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취업 비자(1)
91화.
크리스는 몇번을 더 찼다. 그럴때마다 브래드는 좌우로 미리 움직이고 있었다. 어떨때는 미리 움직인 탓으로 정중앙으로 날아 오는 볼까지 막을수도 없었다. 또한 중앙에서 움직이지 않은 탓으로 오른쪽으로 날아 가는 볼을 멍하니 지켜만 보기도 했다.
"이해가 되나?"
"아니요. 볼을 찬 방향을 보고 충분히 막을수 있는데 왜 미리 움직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음, 네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움직이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날아 오는 볼이 너무 빨라 방향을 보고 움직이면 볼은 이미 골문안으로 들어간 상태란다. 그래서 좌우 양쪽중 한방향을 예상해 미리 움직인거란다. 그렇게 움직여도 모두 다 막을순 없는 포지션이 골키퍼란다."
"......."
얀센 코치의 설명은 이해되었다. 모든 선수들이 자신처럼 내공을 보유하고 있는게 아니었다. 움직임이 느린탓으로 50%의 운에 맡기는 식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브래드는 날아 오는 볼을 모두 손을 뻗어 막을려고 했다. 두터운 장갑을 그래서 끼고 있는 것도 이해 되었다. 발로 막는게 아니라 손으로 막아야 했다. 손발 어느쪽이나 마음대로 막을수 있지만 보는 눈을 의식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다시 막아 보겠습니다."
"그래. 해 보거라. 그런데 계속 맨발인데 괜찮은거냐?"
"맨발이 편합니다."
스모 경기에 익숙한 탓이었다. 스모는 연습이나 경기때도 항상 맨발이다. 크리스 선수가 다시 볼을 세팅했지만 처음 그 자리였다. 브래드가 골키퍼를 할땐 앞쪽의 흰점 부분에 세팅했으면서도 자신때에는 뒤쪽에 볼을 놓은 것이다.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볼을 앞쪽에 세팅하세요."
크리스가 얀센 코치를 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코치를 보고 앞쪽으로 걸어 와 다시 세팅했다. 좀전과는 달리 볼이 굉장히 가까워 보였지만 전혀 문제없을것이다.
"잠깐만요."
옷을 훌러덩 벗어 던졌다. 달랑 팬티 한장 차림이었다. 갑자기 옷을 벗자 크리스나 얀센 코치는 물론 다른 선수들과 관중인 브랜든까지 놀란듯 소리쳤다.
"코리언! 뭘 하는거냐? 스트립 쇼라고 할 생각이냐?"
"옷이 더렵혀 질것같아서요."
비록 팬티 차림이지만 스모에 비하면 아무렇지도 않았다. 스모를 관 두고 단련을 계속 한탓으로 탄탄한 몸매였다.
"자아, 언제든지 오십시요."
크리스를 노려 보았다. 옷을 벗자 당황하고 있던 크리스가 정신을 차렸는지 골문을 노려 보며 달려 왔다.
타다닥.
펑!
팟.
골문 왼쪽 위쪽이다. 오른발을 강하게 박찼다. 모서리 위쪽 부분으로 떠 올라 오는 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볼이 날아 오는 쪽으로 이동해 몸을 도약해 발로 차 버려도 되었지만 골키퍼인 브래드가 한것처럼 몸을 날려 손으로 막을 생각이었다.
착!
왼손바닥 안으로 들어 온 볼을 잽싸게 감싸듯이 품속으로 끌어 들이며 바닥에 떨어졌다.
쿵.
"와아아! 최고다!!"
왼쪽 위쪽 모서리 부분으로 날아 온 볼이었다. 각도상으로 볼때 가장 어려운 지점이지만 경공을 펼치듯 땅을 박차자 순식간에 모서리 쪽으로 도달할수 있었다. 볼을 잡고 천천히 일어 나자 크리스는 믿기지 않는다는듯 굳어 있었다.
펑!
크리스는 다시 세번을 더 찼지만 모두 몸을 날려 잡아 채 버렸다. 골문 아래쪽 아슬아슬한 지점으로 바닥을 낮게 깔리며 날아 오는 볼도 점프해 잡아 버리고 골대를 빗나가고 있는 볼까지 잡아 버리는 만행을 저질러 버렸다.
어떤 볼이든 날아 오기만 하면 잡아 버리자 크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더이상 차지 않겠다는듯 포기 선언을 해 버렸다. 그러자 다른 선수가 앞으로 나섰지만 감독이 제지했다. 이미 어둑어둑한 상태다. 조명도 없어 그라운드 전체가 어둠에 물들기 시작했다.
"내일 다시 나올수 있나?"
"몇시에요?"
"오후 2시경에 이곳으로 나오너라."
"음, 알겠습니다."
주섬주섬 옷을 걸쳤다. 2시경이면 애매한 시간이다. 이곳으로 와서 보고 싶었던 관광지를 천천히 둘러 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야! 코리언! 한턱 낼테니까 같이 가자."
