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EFL컵(2)
105화.
EFL 컵은 전후반 무승부일 경우 연장및 승부 차기까지 가는 단판 승부로 체스터는 승부 차기까지 갈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예상대로 전반전은 압도적으로 밀렸다. 위기도 없지 않았다. 코너킥과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밖에서의 프리킥도 모두 막아 위기를 탈출했다.
후반 33분에는 페널티 킥을 내주었다. 패스를 받아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드리블로 치고 들어 왔을때 디펜더인 4번 아드리안이 발을 걸어 버린것이다. 자신이 골문을 지킬때는 항상 디펜더들에게 카드를 받지 않을 정도의 파울은 얼마든지 하라고 지시했었다.
플릿우드 클럽의 페널티 킥 키커는 포워드인 15번이다. 볼을 세팅하고는 뒤로 물러 나 선채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왠지 씨익하고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느껴졌다. 오른쪽, 왼쪽, 중앙의 어느쪽으로 찰지는 모르지만 얼마든지 막을수 있다.
삐익!
주심의 신호에 천천히 달려 오며 왼발을 볼옆에 찍으며 뒤로 뺀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몸이 왼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다. 몸의 각도와 오른발의 위치로 볼때 왼쪽으로 날아 올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예상하고도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다른 골키퍼와는 달리 볼을 찬 후에 움직여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펑!
역시 왼쪽 골대 아래쪽으로 낮게 깔리며 슬로 비디오처럼 천천히 날아 오고 있었다. 내공을 불어 넣은 자신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팟!
볼이 날아 오는 왼쪽으로 점프했다. 굳이 점프를 하지 않고 달려 가 발로 걷어 차 내도 충분했지만 그런식으로 막아 버린다면 자신을 무슨 괴물보듯 취급할것이다. 스모 선수였을때엔 너무 잘 나간 탓으로 시기하는 자가 등장했었다.
뭐든 적당히 해야 적을 만들지 않는다. 일반인보다는 월등하게 뛰어난 운동 신경과 판단력을 보유한 자라고 생각하게끔 점프해 날아 오는 볼을 양손으로 잡았다.
"아아아~!!"
플릿우드 홈 팬들의 탄식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곧바로 바닥에서 일어난 강우는 센터 서클에 오른쪽에 있는 라이트 윙인 돗티에서 던졌다. 역습의 기회였다. 원 바운드로 돗티쪽으로 날아간 볼이었지만 돗티는 바닥을 뒹굴었다.
"아악!"
수비수가 백 차지(Back Charge)를 한것이다. 돗티가 볼을 잡고 수비수 한명을 제친다면 골키퍼와의 일대 일 찬스였을것이다. 상대 수비수는 옐로 카드를 받았다. 상대 골문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 직접 슈팅을 하기에는 무리였다.
후반전도 양팀 모두 골은 없었다. 연장전도 마찮가지였다. 승부는 PK전으로 결정짓게 되었다. 체스터 선수들은 지친 표정들이었지만 대부분 밝은 표정들이었다. 자신의 실력을 모두 알고 있는 덕이다. 승부 차기까지 간다면 반드시 이길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펑!
팟!
툭!
"아아~!!"
선공으로 나선 첫번째 플릿우드 선수가 찬 공은 오른쪽 골문 아래쪽으로 날아 왔지만 바닥을 튕기듯 오른쪽으로 점프해 살짝 밀어 버렸다. 승부 차기인 탓으로 굳이 잡을 필요는 없었다. 체스터의 첫번째 키커로 나선 크리스티안은 침착하게 골을 넣었다. 플릿우드 선수는 두번째, 세번째까지 모두 막고 체스터는 세번째 키커까지 모두 집어 넣어 승리가 확정되었다.
승부 차기는 최종적으로 0-4로 체스터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체스터의 다섯번째 키커로 나선 루이스가 실축했지만 이미 승리가 확정된 상태였다. EFL 컵 1차전은 승부 차기까지 간 끝에 승리해 2차전에 발을 디뎠다.
정규 리그 3차전이 끝나고 EFL 컵 2차전 상대 조 추첨 결과 리그 1에 속한 스컨소프 유나이티드 FC(Scunthorpe United Football Club)를 상대로 8월 29일 체스터의 홈에서 2차전이 결정되었다.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 쉽 리그에 소속된 클럽과 맞붙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계속 승리하면 상위 클럽 팀들과 만나게 될것이지만 정규 리그의 기세를 계속 이어 가기 위해선 약한 팀을 만나는게 유리했다.
"와아아아~!!! 체스터! 체스터!!"
정규 리그 3전 전승, EFL 컵 1차전 승리로 인해 스타디움을 꽉 메운 관중들이 시합전부터 열광하고 있었다. 체스터 선수들은 다소 피곤한 표정들이었다. 과도한 일정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된 것이다. EFL 컵 1차전 승부 차기까지 간 탓이다. 1차전이 끝난 3일후 정규 리그 3차전 시합을 했으며 다시 3일후 EFL 컵 2차전을 치루어야 했다. 모두 지치지 않을리가 없었다.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을 시작으로 EFL 컵 2차전이 시작되었다. 강우는 여전히 전반부터 골키퍼다. 홈 경기인탓으로 팬들의 성원에 힙 입어 피곤도 모른채 활발하게 움직이는 체스터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스컨소프는 강했다. 특히 왼쪽 미드 필드인 18번 선수의 움직임은 굉장히 빨랐다.
