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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大遠) 님의 서재입니다.

넘버즈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대원(大遠)
작품등록일 :
2014.06.04 22:05
최근연재일 :
2018.06.19 02:50
연재수 :
2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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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0,921

작성
14.07.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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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9
글자
22쪽

넘버즈. 12장(2)

DUMMY

“길리안 괜찮은 거냐?”

병실에 들어서며 말을 건네는 케빈을 보고 길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보다시피 괜찮아.”

“야야 그냥 누워있어라. 그게 괜찮은 녀석 몰골이냐?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인다.”

그 말에 길리안이 쓰게 웃었다.

“어디 부러진 데도 없고 상처는 사제님들이 다 치료해줬어. 좀 뻐근한 것 빼면 이상 없는데, 붕대를 너무 심하게 감아놓은 것 같아.”

별것 아닌 부상에 괜한 호들갑이라는 듯 말하는 길리안은 보며 케빈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네 생각이고 이렇게 해놨으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사제들이나 의사들이 고치는 병보단 못 고치는 게 많긴 하다만... 그래도 외상이나 골절 같은 부상은 다른 것에 비해 수준이 엄청 높은 편이니 답답해도 참아라.”

그 말에 길리안은 그저 웃을 뿐.

케빈의 말대로 사제나 의사들이 치료할 수 있는 병보단 그렇지 못한 병이 더 많았다.

신전에서 말하는 신성력은 신이 사제들의 몸을 통해 이 땅에 내리는 은총이라고 한다.

즉 신성력이라는 것이 곧 신의 힘이라는 말.

그것을 쓸 수 있는 이들은 각 신전에서도 믿음이 강하고, 신의 선택을 받은 이들이라고 한다.

그건 신전의 주장이고 일각에서는 신의 힘이 아닌 그저 마법의 일종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신전들의 눈치를 보느라 큰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고, 신성력에 대해 따로 조사를 하기도 힘들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마법사들도 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의 말을 아주 무시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신성력이 가진 한계 때문이었다.

딱히 물리력이 있는 힘도 아니고 마법처럼 화려하거나 또 상대를 공격하는 힘도 아니었다.

사제들이 신성력을 발휘하며 신의 축복을 내려줘도 딱히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축복받고 전쟁터에 나가도 죽을 놈은 다 죽는다. 그저 축복을 받아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은 정도?

뭔가 눈에 딱 보이는 효과는 몸을 치료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치료라는 것도 외상의 치료는 기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놀랍지만, 모든 병을 고치지는 못한다는데 있었다.

그런데도 보통사람들은 신성력이면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일단 몸이 아프거나 병을 얻으면 의사보단 신성력을 먼저 떠올리고 실제로도 신전을 먼저 찾는다.

신전의 치료방법은 두 가지.

만병통치약쯤으로 여기는 포션과 신의 힘인 신성력.

웃긴 건 사제들은 병에 대한 진단은 제대로 하지 않고 일단은 신성력을 쏟아내고 본다는 거다. 그렇게 일차치료가 끝나면 포션을 권한다. 그게 치료의 전부라 할 수 있었다.

별 것 아닌 것 같고 무척 간단해 보이는 사제들의 치료를 받으려면 돈이 많이 들었다.

지속적으로 사제의 치료를 받으려면 정말 헉 소리 날 정도로 많은 돈이 들었지만,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었다.

병든 사람에게 아무리 신성력을 쏟아 부어도 결국에는 죽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신의 힘이라는 신성력으로 못 고치는 병이 있다는 게 웃기지만, 그럴 때면 사제들이 하는 말이 있었다.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신의 뜻이라 했다.

그러고 보면 결국 병이 고쳐지는 것도 죽는 것도 다 신의 뜻이란 거다.

사제의 치료를 받고도 죽은 이에게는 신이 천국의 문을 열어 그를 받아들인 것이라 말하는데 딱히 확인할 길도 없었다.

그저 정말 존재하는 지도 알 수 없는 천국에 갔다는 사제의 말로 위로를 삼을 뿐.

