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입문
11화.
오야카타가 먼저 양주먹을 바닥에 대었다. 스모토리마다 손을 바닥에 대는 방식은 다르다. 처음부터 꽉 쥔 양주먹을 바닥에 대고 있는 선수가 있는 반편 대부분은 한쪽 주먹만 바닥에 대고 상대방이 바닥에 댄 주먹외에 다른 주먹을 슬쩍 바닥에 대는 것과 동시에 자신도 다른 주먹을 바닥에 대고 일어 서며 부딪혀 가는 방식을 취한다.
완전 생초보인 자신을 배려 한것인지 오야카타는 처음부터 양주먹을 바닥에 대었다. 아메미야는 왼주먹만 바닥에 대었다. 이런 상태에서 오른 주먹을 바닥에 슬쩍 대면 오야카타가 몸을 일으키며 양손을 뻗어 오거나 머리를 내밀어 충돌을 시도할것이다. 자신이 다치지 않게끔 머리부터 내밀어 오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언제든지 오너라."
정식으로 스모 경기 자세를 취한 오야카타는 자신 만만한 표정이었다. 자신이 다른 주먹을 바닥에 대는 것과 동시에 공격해 올것이다.
스윽.
슬쩍 바닥에 오른 주먹을 대며 일어서며 부딪혀 갔다. 오야카타도 동시에 구부린 몸을 일으키며 양손을 활짝 편채 동시에 뻗어 왔다. 육중한 트럭이 돌진해 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내공이 있다면 이대로 부딪혀도 되지만 지금은 체격 차이가 많이 나는 탓으로 정면으로 부딪히면 튕겨져 나갈것이다.
스르륵.
앞으로 슬쩍 손을 뻗는 척하며 보법을 사용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것과 동시에 오야카타의 오른손목을 잡아 당겼다. 앞쪽으로 몸이 기운 상태인 오야카타는 잡아 당겨진 손목으로 인해 몸을 가누지 못한채 양손을 바닥에 댈수 밖에 없었다. 손바닥을 대지 않았다면 앞쪽으로 나뒹굴었을것이다. 이화접목(移花接木)의 원리를 이용해 오야카타의 힘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탁탁.
손바닥에 묻은 흙을 털며 일어난 오야카타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음, 생각보다 엄청나게 빠르구나."
"전력으로 움직인것도 아닌데요."
"뭐? 더 빠르게 움직일수 있단 말이냐?"
"아직은 아니지만 수련을 더 쌓으면 얼마든지 움직일수 있습니다."
자신이 죽은 동굴안의 품속에 있는 천왕단이 온전하게 있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온전하다면 단전을 만들어 순식간에 반갑자에 해당되는 내공을 보유할수 있을 것이다. 천왕단이 없어도 올해 안으로 단전을 만들순 있지만 내공은 좁쌀만한 크기에 불과하게 될것이다. 어쩔수 없이 내공을 키우기 위해 산을 돌아 다니며 약초를 캐 영약을 만들어야 한다.
"좀전에 한 그 수련만으로 빠르게 움직일수 있다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른 수련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음, 넌 그런 수련법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냐?"
"어릴적에 아버지에게 배운겁니다."
중원에 있을때를 말한 것이다. 인터넷을 보고 배웠다고 하면 오야카타가 인터넷을 살펴 볼것이 틀림없었다. 오야카타는 교통 사고로 죽은 신야의 아버지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걸 제자들에게 가르켜 줄순 없는거냐?"
"따라 할수만 있다면 가르킬수 있습니다."
오야카타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침에 찾아 오라고 하며 나루토 오야카타는 먼저 돌아 갔다. 공원에 남은 아메미야는 공원 구석으로 가서 마보를 시전하고 눈을 감았다.
***
"왔냐? 여기 앉거라."
