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즈. 15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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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런, 핏빛 장미 미네르바 폰 발렌슈타인 경께서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오시다니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 말에 다가와 멈춰선 미네르바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루퍼드 혹시 상한 버터라도 먹었나? 젊은 넘버즈들끼리 편하게 지내자고 제안한 건 제일 어린 너였던 것 같은데?”
그 말에 피식 웃은 건 로렌스였다.
그를 보고 미네르바가 신기하다는 눈을 크게 떴다.
“오~ 로렌스가 투구를 벗고 있다니. 얼굴을 보는 건 오랜만인 것 같네?”
“잘생기지도 않은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좀 있어서 말이지.”
그 말에 미네르바가 손을 내저었다.
“음. 난 아니니까 다시 가려도 좋아.”
“자주 보여주는 얼굴은 아니니까 많이 봐둬라. 그런데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온 거지?”
로렌스의 말에 미네르바가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말했다.
“너희 둘을 찾아다녔는데 동선이 같아서.”
“우릴 찾았다?”
“어. 내가 임무를 맡아 나간 동안 너희도 따로 나갔다 왔다고 들었다. 둘이 잡아온 이들도 살펴봤고.”
“그래서?”
“내 임무는 너무 쉬웠거든. 기분 나쁠 정도로 말이다. 너희는 어땠는지 궁금해서.”
“약간의 반항은 있었지만, 우리도 어렵진 않았다.”
“따로 조사해서 나간 거라 들었는데 이번 일과 관계는 있는 건가?”
“있으니 잡아왔지. 하지만 우리도 기분이 썩 좋진 않아.”
“이유는?”
“꼭 누군가가 먹이를 던져준 기분이 들어서.”
“음.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게 없다던데 따로 심문이라도 한 건가?”
로렌스 대신 루퍼드가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신분 패와 기록들을 살펴보면 어느 한 나라가 나오거든. 심문하는 이들도 그쪽으로 가닥을 잡고 추궁 중이고.”
“혹시 루퍼드 네가 말하는 그 나라가 페슈미안 공국인가?”
루퍼드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심문관들이 너무 그쪽으로 밀어붙이는 게 좀 불만스럽기는 한데, 재밌는 건 내가 데려온 이들. 그들 중에도 페슈미안 공국 사람들이 꽤 있어.”
미네르바의 말에 루퍼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가?”
“어. 우연치곤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할 말이 있다면 돌리지 말고 그냥 해도 돼.”
루퍼드의 말에 미네르바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좋아. 수도방화사건 때 잡아들인 이들. 그들에겐 얻은 게 별로 없어. 그런데 이번에 너희가 나갔다가 오면서 페슈미안 공국이 튀어나왔지. 내가 왕명을 받고 다녀온 곳에서도 나왔고. 너희가 나보다 빨랐어. 그 순서가 어떻게 됐든 간에 갑자기 페슈미안 공국 사람들이 관련 된 걸로 결과가 나오는 게 너무 이상해. 그래서 말인데 혹시 지금 상황을 너희 둘이 만든 건가?”
루퍼드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대답이 나오자마자 미네르바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목에 닿을 듯 말 듯 멈춰진 검.
“다시 한 번 묻지. 지금 상황 너희가 만든 건가?”
“처음엔 대답을 잘못한 것 같군. 우리가 만든 상황은 아니다. 묵인하고 지켜보고 있기는 하지만.”
미네르바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장난하자는 건가?”
“그렇진 않아. 대화를 계속하고 싶다면 이 검 좀 치워주지 않겠나?”
손가락으로 검을 밀어내는 루퍼드를 노려보던 미네르바가 로렌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치 너희 둘이 알아서 하라는 듯 그냥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는 그를 보며 투덜거리듯 말했다.
“마음에 안 드는 녀석들.”
그러면서 검을 거둬 검집에 넣었다.
그걸 본 로렌스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네르바. 의심하는 건 이해하겠는데 상대가 넘버즈 둘이다. 네가 아무리 뛰어나도 둘을 상대론 무리다. 확실히 제압할 준비도 없이 추궁하다니. 자신감이 지나치다.”
“그저 의심만으로 어떻게 병력을 동원하나? 그렇다는 대답이 나올 줄도 몰랐고. 네 말대로 둘을 상대로 이길 자신은 없지만, 몸을 뺄 자신은 있으니까. 그보다 루퍼드. 빨리 해명하는 게 좋을 거야.”
“무슨 얘기부터 시작해야 할까?”
태연하게 묻는 루퍼드를 노려보며 미네르바가 말했다.