그게 또 이상한 쪽으로 소문이 나서 죽음 직전에 있는 이에게 사제를 데려가 천국의 문으로 인도해 달라는 이들도 생겨나게 됐다.

각 신을 모시는 신전들 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신전들은 죽은 이들이 사제의 축복을 받으면 그 영혼은 천국에 간다고 말했고 신도들은 그걸 믿었다.

지금에 이르러선 사제들은 천국의 문을 열어주는 고귀한 존재로 믿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귀족들이나 부자들은 임종 전에 신성력을 받아들이고 천국으로 가는 게 당연한 일이 돼버리기도 했다.

죽음이란 게 원래 두려운 것이다.

죽었다 살아났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살아있기에 말할 수 있는 것이니까.

자기가 죽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게 죽음이 아니던가?

돈을 써서 천국으로 갈 수 있다면 그러고 싶은 게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고귀하다고 여기는 귀족들의 경우 죽은 후에도 고귀하길 바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길리안도 신성력을 가끔 접하기는 했지만 고향에는 신전이 없어 흔한 일은 아니었다.

의사가 있어 그가 노력은 하지만 가끔은 감당하기 힘든 병이 영지에 퍼지곤 했다.

그럴 때면 영주의 초빙으로 사제가 영지에 방문하고 그때나 영지 민들이 신성력의 덕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신성력으로 해결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길리안도 다른 건 모르겠고 외상이 흉터하나 없이 아무는걸 보면 어쨌든 대단한 힘이란 생각은 했다. 그건 포션도 마찬 가지.

어쩌면 그런 눈에 보이는 효과 때문에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의 힘으로 여겨지는 것인지도 몰랐다.

슈발리에 아카데미는 물론 다른 아카데미들도 신전들에 요청해 아카데미 내에 사제들을 상주시켰다.

특히 기사학부의 훈련과정에서는 크고 작은 부상이 많이 발생하기에 그들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그리고 의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하지만 의사는 사제들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사제들이 신성력으로 순식간에 상처를 치료하는데 반해 그들은 상처를 꿰매고 약초를 이용해 상처가 아무는 것을 돕는다. 때론 신전에서 판매하는 포션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물론 외상의 경우지만 다른 질병의 경우도 의사의 치료는 뒷전에 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야 일단 눈에 보이는 치료 속도차이가 크고, 신의 힘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을 어떻게 인간의 힘으로 고치겠냐는 인식도 크게 작용했다.

“그나저나 이건 나도 좀 부러운 걸?”

“뭐가?”

“여기가 병실이냐 꽃밭이냐? 이거 다 선물로 들어온 거지?”

뒤늦게 병실을 둘러보며 말하는 케빈을 보고 길리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 후에 좀 쉬라고 해서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방이 이렇게 돼있었다.

집사가 와있어서 뭐냐고 물었더니 아카데미 학생들이 보낸 거라고 했다.

거의 꽃다발에 과일, 케이크 쿠키 등의 작은 선물과 쾌유를 바란다는 식의 내용이 닮긴 짧은 편지가 전부였지만 참 고마운 일이었다.

“인기가 있을 거라곤 생각했었지만 이정도 일 줄은...”

케빈이 말을 하며 침대 옆에 있는 탁자에 잘 정리돼있는 편지를 몇 개 집어 들었다.

“이런, 이런...”

뭔가 문제가 있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케빈에게 길리안이 물었다.

“왜?”

“너 이제 큰일 났다 길리안.”

“뭐가 큰일인데?”

“이거 대충 살펴는 봤지?”

“응. 대충...”

보내준 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정말 대충 봤다.

지금은 움직임이 불편할 정도로 붕대를 칭칭 감아놔서 나중에나 제대로 확인할 생각이었다.

“이거 보니까 다 여자구나. 뭐 다 본건 아니지만 그거야 안 봐도 빤하고... 하아 이런 엄청난 인기라니. 앞으로 엄청난 여난이 예상되는구나. 그런데 이게 꼭 좋은 건 아니라는 거다. 여자들한테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얻은 넌, 남자들에겐 공공의 적이란 말과 같으니까. 물론 별로 신경 안 쓰겠지?”