체스터 필드 FC의 미드 필드나 수비수가 스피드를 따라 가지 못할 정도다. 스컨소프의 공격도 주로 왼쪽 라인을 이용했다. 삼각 패스를 주고 받으며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리면 문전에 있는 키가 큰 선수가 헤딩으로 골을 노리거나 떨구어 주어 슈팅을 날리는 식이었다.
전반전은 스컨소프가 6개의 슈팅, 체스터가 2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0-0으로 끝마쳤다. 스컨소프는 수비 라인은 포 백(Four Back)이다. 체스터가 수비일때에 3명이 항상 센터서클에서 서성거리고 있다는 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한 전술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들 수비수 4명은 3명이 밀착 마크로 달라 붙어 있었으며 한명은 보조하고 있어 롱 패스를 보내도 좀처럼 체스터 선수가 볼을 잡을수 없었다. 스컨소프는 후반전엔 다른 전술로 나올것으로 예상되었다. 1차전 시합에서 승부 차기까지 갔을때의 상황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점수없이 승부 차기까지 간다면 불리하다고 생각할것이다.
삐이익!
후반전도 체스터는 특별한 전술 변화없이 시작되었다. 스컨소프는 쓰리 백(Three Back)으로 전환되어 총공세를 취하고 있었다. 전반전에도 볼 점유율은 스컨소프가 68%로 압도했었다. 후반전도 밀리는 양상이 계속되었다. 절대절명의 위기도 있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외곽에서 날린 슈팅이 디펜더인 4번 아드리안의 발에 맞아 방향이 바뀌었다. 다행히 중앙 왼쪽으로 바뀌어 몸은 오른쪽으로 쏠리면서 급히 왼발을 내밀어 막아 냈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
체스터도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다. 골킥으로 멀리 차준 볼을 돗티가 백 헤딩으로 앞쪽으로 보내 크리스티안이 잡고는 골키퍼와 일대 일 상황이 되었지만 즉시 뛰쳐 나온 골키퍼와의 거리가 가까운 탓으로 제대로 된 슈팅을 날릴수는 없었다.
골키퍼의 다리에 막혀 버린 것이다. 후반전도 0-0으로 끝나 연장전에 돌입했지만 연장 전 후반에도 양팀 모두 골은 없었다. 2차전도 승부 차기로 승부를 결정짓게 되었다.
"우(Woo)! 이번에도 부탁한다."
"걱정마. 모조리 다 막아 버릴테니까 부담없이 차!"
체스터의 선공으로 시작된 승부 차기는 크리스티안이 먼저 골을 넣었다. 스컨소프 골키퍼가 몸을 날린 오른쪽과는 정반대인 왼쪽으로 차 넣은 것이다. 1-0 상황에서 골문쪽으로 걸어 가자 팬들의 응원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와아! 우(Woo) 우!우!우! 우~~~우(Woo)!!"
무슨 응원이 자신을 놀리는지 비웃는지 이상한 리듬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골문 정면에 자리잡고 양팔을 활짝 벌린채 언제든지 오라고 했다.
타다닥.
상대 키커가 가볍게 달려 오기 시작하자 벌린 양팔을 내리고는 무릎을 살짝 굽혀 언제든지 좌우 어느쪽이든 뛸수 있게끔 볼을 주시했다. 키커는 인사이드 킥으로 오른쪽 아래 모서리를 노리고 차 왔다. 골대 아슬아슬하게 날아 오는 볼을 향해 오른발에 살짝 힘을 주며 튕기듯 점프했다.
툭!
볼을 손가락으로 살짝 밀어 냈다. 강한 스피드는 아니었다. 정확히 코스를 노리고 찬 볼이었다. 무사히 막아 내자 팬들의 함성으로 스타디움이 들썩거렸다.
"우와아아!!! 우(Woo) 우!우!우!"
1-0으로 앞선 상태다. 체스터 선수들도 엄지를 치켜 올리며 잘 했다고 제스처를 취해 주었다. 2차전 승부 차기도 압도적인 체스터의 승리였다. 5-0으로 리그 1에 소속되어 있는 스컨소프를 물리 칠수 있었다.
짝짝짝짝짝!!!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기분 좋게 동료들과 승리를 만끽했다. EFL 컵은 1, 2차전을 모두 승부 차기끝에 승리한 탓으로 동료들의 피로감은 절정에 달한 상태다. 8월 31일 3차전 조 추첨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번엔 운이 따라 주지 않았다. 놀랍게도 프리미어 리그 레스터 시티 FC(Leicester City Football Club)와 9월 25일 레스터 시티 홈에서의 원정 경기다.
