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특별 훈련(2)
60화.
굴러 가는 토라키오상의 얼굴을 따라 가며 발로 바닥을 찍었다. 몇번을 찍자 더이상 굴러 가는 것을 포기하고 일어 날려고 하는 얼굴을 향해 발을 내려 찍었다.
쿵!
한손을 바닥에 대고 빙글 돌아 피한 토라키오상이었다. 이번에도 다리가 땅속으로 푹 들어가 버렸다. 죽을뻔한 고비를 넘긴 토라키오상의 얼굴엔 두려움과 성난 표정이 섞여 있었다.
"큭큭큭큭!!!"
"...이 새끼가..."
달려 들진 못한채 양주먹만 꽉 쥔채 부르르 떨며 죽을듯이 노려 보고 있었다. 서서히 토라키오상의 눈에 살기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번에 살기를 조금 뿜어 낼수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무의식적으로 도움이 되었을것이다. 살기를 더욱 뿜어 낼수 있게끔 마주 노려 보았다.
주춤.
일부러 토라키오상의 살기에 밀린 것처럼 상체를 뒤로 숙였다. 살기를 뿜어낼수 있게 된 만큼 할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 넣어 주기 위해서다.
털썩.
"...크으으."
급기야 뒤로 주저 앉으여 신음까지 흘리면서 얼굴을 구겼다. 자신이 두려움에 물들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면 토라키오상은 더욱 살기를 뿜어 낼수 있을 것이다.
"크...크으으!!"
땅속에서 다리를 빼내 바닥을 주춤거리며 기어 물러 나며 후다닥 달아 났다.
털썩.
"헉헉헉헉!!!!"
토라키오는 미친 놈이 달아 나자 바닥에 주저 앉아 숨을 헐떡였다. 왜 놈이 갑자기 도주했는지는 모른다. 어떻게 놈은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 온것인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지만 아마 모닥불을 보고 찾아 온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하마터면 죽을뻔했다. 놈이 다시 찾아 오기 전에 산을 내려 가고 싶었지만 깜깜한 탓으로 길도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 폰도 오야카타가 몰수한 탓으로 빛 대용으로 사용할수 있는 물건은 모닥불 밖에 없다. 횃불을 만들어 들고 가면 되지만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바닥에 드러 누웠다. 스모 훈련을 하는것보다 백배, 천배나 더 힘들었다.
부르르.
미친 놈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자칫하면 죽을뻔했었다. 절로 몸이 떨려왔다.
부스륵.
"응? 또야?"
새파란 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친 놈이 또 나타난것이다. 상체를 일으키자 놈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휘익.
"우왓!"
얼마나 빨리 달려 오는지 일어설 틈도 없었다. 코앞까지 접근해 축구공을 차듯이 얼굴을 향해 걷어 차고 있었다. 즉시 뒤로 누웠다.
데굴데굴.
쿵!
눕자마자 놈이 발로 얼굴을 밟아 버리듯 내려 찍고 있었다. 급히 바닥을 구를수 밖에 없었다. 몇번이나 바닥을 구르며 벌떡 일어나 죽일듯이 놈을 노려 보았다. 그러자 놈은 움찔하며 한걸음 물러 나고 있었다.
'살기?'
아메미야가 옥상에서 말한 살기를 뻗어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신을 집중해 상대방을 죽일듯이 노려 보면 살기를 뿜어 낼수 있다고 했었다. 자신도 아메미야가 뿜어내는 살기를 받고는 주춤거렸었다. 놈의 반응도 비슷했다.
그렇다면 자신은 지금 살기를 뿜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정신을 집중해 죽일듯이 놈을 노려 보았다. 놈을 공격해 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모든 공격을 방어하는 놈이었다.
주춤주춤.
역시 살기를 뿜어 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주춤거리던 놈은 급기야 후다닥 달아 났다. 정신 집중을 한탓인지 두통이 조금 밀려 왔지만 놈을 쫒아 낼수 있었다는 흥분에 이 정도의 두통쯤은 충분히 참을수 있었다.
