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크레이지 신야(1)
16화.
오른쪽 가슴 위쪽 어깨로 아름드리 나무에 태클을 시도했다. 태클을 하는것과 동시에 양손으로 나무를 강하게 밀었다. 이때의 손동작은 아래쪽에서 상대방의 가슴을 밀어 올리는 식의 연습과 손등을 위로 한채 미는 연습, 두가지를 병행해야 한다. 원래는 스모 선수들의 가슴을 상대로 하는 훈련이지만 아메미야는 나무를 상대로 훈련했다. 만약 이 장면을 누가 본다면 미친 놈이라고 생각할것이다.
쿵!
반대편 어깨도 나무에 강하게 박고는 밀어 내는 식과 강하게 치는 훈련을 했다. 어떤 훈련이든 정신 집중이 중요하다. 단한번을 하더라도 정신을 집중해서 하는 훈련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하는 훈련보다 더욱 효율적이다. 150%의 힘을 사용해 연습하고 실전에선 120%의 힘을 사용하라고 무공을 처음 배울때 늘 아버님이 강조하셨다.
"크윽!"
훈련을 마치자 어깨 앞쪽 빗장뼈에서 고통이 엄습해 왔다. 외공(外功) 수련을 하는게 편할 정도였지만 감수해야 할일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중엔 외공도 있지만 두가지 밖에 모른다.
철포삼(鐵布杉)과 포접공(布摺功)이라는 외공이다. 철포삼(鐵布杉)이라는 무공은 입고 있는 옷에 내력을 주입해 방어 하는 무공이며 포접공(布摺功)은 피부를 천처럼 부풀려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대표적인 외공이다.
스모 경기중에 몸을 부풀린순 없는 노릇이다. 발바닥과 빗장뼈쪽의 피부가 까져 피가 베어 나오고 있었으며 손바닥도 얼얼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육체적 고통이었다. 육체적 고통은 정신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할수 있다.
서서히 해가 질려고 한다. 애완견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티셔츠를 걸치고 스리아시(すり足)와 시코(四股)를 밟으며 아오마츠엔으로 돌아 갔다. 산책을 하던 사람들이 힐끗거렸지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시, 신야! 피?"
"아, 이거요? 수련을 해서 이렇게 된거에요."
원장 선생님이 티셔츠 위로 베어져 나온 어깨의 피를 보고는 깜짝 놀라워했다. 상처를 보자고 해서 훌러덩 벗고는 보여 주었다. 그러자 원장 선생님이 부산을 떨며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며 거절했다.
"정말 괜찮은거니?"
"예."
"그럼 소독이라도 하자."
급히 소독약을 가져 온 원장 선생님이 어깨의 상처에 소독약을 뿌리자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크윽!"
부글부글.
상처에서 거품이 올라 오며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소독을 하지 않으면 상처가 곪을수도 있다.
"이렇게 피가 날 정도로 훈련을 해야 하는거니?"
"전혀 아프지도 않아요. 소독하는 김에 발바닥도 해 주세요."
바닥에 앉아 발바닥을 보여 주자 원장 선생님의 얼굴이 확 변했다. 어깨와는 달리 발바닥은 피투성이였기 때문이다. 붕대를 가져와 감아야 한다기에 목욕을 한후 감자고 했다.
"...후우~!!"
저녁 식사후 옥상에서 월광심법을 운공했다. 상처를 치료할 목적이다. 나무에 부딪히는 고통보다 상처에 소독약을 뿌리는 고통이 더 심했다. 밤새도록 운기를 하자 상처의 고통이 많이 사라졌다. 해가 뜨기 전인 이른 아침에 다시 운동을 하러 갔다.
"헉헉헉!!"
발바닥에 감아 놓은 붕대가 붉어져 있었다. 스미다 공원에 도착해 전날 연습했었던 나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전날과 똑 같은 훈련을 했다.
쿵!
탁탁탁탁!!
"뭐 하는거냐? 당장 그만두지 못해?"
큰고함 소리에 연습을 중단하고 뒤를 돌아 보았다. 나루토 오야카타가 화가 난듯한 표정으로 얼굴이 붉어진채 소리쳤다.
"그게 지금 훈련이라고 하는거냐?"
"오셨어요?"
동문서답(東問西答)이었다. 왜 화를 내는지는 짐작되었다. 어깨에서 피가 다시 베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그런 훈련을 하라고 한거냐?"
"제 나름대로 생각해서 하는 건데요?"
"당장 중단해라. 그런식으로는 사람을 잡는 훈련이지 케이코(稽古.스모 훈련)가 아냐."
잘못된 훈련인것 같았다. 유튜브와 나루토 베야의 스모토리들의 훈련 장면을 보고 나름대로 흉내 내면서 한 훈련이다. 뭐가 잘못된 것인지는 모른다.
"오야카타! 그럼 어떤식으로 훈련을 해야 하는겁니까?"
"오늘 찾아 오너라. 아니, 방학이 끝날때까지 체험 입문을 하는건 어떠냐?"
"음, 좋습니다. 대신 훈련에 관해 조언을 받을뿐 약속대로 지시는 받지 않을겁니다."
