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응징 시작(1)
78화.
정부에서는 PK3같은 비밀 조직은 처음 들어 보는 조직으로 테러 리스트들이 정부의 이름을 도용한것이라며 정부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발뺌을 하는 중이다.
"오야카타! 이사장께 은퇴를 한다고 알려 주십시요."
"미안하구나. 내가 힘이 없어서 네가...."
오야카타는 고심스러운 표정이었다. 1월 바쇼가 끝났다. 하쿠호(白鵬)가 우승을 차지했다. 은퇴를 하면 이제 이곳 나루토 베야에서 생활할수도 없다. 아직 미성년자인탓으로 아오마츠엔(青松園)으로 돌아 갈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은퇴 선언을 하더라도 당장 은퇴를 해야 하는건 아니지만 단발식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스모 선수가 은퇴를 하면 단발식을 거행한다. 1월, 5월, 9월 바쇼가 끝난 일주일후 료고쿠 고쿠기칸(両国 国技館) 도효위에서 오야카타카부(親方株)를 받고 은퇴를 하는 선수는 은퇴 스모를 한후 도효위에서 선수 가족이나 후원자, 은인, 친구등이 오오이쵸(大銀杏)에 가위를 넣어 자른다.
많을 땐 300명이상의 남자들이 가위를 들기도 한다. 여자는 원칙적으로 도효 위로 올라 갈수 없다는 전통으로 도효 아래서 지켜 보고 있어야만 한다. 마지막엔 오야카타가 남은 오오이쵸를 완전히 잘라 낸다. 세키토리(関取) 이상의 지위에 있다가 은퇴를 하는 선수는 료고쿠 고쿠기칸(両国 国技館)의 대회랑에서 단발식을 진행하고 세키토리 이하의 지위에 있다가 은퇴를 하는 선수는 센슈라쿠 파티때 후원자분들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단발식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상투를 자르는 선수도 있다. 상투를 자른다고 해도 스모계에서 완전히 은퇴를 하는건 아니다. 스모 협회에 정식으로 은퇴서를 제출해 수리되어야 완전히 은퇴를 하게 된다.
상투를 자른후 은퇴서를 제출하지 않고 몇년후에 복귀한 선수들도 존재한다. 아메미야는 두번 다시 복귀할수 없는 입장이다. 사람을 죽였다는게 평생 따라 다닐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잘못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죽일 놈은 가차없이 죽여야 뒷탈이 없다. 후원회 회장인 미우라 회장에게도 이미 허락을 받은 상태다.
그동안 신세를 진 모든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은퇴 소식을 알렸다. 단발식은 조촐하게 진행되었다. 오야카타가 나루토 베야에서 오오이쵸를 자르기로 한것이다. 미우라 회장님과 선배들, 오카미상, 원장 선생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야카타가 오오이쵸를 잘라 냈다.
이제 스모 세계에서 완전히 은퇴를 한것이다. 이미 협회에 은퇴서도 제출한 상태다. 모두가 눈물을 적신 상태였다. 너무 아쉬운 은퇴였다. 미래의 요코즈나가 될 재목이 사라져 버린것이다. 이발소에서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자른 그날 밤 선배들을 모두 모았다.
"선배님들! 제가 가르쳐 준 것을 열심히 익혀야 합니다. 출세하고 싶다면 잠자는 시간까지 아끼며 익히도록 하십시요. 어느 정도 익혔다고 생각하면 상대의 마와시는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의 힘을 이용해 이기면 되니까요."
"내가 요코즈나가 되면 축하해 주러 와야 한다."
"물론입니다. 선물 한보따리를 들고 오겠습니다. 다른 선배들도 마찮가지입니다."
1월 바쇼때 혼마상을 제외한 다른 선배들은 모두 카치코시를 한 상태다. 토라키오상은 전승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6승 1패의 호성적을 올렸으며 고바야시상과 사토상은 나란히 5승 2패였다. 사토상에게는 5승이상의 성적을 올리면 선물을 사 준다고 약속했었지만 은퇴를 하는 마당에 선물을 사 줄수는 없었다. 불미스러운 은퇴였기 때문이다. 내일 당장 나루토 베야를 나갈 생각이다. 원장 선생님이 언제든지 오라고 했었다. 오야카타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자주 찾아 와라."
"한동안 여행을 다닐려고 합니다. 여행이 끝나면 찾아 오겠습니다."
***
"원장 선생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집이나 마찮가지란다. 편히 지내."
동생들이나 마찮가지인 애들도 반겨 주었다. 두번이나 오토시다마(お年玉.세뱃돈)를 준것도 있지만 예전과는 달리 많이 친해진 덕이다. 사람을 죽인 탓으로 애들이 두려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런 내색은 전혀 없었다.
아오마츠엔에서의 생활은 학교에만 가지 않을뿐 아침에는 변함없이 운동을 하고 돌아 와 애들이 학교 갈 준비를 도와 주고 모두가 학교에 가면 오전에는 도서실에서 영어 공부를 했다. 원장 선생님에겐 고졸 인정 시험중 영어만 합격하면 된다는 것을 말해 주었었다.
