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습격(2)
76화.
운전수는 위험하다며 문을 열기를 거부했다. 또다시 졸음이 몰려 올려고 했다. 정말 이상했다. 더이상 참을수가 없었다. 강제로 문을 열려고 문고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을때였다.
"움직이지 마!"
"응!"
스윽!
덥석.
탕!
"컥!"
운전수가 갑자기 상반신을 왼쪽으로 돌리며 오른손을 뒤쪽 자신쪽으로 들어 올렸다. 놀랍게도 운전수의 오른손에는 무기인 권총이 들려 있었다. 위협을 받자 저절로 몸이 움직였다. 오른손을 덥석 잡아 치켜 들자 총알이 발사되었다.
동시에 오른손을 운전석 오른쪽으로 집어 넣어 놈의 목 뒷부분에 있는 마혈을 찍고 놈의 오른손을 가볍게 후려쳐 권총을 떨구었다. 운전수는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마스크 아래로 투명한 가느다란 호스가 와이셔츠안에서 위쪽 마스크쪽으로 들어가 있었다. 왜 저런 모습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드르륵.
문을 여는게 먼저였다. 찬바람이 확 불어 들어왔다. 순식간에 졸음이 확 달아날 정도였다. 밖으로 나가 운전석 문을 열고 놈의 마스크를 벗겼다. 투명한 호스가 놈의 코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왜 저런 호스를 코안에 집어 넣고 있는지는 모른다.
'헉?'
놈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떨어진 옥상에서 자신을 감시하던 놈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놈들이 실행에 나선 것이라고 생각할수 있었다. 다른 동료 놈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무슨 일입니까?"
뒤에서 누군가 접근하고 있었다. 또한 한번 들어 본적이 있는 스파크가 튀는 작은 소리도 들려 오고 있었다.
휙.
즉시 뒤돌아 보자 역시 본적이 있는 놈으로 택시 운전수로 가장한 동료놈이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 온 놈은 갑자기 오른손을 뻗어 왔다. 오른손 안에는 파란 스파크가 튀는 전기 충격기가 들려 있었다.
탁!
퍽!
뻗어 오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툭 치며 오른 주먹을 놈의 배에 박아 넣었다. 이미 몸속으로 내공을 돌리고 있는 상태였다.
"컥!"
쿠당탕.
놈의 허리가 접힌채 족히 3미터는 날아 가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축 늘어졌다. 죽었는지 기절했는지는 아직 모른다. 즉시 스마트 폰을 꺼내 놈의 모습과 택시 운전수의 모습을 촬영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권총까지 모두 촬영했다. PK3라는 비밀 조직에 속한 놈들이다. 놈들의 정체를 파 헤치기 위해 증거가 필요했다.
"넌 누구냐?"
"....."
마혈이 찍혀 뻗뻗하게 굳은 상태인 운전수 놈은 당황한채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것이다.
"그 호스는 뭐냐?"
"......."
꽈악.
"컥!"
놈의 목을 움켜 쥐며 다시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고문을 할려고 했지만 그럴순 없었다, 사람들이 몰려 오고 있었다.
툭!
놈을 기절시킨후 고바야시상의 상태를 살펴 보았다. 고바야시상은 잠이 든 상태였다.
웅성웅성.
시끄러운 소리에 밖으로 나가자 사람들이 놀라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스마트 폰으로 촬영하는 자도 있었다.
"오, 오오제키?"
"급합니다. 경찰과 구급차를 불러 주십시요."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경찰이 오면 수습될것이지만 놈들은 정부 소속 비밀 요원들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은폐될지도 모른다. 즉시 스마트 폰을 꺼내 만약을 대비했다.
삐뽀삐뽀!
에에에엥!
여전히 도로는 꽉 막혀 정체된 상태인 탓으로 반대편 도로로 구급차와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 왔다. 스마트 폰을 갈무리했을때 경찰이 먼저 달려 왔다.
"무슨 일입니까?"
"택시 운전수와 저 사람이 습격했습니다."
"옛?"
경찰 두명은 즉시 운전수와 쓰러져 있는 자를 살펴 보며 무전으로 어딘가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모두 물러 나십시요."
웅성거리며 지켜 보는 사람들을 멀어지게 한 경찰이 굳은 얼굴로 다가 왔다. 그때 구급차가 도착했는지 구급 대원들이 달려 왔다.
"저 사람을 먼저 살펴 보십시요."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 자에게 구급 대원들이 달려 들었다. 경찰은 자초지정을 물어 왔다.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음, 일단 경찰서로 같아 가셔야겠습니다."
"예엣? 료고쿠 고쿠기칸(両国 国技館)으로 가야 합니다."
"오오제키(大関) 나루토류(鳴戸龍) 제키(関)시죠?"
경찰은 자신을 알고 있었다. 스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매스컴에서 연일 떠들고 있는 탓으로 모르는게 이상할것이다.
"그렇습니다."
