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특별 훈련(1)
59화.
선배들과 함께 TV앞에 모였다. 오늘은 4월달에 수록한 '궁극의 남자는 누구냐!? 최강 스포츠 남자 정상 결전!' 방송일이다. 선배들은 이미 자신이 종합 우승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카미상에게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를 선물했기 때문이다. 선물하지 않았더라도 고바야시상이 퍼뜨렸을것이다.
"와아! 엄청 빠르구나."
첫종목인 마운틴 플래그에서 경사진 언덕위를 달려 가는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스모 훈련중엔 빠르게 달리는건 없다. 가끔씩 조깅하는 수준으로 달리거나 아령을 가슴쪽으로 모아 들고 스리아시(すり足)로 이동하는 훈련을 할뿐이다. 선배들의 보는 눈이 달라졌다. 힘은 물론 속도 또한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을것이다.
"선배님들!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저하고 같이 훈련할까요?"
"....."
자신이 하는 훈련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탓으로 모두 꿀 먹은 벙어리 신세였다. 누구보다도 강해지고 싶어 하는 토라키오상이라면 찬동할줄 알았다. 이미 여러 가지를 배우고 실행하고 있는 중이지만 강해 지고 싶은 욕구는 끝이 없는 토라키오상이다. 5월 바쇼에서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쥬료로 올라 갔을테지만 이번엔 마쿠시타에서 몇 지위만 상승하게 될것이다.
"훗날 세키토리도 되지 못한채 은퇴할겁니까?"
"훈련은 자신의 몸에 맞게 해야 돼. 너처럼 훈련하면 오야카타도 몸 상한다며 말릴게 뻔해."
"토라키오상도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할께. 하면 되잖아."
스스로에게 화가 난듯 버럭 소리를 지른 토라키오상이었다. 외국인인 탓으로 역시 다른 선배들과는 전혀 다르다. 다음날부터 토라키오상과 특별 훈련이 시작되었다. 옥상에서 서로 대결하는 자세로 양주먹을 바닥에 댄채였다.
번쩍!
그 자세로 토라키오상의 눈을 노려 보며 살기를 쏘아 보냈다.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 보던 교쿠슈호(旭秀鵬)와 아라와시(荒鷲)처럼 토라키오상도 그런 눈빛으로 도효위로 올라 가기를 원해서였다.
전번에 살기를 발산하는 훈련을 해 조금 뿜어낼수 있게 되었지만 지속적인 훈련을 하지 않은 탓으로 지금은 살기를 발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토라키오상에게 여러 가지를 두서없이 알려준 탓이다. 한가지만이라도 중점적으로 완전히 제것으로 만든후 다른 것을 알려줄 생각이다.
"윽! 뭐, 뭐야?"
움찔한 토라키오상은 자세를 풀고는 팔뚝을 매만지고 있었다. 팔뚝에는 오돌오돌 닭살이 돋고 있었다.
"느겼죠?"
"네 눈에서 번쩍이는 그게 뭐지?"
"살기라는 거에요. 눈빛만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것이죠. 전번에 눈에 정신을 집중하고 상대방을 죽일듯이 노려 보라고 했었죠? 그런식으로 노려 보면 지금처럼 살기를 뿜어 낼수 있는거에요."
"그런 훈련을 했었지만 큰효과는 볼수 없었어."
스스로가 살기를 뿜어낼수 있다는 의식이 없는 탓이다. 토라키오상은 조금은 살기를 뿜어낼수 있었지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일년전 산속으로 갔을때 미친놈에게 습격 당했죠? 그때 그 중년인 눈빛은 어땠습니까?"
"후우...그때만 생각하면...죽는 줄만 알았다. 눈빛이 장난....아! 방금 네 눈빛 같았어."
"그것이 살기라는 겁니다. 그런 살기를 마음대로 뿜어 낼수 있다면 상대방은 고양이 앞의 쥐 신세로 주눅이 들어 몸이 굳어져 움직이지 못하게 될겁니다. 토라키오상은 살기를 뿜어 낼수 있는 훈련을 중점적으로 해야 합니다. 자아, 다시 해 보죠. 절 죽일듯이 노려 보세요."