"헉헉헉!!"
모닥불쪽으로 걸어가 꺼져 가는 모닥불에 나뭇 가지를 던져 넣고 생수를 마셨다. 차가운 물이 배속으로 들어가자 두통은 조금 가시는듯 했다.
부스륵.
"또야?"
미친 놈이 또 찾아 왔다. 즉시 파랗게 번쩍이는 놈의 눈을 쏘아 보았다. 걸어 오던 놈은 멈춘 상태다. 제자리에서 우물거리던 놈은 곧바로 다가 오지 못한채 주변을 빙글 빙글 돌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놈의 눈을 따라 제자리에서 천천히 돌았다. 놈을 노려 보지 않으면 즉시 습격해 올것이다. 이번엔 놈도 단단히 마음 먹고 찾아 온것같았다. 좀처럼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스르륵.
그때였다. 놈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파란 눈빛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털썩.
"헉헉헉!!"
놈이 물러 간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주저 앉아 숨을 고르며 생수를 마셨다.
"젠장!"
더이상 생수는 없었다. 놈이 또 찾아 올지 더이상 오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한시도 경계를 늦출수는 없는 노릇이다. 놈은 자신을 죽일 작정이었다. 내려 찍는 발에 얼굴이 밟혔다면...상상하기도 싫었다.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부스륵.
"뭐야? 또야?"
대체 저 놈은 잠도 없는지 시도때도 없이 찾아 왔다. 생각같아선 잡아 죽이고 싶었다. 이번에도 파란 눈빛을 번쩍거리고 있었다. 즉시 놈의 눈을 노려 보았다.
저벅!
"응?"
이번에는 주춤거리지도 않고 걸어 오기 시작했다. 더욱 정신을 집중해 노려 보았다.
주춤.
그러자 놈의 발이 멈추었다. 정신을 집중해 죽일듯이 노려 보지 않으면 놈이 주눅이 들지 않는다는걸 알았다. 서서히 놈은 뒷걸음을 치며 물러 나기 시작했다.
***
"죽여 버리기전에 당장 꺼져!"
살기를 뿜어 내며 토라키오상이 열이 뻗친듯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이 정도면 충분할것 같았다. 일부러 토라키오상이 살기를 마음대로 뻗어 낼수 있게끔 조절할수 있도록 쉬기를 반복하며 찾아 왔다.
토라키오상은 지금 정신적인 한계에 도달했을것이다. 더이상 살기를 뿜어내게 한다면 광인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조용히 물러나 계곡이 있는 곳으로 달려 갔다. 팬티를 벗고 차가운 물로 몸을 씻고 머리까지 감았다. 상투를 대충 묶고 옷을 걸친후 축골공과 천변만화공을 풀었다.
두두둑.
뼈가 어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고통이 밀려 왔지만 충분히 참을수 있었다. 선배인 토라키오상이 살기를 뿜어 낼수 있게된 이상 도효로 올라 가도 쉽게 지진 않을 것이다. 또한 다른것도 가르칠 생각이다. 날이 밝을때까지 심법을 운공한후 토라키오상을 찾아 갔다.
"토라키오상~!!"
"여기다!"
야영하던 근처까지 다가 가 큰소리로 부르자 대답이 들려왔다. 토라키오상은 짖이겨진 풀과 흙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바닥을 많이 구른 탓이다.
"미친 놈이 또 나타났어. 하마터면 죽을뻔 했어."
죽을뻔 했다는 말과 함께 살기가 번쩍였다. 의연중에 살기를 발산한 것이다. 역시 인간은 생사의 고비를 넘기면 자연적으로 살기를 뿜어 낼수 있게 된다. 밤새도록 살기를 뿜어 대서인지 헬쓱한 표정이었지만 충혈된 눈만은 예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놈은 어디에 있습니까?"
"몰라. 도주했거든. 그리고 네가 말한 살기를 뿜어 낼수 있게 된것 같아."
"정말입니까?"
"그래. 실험해 볼래?"