“수도방화사건이 빠르게 진압된 건 검둥이와 흰둥이가 적절한 때에 도착했기 때문이지. 그 둘과 기사단을 타그로스 산맥에 불러들이지 않고 수도 근방에 배치한 건 루퍼드 너니까. 그리고 이번에 비밀스럽게 나가서 의심되는 자들을 잡아온 것도 좀 이상하거든. 그전부터 쭉 붙어 다니던 것도 좀 그렇고.”
루퍼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굳이 변명하자면 수도가 너무 텅 비는 것 같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둘을 남겨놨을 뿐이다. 필요에 따라 산맥으로 언제든 불러들일 수 있었고, 그들의 존재 여부를 떠나 산맥을 다 봉쇄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비밀스럽게 움직인 건 확인된 정보가 아니라 첩보였기 때문이다. 뭐 결론적으론 그게 그거겠지만.”
“그게 다인가?”
“몇 마디 말로 의심이 지워지진 않을 테고, 계속 의심된다면 날 감시하거나 조사를 해도 좋아. 솔직히 로렌스와 나도 서로를 믿기 힘든 상황이어서 많은 얘기를 나눠야 했지. 결론만 말하자면 서로를 믿고 사건을 파헤쳐보기로 했다. 미네르바 네게 하나만 묻지. 네 말대로 우리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답을 찾을 수 있겠나?”
“음···.”
“십여 년 동안 꼬리도 잡기 힘들던 자들이 갑자기 큰 사건을 일으켰고, 네 말대로 그날 잡아들인 자들 입에서 나온 것은 별로 없어. 너나 우리나 다른 루트를 통해 알아낸 걸 가지고 일을 진행했다. 물론 그걸 알아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로 인해 나온 결과가 한 곳을 지명하고 있다. 이렇게 빨리 밝혀낼 줄은 몰랐는데 너무 허무할 정도지. 그게 수상하지 않나? 그래서 너도 우리를 의심하는 것이겠지만.”
미네르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는 건 정작 우리는 서로를 의심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이들은 우리가 가져온 결과를 믿을 거란 말이다. 원인과 과정보다는 결과를 따질 테니까.”
“자백만으로 결론을 내기엔 무리가 있지.”
미네르바의 말에 루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그래서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 조사단이 파견됐다. 나와 로렌스가 잡아온 이들의 행적을 역으로 추적하면서 뭔가를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미네르바 네가 다녀온 곳에도 파견됐지.”
“그래서?”
“조사단이 귀족기사단과 관련된 문서 한 장만 찾아들고 오면 상황이 어떻게 될까? 자백이 먼저냐 증거가 먼저냐의 차이일 뿐이라 생각한다.”
“증거를 조작할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리는군.”
“상황을 이렇게 만든 자가 증거라고 못 만들겠나?”
“그렇긴 하지.”
“미네르바. 우리도 너와 같은 의심을 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면서도 상황을 지켜보는 건 이 상황을 만들고 조종하는 자를 찾기 위함이다.”
루퍼드의 말에 미네르바가 둘을 번갈아 봤다.
“그러니까 너희 둘은 알면서도 지켜보고 있다? 이 상황을 만들고 조종하는 자를 찾기 위해서란 이유로 협력하는 중이고. 맞나?”
다시 확인하듯 묻는 미네르바를 보고 루퍼드와 로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을 본 미네르바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인상을 찡그린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하아. 미치겠군. 아 머리 아파.”
짜증이 난다는 듯이 투덜거리는 미네르바를 보고 루퍼드가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군. 같이 머리를 맞댈 이가 한 명 늘어나서.”
그 말에 미네르바가 인상을 팍 썼다.
“뭐가 다행이라는 거지? 그렇게 둘이 붙어 다니면서 뭔가 쑥덕거렸으면 뭘 알아내기라도 했어야지. 결국, 너희도 의심만 하고 아는 게 없다는 말이잖아.”
루퍼드가 미소를 띠고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좋게 생각하자고. 어차피 네겐 협력을 구하려 했는데, 그전에 찾아와줘서 고마울 정도지. 의문을 품은 건 우리만이 아닐 거다. 결과가 확실하게 나오면 의문을 품는 이들은 더 늘어나겠지. 그들을 모아 추적하다 보면 결국엔 찾고자 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뜻은 좋다만 난 그런 추상적인 말에 동조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계획이 있다면 말을 해봐.”
“계획이라. 아직까진 이렇다 할 게 없으니 활동영역만 나누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왕성 밖을 맡도록 하지. 왕성 내부 인물에 대한 조사는 너희 둘이 하고.”
“그게 다야?”
“그럼 뭘 어떻게 하라고 일일이 지시를 내려주길 바라나? 내가?”
“뭐 그렇진 않지만.”