당분간은 정규 리그에 몰입할수 있었다. 현재 138회 FA 컵(The Football Association) 예선도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5~10부 각 디비젼에 소속된 클럽들이 참가해 예비 예선 1, 2차전에 이어 예선 1~4차전까지 모두 6차전까지 이어지는 시합으로 최종 예선 4차전에 승리한 32팀이 본선에 진출한다.
본선 조 추첨은 10월달이며 11월달부터 본선이 시작된다. 때문에 당분간은 정규 리그에 전념할수 있었다. 9월 26일 EFL 컵 3차전이 레스터 시티 FC 홈에서 시작되었다. 정규 리그는 8라운드까지 소화해 6승 2무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레스터의 홈 그라운드인 킹 파워 스타디움(King Power Stadium)은 3만 2천여명을 수용할수 있는 축구 전용 스타디움이다. 레스터 시티 FC는 2015-16시즌에 프리미어 리그를 재패했으며 작년에는 EFL 컵 준준결승까지 오른 팀이다.
4부 팀인 체스터필드 FC와는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였다. 일반적인 평가도 압도적으로 레스터의 우세였다. 영국 최대의 베팅 업체인 윌리엄 힐(William Hill plc)에서도 5:1로 레스터의 우세를 점치고 있었다.
홈인 레스터의 유니폼은 상하 파란색으로 체스터는 원정 유니폼인 상하 붉은색 유니폼을 착용한채 주심의 휘슬을 기다렸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레스터 시티 홈팬들의 응원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EFL 컵 3차전이 시작되었다.
"체스터 필드 FC가 놀랄만한 연승 기록을 이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과연 프리미어 리그에 속한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도 대등한 승부를 할수 있을지 기대되는군요."
"그렇습니다. 정규 리그 무패 행진을 기록하고 있으며 EFL 컵도 1, 2차전을 힘겹게 이기고 올라 왔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체스터 필드에는 퍼펙트 갓 핸드(Perfect GOD Hand) 라는 우(Woo) 선수가 버티고 있습니다."
"우(Woo) 선수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요. 어떤 점이 뛰어난 선수인지요?"
EFL 컵 3차전은 스카이 스포츠(Sky Sports) TV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체스터 필드의 놀라운 활약으로 인해 생중계로 편성된것이다.
"기존의 골키퍼들과는 궤를 달리 하는 선수로 좌우로 점프할때 일순 제자리 뛰기를 하지 않은채 그대로 몸을 날리는 스타일로 풋살(Futsal)의 골키퍼를 보는 듯 합니다. 가볍게 제자리 뛰기를 하지 않으면 그만큼 민첩성이 요구됩니다. 또한 우(Woo) 선수는 엄청난 힘을 자랑합니다. 골킥이나 스로인을 보면 알수 있듯이 기타 골키퍼들의 능력을 월등히 상회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괴물입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체스터 필드의 우(Woo) 선수를 주목해 주십시요."
"사전 예상으로는 레스터 시티의 압도적인 승리가 점 처지는 가운데 흥미로운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상대로 체스터 필드는 초반부터 밀리는 양상이다. 홈팀인 레스터 시티는 몸 싸움도 강했으며 압박도 심했다. 체스터 필드 선수가 볼을 잡으면 곧바로 압박을 가해 드리블 돌파를 저지하면서 패스의 맥을 끊고 있었다. 점처럼 전진 패스가 나오지 않은 체스터 필드는 중앙에서 볼을 뒤쪽으로 돌리며 기회를 엿보면서 역습을 노리고 있었지만 심한 압박으로 인해 패스 미스를 연발하고 있었다.
펑!
팟!
덥석.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외곽에서 중거리 슈팅이 날아 왔다. 오른쪽 골대쪽으로 날아 오는 볼을 향해 점프하면서 잡아 챘다. 레스터 시티전은 수비수의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센터 서클 부근에는 투톱으로 나선 돗티와 크리스티안이 남아 있었다. 원래는 미드 필드 한명까지 포함한 3명이 항상 남아 있는 상태였다.
펑!
볼을 잡은 강우는 즉시 센터 서클쪽에 있는 라이트 윙인 돗티를 향해 볼을 차 주었다. 상대 수비수는 세명이다.
퍽!
삐이익!
돗티 뒤쪽에서 점프한 수비수의 반칙을 선언한 주심이었다. 다른 레스터의 선수들이 올라 오기 전에 돗티는 즉시 볼을 세팅하고 크리스티안에게 패스하고는 앞쪽으로 달려 갔다. 크리스티안도 달려 가는 돗티 앞쪽으로 롱 패스를 하고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달려 갔다. 오른쪽 터치 라인을 따라 드리블로 치고 나가던 돗티는 크리스티안의 위치를 확인하고 크로스를 올렸다. 수비수가 한발을 내밀었지만 페이크로 볼을 뒤쪽으로 빼며 크로스를 올린 것이다.
퉁!
레스터 시티 골키퍼가 뛰어 나올려다가 멈칫했다. 달려 나오기엔 애매한 위치로 볼이 날아 왔기 때문이다.
-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까지 올립니다^^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