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한국 국가 대표 우강우
130화.
박 선배와는 자신이 거주 하는 집이 있는 알트린챔(Altrincham)에서 멀지 않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곳 알트린챔은 교육 도시로 유명하다. 영국에서 유명한 학교들이 집중되어 있으며 학비 무료 학교임에도 영국 전체에서 톱10에 들어 갈 정도의 학교까지 있을 정도였다.
풍부한 자연 환경에 둘러 쌓인 매력적인 도시로 이 지역에 주소가 없으면 수험 자격이 없는 학교가 많은 탓으로 영국 전역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해 오는 사람들이 많은 추세다.
또한 맨유와 맨시티 선수들이 이 근처에 많이 살고 있다. 전에는 윔슬로(Wilmslow), 앨덜리(Alderley), 엣지(Edge) 근교에 축구 선수들이 많이 거주했지만 현재는 이곳 알트린챔 근교에 거주하는 축구 선수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런점을 감안해 길버트가 이곳에 저택을 마련한 것이었다. 축구 선수들이 많이 거주하는 만큼 이곳 지역 음식점의 레벨이 크게 상승했다고 한다.
라틴계 선수들은 전속 요리사를 고용하는 자들이 많지만 간혹 외식을 하거나 유럽계 선수들도 외식을 많이 하기에 자연적으로 음식점의 레벨이 올라 간것이다. 어떤 음식점은 감독이나 선수가 서포터를 하는 가게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음식점이 밀집되어 있는 곳은 알트린챔 마켓을 중심으로 한 음식점 거리다.
음식점 앞 도로에 테이블을 설치해 손님들을 받는 풍경은 영국에선 흔하다. 다음날 모던(Modern)적인 분위기의 건물들이 많은 이곳 음식점중에 포르타(PORTA)라는 스페인 요리점으로 들어 갔다. 작은 가게인 탓으로 창가에 앉아 있던 박 선배가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쉽게 찾을수 있었다.
"큰 용단을 해 주어 정말 고맙다."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감사 인사를 들어야 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음을 박 선배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비난성 글들이 없었다면 어느 나라의 국가 대표는 되지 않았을것이다.
"발표는 소집 직전에 해 주세요."
"물론이야. 그렇게 전해 놓을께. 근데 뭘 먹을래? 이곳은 이베리코 돼지 고기가 맛있는데 먹어 볼래?"
"선배가 사는 겁니다."
"하하하, 얼마든지 먹어."
박 선배는 말만하면 뭐든 사줄 기세였다. 자신이 맨유의 후배인 탓으로 귀엽게 봐 주는것 같았다. 선배에게는 맨유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받고 선수들과도 어떤식으로 대하면 좋은지 많은 조언을 들었다.
***
"어서 오세요."
"우와! 이게 네집이냐?"
"엄청 큰집이구나."
큰저택을 본 외사촌 형과 외할머니는 입이 쩍 벌어지며 놀라워했다. 정규 시즌이 코앞까지 다가 온 탓으로 자신이 직접 여러 관광지를 안내할순 없었다. 길버트가 한국인 안내인을 고용해 준다고 했다. 코넬리 코치와 부인, 유앙까지 소개를 하고는 3층으로 올라 갔다.
"저 방은 제방입니다. 다른 방들중에 아무것이나 사용하세요."
"대체 방이 몇개냐? 이런 집은 얼마나 하는거냐?"
"저도 몰라요. 에이전트인 길버트가 구입한것이니까요."
얼마인지는 알고 있지만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시즌에 대비한 훈련이 끝나면 외할머니가 관광하고 있는 곳으로 합류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
"우와아아아~!!"
2021년 8월 14일 토요일. 2021-2022 프리미어 시즌이 개막되었다. 맨유는 홈에서 스토크 시티 FC(Stoke City Football Club)와의 개막전이다. 스토크 시티는 잉글랜드 중서부에 위치한 산업 도시인 스토크 온 트랜트(Stoke-on-Trent)를 본거지로 하는 클럽으로 클럽 애칭은 더 포터스(The Potters.도기-陶器- 장인)다.
75800명을 수용할수 있는 올드 트래퍼드(Old Trafford) 맨유 홈 스타디움에는 발디딜 틈도 없이 꽉 메운 팬들로 인해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외할머니와 외사촌 형도 초대한 상태로 귀빈석에서 지켜 보고 있을 것이다.
전반전은 미드 필드로 출전하고 싶었지만 감독은 연습 시합때에도 한번도 미드 필드로는 출전시키지 않았다. 줄곳 골키퍼로만 출전시킨 탓으로 불만이 없지 않았지만 감독의 말에 따를수 밖에 없었다.
자신보다 유능한 미드 필드 선수가 즐비하기 때문에 맨유에 있는 한 출전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아직 제대로의 능력을 보여 주지 않은 탓이다. 골키퍼 포지션으로 펄펄 날고 있는 강우가 미드 필드에서도 날아 다닌다면 큰반향을 불러 일으킬것이다.