그런 케빈의 말에 길리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멋진 녀석. 그런데 내가보기엔 신경을 좀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무슨 말이야?”

“네가 탔던 말.”

그러면서 목을 그어 보이는 케빈.

죽었다는 뜻이다.

쓰러졌을 때까지만 해도 살아있기는 했었는데 죽은 모양이었다.

“아카데미에선 일단 단순 사고라고 하면서 대충 넘어가는 분위기인데... 아마도 조용히 조사할 생각이겠지. 내가 보기에도 뭔가가 있거든.”

“날 노렸다는 거야?”

“응.”

“날 노리고 일부러 그랬다는 게 말이 되나?”

그 말에 케빈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나 참... 뭐 확실히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아주 가능성이 없는 얘기도 아니지. 그리고 솔직히 네가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아마 너밖에 없을 걸?”

“음...”

“정식기사들도 너를 보면 혀를 내두르고 놀라더라. 동급의 생도 입장에서 보면 넌 넘을 수없는 벽과 같지. 네가 그걸 내세우는 타입도 아니지만, 널 잘 모르는 이들은 그 겸손을 가식으로 볼 수도 있거든. 뭐 그게 네 잘못은 아니다만... 재밌는 건 잘난 게 잘못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란 거다.”

케빈의 말에 길리안은 씁쓸한 표정을 지을 뿐.

“네게 든든한 후견인이 있기는 하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평민이 그런 능력을 가졌다는걸 인정 못 하는 놈들도 있거든. 그런 놈들은 같은 귀족인 내가 봐도 답이 없어. 네가 쓸데없는 관심이나 질투를 무시하는 건 좋은데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너도 타던 말이 이상한 것 같아서 바꾸려고 했다면서?”

길리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여기긴 했지만 그렇게 갑자기 쓰러질 줄은 정말 몰랐다.

“네가 탔던 말이 상태가 안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왜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졌을까? 찜찜하지 않냐? 내 예리한 감에 의하면 분명 뭔가가 있어.”

그렇게 말하는 케빈을 보며 길리안은 그저 웃을 뿐.

“야 이게 웃을 일이 아니야. 그냥 운이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거 쉽게 넘길 사고는 아니다. 네가 아니고 다른 애들이었으면 아마 죽었을 걸? 아무도 너처럼 못했을 테니까.”

그건 케빈 자신만이 아니라 모두의 생각이었다.

정식 기사쯤 되면 낙마하는 것을 무척 큰 수치로 여긴다. 하지만 그들도 말이 쓰러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그건 실수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일.

기사가 되기 위해선 당연히 익혀야 하는 마상전투. 하지만 그걸 익히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사고로 기사의 꿈을 접는 이들도 많았다.

그만큼 말을 타다가 사고가 나면 탑승자에게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말이다.

달리는 말에서 그냥 떨어져도 타격이 큰데 말과 함께 구르기라도 하면 큰 부상은 당연하고, 목이 부러져 죽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길리안의 대처는 어떤 면에선 사고보다 더 큰 충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말이 넘어지는 그 짧은 순간 함께 넘어지지 않고 몸을 날린다?

솔직히 말이 좋다.

마음먹고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일.

거기에 바닥을 구른 충격도 컸을 텐데 뒤따라오던 말들을 피해내던 그 움직임.

물론 이리저리 부딪치고 차이기도 했지만, 그전에 말에 밟혀 잘못됐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실제로 전장에서 기사들이 휩쓸고 지나가면 무기에 당한 이들보다 말이 차이고 밟혀 죽는 이들이 더 많다.

아무튼 보통은 그런 사고에서 무사하면 운이 좋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케빈이 보기엔 운은 더럽게 나빴는데 실력이 좋아 저 정도로 끝난 것이다.

길리안의 실력이야 같이 시험을 친 이들은 모두가 아는 것.

볼수록 느끼는 거지만 이건 실력의 차이가 크다는 말로도 모자라 그냥 벽이라고 해야 할까?