브랜든이 초청했다. 어차피 저녁 식사는 해야 했다. 브랜든 일행을 따라 갔다. 호텔과는 반대편으로 걸어 이동해 어느 술집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이미 해가 완전히 넘어 간 탓으로 가로등이 간간히 자리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다.
브랜든은 술집 주인으로 보이는 자와 친한듯 농담을 주고 받으며 술을 주문했다. 술이라고 해도 맥주였다. 신야 몸속으로 들어와 아직 한번도 술을 마시진 않았다. 작은 맥주병이 일행들의 손에 쥐어졌다. 이른 저녁임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모두 브랜드 일행을 잘 아는지 말을 걸어 오기도 했다.
"일단 한잔 하자. 코리언! 너도 마셔!"
챙!
병끼리 부딪혀 건배를 하고는 맥주를 들이켰다. 간만에 마셔 보는 술은 밍밍했다. 술이라기 보다는 물에 가까웠다. 중원에는 독한 술이 많다. 맥주와는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였다.
"이제야 좀 살겠다. 모두 들어 줘!"
갑자기 브랜든이 술집을 빙 둘러 보며 크게 소리쳤다. 무슨 일인지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오늘 우리 체스터 필드에 엄청난 천재가 등장했어. 여기 코리언을 소개할께."
브랜든의 말에 모두가 자신쪽을 바라 보았다. 브랜든이 눈짓으로 자기 소개를 하라고 종용했다. 어쩔수 없이 입을 열었다.
"우강우라고 합니다. 일본인과 한국인 사이의 하프입니다."
"응? 하프?"
"예. 아버지가 일본인이고 어머니가 한국인입니다. 지금은 영국에 관광하러 온 상태입니다."
"브랜든! 저 애가 무슨 천재라는 거냐?"
중년인의 말에 브랜든이 동료에게 손을 내밀어 뭔가를 달라고 했다. 스마트 폰을 받아 든 브랜든이 무언가를 조작해 앞쪽 높이 꺼내 들었다. 뭔지 모르는 아메미야는 앞쪽으로 한발을 뻗어 올려다 보았다.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동영상을 보기 위해 몰려 들었다.
"와아! 이제 진짜야?"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웅성거렸다. 언제 녹화를 한것인지 골키퍼를 하는 장면까지 담겨 있었다. 그때부터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한꺼번에 너도 나도 쏟아 내는 질문에 어떤 질문부터 해야 할지 갈팡질팡했다. 기자들에게 둘러 쌓인 인터뷰는 익숙한 상태지만 이건 완전히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했다.
"모두 조용히 해!"
브랜든이 일갈하자 술집이 조용해졌다. 제법 힘 께나 쓰는 브랜든같았다. 브랜든이 나서 질문 몇개만 받아 준다고 선언했다. 질문에 답하는 입장인 자신의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채 제멋대로 판단한것이다.
"나부터 하자. 어느 팀에서 축구를 했나?"
"축구는 이번이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처음이라고?"
웅성웅성.
믿기지 못하는지 또다시 술집 전체가 떠들썩해졌다. 이 술집엔 축구를 좋아 하는 사람들만 모인 것인지 모두가 빙 둘러 싼채였다.
"엄청난 천재다."
"괴물이야."
"외계에서 왔을지도 몰라."
저마다 한마디씩하며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많은 질문을 다시 받아야 했다.
"18세입니다."
"3일 후엔 미국으로 여행할 예정입니다."
"입단은...잘 모르겠습니다."
등등 질문에 일일히 답해 주었다. 체스터 필드 FC라는 축구 클럽은 영국 풋볼 리그 2에 속해 있었다. 풋볼 리그 2는 4부 리그에 해당되는 리그였다. 4부 리그가 어떤 위치인지 어렴풋이 숫자만으로 짐작되었다.
이 술집은 펍이란것도 알게 되었다. 체스터 필드 FC 팬들이 집결하는 펍이었다. 식사를 하러 따라 와 맥주 한병만 마신채 질문 공세에 시달린채 겨우 풀려 난 시간은 밤 열시가 넘어서였다. 호텔까지는 브랜든이 바라다 주었다.
"축구를 하고 싶으면 체스트 필드에서 해라. 난 이미 네 팬이야."
"......"
호텔쪽으로 같이 걸어 가며 술에 취한것인지 멀쩡한 것인지 모를 정도인 브랜든이 주절거렸다. 아직 축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골키퍼를 하며 조금 재미있다고는 생각했었다.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탓으로 호텔로 돌아 가면 축구에 대해 알아 볼 생각이다.
***
오후 2시경 잭 감독의 요청에 그라운드로 향했다. 어제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호텔방안에 틀어 박혀 축구에 대해서 검색만 했었다. 축구 경기 동영상은 물론 킥이나 골키퍼등 축구에 관한 여러 가지를 알아 보았다.
"왔냐?"
"예."
