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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大遠) 님의 서재입니다.

넘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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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大遠)
작품등록일 :
2014.06.0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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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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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8.0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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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넘버즈. 13장(4)

DUMMY

윌리엄이 손을 들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걸 본 길리안이 널브러져 끙끙대고 있는 페릴을 힐끔 보곤 난감한 표정으로 형에게 다가갔다.

“이 녀석 잘 지내고 있다더니 싸움질이나 하고. 이게 잘 지내는 거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

“저 녀석이 뭐라고 그랬는데?”

“언제부터 와있었어?”

“한참 됐다.”

“혹시 집에 무슨 일 있어?”

“자꾸 말 돌리지?”

형의 말에 길리안이 낮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입에 담기 힘든 모욕을 당했어.”

“그랬구나. 그런데 길리안 지금 그걸 아는 건 너뿐이다.”

“무슨 말이야?”

“널 잘 아는 나는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그냥 보이는 대로만 생각하면 단지 수련하는데 말 좀 걸었다고 네가 화를 낸 것으로 보인다. 아마 여기 있는 이들 중 대부분이 그렇게 봤을 거다”

형의 말에 주변을 둘러본 길리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거 신경 안 써.”

“신경 써야 할 거다. 저런 얄팍한 속임수에 또 당하고 싶지 않다면.”

“음···”

“너 스스로 떳떳하고 당당하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잘잘못을 따져도 저 녀석보단 네가 불리해. 특히 주목을 받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네 행동 하나하나가 널 평가하는 기준도 되겠지만, 너와 관계된 이들에게도 영향이 미치니까.”

“언제는 다신 기어오르지 못하게 밟아버리라며···”

길리안의 말에 윌리엄이 피식 웃었다.

“녀석아 때와 장소는 가려야지.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 곳이 이곳이다. 상대가 도발하는 대로 넘어가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놀아나는 꼴밖에는 안 돼. 형이 그렇게 말해줬는데 벌써 까먹은 거냐?”

“알아. 아는데 참을 수가 없었어.”

윌리엄이 웃으며 길리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녀석 다 큰 줄 알았는데 한참 멀었구나. 그런데 저 녀석 귀족은 아니겠지?”

“무슨 기사가문이래.”

그 말에 윌리엄이 피식 웃었다.

기사가문이라고 해봐야 저놈은 평민.

그의 신분은 평민이지만 아버지는 기사일 테고 오랜 세월 기사의 신분을 대물림하듯 이어온 실력이라면 귀족 가의 가신일 것이다.

결국엔 아버지와 그가 섬기는 귀족 가를 믿고 나댄다는 말.

자신도 아카데미에 다닐 때 귀족 같지 않은 귀족들 보다 저런 부류가 더 싫었었다.

가문이 어떻고 명예가 어떻고 떠들면서 겉멋만 잔뜩 들어서, 귀족도 아니고 기사도 아닌 것이 마치 뭐라도 되는 양 나대는 꼴이란.

그래도 자신이 아카데미에 다닐 때는 그런 녀석들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는데, 올라와 동기 몇을 만나고 말을 들어보니 요즘 아카데미에 다니는 생도들이나 막 졸업한 이들은 아주 가관이라고 했다.

재미있는 건 지금 40줄이 넘은 기사들도 자신의 세대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평화의 시대가 지속됐고 기사의 수는 많아졌다. 싸워야 하는 자들의 검은 무뎌졌고 전장보단 파티장이 익숙한 것이 요즘의 기사들이다.

큰 전쟁도 아니고 국경에서의 전투 한 번에 왼팔을 잃고 다리에 큰 부상을 당했다. 몸에 입은 상처도 컸지만, 정신적인 충격이 더 컸고 거기서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동기들은 물론 40줄이 넘은 기사들도 큰 전투 한 번 못 치러본 이들이 태반. 과연 그들이 그리고 지금 아카데미에서 교육받는 예비 기사들이 전장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힘들 것이다.

결투와 전투는 다르다.

마상 창 시합처럼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닌, 전투가 벌어진 순간에는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우는 것이니까.

같은 길을 가는 동생을 뜯어말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다른 말은 잘 듣는 녀석이 그 뜻은 죽어도 굽히지 않는다는 게 문제.