다시 양주먹을 바닥에 대고 자세를 잡았다. 서로 죽일듯이 노려 보았다. 토라키오상을 향해 살짝 살기를 뿜어냈다.
"으음."
"마주 노려 보아야 합니다. 절대로 질수 없다는 강한 정신력으로 노려 보세요."
한시간동안이나 서로 노려 보기만 했다. 충혈된 눈을 비비며 껌뻑거리는 토라키오상은 이런식으로 훈련을 하면 살기를 뿜어 낼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시 한번 산속으로 들어가 생사의 고비를 넘길수 있다면 살기를 뿜어 낼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미친놈이 있는 산으로 갈까요?"
"뭐?"
부르르.
옛생각이 떠 올랐는지 잘게 떠는 토라키오상이었다.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설명해도 주저했다. 자칫하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신이 중년인으로 변신한것이라고는 말해 줄수 없어 답답했다.
"용기를 내십시요. 토라키오상은 지금 예전보다 힘은 물론 몸집도 더 큰 상태가 아닙니까? 지금이라면 미친놈쯤은 얼마든지 이길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전에 미친 놈을 잡는다면 신문에도 보도가 될것이고 뉴스에도 나갈겁니다. 토라키오상은 반드시 스모로 성공해서 불가리아에 계시는 부모님들을 기쁘게 해 드려야 하지 않습니까?"
"...제기랄! 간다 가! 이번에는 작살내 주겠다."
불가리아 이야기가 결정적이었다. 당장 오야타카에게 전번에 갔었던 료카미산(両神山)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미친 중년인이 있다는 그 산으로는 왜?"
"토라키오상을 훈련시킬려고요."
오야카타에게 어느 정도 설명을 해 주어야 납득할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크게 다친다면 오야카타나 토라키오상에게도 면목이 없어진다. 그렇다고 중년인이 자신이 변신한 모습이라고는 설명할수 없었다.
"선배들은 의지가 너무 부족합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면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게 될것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산속으로 데려 간것입니다. 이번에 토라키오상을 데리고 간다면 다음 바쇼땐 반드시 쥬료로 올라가게 될것입니다."
"절대로 다쳐선 않된다."
"걱정마십시요. 전번에도 다치진 않았습니다."
소뿔도 단김에 빼라는 듯 당장 출발했다. 가져 갈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도중에 생수병을 한개 구입하면 끝이다. 토라키오상은 아메미야가 미친 중년인이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않을것이다.
"조심하거라."
"걱정마십시요."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막상 료카미산에 도착하자 토라키오상은 긴장된듯 올라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이렇게 어두운데 올라 가야 하는거냐?"
"토라키오상! 간이 콩알만도 못하네요."
"뭐? 내 간은 너보다 더 커!"
성큼성큼.
화가 난듯 앞장서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적당한 공터를 찾아야 한다. 전번에 올라간 장소까지는 거리가 멀어 오늘 올라 가기엔 무리였다.
"저곳에서 야영하죠."
마른 나뭇 가지를 주워 와 불을 피웠다. 아직 어두워질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다.
"그럼 혼자서도 괜찮죠?"
"문제없어. 미친 놈이 온다면 박살내 주마."
자신 만만하는 말투지만 눈빛만은 흔들리고 있었다. 혼자 있는게 불안할것이다. 중년인은 언제 습격해 올지 모른다. 자신이 중년인으로 변장한 것이란걸 알게 되면 죽일려고 덤벼 들것이 분명했다.
"내일 아침에 올라 오겠습니다."
토라키오상은 혼자서 밤을 보내야 한다. 산 아래에는 오야카타가 기다리고 있다. 이곳으로 오면서 혼자서 밤을 보내며 두려움을 떨쳐 내라고 아메미야와 입을 맞춘 오야카타가 엄명을 내린 상태다.