"저 사람은 죽었습니다."
"죽었다고요?"
구급 대원들이 살펴 보고 있는 자를 바라 보며 놀라는 척 했다. 기절이 아니라 죽은 것이다. 내공이 깃든 주먹에 내장이 박살났을지도 모른다.
"정당 방위입니다. 저 사람이 전기 충격기를 들고 습격했으니까요."
"일단 경찰서로 가야 합니다."
구급 대원들이 택시 운전수와 고바야시상을 살펴 보고 있었다. 그럴때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 오고 있었다. 경찰차로 안내된 아메미야는 차에 탈수 밖에 없었다.
부르릉.
"전화를 해도 되겠습니까?"
"하십시요."
즉시 오야카타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했다. 깜짝 놀라는 오야카타는 어느 경찰서로 가는지 물어 보고는 변호사를 보내 온다며 변호사가 도착할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
'빌어먹을!'
이런 사건이 발생한 이상 오늘 시합은 결장해야 한다고 했다. 1월 바쇼에 우승하면 요코즈나로 승급할수 있는 기회였지만 물 건너 갔다. 오늘 결장을 하고 내일 시합을 하면 될것이지만 경찰 조사에 따라선 내일도 도효위로는 올라 가지 못할수도 있다.
"어떻게 된것인지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십시요."
"변호사가 올때까지 묵비권을 행사합니다."
오야카타가 말한 그대로 말해 주었다. 경찰도 더이상 묻지 않았다. 그럴때 사복을 입은 자가 등장했다.
"나루토류제키! 당신을 살인범으로 체포합니다."
"예엣? 살인범이라니요?"
"당신이 때린 자는 사망한 상태입니다."
"정당 방위입니다."
씨알도 먹혀 들지 않았다. 정당 방위를 주장할려면 법정에서 주장하라고 수갑을 채웠다.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놈이 들고 있는 전기 충격기를 보면 알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무작정 살인범으로 몰아 가고 있었다. 작은 방으로 안내되어 심문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급하게 심문을 하는지는 몰랐다.
"이름, 아메미야 신야! 나이, 17세! 직업, 스모 토리입니다."
"왜 죽였습니까?"
"정당 방위입니다. 변호사가 올때까지 묵비권을 행사합니다."
이름과 나이, 직업은 말했주었지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을 심문하는 형사로 보이는 놈은 얼굴을 찡그린채 화를 내기 시작했다.
"빨리 인정을 해야 빨리 풀려 날수 있어? 이런식으로 우긴다면 최대 형량을 때리게 될꺼다. 스모는 더이상 할수도 없어. 평생 감빵에서 썩고 싶냐?"
"....."
반협박이었다. 부글부글 화가 끓어 올랐지만 참아야 한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하면 할수록 건수를 잡을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놈에게 반격을 당할게 분명했다. 변호사 올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을 생각으로 눈을 감아 버렸다.
"네가 아무리 정당 방위라고 주장해도 소용없어. 넌 과잉 방위로 한거야. 스모 선수는 격투가에 속한다. 격투가가 일반인을 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그게 바로 과잉 방위가 되는거다. 인정하면 빨리 풀려 날수 있어."
"......"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지만 속으로 화를 삭이고 있을 뿐이었다. 생각같아선 눈앞의 놈을 때려 죽이고 싶었다.
텅텅!!
"눈을 떠! 이곳이 어디라고 눈을 감고 있는거냐?"
"형사 아저씨! 혹시 약 했어요? 아니면 누구에게 뇌물이라도 받은 거에요? 그것도 아니라면 누가 출세시켜 준다고 약속이라도 한거에요? 그렇게 열 올리지 마세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카락이 빠져 대머리가 된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이 새끼가!!"
울그락 붉그락 한 얼굴로 당장이라도 한대 칠 기세였다. 다시 눈을 감아 버렸다. 씩씩거리던 놈이 문을 박차고 나가 '꽝'하고 닫으며 큰소리로 감시하라고 했다. 이제야 조용해 졌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봤다. 자신을 시기하는 누군가가 배후에서 지시했을 것이다. 그것도 큰 권력을 가진 자가 틀림없었다.
또한 한국인을 싫어하는게 분명했다. 절반은 일본인의 피가 섞여 있음에도 무작정 더러운 피라고 했었다. 습격한 두놈은 하수인에 불과했다. 내각 정보 조사실의 비밀 조직인 PK3를 움직일 정도라면 그만한 힘이 있어야 한다. 전번에 죽인 두 년놈과 이번의 두놈 또한 PK3에 소속된 놈이다.
벌컥!
생각 도중에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 왔다. 눈을 감은채 뜨지도 않았다. 방금 전의 형사 놈일것이다.
"오오제키! 변호사인 이하라(井原)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기다리던 변호사가 도착했다. 안경을 낀 날카로운 인상의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아메미야 신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듣기전에 먼저 설명을 들어 주십시요."