기사의 길을 고집하는 이유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그나마 자신보다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갖춘 것이 위안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만큼 돋보일 테고 그만큼 관심과 시기를 받을 걸 예상했었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입이 아프도록 주의할만한 것을 말해줬었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고 어지간한 것은 잘 참아 넘기는 걸 알기에 큰 걱정은 안 했는데, 오늘 보니 아직 어리긴 했다.

“기사가 되겠다는 자들이 주먹질이라니.”

교관 몇을 대동하고 나타난 총 교관 마르스의 말이었다.

그를 보고 윌리엄이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응? 자네는··· 윌리엄?”

“네. 기억하시는군요.”

“기억하다마다. 몇 년 만에 보니 반갑군.”

기억에 남는 졸업생이기도 했지만, 최근 길리안 때문에 다시 떠올리기도 했었으니까.

마르스가 윌리엄의 헐렁한 왼팔을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봤다. 기사에겐 사형선고와도 같은 부상.

“왔으면 바로 들르지. 설마 안 보고 가려고 했는가?”

“그럴 리가요. 동생을 보고 뵈러 가려 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녀석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말게. 그보다···”

부축을 받으며 다가온 페릴과 길리안을 번갈아 본 마르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얼굴만 봐도 결과는 알 수가 있었다.

이건 싸운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때리고 맞은 거였다.

“문제가 있다면 교관의 참관하에 결투를 해도 되고 그전에 말로 하면 될 것을. 생도들끼리 주먹 다툼이라니. 너희가 저 시장통의 천한 싸움꾼이냐? 이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으냐?”

“죄송합니다.”

길리안은 고개를 숙였고 페릴도 퉁퉁 부은 얼굴로 뭐라 웅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너는 가을이면 졸업할 상급생이 갑옷까지 입고 여기서 뭘 하는 게냐? 그리고 길리안 넌 상급생을 저렇게···”

마르스의 잔소리가 쏟아졌다.

윌리엄은 옆에서 그걸 들으면 미소를 지었다.

저 때가 좋은 것이다.

졸업하고 기사가 되고 나서는 저렇게 말해주는 이도 없고, 아카데미에 다닐 때가 그나마 제일 재미있고 걱정이 없는 시기니까.

물론 그때는 몰랐다.

낳아주신 어머니는 아니지만, 진짜 어머니처럼 대했고 사랑도 많이 받았다. 어머니는 너무 어릴 때 돌아가셔서 두 번째 어머니가 더 엄마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래서 아카데미 생활 내내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밀어내려고 미친 듯이 검만 휘둘렀다.

동생은 그러지 않길 바랐지만 아마 힘들 것이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윌리엄은 길리안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형 어디가?”

“잔말 말고 따라와.”

뒤도 안 돌아보고 말하며 걸음을 옮기는 형을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헐렁한 왼팔과 바르게 걸으려 노력하지만 절룩이는 걸음걸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저렇게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손으로 꼽히는 멋진 기사가 됐을 거란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안 따라오지?”

“가.”

그렇게 말하며 뛰어서 형의 옆에 붙었다.

“어디 가는데?”

“와보면 안다.”

그러곤 아카데미의 정문을 지나 계속 걸었다.

“여기는···”

바로 자신의 집 앞.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아 말없이 형의 눈치만 봤다.

그런 길리안을 보고 윌리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이런 얘길 남한테 들어야겠니?”

형의 말에 길리안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말하려고 했는데···”

“말하려던 놈이 편지를 그따위로 써서 보내? 수도에 도착했어요. 별일 없습니다. 건강하세요. 세 줄이 뭐냐 세 줄이. 그다음 편지도 그렇고··· 아버지가 보고 웃으시더라.”

“어? 웃으셨어?”

“아버지 웃기려고 일부러 그랬다고 하지 마라. 어이가 없어서 웃으신 거겠지. 네 걱정 많이 하시고 편지도 많이 기다리시니까 다음부턴 좀 성의 있게 써서 보내라.”

“응. 근데 그게 왠지 좀 어색해서···”

멋쩍게 웃는 길리안을 보고 윌리엄이 한숨을 내쉬었다.