그동안 벌어 놓은 돈도 제법 되었다. 비록 우승 상금은 오야카타와 원장 선생님에게 절반씩 나누어 준 상태지만 월급과 현상금, 그리고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5천만엔정도였다. 미우라 회장이 우승을 할때마다 축의금을 올려 준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곳이군."
오늘은 작년 11월달에 교통 사고를 당했을때 습격한 후지바야시 나가에몬(藤林長衛門)이라는 놈이 의뢰를 주선해 주는 곳이라고 털어 놓은 짱코 가게인 '와몬(和門)'을 찾아 갔다. 가게 문을 열자 마자 첫손님으로 찾아 간것이다. 물론 축공골과 천변만화공으로 변장한 상태다. 자신의 얼굴은 너무 많이 알려진 탓으로 알아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서 옵쇼!"
"점장이십니까?"
"그렇습니다."
"후지바야시 나가에몬(藤林長衛門)을 알고 있나?"
놈의 이름을 들먹이자 알고 있는지 일순 눈동자가 떨리는 것을 확인했다. 점장은 무표정한 얼굴을 가장한채 입을 열었다.
"처음 들어 보는 이름입니다."
"아니, 넌 알고 있어야 한다. 왜냐면 후지바야시가 직접 이곳을 지목하며 의뢰를 받았다고 털어 놓았거든. 근래에 후지바야시와 연락이 되지 않을꺼다. 자아, 상상해 봐라."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후지바야시가 죽은 이상 아무리 연락을 할려고 해도 되지 않는다. 그 점을 파악하면 방금 한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될것이다. 놈의 눈동자도 떨리고 있었다.
"짐작했군. 솔직히 묻는 말에 답한다면 널 어쩔 생각은 없어. 그럼 질문한다. 후지바야시에게 의뢰 한 놈은 누구냐?"
"의뢰라니요? 후지바야시라는 이름은 들어 본적도 없습니다."
"죽고 싶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나?"
화악!
살기를 뿜어 냈다. 살기를 받아 본적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놈은 움찔하며 한발 뒤로 물러 서며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나도 널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아. 누가 의뢰한거냐?"
"그건..."
점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놀라울 정도였다. 토키마루(斗城丸)라는 스모 선수로 놈은 요코즈나 하쿠호(白鵬)의 츠케비토였다. 그렇다면 의뢰자는 하쿠호가 틀림없었다.
'그렇게 된것이군.'
자신이 하프라고 잡지에 보도된후 눈길 한번 주지 않았었던 하쿠호가 갑자기 아는 척하며 말을 걸어와 외국인과 하프 출신 선수들이 어쩌고 저쩌고 했었다. 자신이 순수한 일본인이라고 생각해 위협을 느낀 하쿠호가 의뢰를 했다. 하지만 하프라고 알게 된 이상 더이상 적대할 필요는 없이 친해질려고 노력한것이다. 하쿠호가 의뢰를 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은퇴를 한 이상 이 일은 묻어 둘 생각이다.
"넌 날 만나지도 않았고 보지도 않았다. 나도 네게 들은 이야기는 잊어 버리겠다."
"요코즈나는..."
"걱정 마라. 찾아 갈 생각은 없어. 네게 들은 말은 이미 잊어 버렸다."
혹시라도 자신이 하쿠호를 찾아 가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 불안한것 같았다. 은퇴를 하지 않았다면 조금 화가 났을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혹시 PK3에 대해서 알고 있나?"
"조금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닌자 훈련을 받은 특별한 놈들이라고 합니다."
"조직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있어?"
"알아 보면 알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놀랐다. 작은 짱코 가게를 운영하는 놈이 어둠의 세계와 무슨 접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비밀 조직에 속해 있는 놈을 알아 보겠다는 말은 할수 없는 것이다.
"그럼 부탁하자."
"일주일 후에 찾아 오십시요."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천변만화공으로 몇번이나 얼굴을 바꾸며 이동했다. PK3 놈들은 용서할수 없었다. 놈들때문에 은퇴한것이나 마찮가지다. 짱코 가게 점장이 만약 모른다고 했다면 총리 관저로 직접 숨어 들어 갔을것이다.
***
"알아 보았나?"
"예. 잠시만요."
일주일후 짱코 가게를 찾아 갔다. 점장은 카운터쪽으로 이동해 봉투 한개를 건네 주었다. 안에 놈들의 정보가 들어 있을 것이다.
"정보비는?"
"요코즈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됩니다."
"걱정마. 이미 잊은 일이다."
요코즈나를 저렇게 걱정하는것으로 볼때 하쿠호와 많이 친한 사이같았다. 어떤 사이인지 궁금했지만 물어 보진 않았다.
찌이익!
봉투를 찢어 안을 살펴 보았다. 달랑 종이 한장만 들어 있었다. 종이에는 한사람의 이름과 주소만 적혀 있었다. 그 정도로 충분했다. 종이는 가늘게 찢어 변기통에 흘러 보냈다.