나루토 베야로 들어 서자 오야카타가 반갑게 맞이해 주며 마루 옆자리를 권했다. 오야카타의 제자들인 오쇼잔과 혼마, 토라키오, 스미다가와는 땀과 흙범벅이 되어 스모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네가 말한 거래는 받아 들이겠다. 일년동안은 네가 하는대로 지켜만 보겠다. 대신 일년안에 성과를 보이지 않으면 군말없이 지시하는대로 따라야 한다."
"물론입니다."
"좋아. 넌 내년부터 정식으로 입문을 하게 될꺼다. 방학 기간중엔 매일 찾아와서 훈련을 하는게 좋을꺼다. 처음으로 마와시(まわし.샅바)를 착용하면 굉장한 불편함을 느끼게 될꺼야. 꽉 조이는 허리와 엉덩이 사이가 껄끄러워 움직임이 둔해져. 하루라도 빨리 익숙해 지기 위해서라도 마와시를 착용하고 훈련을 하는게 좋을꺼다."
"방학때에 이주일 정도 따로 할일이 있거든요. 볼일을 본 후에 훈련을 하도록 하죠."
방학을 이용해 중국에 다녀 와야 한다. 이주일도 짧을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될지는 중국 현지로 가 봐야 알것이다.
"그럼 볼일을 끝내면 곧바로 와야 한다."
"알겠습니다."
훈련 장면을 지켜 보며 앞으로 어떤식으로 수련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튼튼한 하체를 만드는 일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모든 힘은 하체에서 시작된다. 무공이나 스모나 똑 같았다.
땅에 뿌리를 내리듯 굳건한 하체로 중심을 유지해 상대방의 움직임에 따라 어떤 기술을 발휘할지 순식간에 판단해야 한다. 스모토리들은 대결에 앞서 어떤 기술을 시전할지 미리 생각하고 도효위로 올라 간다고 했다.
스모 기술은 일반적인 기술 82수(手)와 비기(非技)로 분류되는 기술 5수(手)가 존재한다. 기술이라기 보다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 승리했느냐를 판단하는 승부를 결정지은 기술명이라고 말할수 있다.
킨지테(禁じ手.반칙)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떤식으로 승리하던 상관없는게 스모 경기다. 상대방의 마게(髷.상투)를 잡아 당기거나 눈이나 명치등 급소를 찌르는 행위, 주먹으로 때리는 행위, 양쪽 귀를 동시에 양 손바닥으로 치는 행위, 목을 잡는 행위, 가슴이나 배를 걷어 차는 행위, 한개나 두개의 손가락을 꺾는 행위, 허리쪽이 아닌 엉덩이 부분의 마와시를 잡아 당기는 행위등이 존재한다.
이런 반칙 행위는 실제 경기에서는 거의 볼수 없다. 치열한 공방속에 어쩔수 없이 상투에 손이 가는 일은 간혹있지만 그외의 반칙 행위는 실제 경기에선 찾아 볼수도 없다.
스모토리들의 경기는 맨발로 도효로 올라가 서로 마주 보며 양무릎을 구부려 양변기에 앉은 자세처럼 쭈그리고 앉아 양주먹을 바닥에 대거나 한쪽 주먹만 바닥에 댄채 다른 주먹이나 손을 살짝 바닥에 대고 일어나며 서로 충돌하는 식이다.
이것을 타치아이(立ち合い)라고 한다. 대결하는 둘의 호흡이 맞아 떨어져야 경기가 시작된다. 두명이 동시에 양주먹이나 손이 바닥에 닿아 동시에 일어나 머리나 어깨끼리 부딪히거나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고 변화를 주어 상대방 옆으로 피하며 허점을 찌르기도 한다.
이곳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양말이라는 것에 신발을 신고 생활한다. 맨발로 돌아 다니는 사람은 여름철외에는 찾아 볼수가 없다. 신발이라는 것 때문에 발바닥이 모두 부드럽다. 아메미야 또한 마찮가지다. 맨발로 경기를 하는 스모토리들은 발바닥에 굳은 살이 박혀 맨발로 돌아 다녀도 아프진 않을 것이다. 발바닥에 굳은 살이 박히게끔 수련할 필요가 있었다.