길리안이 이렇게 된 건 따지고 보면 자신의 잘못이 제일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깊은 상처가 돼서 후버가의 남자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농사일에 매달린 아버지, 검에 매달린 동생들을 두고 자신은 아카데미를 다녔다. 그리고 기사가 됐고 부상을 당해 집에 돌아갈 때까지 일 년에 며칠 다녀가는 것을 빼면 신경 쓰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사로서의 인생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기에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을 돌보기도 바빴다.

남자 넷이 모여 식사를 해도 대화 한 마디 없는 날이 많았다. 같은 상처를 안고서도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어 주지 못하고 각자 해결하기 바빴다.

주변에서 신경 써줘서 필요한 건 배우고 익혔지만, 솔직히 검을 쓰거나 전투에 관한 것을 빼면 다른 건 보통사람보다 부족한 것도 많았다.

특히 감정표현이나 속에 있는 말을 하는 게 서툴다.

올라오기 전에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래도 장남에겐 속마음을 털어놓으셔서 자신도 느끼고 깨달은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아버지가 그런 얘기를 꺼냈을 때 자신도 어색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묻어둘 수는 없는 일.

잘못된 것을 알았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하니까.

“안 들어 갈 거냐?”

“어 들어가야지.”



“오호 꽤 좋은데.”

저택을 둘러보고 형이 한 말에 길리안이 멋쩍게 웃다가 말했다.

“그런데 왜 올라왔는지 말 안 해줄 거야?”

“네 녀석 때문에 올라왔지.”

“나? 왜?”

“아버지께서 자작부인께 인사를 드리는 게 예의 아니냐고 하셔서. 직접 올라오시려고 했는데 바쁠 때잖아.”

“그랬구나. 벌써 만나 뵌 거야?”

“그래. 예전에 얘기도 많이 들었고 멀리서 몇 번 봤었지. 대화를 나눈 건 처음인데 좋은 분이시더라. 널 많이 위하시더구나.”

“그건 그렇지. 그런데 아버지가 그렇게 쉽게 허락하실 줄은 몰랐어.”

“뭐 후견인?”

“응.”

“영주님께서도 추천하시고 내가 말씀도 드렸고, 무엇보다 기왕 네가 선택하고 가는 길이니까 잘 되길 바라시는 거지. 그게 부모 마음이란 거다. 아버지가 표현을 못 하셔서 그렇지 누구보다 네 걱정을 많이 하고 널 사랑하신다.”

“음··· 알아.”

“음은 뭐냐?”

형의 말에 길리안이 어색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좀 어색해서.”

“뭐 사랑한단 말이?”

“하하, 그것 때문인가?”

윌리엄이 길리안을 보고 씨익 웃었다.

“형도 널 사랑한다.”

그렇게 말하며 오른팔을 벌리는 형을 보고 길리안이 뒤로 물러났다.

“윽. 왜 그래 형. 징그럽게.”

“뭐 징그러워? 형이 동생을 사랑한다는데 뭐가 징그럽냐. 이리와 형이 안아주마.”

“아 왜 그래.”

멀찍이 물러서는 길리안을 보고 윌리엄이 피식 웃으며 의자를 빼고 앉았다.

“앉아라. 할 얘기가 있으니까.”

도망쳤던 길리안이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이 집이 현상범들 잡아서 장만한 거냐?”

“어? 어··· 어쩌다 보니까.”

“그래 그놈들 죽이니까 마음이 좀 풀리던?”

형의 물음에 길리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길리안. 인제 그만 벗어나라.”

“뭘?”

“네가 제일 큰 충격과 상처를 받은 그 날에서.”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하는 형의 시선을 슬쩍 피하며 길리안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 그래 갑자기. 그리고 그게 언제 쩍 이야긴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그렇게 말하는 길리안을 보며 윌리엄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내 동생이 제일 못하는 게 거짓말이더라.”

“거짓말 아니야. 하나도 기억 안 나.”

“길리안 우린 가족이다.”

“알아. 뭐 당연한 걸···”

“당연한데 우린 너무 서로에게 무관심했던 것 같다. 아버지가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아버지로서 자식들을 보듬어 주지 못했다고. 나도 미안하다. 내 앞가림하느라 바빠 동생들도 보살피지 못했고 아버지도 돌보지 못했으니까.”

“갑자기 왜 그래 형?”