산은 빠르게 내려 갔다. 토라키오상이 보이지 않은 곳까지 내려가 경공을 시전해 나무숲으로 들어 갔다. 오랜만에 시전하는 경공이다. 밤이 깊어 질때까지 알고 있는 무공을 잊지 않기 위해 시전하며 시간을 보냈다.
***
부스륵.
일부러 바닥의 나뭇가지를 밟아 소리를 냈다. 토라키오상은 모닥불 옆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큭큭큭큭!!"
쇠를 긁는 듯한 웃음을 터뜨리며 저벅저벅 다가 갔다. 토라키오상은 깜짝 놀라 깨어난 상태로 언제 준비했는지 나무 막대기를 집어 들고 일어선 상태였다.
"누, 누구냐?"
엉거주춤한 자세로 엉덩이를 뒤로 뺀채 언제든지 도주할수 있게끔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 전번에 호되게 당한 탓이다.
"네, 네놈은..."
"큭큭큭큭!!"
전번에 변장한 모습과 똑같은지는 모르지만 비슷한 모양으로 축골공과 천변만화공으로 체격과 얼굴을 변형시킨 상태다. 어두운 밤인 탓으로 대충 변형시켜도 모를것이다. 특히 머리카락은 발각되지 않게끔 상투를 흐트리고 스키아부라(すき油)의 냄새가 나지 않게끔 완전히 씻어 내렸다.
그래도 혹시나 냄새가 남아 있을 것을 우려해 풀을 비벼 덕지덕지 발라 놓았다. 복장 또한 팬티 한장만 입은 상태로 몸 곳곳에 동물을 잡은 피를 뿌려 놓았다. 누구든 아메미야의 모습을 본다면 흠칫할것이 분명했다.
모닥불 근처로 다가 가자 토라키오상은 막대기를 앞으로 내밀며 주춤주춤 물러 서고 있었다. 큰덩치임에도 얼굴엔 두려움이 물들어 있었다. 모닥불 옆에 놓여져 있는 마른 나뭇가지 한개를 주워 들었다.
팟!
말은 필요 없었다. 한걸음에 토라키오상 앞으로 이동해 나뭇가지를 내려 쳤다.
휘익!
퍽!
토라키오상도 나무 막대기를 내뻗었다. 서로 충돌한 나무 막대기는 터져 나가며 파편들이 비산했다.
"우웃!"
터져 나간 막대기를 버렸다. 토라키오상의 막대기도 절반이 부러져 나간 상태다. 주춤거리며 물러 나는 토라키오상을 향해 맨주먹으로 달려 갔다.
파팟!
"죽여! 새꺄!!"
부우웅.
토라키오상이 위쪽에서 내려 치는 나무 막대기가 바람을 가르며 떨어지고 있었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린 움직임이었다.
휘익!
내려친 막대기를 피하며 품속으로 파고든 아메미야는 가장 먼저 토라키오상의 오른 손목을 툭 쳤다. 나무 막대기를 떨어 뜨리기 위해서다.
"으윽!"
툭!
다음은 오른 손바닥으로 가슴을 툭 쳤다. 그러자 가볍게 쳤음에도 불구하고 토라키오상은 쿵쿵거리며 뒤로 물러 나고 있었다.
번쩍.
눈으로 내공을 보냈다. 새파란 빛이 번쩍거리자 토라키오상은 다시 뒤로 주춤거리며 물어나며 부르르 떨고 있었다. 눈에서 내공을 거두고 노려 보았다.
"누, 누군데 이런짓을 하는거냐?"
"크크크크크...."
저벅저벅.
대답은 필요없었다. 음침하게 웃으며 천천히 걸어 갔다. 한걸음 걸을때마다 토라키오상은 한걸음씩 뒤로 물러 나고 있었다.
턱!
하지만 몇걸음 옮기지도 못한채 뒤쪽의 나무에 등을 댈수 밖에 없었다. 모닥불에서 멀리 떨어지면 주변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달도 없는 밤인 탓으로 함부로 움직이면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
팟!
나무에 등을 대고 당황하는 토라키오상에게로 한달음에 달려 가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아앗!"
