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우승해야 하는 이유(2)
29화.
의욕이 절로 넘쳤다. 우승을 할려고 마음 먹었었지만 더욱 우승이 간절해졌다. 방송은 빨리 나갈수록 나루토 베야에 도움이 될것이다.
"선배들도 모두 5월 바쇼엔 카치코시(勝ち越し)를 해야 합니다. 사토상과 토라키오상은 5승이상이면 한단계씩 승급할수 있죠? 저에게 따라 잡히기 전에 빨리 올라 가십시요. 그리고 고바야시상과 혼마상도 더욱 분발해야 합니다."
"나도 이기고 싶다. 근데 그게 맘대로 되냐?"
"그러니까 훈련을 해야죠."
"야! 너처럼 하루 종일 훈련만 하면 몸이 남아 남질 않아."
이런 저런 핑계만 늘어 놓는 고바야시상이었다.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 반드시 이겨 위로 승급하겠다는 간절함이 부족했다. 그런 탓으로 토라키오상에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다른 선배들에겐 별로였다.
토라키오상은 다른 선배들과는 의욕 자체가 남달랐다. 외국인인 탓으로 반드시 성공해서 고향인 불가리아의 부모들이 편하게 살게끔 도와 준다는 의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어서다. 일본으로 스모를 하기 위해 온 외국인 스모토리들은 모두 그런 생각으로 무장되어있다.
특히 몽골 출신 스모토리들은 그런 의식이 강하다. 현재의 요코즈나(横綱) 세명중 두명이 몽골인이다. 원래는 네명의 요코즈나(横綱)중 세명이 몽골인이었지만 한명은 폭력 문제로 스스로 은퇴했다.
몽골인들끼리의 회식 자리에서 요코즈나(横綱)를 대하는 태도가 건방지다며 다른 요코즈나가 쥬료(十両)에 속해있는 후배에게 폭력을 휘두른것이다. 몽골인들은 선후배 의식이 강하다고 한다. 술자리에서 주먹질을 하는건 흔하다고 들었다.
"고바야시상! 스모로 성공하고 싶다면 자나깨나 훈련뿐입니다."
"....."
***
"자아, 한명씩 5월 바쇼에 임하는 포부를 말해 봐."
오야카타가 스마트 폰을 들고 트위터에 올리는 영상을 찍고 있었다. 본 경기전에는 매번하는 행사다. 오야카타는 트위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후원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고바야시상, 사토상, 혼마상은 카치코시(勝ち越し)를 할수 있게끔 노력한다고 말했다. 토라키오상은 마쿠시타(幕下)로 올라 갈수 있도록 5승 이상이 목표라며 했다.
"다음은 아메미야군 차례다."
"전 죠노쿠치(序ノ口) 전승 우승이 목표입니다."
"할수 있지?"
"물론입니다. 지켜 봐 주십시요."
우승 선언에 오야카타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기대하는 눈치였다. 오야카타와 아오키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고 다짐하며 더욱 훈련에 박차를 가했다.
***
또각또각.
5월 바쇼 이틀째 마와시(まわし)가 들어 있는 보따리를 들고 경기가 열리는 료고쿠 고쿠기칸(両国 国技館)으로 걸어 갔다. 나무로 되어 있는 슬러퍼 모양의 게타(下駄)가 보도 블럭에 부딪혀 또각거리는 음률이 일정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 스모 선수로 데뷔하는 것이다. 마에즈모(前相撲)는 스모 경기라고는 볼수도 없다. 전시합에 패하더라도 승패에 상관없이 모두 죠노쿠치(序ノ口)로 승급할수 있기 때문이다. 죠노쿠치부터는 성적에 따라 지위가 변동된다. 우승을 한다면 한단계위인 죠니단(序二段)으로 승급할수 있는 길이 열린다.
우승을 하더라도 6승 1패나 7승 전승으로 우승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만약 동률 승수를 기록한 선수가 있다면 우승 결정전을 치룬다. 죠노쿠치 우승 상금은 10만엔이다. 또한 출전 수당이라는 명목으로 7만엔을 받을수 있다.