"시즌이 시작되었어. 모두 집중해. 이번 시즌 목표는 물론 우승이다. 우린 강하다. 충분히 우승컵을 들어 올릴수 있다. 가자!!"
센터백인 주장 존스가 모두를 둘러 보며 전의를 다졌다. 개막전 시합인 탓으로 모두 긴장된 표정들이었다. 맨유의 선축으로 시작된 전반전은 1-0으로 끝났다. 전반 11분 센터 서클 부근에서 일직선으로 패스된 볼을 잡은 포워드인 산체스가 잡아 디펜더를 따돌리고 골키퍼와 일대 일 상황에서 어렵지 않게 골을 넣은 것이다.
후반전은 중앙 볼 다툼에서 볼을 빼았아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외곽에 있는 마타에게 패스된 볼을 원 터치로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뛰어 드는 린가드에게 패스하고 린가드는 골 에어리어 왼쪽으로 뛰어 드는 산체스에게 크로스해 산체스는 헤딩으로 골인시켰다.
삐이이익!
2-0! 볼 점유율도 65% : 35%로 맨유가 줄곳 공격을 주도했다. 위험한 순간도 없는 압도적인 승리였지만 동료들은 결정적인 찬스를 두번이나 놓쳤었다. 강우는 전후반내내 심심했다. 스토크 시티의 슈팅이 적어 볼을 만질때는 백 패스로 밀어 준 볼이나 골 라인을 벗어난 볼을 차 주거나 던져 주었을뿐이다.
체스터 필드일때와는 달리 맨유는 강력한 압박 축구로 스토크 시티를 밀어 붙었다. 전후반 90분내내 필드를 종횡무진 뛰어 다녀야 하는 동료들의 체력적 부담은 장난이 아닐것이다. 그 덕분에 스토크 시티는 좀처럼 공격의 맥을 이어 갈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따분한 경기는 처음이었다. 체스터 필드에 있을땐 팀이 약한점도 있었지만 상대방의 많은 슈팅으로 인해 막아 내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스토크 시티가 강팀이 아닌 탓도 있었지만 다음 2라운드는 이런식으로 따분한 경기가 아니기를 바랄뿐이었다.
"어땠어요?"
"한국 축구와는 전혀 다르구나. 공수전환이 엄청나게 빨라 재밌었다."
외사촌 형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외할머니는 축구에 대해서 모르는 탓으로 지루했다는 표정이었다. 다음날은 외할머니와 외사촌 형이 한국으로 돌아 가는 날이다. 외식을 하며 한국 국가 대표가 된다는 말을 꺼냈다.
"정말이냐?"
"이미 결정한 상태입니다. 정식으로 발표가 되기전에는 어디서 말하면 않됩니다."
"알았다."
그날 저녁 외할머니 방을 찾아가 카드 한장을 건네 주었다. 무슨 카드인지 어리둥절하는 외할머니에게 집을 마련할 자금이라며 큰집을 구입하라고 했다.
"얼마나 들어 있길래 그렇게 큰집을 사라는 거냐?"
"한국에 가서 살펴 보세요."
다음날 공항까지 바래다 주며 다음달에 찾아 간다고 말해 주었다. 9월달에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이 한국의 홈 게임으로 예정되어 있어서다.
"항상 몸 조심하거라."
"예. 살펴 가세요. 형님! 외할머니를 부탁드릴께요."
"걱정마."
내일은 일본의 원장 선생님이 동생들을 데리고 오는 날이다. 이곳 공항으로 다시 마중을 와야 한다. 길버트의 차를 타고 돌아 가면서 유앙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으라고 말해 주었다.
"유앙하고요?"
"예. 유앙은 미래에 영국 국가 대표가 될겁니다. 코넬리 코치와 이야기를 해 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빼았기기전에 미리 에이전트 계약을 맺어 두는게 좋을 겁니다."
길버트는 유앙이 계속 자신과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는걸 모른다. 내공심법과 보법을 가르킨 덕으로 유앙의 실력은 일취월장한 상태다. 며칠후면 맨유의 유소년 클럽에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집으로 돌아 와 코넬리 코치와 당장 이야기를 하는 길버트였다.
"신야!"
다음날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자 입국 게이트를 빠져 나오던 아츠야가 기다리고 있던 자신을 발견하고는 급히 달려 왔다.
"천천히 와."
원장 선생님이 모두를 데리고 왔다. 처음으로 외국 여행을 하는 동생들이다. 길버트가 준비한 미니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우와! 이게 신야 집이야?"
"그래. 2층에는 코치 가족이 살고 3층은 내가 살고 있어."
거대한 저택을 보고는 모두가 놀란 표정들이다. 일층으로 들어 서자 코넬리 코치 부부가 일행을 맞이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3층으로 올라가 마음에 드는 방을 고르라고 했다. 초중고등학생인 탓으로 한사람이 한방을 사용하진 않고 몇명이 같이 사용하기로 했다.
"오늘은 푹 쉬세요."