“예전에 이렇게 해야 했는데 너무 늦게 깨달아서 이러는 거지. 이렇게 말하는 형도 좀 어색하긴 하다. 그리고 너도 이런 말을 어색하게 생각할 만큼 우린 서로 거리를 두었던 거 같구나.”

“음···”

“우린 가족인데 남보다 못했던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 아픈 상처라고 건들지 않으려고만 하고, 곪아가는 것도 모르고 각자 속으로 끙끙거리며 아파했던 거지. 아프지 않은 척하고 내색하지 않으려고만 했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른 이들이 아파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건 배려가 아닌데.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난 괜찮아. 그러니까 아버지께나 신경 써줘.”

“말 잘했다. 그동안 아버지께 나도 너도 신경을 못 썼지. 돌아가신 어머니랑 한 약속을 지킨다고 아버지가 늙어 가시는 건 잊고 있었다. 아버지도 이제 육십을 바라보신다. 얼마나 더 사실 것 같으냐?”

“어디 안 좋으셔?”

“마음이 제일 안 좋으시겠지만, 그보다 그렇게 일하시는데 몸이 버텨내는 게 신기하지. 사람 일 모르는 거다. 살아계실 때 잘하자. 돌아가시고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그때 가서 아버지랑 한 약속 떠올리면서 또 뭘 하면 마음이 편해질까?”

“음···”

길리안은 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일 때문에 죽도록 검을 휘둘렀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아직도 어머니 생각만 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 거 같았으니까.

윌리엄이 헐렁한 왼쪽소매를 잡고 흔들어 보였다.

“길리안 내 꼴을 봐라. 어머니가 내 모습을 보시면 좋아하실까? 어머니랑 한 약속 지키려다 이렇게 됐어요, 하면 좋다고 하실까?”

길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형이 저렇게 된 걸 보셨으면 누구보다 슬퍼하셨을 테니까.

“자식 잘못되길 바라는 부모는 세상에 없다고 하더라. 돌아가신 어머니도 살아계신 아버지도 모두 같은 마음일 거로 생각한다. 어머니랑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그걸 바라실까?”

길리안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내가 보기엔 아니다. 후버가 남자들이 자신 때문에 십 년이 넘게 아파한다면 좋아하실 분이 아니시니까. 많이 웃길 바라실 거고, 행복하길 바라실 거다.”

윌리엄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길리안의 손을 잡았다.

“난 어머니와 한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그중에 제일 가슴 아픈 건 둘째와 널 돌보지 못했다는 거다. 그게 제일 죄송스럽고 너희에게 미안하다. 기사가 되겠다고 그렇게 노력하고 검을 휘둘렀는데도 난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어머니도 가족도 동료도 나 자신도. 내 검으로 지킬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길리안, 네 검으론 무엇을 지킬 거니?”

대답이 없는 길리안을 보고 윌리엄이 말을 이었다.

“생각해봐라. 정말 네가 지키기 위해 검을 들었는지. 도망치기 위해 검을 들고 있는 건 아닌지를. 아직도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가슴 아파하는 널 지켜보고 계실 어머니의 마음이 어떨지를.”

그렇게 말하며 길리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형 앞에선 울어도 돼. 참고 감추는 게 최선이 아니다. 이제는 조금 솔직해지자.”

솔직히 해준 것도 없는데 알아서 바르게 자라준 녀석이다.

예전이 이렇게 못 해준 것이 정말 미안했다.

원래는 아버지 말씀만 전하고 며칠 있으면서 조금씩 얘길 꺼내려다가 자작부인을 만나고 생각을 바꿨다.

눈물을 보이지 않는 녀석이 울었다는 건 기억을 끄집어냈다는 말. 또 감추고 멀쩡한 척할게 분명했기에 그전에 완전히 끄집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이대로 두면 스스로 무너지는 날이 올 테니까.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추천과 댓글은 글쟁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길리안의 우울 모드는 곧 끝납니다.^^

이제는 강해지는 일만 남은 흐흐....