스모 세계의 월급은 복잡하다. 시합에서 이기면 이길수록 눈덩이처럼 월급이 불어 나는 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 월급은 쥬료(十両)이상의 세키토리(関取)들만 받을수 있지만 리키시(力士) 양성원이라고 불리우는 마쿠시타(幕下)이하 리키시들도 받을수 있는 제도가 있다. 마쿠시타(幕下) 지위 이하 장려금이라는 제도다. 마쿠시타(幕下), 산단메(三段目), 죠니단(序二段)의 지위에 따라 1승을 할때마다 받을수 있는 돈이 달라진다.
죠니단(序二段) 이하인 죠니단(序二段)과 죠노쿠치(序ノ口)는 1승에 1500엔을 받는다. 총 7시합중 네번을 이기면 카치코시(勝ち越し)가 된다. 만약 6승 1패로 모든 시합을 끝냈다면 총 여섯번을 이겼으므로 6 X 1500엔 = 9000엔을 받는다.
또한 카치코시(勝ち越し) 1승당 3500엔을 받을수 있어 6승 1패라면 5승의 카치코시(勝ち越し)로 5 X 3500엔 = 17500엔을 받는다. 이긴 승리를 카치보시(勝ち星)라고 부르며 카치코시 승수를 카치코시 보시(勝ち越し星)라고 부른다.
출전 수당 7만엔, 카치보시(勝ち星) 6승으로 9000엔, 카치코시 보시(勝ち越し星) 수당으로 17500엔을 합쳐 총 96500엔(약97만원)을 받을수 있게 된다. 반대로 2승 5패로 마케코시(負け越し)를 했을땐 2승의 카치보시(勝ち星)에 해당되는 3000엔과 출전 수당 7만엔만 받을수 있다.
또한 장려금이라는 제도와는 달리 포상금 제도라는게 존재한다. 쥬료(十両)이상의 세키토리(関取)들만 받을수 있는 특별한 제도다. 마쿠시타(幕下) 이하 리키시들은 총 일곱번의 시합을 한다.
4승을 하면 카치코시(勝ち越し)로 4승 3패로 경기를 끝냈다고 가정하면 패한 수보다 이긴 승수가 1승 더 많은 상태가 된다. 그 1승에 50전(錢.)을 부과한다. 7승 전승이면 350전(錢)이 된다. 즉, 3엔 50전(약35원)이다.
이런식으로 이긴 승수 한개당 50전씩 가산되어 세키토리(関取)라고 불리우는 쥬료(十両)로 승격하면 본경기가 열리는 바쇼(場所)때마다 가산된 점수에 4천배를 곱한 돈을 받을수 있다.
또한 마쿠우치(幕内)에 소속된 상태로 우승한다면 120엔이 가산되며 전승 우승이었다면 또다시 50엔이 가산된다. 특별히 마쿠우치(幕内)에 속한 세키토리(関取)가 요코즈나(横綱)를 상대로 승리한다면 10엔이 가산되어 가산점을 모두 합친것에 4천배를 곱해 쥬료이상의 지위에 있는 한 일년에 여섯번 있는 바쇼때마다 돈을 받을수 있다.
돈을 벌고 싶다면 세키토리가 되라는 뜻으로 이런 제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선 가장 밑바닥인 죠노쿠치(序ノ口) 지위때부터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 올려야 한다. 그렇더라도 아무리 승수를 많이 쌓아 올린다고 해도 쥬료(十両)로 올라가지 못한다면 포상금은 한푼도 받을수 없다.
"잘 해야 한다."
"걱정 마시고 뽀대나게 찍어 주십시요."
아오키상과 헤어져 안으로 들어 갔다. 아오키상은 관중석에서 촬영할것이다. 5월 바쇼가 열리는 료고쿠 고쿠기칸(両国 国技館)은 나투로 베야에서 멀지 않은곳에 위치한다.
"오~스!"
안으로 들어 가며 만나는 일반 관객을 제외한 스모 관계자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 3월에 입문한 동기들은 모두 이번 5월 바쇼 12일째에 스모 교습소에 들어 가야 한다. 스모에 관한 모든것을 배우는 학교나 마찮가지다.