이하라 변호사는 묵비권과 형사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했다.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질문에는 답하지 말라고 했으며 특히, 유도 질문을 조심하라고 했다. 48시간 이내에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후 검찰로 송치되어 24시간이내에 조사를 한후 계속 구속할지 풀어 줄지 판단을 한다. 그때까지 관할 경찰서 유치장에 들어 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잘못도 없는데 왜 유치장에 들어 가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 보십시요."
"택시를 타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총과 전기 충격기, 택시 운전수의 코안에 들어 가 있던 투명한 호스까지 모두 이야기 해 주었다.
"총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이걸 보십시요."
스마트 폰을 꺼내 찍은 영상을 보여 주었다. 스마트 폰을 압수 당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택시안에 떨어져 있는 총과 마스크를 벗기자 운전수의 코안에 들어가 있는 호스, 그리고 죽었다고 하는 놈의 손에 들려 있는 전기 충격기까지 모두 찍혀 있는 영상이었다.
"음, 형법 36조에 명시된 정당 방위는 '①긴박 ②부정(不正)스런 ③침해에 대해 ④자신 또는 타인의 권리를 방위하기 위해 ⑤어쩔수 없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첫번째에서 다섯번째까지 모두 해당되는 사항으로 정당 방위가 인정될것입니다. 혹시 모르니까 지금 영상을 제 메일에 보내 주십시요."
변호사의 말에 안심이 되었다. 즉시 영상을 첨부해 메일 주소로 보내고 조금 전에 심문한 형사가 협박한 내용을 말해 주었다.
"협박이 분명합니다. 그 일은 제게 맡겨 주십시요. 질문에 답할땐 잘 생각해서 답해야 합니다.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질문엔 반드시 묵비권을 행사하십시요."
"알겠습니다."
이하라 변호사가 몇번이나 묵비권을 강조했다. 오늘이나 내일쯤 풀려 날수 있다고 했다. 스모 경기는 결장을 할수 밖에 없었다. 조사가 끝날때까지 경찰서를 나갈수 없게 되었다. 미국은 경찰 심문 조사때 변호사를 동반해도 되지만 일본은 가해자 혼자서 심문 받아야 한다며 이하라 변호사는 밖으로 나갔다.
털썩.
이하라 변호사와 교대로 자신에게 협박하던 자가 아니라 처음 보는 자가 들어 와 반대편 의자에 앉아 진술서를 작성한다며 사건 경위를 자세하게 물었다.
"...그렇게 된것입니다."
"피해자는 사망한 상태다."
"잠깐만요. 전 가해자가 아닙니다. 제가 피해자입니다. 총기에 위협 당해 납치 당할뻔했습니다."
"택시안에서의 사건과 밖에서의 사건은 별개다. 안에서는 피해자였을지라도 밖에서는 피해자야."
두놈이 한통속이란걸 말하지 않은 탓으로 따로 분리해 사건 처리를 할려는것 같았다. 같은 소속 놈이라고 밝힌다면 어떻게 될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정부의 비밀 조직에 속한 놈들이다. 놈들의 정체를 알려 준다고 해도 배후의 권력자 놈이 무슨 수를 쓸것으로 예상되었다.
"음, 과잉 방위가 틀림없어. 인정하나?"
"그게 어떻게 과잉 방위가 되는 겁니까? 그럼 전 전기 충격기에 당해 죽으란 말입니까?"
"피해자는 전기 충격기를 작동시키지 않은 상태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주먹으로 때려 죽인 것이지."
"뭐라고요? 당신도 누구에게 무슨 지시라도 받은 겁니까? 왜 모두 절 범인으로 몰아 갈려는 겁니까?"
눈 앞의 형사 놈을 노려 보며 너무 화가 나 큰소리로 외쳐 대었다. 경찰들은 모두 그놈들 조직과 한통속이 틀림없었다. 어떻게든 과잉 방위로 몰아 갈려고 했다.
꽝!
"말 조심해. 어린 새끼가 조금 출세했다고 어디서 큰소리 치는거냐?"
테이블을 후려 치며 버럭 화를 내는 놈이었다. 기가 차지도 않았다. 오히려 화를 내야 하는 건 아메미야 자신이었다. 그 덕분에 조금 진정될수 있었다.
"후우...물이나 한잔 주십시요."
생각같아선 술이라도 벌컥벌컥 들이 마시고 싶었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선 냉정해져야 한다. 화를 내면 놈의 술수에 말려 들지도 모른다.
"기다려!"
형사놈이 밖으로 나가는 것과 동시에 스마트 폰을 조작해 사건 영상을 아오키상에게 보내 옥상에서 놈들의 대화 소리와 찍어 놓은 영상을 공개하라고 부탁했다. 이번 사건은 그놈들이 일으킨 것으로 두 영상을 비교하면 놈들의 얼굴이 똑 같다는 것을 알것이다.
- 작가의말
이제 스모는 더이상 하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새로운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 갑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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