그나저나 너무 덥네요. ㅠ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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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넘버즈. 27장(7) +10 17.10.19 2,808 89 11쪽
151 넘버즈. 27장(6) +16 17.10.18 2,840 82 12쪽
150 넘버즈. 27장(5) +22 17.10.17 3,148 84 12쪽
149 넘버즈. 27장(4) +10 17.10.16 3,002 89 12쪽
148 넘버즈. 27장(3) +9 17.10.14 3,059 85 12쪽
147 넘버즈. 27장(2) +10 17.10.13 2,995 90 13쪽
146 넘버즈. 27장(1) +11 17.10.12 3,055 95 12쪽
145 넘버즈. 26장(8) +23 17.10.11 3,008 90 14쪽
144 넘버즈. 26장(7) +28 17.10.10 3,065 89 15쪽
143 넘버즈. 26장(6) +15 17.10.09 3,028 86 12쪽
142 넘버즈. 26장(5) +11 17.10.07 3,075 87 12쪽
141 넘버즈. 26장(4) +9 17.10.06 2,972 92 14쪽
140 넘버즈. 26장(3) +28 17.10.05 3,093 88 13쪽
139 넘버즈. 26장(2) +8 17.10.04 3,119 90 12쪽
138 넘버즈. 26장(1) +14 17.10.03 3,224 98 13쪽
137 넘버즈. 25장(12) +5 17.10.02 3,308 89 13쪽
136 넘버즈. 25장(11) +10 17.09.30 3,284 96 11쪽
135 넘버즈. 25장(10) +12 17.09.29 3,398 86 11쪽
134 넘버즈. 25장(9) +4 17.09.28 3,271 101 13쪽
133 넘버즈. 25장(8) +13 17.09.27 3,393 100 15쪽
132 넘버즈. 25장(7) +15 17.09.26 3,437 93 11쪽
131 넘버즈. 25장(6) +16 17.09.25 3,618 106 12쪽
130 넘버즈. 25장(5) +10 17.09.23 3,599 113 13쪽
129 넘버즈. 25장(4) +9 17.09.22 3,727 100 14쪽
128 넘버즈. 25장(3) +7 17.09.21 3,527 100 14쪽
127 넘버즈. 25장(2) +13 17.09.20 3,547 105 14쪽
126 넘버즈. 25장(1) +12 17.09.19 3,635 106 13쪽
125 넘버즈. 24장(4) +19 17.09.18 3,675 96 14쪽
124 넘버즈. 24장(3) +12 17.09.16 3,753 105 13쪽
123 넘버즈. 24장(2) +19 17.09.15 3,624 113 14쪽
122 넘버즈. 24장(1) +12 17.09.14 3,681 103 13쪽
121 넘버즈. 23장(7) +14 17.09.13 3,680 119 13쪽
120 넘버즈. 23장(6) +12 17.09.12 3,642 109 12쪽
119 넘버즈. 23장(5) +18 17.09.11 3,591 102 13쪽
118 넘버즈. 23장(4) +18 17.09.09 4,091 107 15쪽
117 넘버즈. 23장(3) +14 17.09.08 3,660 115 13쪽
116 넘버즈. 23장(2) +16 17.09.07 3,619 109 13쪽
115 넘버즈. 23장(1) +7 17.09.06 3,789 105 16쪽
114 넘버즈. 22장(8) +6 17.09.05 3,783 112 14쪽
113 넘버즈. 22장(7) +19 17.09.04 4,255 134 13쪽
112 넘버즈. 22장(6) +5 17.09.02 3,794 103 16쪽
111 넘버즈. 22장(5) +8 17.09.01 3,842 104 15쪽
110 넘버즈. 22장(4) +13 17.08.30 3,882 114 13쪽
109 넘버즈. 22장(3) +9 17.08.28 3,838 106 13쪽
108 넘버즈. 22장(2) +11 17.08.25 3,900 99 16쪽
107 넘버즈. 22장(1) +14 17.08.23 4,064 107 13쪽
106 넘버즈. 21장(9) +15 17.08.21 3,885 103 15쪽
105 넘버즈. 21장(8) +16 17.08.18 3,938 111 14쪽