시키리 자세를 취했다. 스모 선수로써 가장 적당한 방법이다. 도효위에서 대치하는 자세를 잡고 서로의 눈을 노려 보았다.
번쩍.
토라키오상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농밀한 살기는 아니더라도 저 정도면 일반인쯤은 압도할수 있을 것이다.
"...음. 정말이군요. 축하드립니다."
"정말 살기지?"
"예."
"하하하하!! 미친 놈도 노려 보면 도주하더라고."
경박스럽게 웃고 있는 토라키오상은 자신이 미친 놈이란걸 알면 당장 주먹을 휘두를것이다. 산을 내려 가자 오야카타가 기다리고 있었다. 토라키오상의 몰골을 보고는 놀란 표정이었지만 무사한 것을 보고는 한시름 놓은듯했다. 토라키오상은 오야카타에게 어제밤 일을 침을 튀겨 가며 자세하게 설명했다.
쿨쿨쿨!!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자마자 곧바로 골아 떨어 지는 토라키오상이었다. 밤새도록 시달린 탓이다.
"오야카타! 동물원으로 가죠."
"동물원?"
"예. 사자나 호랑이가 있는 동물원이면 좋겠습니다.투명막으로 막아 놓은 곳이 아닌 가까이서 직접 볼수 있는 동물원이면 좋겠습니다."
"음, 그럼 요코하마(横浜)에 있는 곳으로 가자."
요코하마시(横浜市)에 있는 노게야먀(野毛山) 동물원은 무료 동물원으로 노게야마(野毛山)라는 공원내에 위치한다. 전시되는 동물은 많지 않지만 사자와 호랑이가 있는 동물원이다. 동물원은 언덕을 한참이나 올라간 정상에 위치해 있었다.
"동물원엔 왜 온겁니까?"
"토라키오상이 정말 살기를 발산할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서요. 사자나 호랑이를 상대로 살기를 뿜어내 보면 알겁니다."
"어떻게 안단 말이야?"
"동물들은 살기에 민감하거든요. 아무리 사자나 호랑이라도 해도 강한 살기를 뿜어 내면 꼬리를 말고 도주할겁니다."
사자와 호랑이 우리는 한개의 건물에 나누어 전시되어 있었다. 평일 아침인탓으로 동물원을 찾은 사람들은 아직 없었다. 사자 두마리와 호랑이 한마리가 바닥에 누워 하품을 하고 있었다.
철창으로 막아 놓은 우리 앞에는 1미터정도 거리를 두고 펜스로 다시 막아 놓았다. 펜스 높이는 높지 않아 근접 거리에서 살펴 볼수 있는 구조였다. 우리안에서 따분한지 하품을 하며 누워 있는 사자에게 먼저 살기를 발산해 보라고 했다.
"눈을 마주 치지 않았는데도?"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일단 해 보세요."
토라키오상이 숫사자를 노려 보자 반응을 보였다. 바닥에서 일어나 토라키오상을 물끄러미 바라 본 것이다. 또한 시멘트로 언덕처럼 만들어 놓은 곳 위에 누워 있던 암사자도 일어난 상태였다.
"눈을 노려 보며 더욱 강하게 발산해 보세요."
잠시후 숫사자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릉거리기 시작했다. 살기가 사자를 압도할 정도는 아닌 탓으로 오히려 사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꼴이 되었지만 살기가 사자에게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숫사자는 철창이 가로 막고 있지 않았다면 당장 달려 들었을것이다.
다음은 호랑이가 있는 우리쪽으로 이동했다. 토라키오상은 흥분한 상태였다. 사자를 상대로 살기가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다. 호랑이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자 우리와 붙어 있는 관계로 이미 살기를 감지하고는 우리 안을 으슬렁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토라키오상이 노려 보자 그 자리에 멈춘후 눈을 번쩍이며 토라키오상을 노려 보며 으르릉거리며 자세를 낮추며 달려들듯했다.
"그만 하세요. 다음은 기린을 상대로 해 보죠."
"성공했지?"
"아직입니다. 기린의 반응을 보고 판단하죠."