"그래. 고맙구나."
다음날은 훈련이 있어 같이 행동하진 못한다. 훈련이 끝난후 합류하는 식으로 여러 곳을 돌아 다녔었다.
- 강우야! 이렇게 많은 돈을 줘도 되는거니?
"저 돈 많이 벌거든요. 집이나 알아 보세요."
한국으로 돌아간 외할머니가 카드를 확인하고 깜짝 놀라 전화를 걸어 왔다. 그 돈이면 서울에 제법 큰집을 마련할수 있을것이다. 8월 21일 프리미어 리그 2라운드 번리 FC(Burnley Football Club)와의 홈 게임이다.
번리는 잉글랜드 북서부 랭커셔(Lancashire)주에 있는 번리를 본거지로 하는 클럽으로 영국 왕실의 찰스 황태자가 번리 팬이라고 한다. 원장 선생님과 동생들까지 모두 초대했다. 2라운드도 골키퍼로 선발 출전한 강우였다.
시합은 3-0으로 맨유의 승리로 끝났다. 후반 13분에 역습에 의해 디펜더 진이 뚫린 적이 있었지만 번리의 12번 선수가 슈팅한 볼은 골대를 벗어나 버린 것외엔 큰위협적인 장면은 없었다.
코너킥땐 펀칭으로 볼을 튕겨내기도 하고 잡아 멀리 차 주기도 했다. 역시 프리미어 리그라고 해도 강팀을 만나지 않는다면 골키퍼의 위치는 지루했다. 이렇게 재미가 없는줄 알았다면 체스터 필드에 남아야 했다는 후회감도 없진 않았다. 맨유가 강한 탓이지만 재미있는 시합을 하고 싶은 강우였다.
"재밌었어?"
"응."
시합보다는 만원 관중들의 엄청난 응원과 열기에 압도 되었을것이다. 그날 저녁 원장 선생님을 조용히 만나 카드 한장을 내밀었다.
"이게 뭐니?"
"돈이 들어 있어요. 이 돈으로 새로운 아오마츠엔을 세우세요."
"지금있는 건물만으로도 충분하단다. 큰건물을 지은다고 해도 내 나이 때문에 많은 애들을 받아 들일순 없어. 이건 네가 알아서 쓰거라."
"음...그렇다면 동생들 대학을 보내 주고 생활비로 다달이 얼마씩 건네 주세요."
극구 사양하는 원장 선생님이었지만 동생들 학자금으로 사용하라고 하며 자신이 한국의 국가 대표가 된다고도 말해 주었다.
"그래서 혹시나 아오마츠엔에 무슨 피해가 있을지도 몰라요. 감시 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해 놓으세요."
"음, 알았다."
원장 선생님과 동생들을 공항까지 마중했다. 8월 28일 3라운드 에버턴 FC(Everton Football Club)과의 어웨이 시합이 끝난후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했다. 9월 2일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공항에 내리면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간단하게 인터뷰를 부탁드립니다."
처음으로 국가 대표에 참가하는 탓으로 한국 축구 협회에서 보내 온 직원을 따라 길버트와 함께 한국으로 이동했다. 맨유와의 계약에서 FIFA가 주관하는 대회외에는 국가 대표로 출전하는건 금지였다. 맨유 또한 올 시즌엔 유로파 리그나 챔피언스 리그엔 출전 자격이 없는 상태로 국내 대회인 FA 컵과 EFL 컵에만 출전하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다.
프리미어 선수들중에서도 월드컵 최종 예선에 참가하는 대표 선수들이 많은 탓으로 주전 멤버로 프리미어 정규 리그 시합에 임할수 있는 클럽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12시간에 걸친 긴 비행끝에 드디어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퍼스트 클래스였지만 피곤함이 몰려 왔다. 비행기안에서는 할일이 없어 명상만 했었다.
***
찰칵찰칵.
입국 게이트를 빠져 나오자 엄청난 후레쉬에 눈을 뜰수가 없었다. 기자들은 물론 한국팬들이 공항으로 몰려와 사진을 찍거나 환호하고 있었다.
"와아아아~!!! 우(Woo) 선수!"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환대를 받을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직 정식으로 대표팀 자격으로 뛴 적도 없음에도 벌써부터 이런식의 열정적인 환영에 기분이 묘했다. 팬들에게 한손을 들어 답례를 해 주자 자신의 이름을 연호했다.
"우(Woo)! 우!우!우!"
열광하는 팬들을 경비병들이 제지하며 공항 관계자들에 의해 기자 회견장으로 안내되었다. 큰홀에는 기자들이 빼곡히 메운 상태였다. 어림잡아 몇백명은 몰려 온듯했다.
찰칵찰칵!!!
회견장으로 들어 오면서 자리에 착석할때까지 카메라 후레쉬가 끊이질 않았다. 축협 관계자의 소개와 함께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우강우입니다. 한국 국가 대표에 참가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수 있게끔 노력하겠습니다."
- 작가의말
다음화에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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