104 넘버즈. 21장(7) +4 17.08.16 4,471 110 14쪽
103 넘버즈. 21장(6) +18 17.08.14 4,220 105 13쪽
102 넘버즈. 21장(5) +8 17.08.11 4,139 104 13쪽
101 넘버즈. 21장(4) +14 17.08.09 4,105 113 14쪽
100 넘버즈. 21장(3) +14 17.08.07 4,426 119 12쪽
99 넘버즈. 21장(2) +94 14.09.26 14,426 469 13쪽
98 넘버즈. 21장(1) +69 14.09.24 11,454 496 13쪽
97 넘버즈. 20장(4) +99 14.09.22 12,806 599 14쪽
96 넘버즈. 20장(3) +64 14.09.19 11,906 467 16쪽
95 넘버즈. 20장(2) +45 14.09.17 12,416 473 14쪽
94 넘버즈. 20장(1) +50 14.09.15 13,543 504 15쪽
93 넘버즈. 19장(4) +43 14.09.12 13,440 480 13쪽
92 넘버즈. 19장(3) +79 14.09.10 14,461 516 12쪽
91 넘버즈. 19장(2) +186 14.09.04 15,812 540 13쪽
90 넘버즈. 19장(1) +86 14.09.03 14,976 699 14쪽
89 넘버즈. 18장(4) +102 14.09.02 14,915 544 13쪽
88 넘버즈. 18장(3) +72 14.09.01 14,920 560 13쪽
87 넘버즈. 18장(2) +58 14.08.29 15,732 557 11쪽
86 넘버즈. 18장(1) +54 14.08.28 16,180 559 15쪽
85 넘버즈. 17장(3) +81 14.08.27 15,880 574 14쪽
84 넘버즈. 17장(2) +76 14.08.26 15,215 611 14쪽
83 넘버즈. 17장(1) +71 14.08.25 15,604 636 15쪽
82 넘버즈. 16장(6) +68 14.08.22 16,875 600 14쪽
81 넘버즈. 16장(5) +81 14.08.21 16,122 576 14쪽
80 넘버즈. 16장(4) +67 14.08.20 16,230 608 15쪽
79 넘버즈. 16장(3) +59 14.08.19 16,656 587 14쪽
78 넘버즈. 16장(2) +44 14.08.18 16,492 549 17쪽
77 넘버즈. 16장(1) +49 14.08.15 17,473 587 17쪽
76 넘버즈. 15장(6) +31 14.08.14 16,189 536 15쪽
75 넘버즈. 15장(5) +42 14.08.13 16,966 641 15쪽
74 넘버즈. 15장(4) +76 14.08.12 16,754 569 16쪽
73 넘버즈. 15장(3) +71 14.08.11 17,101 580 16쪽
72 넘버즈. 15장(2) +60 14.08.09 18,434 598 17쪽
71 넘버즈. 15장(1) +29 14.08.08 18,262 578 19쪽
70 넘버즈. 14장(5) +41 14.08.07 18,268 599 18쪽
69 넘버즈. 14장(4) +46 14.08.06 18,501 595 17쪽
68 넘버즈. 14장(3) +46 14.08.05 19,365 587 16쪽
67 넘버즈. 14장(2) +33 14.08.04 19,485 616 16쪽
66 넘버즈. 14장(1) +50 14.08.02 20,679 626 20쪽
» 넘버즈. 13장(4) +53 14.08.01 20,015 663 16쪽
64 넘버즈. 13장(3) +66 14.07.31 20,943 673 20쪽
63 넘버즈. 13장(2) +41 14.07.30 21,615 662 17쪽
62 넘버즈. 13장(1) +84 14.07.27 23,976 755 22쪽
61 넘버즈. 12장(4) +45 14.07.25 22,528 729 17쪽
60 넘버즈. 12장(3) +46 14.07.25 22,193 745 13쪽
59 넘버즈. 12장(2) +60 14.07.23 23,228 739 22쪽
58 넘버즈. 12장(1) +69 14.07.21 23,527 754 14쪽
57 넘버즈. 11장(6) +47 14.07.19 26,089 915 20쪽
56 넘버즈. 11장(5) +48 14.07.18 22,858 774 16쪽
55 넘버즈. 11장(4) +55 14.07.17 23,607 768 20쪽
54 넘버즈. 11장(3) +55 14.07.16 23,219 737 16쪽
53 넘버즈. 11장(2) +56 14.07.15 23,607 751 20쪽