루퍼드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따로 생각한 부분은 있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왕성 내부에서도 미네르바 네가 살펴줘야 할 곳이 있어. 아니 네가 아니면 우리는 힘든 곳.”
“말해 봐.”
“왕비님과 공주님들 주변. 그리고 칼랜베르크의 공주. 그쪽은 아무래도 우리에겐 껄끄러우니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가 개입돼 있을 거란 생각은 했어. 하지만 칼랜베르크의 공주까지 용의 선상에 놓은 건가?”
“우리는 국왕께 충성의 서약을 한 기사. 그 외에는 모두 의심해 봐야겠지. 거기엔 왕족은 물론 우리들의 가문도 포함된다. 그리고 칼랜베르크의 공주는 몰라도 그 수행원 중엔 오랜 세월 왕성에 머문 이들이 많아.”
“그건 그렇군. 뭐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그런데 나중에라도 네 가문이 개입돼 있다면 어쩔 생각이지?”
“말했지 않나. 난 왕께 충성을 서약한 기사다. 나의 가문이 관련 돼 있다고 해서 흔들리거나 은폐할 생각은 없다. 그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생긴다면 그 역시 법에 따를 거다. 너도 같은 대답을 할 거로 생각한다만.”
루퍼드의 말에 미네르바는 고개를 끄덕이며 로렌스를 쳐다봤다.
그녀의 시선을 받은 로렌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장담하지만 우리 가문은 아니다. 만약 나중에라도 내 가문이 관련 돼 있다면 스스로 눈을 뽑도록 하지.”
미네르바가 피식 웃었다.
“보통은 목을 걸지 않나?”
“내가 좀 특별하거든. 그리고 어차피 가문이 관련 돼 있으면 목은 알아서 베어줄 텐데 굳이 걸 필요도 없지. 그보다 따로 조사할 생각인가?”
로렌스의 물음에 미네르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다시 파볼 생각이다. 슈발리에에서 자체 조사에 나섰고 국왕께서도 승낙하셨거든. 산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마법사는 흔한 존재가 아니니까 뭔가 나오겠지.”
“마탑에서 조사했지만 이렇다 할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슈발리에 자체조사로 뭘 얻을 수나 있겠나?”
미네르바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슈발리에에 대단한 마법사가 한 분 계시지.”
“누구? 기억이 잘 안 나는군.”
“슐레만 폰 그레고리라는 이름을 못 들어 봤나?”
잠시 생각하던 로렌스가 피식 웃었다.
“오 년 전에 마탑주였던 분이군. 일 년도 안 되서 귀찮다고 사임하고 물러난. 그냥 은퇴한 줄 알았는데 그 괴팍한 노인이 슈발리에에 계셨나?”
“교수로 계시지. 그리고 젊고 유능한 마법사도 합류할 예정이고. 무능한 마탑보단 나을 거라고 본다.”
“하긴.”
방화사건 때문에 산맥에서의 일이 묻혔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마탑의 무능함을 왕이 직접 질타했을 정도다.
그리고 마탑 또한 의심의 대상.
“간 김에 그도 만나고 올 생각인가?”
로렌스의 물음에 미네르바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
“그?”
“네 마음을 훔쳐간··· 음 말이 헛나왔다. 소문이 워낙 과장돼서 말이지. 아무튼, 같이 춤춘 그를 말하는 거다.”
로렌스의 말에 미네르바가 인상을 썼다.
“춤 한번 췄다고 별소리가 다 나오는군.”
“오 누가 미네르바의 마음을 훔친 거지? 나도 도전해보지 못했는데?”
루퍼드의 말에 로렌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도전하지 마라. 상대가 너무 벅차다.”
“그 정도인가?”
“다른 걸 떠나서 너나 내가 죽어도 이길 수 없는 게 있거든.”
“죽어도 이길 수 없는 거라. 뭔지 궁금하군.”
“나이가 어려.”
“흐음. 나이라. 나도 나이로 따지면 미네르바보다 어린데?”
“너보다도 훨씬 어리다. 슈발리에 신입생 중 눈에 띄던 그다.”
로렌스의 말에 루퍼드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그렇다면 포기해야겠군.”
둘의 대화를 들으며 인상을 박박 쓰고 있던 미네르바가 검에 손을 올렸다.
“오늘 장미 몇 송이 새겨줄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로렌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투구를 썼다.
“난 이만 일 하러 가마. 나중에 또 얘기하지.”
“앉아 아직 해야 할 얘기가 많으니까. 농담은 받아 줄 테니까 너희가 아는 걸 더 말해줘.”
미네르바의 말에 일어섰던 로렌스가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이렇게 된 거 검둥이도 부르지. 내가 데려올 테니 얘기들 나누고 있어.”