대기실로 들어 가자 죠노쿠치(序ノ口) 지위에 있는 스모토리들로 북적거렸다. 모두가 같이 입문한 동기들은 아니다. 죠니단(序二段)에서 아래쪽인 죠노쿠치로 강등된 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몸집으로 어느 정도 알수 있었다. 신입 초짜들과는 달리 배가 불룩하고 배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근육이 붙어 있는 몸매였다.
"어?"
이곳 동(東) 대기실에 있는 자들중에 마에즈모(前相撲)를 할때 자신이 도효 밖으로 날려 버린 동기를 발견했다. 기본적으로 스모 시합은 동서(東西)로 인원을 나누어 서로 대결하는 방식이다. 동쪽에 속해 있는 스모토리들이 서쪽보다 강한 자들이 배정된다. 그렇다고 해도 동쪽이 월등하게 강한건 아니다. 지위에 따라 배정되기 때문이다. 스모 순위, 즉 지위는 바쇼가 끝나면 항상 변동된다.
"오~스(お~す.안녕)!"
"응? 아! 오~스!!"
"그땐 미안했다. 부상은 다 나은거냐?"
"그래.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시합에선 다칠수도 있는거야."
상대방은 그렇게 맘에 두지 않은것 같았지만 눈은 활활 타 오르고 있었다. 다음에 대결할땐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이번 5월 바쇼에는 같은 동쪽에 소속되어 있어 서로 대결하진 않는다. 대결하게 된다면 우승을 다투는 위치가 되어야 한다.
"난 나루토 베야(鳴戸部屋) 소속인 나루토류(鳴戸龍)라고 한다."
"난 사도가타케 베야(佐渡ヶ嶽部屋) 소속인 고토츠카미야(琴塚宮)라고 한다."
사도가타케 베야라면 나루토 오야카타(鳴戸親方)가 속해 있었던 스모 베야다. 같은 파벌에 속한 곳으로 엄연히 말하면 남이 아니다. 같은 일문 소속이다. 스모 베야는 여러 파벌로 나누어져 있다. 자신이 속한 파벌에서 스모 협회 이사를 배출하기 위해 담합을 한다고 들었다.
"잘 해 보자."
"그래!"
악수를 청하고 마와시(まわし.샅바) 착용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아메미야는 대기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고토츠카미야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서로의 스모 베야 이야기였다.
고토츠카미야가 먼저 시합장으로 이동했다. 자신보다 지위가 낮아 먼저 나간것이다. 아메미야는 죠노쿠치(序ノ口) 동(東) 21마이메(枚目)의 지위다. 4승만 올리더라도 한단계위인 죠니단(序二段)으로 승급할수 있는 위치다.
마에즈모때 일찍 2승을 한 보람이 있었다. 잠시후 돌아온 고토츠카미야는 밝은 얼굴이었다. 승리를 한것이 틀림없었다. 몸집이 큰탓으로 아직 몸이 완성되지 않은 동기라면 충분히 이길수 있을것이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보였다.
"축하한다."
"고맙다. 너도 이겨라."
"그래. 이길꺼다."
자신의 차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미리 도효쪽으로 이동해 앉아 있어야 한다. 통로를 따라 걸어가 도효 앞에 선채 가볍게 고개를 숙인후 도효 아래쪽 심판이 있는곳 옆에 앉았다. 세키토리들이라면 전용 방석에 앉았을것이지만 그런 방석은 지금은 기대할수도 없다.
도효위에선 시합이 펼쳐지고 있었지만 마에즈모때와 비슷한 스모로 움직임이 어슬펐다. 동기들은 스모 선수로써의 데뷔 경기다. 긴장하지 않을수가 없다. 마에즈모때는 전패를 하더라도 자동적으로 한단계 위쪽인 죠노쿠치(序ノ口)로 승급할수 있지만 지금부터는 아니다. 카치코시(勝ち越し)를 하지 않으면 계속 죠노쿠치에 남아 있어야 한다.