52 넘버즈. 11장(1) +49 14.07.14 24,576 800 21쪽
51 넘버즈. 10장(3) +49 14.07.12 23,854 731 14쪽
50 넘버즈. 10장(2) +41 14.07.11 24,727 867 15쪽
49 넘버즈. 10장(1) +27 14.07.10 24,412 767 14쪽
48 넘버즈. 9장(4) +53 14.07.09 24,177 799 12쪽
47 넘버즈. 9장(3) +40 14.07.08 24,186 797 11쪽
46 넘버즈. 9장(2) +37 14.07.07 25,131 825 14쪽
45 넘버즈. 9장(1) +41 14.07.07 25,201 767 11쪽
44 넘버즈. 8장(6) +35 14.07.05 24,877 778 17쪽
43 넘버즈. 8장(5) +31 14.07.04 24,844 750 15쪽
42 넘버즈. 8장(4) +26 14.07.03 24,878 776 12쪽
41 넘버즈. 8장(3) +32 14.07.02 24,815 773 11쪽
40 넘버즈. 8장(2) +21 14.07.02 25,420 762 9쪽
39 넘버즈. 8장(1) +33 14.07.01 25,793 777 13쪽
38 넘버즈. 7장(4) +33 14.06.30 25,508 779 11쪽
37 넘버즈. 7장(3) +32 14.06.29 25,341 771 11쪽
36 넘버즈. 7장(2) +24 14.06.28 25,639 750 12쪽
35 넘버즈. 7장(1) +20 14.06.27 25,715 771 10쪽
34 넘버즈. 6장(9) +31 14.06.26 25,087 807 13쪽
33 넘버즈. 6장(8) +15 14.06.26 25,002 806 11쪽
32 넘버즈. 6장(7) +24 14.06.25 25,637 816 12쪽
31 넘버즈. 6장(6) +34 14.06.24 25,619 808 10쪽
30 넘버즈. 6장(5) +19 14.06.23 25,783 834 10쪽
29 넘버즈. 6장(4) +23 14.06.22 25,233 812 9쪽
28 넘버즈. 6장(3) +20 14.06.21 25,291 832 10쪽
27 넘버즈. 6장(2) +23 14.06.20 25,589 811 12쪽
26 넘버즈. 6장(1) +29 14.06.19 25,686 845 10쪽
25 넘버즈. 5장(3) +18 14.06.18 26,617 938 10쪽
24 넘버즈. 5장(2) +13 14.06.18 25,704 816 10쪽
23 넘버즈. 5장(1) +23 14.06.17 26,140 814 11쪽
22 넘버즈. 4장(7) +22 14.06.16 25,915 850 12쪽
21 넘버즈. 4장(6) +21 14.06.15 26,239 817 10쪽
20 넘버즈. 4장(5) +25 14.06.14 26,398 822 10쪽
19 넘버즈. 4장(4) +24 14.06.14 26,268 790 9쪽
18 넘버즈. 4장(3) +18 14.06.13 26,336 817 11쪽
17 넘버즈. 4장(2) +26 14.06.12 26,480 855 9쪽
16 넘버즈. 4장(1) +20 14.06.11 26,658 839 8쪽
15 넘버즈. 3장(6) +22 14.06.11 27,130 811 12쪽
14 넘버즈. 3장(5) +24 14.06.10 27,710 813 9쪽
13 넘버즈. 3장(4) +23 14.06.09 27,810 859 9쪽
12 넘버즈. 3장(3) +18 14.06.09 29,900 964 10쪽
11 넘버즈. 3장(2) +15 14.06.08 30,255 996 8쪽
10 넘버즈. 3장(1) +17 14.06.08 30,272 959 8쪽
9 넘버즈. 2장(5) +18 14.06.07 30,281 883 11쪽
8 넘버즈. 2장(4) +21 14.06.07 30,403 1,011 8쪽
7 넘버즈. 2장(3) +19 14.06.06 29,865 898 10쪽
6 넘버즈. 2장(2) +15 14.06.06 31,497 993 8쪽
5 넘버즈. 2장(1) +19 14.06.06 33,416 989 8쪽
4 넘버즈. 1장(4) +21 14.06.05 34,403 1,026 8쪽
3 넘버즈. 1장(3) +15 14.06.05 38,084 1,16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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