"그렇게 해라."
나루토 오야카타에게는 몇번이나 구박을 받아야 했다. 자신의 발을 본것이다. 발바닥이 피투성이인것을 알아 차린 오야카타의 추궁에 스리아시 훈련을 말해 준탓이었다. 스모토리 어느 누구도 이런 뙤약볕아래 아스팔트 위에서 훈련은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다.
***
"그렇게 된겁니다."
"네가 정한 일이다. 경험해 보고 신중하게 생각해서 판단하거라."
원장 선생님께 방학 기간동안 나투로 베야에 체험 입문을 한다고 고했다. 이미 오야카타와 이야기를 끝낸 상태다. 장래엔 스모 베야에 입문한다는걸 알고 있는 원장 선생님이었다. 아오마츠엔에서 그렇게 멀지 않는 나루토 베야다.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나루토 베야로 향했다. 원생들에겐 방학이 끝나면 돌아 오기에 작별 인사는 내년이 되어야 한다.
"하압!"
쩡.
나투로 베야에선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마루에 앉아 제자들의 훈련을 보며 조언을 하고 있던 오야카타가 안으로 들어 서는 자신을 보고는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너라. 상처를 먼저 살펴 보자."
어깨를 상처와 붕대를 감은 발바닥을 보여 주었다. 피범벅인 발바닥을 본 오야카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프지 않는거냐?"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한동안 발바닥이 나을때까지 견학만 하거라."
"아니요. 움직여 줘야 합니다. 상처는 걱정하지 마십시요."
오야카타는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고집이 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오야카타는 붕대를 갈아 주자고 했다. 내년부터 아니데시(兄弟子.사형)가 될 네명의 훈련 장면을 유심히 바라 보며 어떤식으로 몸을 움직이는지 기억했다. 모두가 숨을 헐떡이며 땀범벅, 흙범벅이 되어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겨우 훈련이 끝났다.
짱코반(ちゃんこ番.짱코 당번)인 혼마상은 30분 일찍 훈련을 끝내고 먼저 목욕을 한후 짱코를 만들었다. 스모 베야에서 먹는 모든 음식은 짱코라고 부른다. 큰냄비에 고기와 야채를 넣은 수프도 짱코이며 여러가지 밑반찬도 모두 짱코라고 부른다.
"고생하셨습니다."
"고맙다. 내년부터 들어 온다고?"
"예.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부터 여름 방학이 끝날때까지 체험 입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욕을 끝내고 나온 선배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미 자신이 내년에 정식으로 입문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선배들이다.
"짱코, 왔습니다!!"
"와아! 맛있겠다."
짱코 당번인 혼마상이 큰냄비를 들고 왔다. 몇가지 밑반찬과 함께 모두 함께 짱코를 먹고 있을때였다.
"앞으로 넌 밥공기 다섯 그릇은 무조건 먹어야 돼."
"아니요. 일년 동안은 봐 주십시요."
오야카타와 약속했다. 일년 동안은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할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아직 오야카타가 자신과 어떤 거래를 한것인지 말하지 않은것 같았다. 제자들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오야카타가 잘 다독여야 할일이다. 오야카타를 슬쩍 보았다. 그러자 어쩔수 없다는듯 오야카타가 입을 열었다.
"모두 잘 들어라. 아메미야는 입문한후 일년 동안은 어떤 강요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일년안에 성과를 보여 주지 않으면 혹독하게 수련을 시킬것이다."
"아메미야, 정말이냐?"
"예. 선배들도 저에게 뒤처지지 않을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수련해야 할겁니다."
아직 정식 제자는 아닌 탓으로 선배라고 불렀다. 내공을 운기해 선배들 모두의 눈을 보며 번쩍였다. 눈이 마주친 선배들은 움찔하는 표정들이었다. 기선 제압이었다.
"그런데 발을 다친거냐?"
"예."
오야카타가 끼어 들어 어떤 수련으로 다쳤는지 설명하며 절대로 그런 훈련은 하지도 말라며 주의를 주었다. 오야카타의 설명을 들은 선배들은 눈이 크게 떠지며 믿기지 않아했다.
"아메미야! 크레이지(Crazy)!!"
불가리아 출신인 토라키오 선배가 미친 놈이라고 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믿기지 않아 했다. 식사를 마친 선배들은 낮잠을 잘 시간이다. 뱃속으로 쑤셔 넣은 음식물을 소화시키며 몸집을 불리우는 시간대다.
모두 이층으로 올라 갔을때 오카미(女将)상이 찾아 왔다. 처음 보는 오카미상이었다. 지금까지 본 여자들 중에 가장 미인축에 들어 가는 여자로 오야카타의 부인을 오카미상이라고 부른다.
"전에 말한 내년에 입문할 아메미야야."
"안녕하십니까? 아메미야 신야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반가워요. 그런데 어딜 다친거에요?"
"그게 말이야..."
다시 오야카타가 어떻게 된것인지 설명하자 오카미상은 놀란 표정으로 다신 그런 무모한 훈련은 하지 말라고 했다. 오카미상은 할일이 있다며 사무실로 들어 간후 오야카타도 스모 협회에 볼일이 있다며 외출했다.