"헉헉헉!"
거친 숨소리를 뿜어 내며 오야카타에게 오늘 훈련은 끝났다고 보고를 하는 오쇼잔이었다. 오야카타도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아메미야를 정식으로 소개하겠다. 우리 일문(一門)에 입문하기로 결정되었다."
"와아!!"
짝짝짝!
네명 모두 환호를 지르며 박수까지 쳤다. 특히 스미다가와가 가장 좋아 하고 있었다. 막내 신세를 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꾸벅.
"아메미야 신야입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잘 왔다. 잘 해 보자."
모두가 축하해 주며 훈련으로 지친 몸에 활기가 돌고 있었다. 아메미야의 입문 소식이 무엇보다도 청량제가 된것 같았다. 환한 표정으로 두명이 목욕을 하러 가고 두명은 주방으로 가서 짱코를 만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예. 노력하겠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완성된 짱코로 식사를 같이 했다. 철저한 계급 사회인 스모 베야에선 엄격한 식사 규칙이 존재한다. 오야카타가 먼저 식사를 하고 상위 반츠케(番付.순위)순부터 식사를 하는게 일반적이다.
가장 최하위 직위에 있는 자는 짱코에 고기는 커녕 국물밖에 남지 않아 국물만으로 식사를 하는건 흔한 일이라고 알고 있었다. 이곳 나루토 베야(鳴戸部屋)는 올해 4월달에 설립된 신생 클럽으로 소속 스모토리들도 모두 최하위직인 죠노쿠치(序の口)에 소속되어 있다. 7월달에 데뷔한 스미다가와도 이제 죠노쿠치로 올라간다.
다른 클럽이었다면 죠노쿠치라고 해도 그들끼리 직위에 따라 식사 순번도 다르다. 모든게 직위에 따라 받는 대우와 대접이 확연히 다른 세상으로 대접을 받고 싶으면 상위 직위로 올라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오야카타가 다른 클럽의 오야카타와는 달리 외국인인 탓으로 그런 대접은 하지 않는다. 모두를 공평하게 대우해 준다. 식사도 모두 함께하는 식이다. 아직 쥬료(十両)이상의 스모토리가 없는 탓으로 하루라도 빨리 제자들이 쥬료로 올라 가길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스모 베야가 성장하기 위해선 쥬료 리키시(十両力士)를이상의 스모토리를 배출해야 한다.
쥬료 이상의 스모토리가 있는 클럽엔 후원자들이나 여러가지를 지원해 주는 일반인들이 줄을 선다. 스모토리들이 먹는 식사량은 장난이 아니다. 식비만으로도 많은 돈이 들어 간다.
이곳은 신생 클럽인 탓으로 아직 후원해 주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오야카타가 모아 놓은 돈을 쪼개 충당하고 있을것이 틀림없었다. 쥬료 이상의 스모토리를 배출하면 반드시 오야카타와 함께 기자들 앞에서 출세 인터뷰를 한다.
TV의 뉴스에 방송되는 일로 세간에 자신의 스모베야가 크게 알려 지는 것이다. 저절로 후원자들이 몰려 들어 스모 베야의 재정 상황이 펴지게 된다. 식사를 끝낸후 아니데시(兄弟子.사형)들은 이층으로 올라갔다.
중원이라면 네명은 자신의 사형들에 해당된다. 고된 훈련으로 지친 몸을 쉬게 해 주고 배안에 쑤셔 넣은 막대한 양의 음식물을 소화시켜 몸집을 불려야 하기 때문이다. 낮잠을 청하는 시간대로 더이상 이곳에 있어 봐야 할일이 없는 아메미야는 오야카타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 갈려고 했다.
"이걸 받아라."