***
"코르다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영어는 완전 초보입니다."
고졸 인정 시험 영어 과목 대비는 물론 세계 여행을 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기로 했다. 외국에서 영어를 모르면 불편한점이 너무 많다고 들어서였다. 영어 회화 학원은 쉽게 찾을수 있다. 일본에선 조금 큰 전철역앞에는 영어 회화 학원은 물론 일반적인 학원도 많이 존재한다.
영어 회화 강사는 금발의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늘어 뜨리고 안경을 낀 코르다라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로 영국 출신이라고 했다. 일본어도 유창했지만 수업 시간엔 영어만 사용한다고 겁을 주었다.
보통 영어 회화는 1시간 수업이지만 시간이 남아 도는 아메미야는 3시간을 수강하기로 했다. 일대 일 수강 신청을 한탓으로 조금 비쌌지만 빨리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면 돈을 아낄 필요는 없었다. 수업은 오전 9부터 12시까지다.
"그럼 내일 또 봐요."
첫날 뭐가 뭔지도 모른채 훌쩍 시간이 지나갔다. 그동안 단어를 많이 외우긴했지만 전혀 들리지 않았다. 코르다 선생은 영화나 영어로 대화하는 영상을 많이 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오후에는 PK3에 소속된 놈의 주소로 찾아 갔다. 현장 답습을 한후 어떤식으로 침투할지 궁리해야 한다. 그날밤 아오마츠엔을 조용히 빠져 나왔다.
스윽슥!
단독 주택에 살고 있는 놈을 먼저 찾아 갔다. 3층짜리 목조 건물인 단독 주택은 깨끗한 외관으로 볼때 신축 건물같았다. 이층 베란다로 침투하는건 일도 아니었다. 한적한 주택가인 덕으로 감시 카메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3층에서 1층까지 베란다 옆에 붙어 있는 배수관을 타고 순식간에 2층 베란다로 올라 갔다.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손에는 장갑을 낀채였다. 시간은 새벽 3시다. 몇몇 집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이 집은 소등되어 있는 상태다.
침투하기 전에 기감을 펼쳐 어느 층에 사람들이 있는지 살펴 보았었다. 1층에 두명, 3층에 한명이 감지되어 놈은 아마 3층에 있다고 생각되었다. 2층 베란다의 큰창문은 굳게 닫혀 있는 상태였다. 고리가 있는 창문 중앙 부분에 손가락을 대고 빙글 돌렸다.
사아악!
반달 모양으로 유리를 자른후 고리를 움직여 창문을 열었다. 기감을 계속 펼친채 혹시나 깨어 나진 않았는지 감시하며 1층으로 내려가 두명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중년 부부로 보이는 둘이 바닥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부부가 깨어 나지 않게끔 수혈을 눌러 준후 3층으로 올라 갔다. 3층 방은 두개였다. 놈이 있는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팟!
문을 여는 소리를 감지했는지 놈이 움직임을 보였다. 즉시 문을 열어 제치고 안으로 뛰어 들었다.
"누, 누구...큭!"
순식간에 놈을 제압했다. 어두운 방안이었지만 어둠은 전혀 문제없었다. 아무리 특수한 훈련을 받은 자라고 해도 내공이 없는한 자신을 막을수 없을 것이다. 아혈을 짚은후 본격적인 심문에 들어 가기전에 놈이 PK3 소속인지 확인해야 한다.
"PK3 소속! 나가이 쇼타(永井翔太)! 27세! 맞으면 눈을 깜빡거려라."
당황하고 있는 놈의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다. 뭐가 뭔지도 모른채 얼떨결에 제압되어 버린 탓이다.
"1층으로 내려 갈까?"
놈의 눈이 커졌다. 무슨 뜻인지 파악한것이다. 놈의 부모들이 1층에서 자고 있는 상태다. 내려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즉시 눈을 깜빡이는 놈이었다. 아혈을 풀어 주었다.
"묻는 말에만 답하라. 소리치면 알지? PK3에 대해서 말해라."
"넌 누구냐?"
아혈을 다시 짚었다. 하나같이 묻는 말엔 답하지 않고 누구냐고 되물었다. 아마 자신이라도 그랬을것이지만 가벼운 훈계가 필요했다. 지금은 말 잘 듣는 개가 필요한 상태다.
타타다닥!!
"....."
눈이 커질대로 커지며 얼굴이 붉어지며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놈은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분근착골을 멈추고 아혈을 풀어 주었다.
"...크..윽...크."
"1층으로 내려가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라."
부모를 존경하는 놈인지 PK3에 대해서 털어 놓았다. PK3는 모두 9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놈 나가이(永井)는 현장 대원들을 보조하는 역활이라고 했다. 우에모토(上本) 과장이라는 놈이 대가리였다. 놈이 살고 있는 주소는 모른다고 했다. 같이 찍은 사진도 없어 얼굴은 확인할수 없었지만 놈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넘버는 알고 있었다.
- 작가의말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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