기린 우리에는 두마리가 으슬렁거리고 있었다. 토라키오상이 한마리를 상대로 살기를 발산하자 두마리가 거의 동시에 화들짝 놀라며 반대편 구석으로 달려갔다.
"하하하!!"
"음, 정말 살기라는걸 발산한거냐?"
"예."
노게야마 동물원에 있는 모든 동물을 상대로 실험해 봤다. 작은 연못에 모여 있는 플라밍고들은 어쩔줄을 몰라 하며 한쪽 구석으로 몰려간 상태며 원숭이들은 꽥꽥거리며 흥분했다. 래서 팬더와 침팬지는 펄쩍 뛰어 달아나 구석에서 덜덜 떨었다.
"대성공입니다. 다른 선배들에겐 살기를 발산할줄 안다는 것을 숨겨야 합니다. 혹시나 비밀이 새어 나간다면 다른 선수들이 대책을 세울겁니다."
"그러는게 좋겠다."
비록 고생은 했지만 유익한 나날이었다. 나루토 베야로 돌아가 토라키오상을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 갔다.
"살기를 마음대로 뿜어 내고 조절할수 있도록 훈련해야 합니다. 전번에 몇번 해 보았듯이 명상이 최고입니다."
"또?"
"해야 합니다. 살기를 조절하지 못하면 어린 애들은 경기를 일으키게 될테니까요. 명상을 할수 있게 되면 다른 새로운 것을 가르쳐 드릴께요."
"어떤걸?"
궁금해 하는 토라키오상의 의욕을 높이기 위해 어떤것을 가르쳐 줄지 시범을 보여 주었다. 송가 태극권을 시전했다. 처음엔 물이 흐르듯 천천히 시전한후 속도를 점점 높였다.
"후우! 어때요?"
머엉!
얼이 빠진 상태같았다.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한채 굳어 있는 토라키오상이었다.
"이걸 배우게 될겁니다."
"바, 반드시 배우겠다."
송가 태극권에 홀딱 반한 토라키오상은 의욕이 넘쳤다. 즉시 명상을 시도할려고 했지만 말렸다. 지금은 흥분된 상태다. 명상은 고요한 마음속에서 해야 능률이 오른다. 이렇게 흥분된 상태에선 잡생각만 넘치게 될것이다.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하죠."
"음, 그러자."
토라키오상이 옥상을 내려 갔지만 아메미야는 훈련을 했다. 마보를 하고 팔 굽혀 펴기, 윗몸 일으키기등 체력 훈련을 주로 했다.
***
스으윽.
쓱! 쓱!
저녁 식사후부터 키타무라(北村) 심의 위원장에게 줄 후지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그려 준다고 약속을 한 이상 주지 않을순 없어 시간이 있을때 그리기로 했다. 아마 오늘도 밤을 새워야 한다. 새벽 여명에 물든 붉은 후지산을 머리속에 그리며 붓을 놀렸다.
"으갸갸갸!!"
크게 기지개를 켜고 일어 났다. 후지산은 완성되었다. 굳은 몸을 풀어 주어야 한다. 이미 새벽 5시다. 한시간뒤엔 선배들이 일어 날것이다. 그전에 스미다 공원으로 조깅을 하러 갔다. 시원한 아침 바람을 만끽하자 정신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타닥타닥!!
규칙적으로 천천히 달렸다. 아침 운동을 하러 나온 몇사람을 스쳐 지나갔다.
"어? 나루토류제키(鳴戸龍関)!"
자신을 알아 보았는지 멈춰서서 부르는 바람에 멈출수 밖에 없었다. 50대로 보이는 중년인이다. 환한 얼굴로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우승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침 운동을 나온겁니까?"
"예. 항상 조깅을 하거든요."
- 작가의말
노게야마 동물원은 요코하마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동물원으로 주말이면 아이들이 많이 찾아 옵니다. 햄스터나 쥐, 병아리, 닭등을 직접 만지며 놀수 있는 공간은 물론 여러 동물들도 구경할수 있습니다.
다음화에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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