흰봉투 한개를 내민 오야카타였다. 무엇인지 곧바로 알아 차렸다. 스카우트 비용인것이다. 이렇게 빨리 건네 줄지는 몰랐다.
"감사합니다."
"볼일이 끝나면 찾아 오너라. 그리고 원장 선생님껜 전번에 말해 둔적이 있어 네가 이곳에 입문한다고 해도 반대하진 않을 것이다."
원장 선생님과는 이미 이야기가 끝난것 같았다. 어차피 아오마츠엔(青松園)은 고등 학교를 졸업하면 나가야 한다. 자신은 중학교만 졸업하고 나가게 될것이지만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
"그렇게 된것입니다."
"그래. 네가 선택한 일이다. 반드시 성공해 이곳에 남아 있는 애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렴."
아오마츠엔으로 돌아 와 원장 선생님께 나루토 베야에 정식으로 입문한다고 알려 주었다. 중학교 졸업전인 3학기가 되면 학교는 가지 않고 나루토 베야에서 생활하게 될것이다.
3학기는 대부분 1월 10일전후부터 시작되어 3월말까지다. 4월달에 신입생이 입학하고 기존의 학생들은 한학년 위로 올라가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다. 3학년생들의 졸업식은 대부분 3월 중순경이다.
1월초부터 3월까지의 3학기는 진로가 확정된 3학년은 학교에 가더라도 공부를 대충한다. 출석 일수를 채우기 위해 학교에 갈뿐 수업도 프린트 물로 대충 때우는 식의 수업이 진행된다.
굳이 학교로 가지 않아도 졸업장을 받을수 있지만 고등 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 중에 추천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은 3학기때의 기말 테스트 성적이 입학하는 고등 학교로 보내 지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신경 쓰진 않는다.
기말 테스트를 망치더라도 이미 입학이 확정된 상태로 취소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특별한 진로를 택한 3학년은 학교를 가지 않는다. 자신처럼 스모 베야에 입문 예정인 자는 학교에서도 특별 대우를 해 주어 등교하지 않더라도 대외 봉사 활동으로 인정해 특별 출석으로 출석 일수를 채워 주기 때문이다.
소, 중학교는 굳이 출석 일수를 채우지 않아도 모두 졸업할수 있다. 퇴학을 당하지만 않는다면 학교에 전혀 가지 않아도 졸업장을 받을수 있다. 하지만 고등 학교는 유년(留年) 제도가 있어 출석 일수를 채워야 한다. 소, 중학교는 그런 유년 제도는 없다. 소, 중학교때에도 특별히 유년을 하고 싶은 자는 해도 되지만 학교에도 가지 않는 학생이 굳이 스스로 유년을 택하는 학생도 없는 실정이다.
"원장 선생님! 이주일정도 해외 여행을 할 생각입니다."
"네가 여권을 만들때부터 어딜 갈려는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딜 갈려는 거니?"
여권을 만들려면 법정 대리인인 원장 선생님의 사인이 필요했다. 만드는 이유를 대충 어슬픈 변명으로 넘겨 버렸지만 이미 원장 선생님은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이요."
"중국엔 왜?"
"......."
"말 못할 사정이 있는것 같구나."
자신의 시체를 찾으러 간다는 말은 할수 없었다. 변명거리를 찾지 못한채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중학생 혼자서 중국으로 갈려는 것을 우려하는 원장 선생님이었지만 반대는 하지 않았다. 이전과는 달리 스스로 뭔가를 할려는 의지를 높게 평가해 준것이다.
"여행 자금은 있는거니?"
"예. 나루토 오야카타가 도움을 주셨거든요."
"그렇니? 언제 출발할꺼니?"
"비행기 표 예약이 끝나면 곧바로 갈려고요."
- 작가의말
일본의 학교는 3학기제입니다. 1학기가 4~8월, 2학기가 9~12월. 3학기가 1~3월까지입니다. 신학기는 4월달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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