"히가시가타(東方) 나루토류(鳴戸龍) 도쿄토 스미다쿠 슛신(東京都墨田区出身) 나루토 베야(鳴戸部屋)!"
드디어 차례가 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도효위로 올라가자 장내 아나운서인 요비다시(呼出)상이 자신의 이름과 출신 지역, 소속 스모 베야를 소개했다. 시키리센(仕切り線.자세를 취하는 선) 앞에 선채 오른손을 어깨 높이보다 조금 높게 들어 쭉 뻗고 내려 오른쪽 다리를 옆으로 번쩍 들고 반대편 왼손을 뻗은후 왼쪽 다리를 들어 바닥을 찍는 식으로 시코(四股)를 밟았다.
마에즈모때엔 시코를 밟지 않았지만 죠노쿠치때부터는 이런식으로 반드시 시코를 밟아야 한다는 규칙이다.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시키리센 뒤쪽에 양주먹을 댄체 상대를 살짝 노려 본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칸데스(時間です)!"
도효위의 심판인 교지(行司)상이 시간이 다 되었다고 알려 주었다. 지위에 따라 스모 경기는 시합 준비 제한 시간이 모두 다르다. 마쿠시타(幕下) 이하 지위는 2분, 쥬료(十両)는 3분, 마쿠우치(幕内)는 4분이다.
제한 시간안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규칙이다. 특별하게 준비라고 할것은 없다. 상대방을 노려 보며 전의를 다지는것뿐이다. 장내 아나운서의 선수 소개가 끝나면 도효 아래쪽의 심판들이 시간을 측정한다.
시간이 다 되었다는걸 도효 위의 심판인 교지(行司)상에게 알려 주어 교지상이 제한 시간이 다 되었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때에는 양주먹을 바닥에 댄채 그냥 일어서면 않된다. 이것을 시키리나오시(仕切り直し)라고 하는 행동이다.
제한 시간내라면 몇번이라도 시키리나오시를 해도 되지만 제한 시간이 다 된 상태에서 양주먹을 댄채 그냥 일어나면 이미 경기가 시작되었다고 판단해 상대방이 공격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제한 시간 이내라고 해도 대치하는 둘의 호흡이 맞아 떨어지면 경기가 시작될수도 있다. 둘의 호흡이 맞다는 것은 서로의 싸울 의지가 합치했다는 뜻이다. 양주먹을 시키리센 뒤에 대고 뒤쪽 발꿈치를 들어 올려 상체를 앞쪽으로 숙인채 자세를 잡았다.
상대방은 배가 불룩하게 튀어 나오고 근육도 제법으로 보였다. 이번에 입문한 동기는 아니었다.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몰라 내공을 운기하며 대비한채 상대방이 왼주먹을 바닥에 대고 일어 서기를 기다렸다.
스윽!
상대방이 왼주먹을 바닥에 슬쩍 대고 일어 서는 것과 동시에 왼손을 앞으로 뻗으며 오른 손바닥이 자신의 얼굴쪽으로 날아 왔다. 하리테(張り手)라는 뺨을 후려치는 스모 기술중의 하나였다.
하리테에 당하면 체중이 가벼운 자는 몸이 붕 뜰수도 있다. 하리테를 시전하는 쪽은 허리쪽에 빈틈이 생겨 버려 상대 선수가 품속으로 파고 들어 마와시를 잡힐수도 있지만 상대방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작전으로 주로 사용한다.
하리테에 제대로 당한 선수는 큰충격을 받는다. 실제로 기절한 자도 있을 정도다. 자신의 몸집이 크지 않은 탓으로 하리테로 기선 제압을 할 생각인것 같았다. 상대방이 자신을 얕보고 하리테 작전으로 나온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아메미야다. 우승해야 오야카타나 오카미상의 밝은 얼굴을 볼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아무리 자신보다 몸집이 크다고 해도 내공이 있는한 절대로 질리가 없다. 막강한 힘을 보여 주었다.
탁!
쩡!
"큭!"
- 작가의말
내공을 보유한 선수가 스모 경기를 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다음화에 기대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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