꽝!
깜짝 놀란 토라키오상이 옆으로 피하며 바닥을 굴렀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토라키오상의 얼굴을 칠수도 있었지만 그래선 않된다. 굵직한 나무를 정확히 치자 굉음이 들려 오며 나무는 부르르 떨었다. 즉시 굴러 피한 토라키오상의 가슴을 향해 발로 찍었다.
빙글.
쿵.
일부러 찍어 내리는 발을 조절해 피하자마자 바닥을 내려 찍어 내렸다. 바닥속으로 쑥 들어간 다리를 낑낑거리며 빼낼려고 했을때 토라키오상이 벌떡 일어나 기회를 잡았다는듯 주먹을 뻗어왔다.
스윽.
상체를 뒤로 숙여 피하자 이번엔 배쪽을 향해 왼주먹을 뻗어왔다. 아직도 바닥에 다리가 박혀 있는 탓으로 피할수 없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타탓!
왼손과 오른손으로 뻗어 오는 주먹을 쳐 내며 눈으로 내공을 보내 쏘아 보았다. 그러자 일순 주춤거리던 토라키오상은 다시 주먹을 얼굴쪽으로 뻗어 왔다.
휘익.
탁!
주먹을 쳐 냈다. 그러자 번갈아 가며 주먹을 뻗어왔다. 아무리 주먹을 뻗어 오더라도 소용없었다.
탁탁탁!!
연달아 주먹을 쳐 내자 이번에는 손바닥을 활짝 편채 후려 치듯이 얼굴쪽으로 날아 왔다.
부우웅.
탁!
날아 오는 손바닥의 손목을 쳐 냈다. 한대도 때릴수가 없자 화가 난듯한 표정의 토라키오상은 노려 보기 시작했다.
씨이익!
일부러 비웃어 주었다. 두주먹을 불끈 쥐며 당장이라도 달려 들것 같았지만 씩씩거리며 노려 보기만 했다.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이런걸 원했었다. 일부러 살기는 뿜어내진 않았다. 토라키오상의 눈에서 살기가 전혀 보이지 않자 이래선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판단했다.
쑤욱.
박힌 다리를 빼내고 주먹을 뻗었다. 지금까지 빠지지 않던 다리가 쑥 올라 오자 기겁한 토라키오상은 즉시 뒤로 물러났다.
휘익.
한발을 뻗으며 바람을 가르며 날아 가는 주먹이 아슬아슬하게 토라키오상의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타다닥.
모닥불이 있는 곳으로 달려 가는 토라키오상이다.
파팟.
"으악!!"
갑자기 달려 가던 전면에 불쑥 모습을 드러내자 기겁한 토라키오상이 뒤로 물러나며 다가 오지 못하게끔 주먹을 뻗었다.
척!
간단하게 주먹을 잡고는 비틀었다. 큰몸집이 살짝 공중으로 뜬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윽!"
바닥에 넘어진 토라키오상의 얼굴을 향해 발을 들어 찍어 내렸다. 질끈 눈을 감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토라키오상의 얼굴 옆에 발이 떨어지며 이번에도 땅속으로 푹 들어가 버렸다.
데구르.
빙글 한바퀴 몸을 구른 토라키오상은 벌떡 일어났다. 아메미야는 박힌 다리를 빼내는 시늉을 하며 빠지지 않는다는 듯 다리를 잡고 낑낑거렸다.
타다닥.
토라키오상이 공격할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도주를 한것이다. 모닥불에서 먼 깜깜한 등산로쪽으로 달려 가고 있었다.
쑥.
파팟.
절대로 도주할수 없다는 걸 알려 주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으악!"
다시 눈앞에 불쑥 등장하자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털썩 주저 앉은 토라키오상의 얼굴을 향해 발로 후려 차기를 시도했다.
부웅.
"헉!"
뒤쪽으로 완전히 누우며 발을 피한 토라키오상은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쿵쿵쿵!!!
- 작가의말
토라키오의 지옥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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