“흰둥이는?”
“제외다.”
짧게 말하고 자신을 지나쳐가는 로렌스를 보며 미네르바가 웃었다.
“그건 아주 마음에 드네.”
“이쪽이다 길리안.”
손을 흔드는 카미르를 보고 길리안은 말에서 내려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깝다고도 할 수 없는 사이. 아무리 같은 학부에서 기사 수업을 받는다지만 귀족에게는 깍듯하게 말을 높이고 있었다.
단 신분을 망각할 정도로 편하게 대하는 케빈은 제외. 솔직히 케빈과 편하게 지내는 것도 그가 적극적인 것도 있지만 그렉의 영향이 컸다.
카미르도 편하게 대하라고는 하는데 케빈이 특별한 경우지 그게 말처럼 쉽게 되는 게 아니다.
“길리안 생도 어디 싸우러 가나요?”
엔젤의 물음에 길리안이 웃으며 답했다.
“고향에서 산에 갈 때 늘 이렇게 다녔습니다.”
“고향에 있는 산이 엄청나게 무서운 곳이었나 보군요. 오늘의 목적은 조사라고 분명 말했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엔젤을 보고 길리안은 자신의 몸을 살폈다.
‘이게 이상한가?’
6자루의 검을 등 뒤에 메고 있었다.
가죽세공 인에게 말해 다시 만든 것으로 6자루의 검을 비켜서 꽂고 그걸 메고 줄만 줄이면 불편하지도 않았다.
거기에 양쪽 허벅지와 종아리 쪽에 꽂혀 있는 단검들까지.
딱 봐도 그냥 산에 가는 것치곤 과한 무장이었다.
지금 있는 곳은 일전에 산행 시험을 치렀던 타그로스 산맥.
이곳에 온 목적은 내년에 있을 시험을 치를 정도가 되는지 현장을 조사한다는 것이 이유인데 꼭 그렇게만 보이진 않았다.
그보다 이 조사에 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렇지 않아도 조용해지면 한번 가볼 생각이었는데, 눈치 안 보고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왕실 기사단에서 참관인이 나오면 바로 출발할 거예요.”
엔젤의 말에 대답하고 산을 올려다봤다.
며칠 동안 계속된 산불 때문에 온전한 것은 하나도 없었고, 검은 재로 뒤덮인 휑한 모습.
산을 쳐다보던 길리안이 말발굽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말에 탄 이들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미네르바 경?’
솔직히 그녀가 올 줄은 몰랐기에 조금 놀라기는 했다.
그러다 그녀와 춤을 출 때 했던 말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정말 큰맘 먹고 한 농담이었는데 뭐 사실이긴 했다. 그 한마디 하고서 부끄러워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춤에만 열중했지만.
춤을 추고 난 후에 미네르바가 별말 없이 휑하니 가버려서 화가 난 거라고 생각했다. 괜한 말을 해서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었다.
‘사과해야 하나? 그냥 모른 척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는 동안 미네르바가 도착했다.
“어서 오세요. 미네르바 경.”
웃으며 말하는 엔젤을 보며 말에서 내린 미네르바도 웃으며 말했다.
“편하게.”
“네 언니.”
“어서 오십시오. 미네르바 경. 슈발리에의 기사생도 카미르 폰 그라프라고 합니다.”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하는 카미르를 본 미네르바가 어색하게 웃으며 엔젤을 바라봤다.
“평 귀족 생도이니 편하게 대해주세요. 유능한 생도라 이번 조사에 참여시켰어요.”
그녀의 말에 카미르에게 시선을 돌리며 씨익 웃었다.
“편하게 대하란 말이지?”
“네 편하게 자연스럽게.”
엘젤의 말에 미네르바가 고개를 저으며 주변을 둘러 보다가 길리안을 봤다.
“길리안 까지? 엔젤 무슨 생각이니?”
“길리안은 믿을 만한 생도니까요. 산도 잘 알고 이번 조사에 도움이 될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카미르 쪽으로 눈짓했다.
그걸 본 미네르바가 고개를 저었다.
카미르의 정체가 왕자라는 건 알고 있었고, 그걸 생각하면 대충 상황을 알 수가 있었으니까.
“엔젤 너 요즘 힘들게 사는구나?”
“네. 요즘 주름살이 느는 것 같아요.”
엔젤의 어깨를 토닥여 준 미네르바가 입을 열었다.
“출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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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후우~ 현장조사 한번 시키기 힘드네요.
토요일부터 휴가입니다. 토, 일, 월, 화. 무슨 휴가가 이래 ㅠㅜ
휴가 지는 방콕!
해외? 아니죠. 제방입니다.ㅠㅜ 연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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