그라운드는 감독 한명만 있었다. 선수들이나 코치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라운드 옆의 큰건물쪽으로 감독을 따라갔다. 큰건물은 체스터 필드 FC가 시합하는 B2 넷 스타디움이라고 어제밤에 브랜든이 말해 주었었다. 스타디움안의 어떤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 간곳엔 중년인 두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친구가 한국에서 온 천재라네."
허버드와 넬슨이라는 중년인과 인사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허버드는 오너였고 넬슨은 스카우트 담당이라고 했다. 의자에 걸터 앉자 잭 감독이 여러 가지 질문을 해 왔다. 마치 무슨 면접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어제밤에 펍에서 질문 공세에 시달린 점을 생각하면 짜증이 났지만 팬들과는 다른 질문이었다.
"축구를 해 볼 생각이 있는건가?"
"예. 축구를 할 환경만 조성된다면 해 볼 생각입니다."
축구 동영상을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해 보기로 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골키퍼를 한다면 단한골도 내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축구 선수는 돈도 많이 번다는 것을 알게 된것이 결정적이었다. 돈은 많이 필요했다. 반드시 쓸곳이 있어서다.
"그럼 일본과 한국 어느 나라에서도 축구를 한적이 없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축구는 어제 처음 해 본것입니다."
"자네가 얼마나 축구를 잘 하는지는 모르지만 이곳 영국에서 축구를 할려면 취업 비자를 받아야만 축구 선수로 생활할수 있다네. 외국인인 자네는 비자 받기가 굉장히 어렵다네."
"알고 있습니다."
어제밤에 검색을 해서 알고 있었다,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에서 선수로 계약을 맺을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취업 비자다. EU 가맹국과 스위스 국적을 보유한 자를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은 6개월 이상 노동 목적으로 체제할시에는 반드시 취업 비자를 발급 받아야만 한다.
이 비자 발급 기준이 굉장히 까다로웠다. 비자 발급 심사에는 포인트 제도라는게 존재해 발급에 필요한 포인트를 획득할 필요가 있었다. 비자의 종류는 노동자의 속성에 따라 몇단계의 계층(Tier)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축구 선수로 영국에 체류할 경우는 제 2계층(Tier2) 또는 제 5계층(Tier5)의 비자 발급 신청을 할수 있다. 제 2계층 비자는 고용주가 영국내의 정주자중 특정 직종에 대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영국내 정주자외의 외부, 즉 타국에서 인재를 찾아 특정 직종에 종사케하는 비자다. 스포츠 관계자도 이에 해당된다.
제 2계층 비자 발급에 필요한 포인트는 50점이다. 신원 보증인에게 신원 보증 증서를 취득하면 50포인트를 받게 된다. 신원 보증 증서를 취득하기 위해 신원 보증인은 스포츠 운영 단체에서 신청자의 추천장을 획득해야 한다.
추천장 개요는
①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으로 인정 받은 일류 스포츠 선수및 코치일것.
②신청자를 고용함에 있어 영국내의 스포츠 발전에 현저히 공헌할것.
③비자 발급중 영국내에 거주할 의사가 있을것.
④신청자의 직무가 영국내 거주자가 할수 없는 일일것.
이 네개 항목에 부합되어야 한다.
축구 선수의 경우 이적이나 계약하는 클럽이 신원 보증인이 된다. 클럽은 소속된 리그에 따라 잉글랜드 축구 협회(The Football Association), 스코틀랜드 축구 협회(Scottish Football Association), 웨일즈 축구 협회(The Football Association of Wales), 북아일앤드 축구 협회(Irish Football Association)중 한곳에서 추천장을 받아야 한다.
축구 협회에서 추천장을 받을려면 신청한 지점에서 과거 2년간(21세 이하는 1년간) 선수가 소속된 축구 협회에서 개최한 다음의 ①②③④의 일련의 시합에 75%이상 출전한 자로 부상이나 출전 정지로 인한 경기는 제외한다.
①FIFA 월드컵 본대회.
②FIFA 월드컵 예선 대회.
③FIFA 컨페더레이션스컵(대륙별 챔피언 간 국제 축구 대회)
④각 대륙 선수권 본대회 및 예선대회 선수로 75%이상 출전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또한 신청 선수가 소속된 축구 협회가 신청 시점에서 과거 2년간 FIFA 랭킹 평균 50위 이내에 위치해야 한다. 한편, 자동적으로 추천장이 발급되는 기준도 존재한다.
위의 ④에 해당되는 사항으로 FIFA 랭킹에 따라 1~10위까지의 협회는 30%, 11~20위까지의 협회는 45%, 21~30위까지의 협회는 60%, 31~50위까지는 75% 이상 출전해야 한다. 또한, 신청자가 위의 모든 사항에 준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특별 추천장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 작가의말
영국에서 축구 선수로 활동하기 위한 비자 발급 규정은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특별 추천장 제도가 있습니다.
다음화 특별 추천장 제도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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