선배들이 낮잠을 자고 있는 탓으로 할일이 없는 아메미야는 수련을 하러 나갔다. 오야카타와 오카미상이 하지 말라고 했지만 일주일 정도 계속하면 발바닥에 굳은 살이 생겨 아무렇지도 않을것이다.
"우웃!"
붕대를 감은 발바닥이지만 뜨겁게 달구어진 아스팔트위에 맨발로 내려 서자 열기가 확 뻗쳐 올라오며 상처가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선배들이 밟던 스리아시(すり足)와 시코(四股)를 흉내내며 아스팔트를 전진했다. 처음엔 화끈거리던 발바닥이 점점 감각이 사라져 갔다.
쿵!
"윽!"
시코(四股)를 밟자 상처가 터졌는지 붕대위로 피가 스며 나왔다. 고통을 감수하며 계속 스미다 공원쪽으로 이동했다. 앞쪽에서 사람이 걸어 오면 일어나 천천히 걷기도 했지만 붉게 물든 발의 붕대를 보고는 놀라는 눈치였다.
스미다 공원에 도착해 미지근한 수돗물을 들이 마시고 큰나무를 상대로 케이코(稽古)를 했다. 이번에는 가슴으로 들이 받진 않았다. 이마를 나무에 댄채 양손으로 아래쪽에서 상대방 겨드랑이와 가슴쪽으로 손을 넣어 치켜 올리는 식의 연습과 옆구리에 팔을 댄채 아래쪽에서 손바닥을 팡팡 올려 치는 한편 머리를 대지 않고 팔을 뻗어 상대방의 가슴 위쪽 부분을 밀어 버리듯 강하게 양손을 번갈아 가며 뻗었다.
퍽퍽퍽!!!
이때엔 무릎을 살짝 굽혀 주며 쳐야 한다. 몸 중심이 흩트려져선 않된다. 뻣뻣하게 선채로 치는 것과 무릎을 굽힌채 치는 강도는 전혀 다르다. 무릎을 굽히면 허리힘이 동반되어 더 강한 힘을 발휘할수 있다.
바닥을 강하게 밟고 허리와 상체에 힘을 주면서 쳐야 하는 훈련으로 발바닥이 아려 왔지만 장래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참을수 있다. 해가 지기 전에 나투로 베야로 돌아 갔다. 돌아 갈때에도 스리아시를 시전하며 입구로 들어서자 자신을 본 선배들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
"어딜 갔다 온거냐?"
"헉! 너어..."
"크레이지!"
"하지 말랬잖아."
발바닥이 피투성이였다. 선배들이 붕대에 물든 피를 보며 제각각 한마디씩 하며 화를 냈다. 오야카타는 아직 돌아 오지 않았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메미야군! 어딜 갔다 온거니? 아악!"
바깥이 소란스럽자 오카미상이 뛰쳐 나와 자신의 발을 보고는 비명을 질러 대었다. 손을 잡고 마루쪽으로 급히 끌고 와 붕대를 풀며 소독약을 가져 오라며 난리를 쳤다.
"스리아시 케이코(すり足稽古.스리아시 훈련)는 밖에서 하면 않돼. 왜 말을 듣지 않는거니?"
"오카미상! 나중에 오야카타에게 물어 보세요."
"뭘?"
"저에 대해서요."
오카미상은 자신이 오야카타와 거래를 한것을 모르는듯했다. 소독은 엄청 아렸다. 중원의 금창약이 있었다면 빨리 회복할수 있을 것이지만 그런걸 바랄순 없었다.
"오야카타와 무슨 이야기를 한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절대로 이런 훈련은 하지마."
"오카미상! 솔직히 말해 전 이미 두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이미 두번 죽은 것이나 마찮가지입니다. 인간이 자살할 정도의 각오가 있다면 이런 상처쯤은 얼마든지 견딜수 있습니다. 비가 온 뒤엔 땅이 굳어진다고 했습니다. 이 발바닥도 일주일안에 단단하게 굳어 질겁니다. 또한 일년!! 일년만 기다려 주십시요. 반드시 세키토리(関取)가 되어 보이겠습니다. 또한 텟벤(てっぺん.정점)으로 가장 빠르게 올라가 보이겠습니다. 그때까지 지켜봐 주십시요."
"......"
오카미상이나 선배들도 모두 굳어져 버렸다. 당당하게 선언해 버린 것이다. 텟벤으로 올라 간다는건 스모 최고 지위인 요코즈나(横綱)로 최단 시간으로 올라 간다는 뜻이다. 아직 정식으로 입문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런 선언을 한탓으로 건방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공을 보유한 이상 자신있었다.
"네 생각대로 쉬운 세계가 아니란다. 천천히 올라 가도 돼. 무리해서 올라 가면 나중에 반드시 후유증이 찾아 올꺼야."
"일단은 일년만 지켜 봐 주십시요."
- 작가의말
주인공이기에 맨발로 훈련을 하는 것인지 스모 선수들은 게타라는 신발을 신고
길바닥 도로에서 스리아시라는 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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