내려 오고 있을때 뒤쪽의 젊은 남녀들도 손전등을 비추며 내려 오고 있었다. 동경에서 이런 사고를 당했다면 무시하고 스쳐 지나 갔을것이다. 이곳은 대도시에서 중소 도시쪽으로 내려 가는 길목이다. 시골 인심이라고 생각되었다.
"의사입니다. 제가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내려온 자는 60대 보였다. 의사라는 말에 아오키상 옆에서 비킬려고 할때였다. 장년인이 왼손을 뻗었다.
반짝.
왼손안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급히 바닥을 구르며 내공을 돌렸다. 코앞에서 습격을 받는다면 아무리 막강한 내공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소용없다. 장년인이 살수일지도 모른다. 살수가 아니라면 헤프닝으로 끝날 일이다.
핏.
-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까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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