보통의 생도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존재가 길리안이었다.

“아무튼 시기와 질투에 눈이 멀면 뭘 못하겠냐. 그러니 조심하는 게 좋지 않겠어?”

케빈의 말에 길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그랬다는 건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전장에서 싸우다죽는 것도 아니고, 아카데미에서 교육받는 도중에 잘못 돼서 꿈을 접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누군가 정말 자신을 노리고 그랬다면 허허 웃고 넘어갈 만큼 마음이 넓지도 않았다.

시기와 질투에 눈이 멀어서 그랬다고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라면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물론 그게 확실하다고 판단됐을 때 얘기고 처리방법도 그때 가서 생각해봐야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이 자식은 친구 병문안을 와서 뭘 그렇게 계속 처먹고만 있는지...”

말끝을 흐리던 케빈이 한쪽에서 등을 돌리고 서있는 그렉에게 다가가 뒤통수를 냅다 갈겼다.

퍽 소리가 날줄 알았는데 의외로 케빈의 손은 허공을 갈랐다.

“얼레? 이자식이 피하네?”

하는 말에 돌아선 그렉.

양손에 든 케이크와 쿠키. 입 주변에 묻어 있는 크림.

그리고 아직도 불룩한 볼.

입 안 가득 들어있는 걸 열심히 씹어 넘긴 그렉이 말했다.

“에이 먹을 땐... 우욱... 컥. 야 물물...”

급하게 삼켜 목이 막혔는지 물을 찾는 그렉을 보며 케빈이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도움 안 되는 놈. 기왕 그렇게 된 거 그냥 확 뒈져라.”

케빈의 말에 대꾸도 못하고 캑캑거리던 그렉이 탁자에 있던 주전자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꺼억~ 아 간신히 살았네.”

그 모습에 케빈이 고개를 저었다.

“아 저런 놈은 명줄도 참 길어.”

그러곤 길리안을 쳐다봤다.

“그나저나 이거 답장 써주는 것도 일이겠구나?”

“윽... 역시 답장을 해줘야 하는 거겠지?”

길리안의 물음에 케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게 예의지. 고맙다는 말 한마디라도 전하기는 해야지.”

그 말에 길리안이 양팔을 들어 보이며 쓰게 웃었다.

“지금은 글씨쓰기가 영 불편하네. 붕대를 왜 이렇게 많이 감았는지는 몰라도 풀면 시작해야지.”

“뭐 간단한 일이니 내가 대신 써주마.”

“직접 감사하다고 써 보내는 게 예의 아닐까?”

“누가 쓰든 보내는 사람이 너면 네가 써서 보낸 거지.”

“음... 그런가?”

“그렇지.”

“그냥 내가 할게.”

“허허 도와준다니까? 날 못 믿는 거냐?”

“아니 믿고 못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예의의 문제 같아서.”

길리안이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케빈은 펜과 잉크 종이까지 챙겨서 적을 준비를 마쳤다.

“예의에 어긋날 거 하나도 없다. 어차피 네 이름 적어서 보내면 네가 써서 보낸 게 되니까. 옆에서 불러주는 대로 적어주마. 너무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거든.”

발 벗고 나서서 해주겠다는 케빈의 말에 그냥 멋쩍게 웃었다.

“자 불러라.”

“뭘?”

“방금 준거 보고 보낼 답을 말하라고.”

그 말에 손에 쥐여진 편지를 눈으로 쓱쓱 읽은 길리안이 입을 열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과 동시에 케빈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리고 라니? 이게 끝인데.”

“끝이라고?”

“응... 고마운 걸 고맙다고 말하면 됐지 뭐 또 다른 말이 있나?”

하는 말에 어이없는 눈으로 그를 쳐다본 케빈이 종이를 들어 길리안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이 큰 종에 감사합니다. 딱 한 줄이다 한줄. 이게 그림이냐? 여백의 미를 살리게.”

“종이를 작은걸 쓰면 안 될까?”

그런 길리안을 보며 케빈이 피식 웃었다.

“왜. 글씨를 크게 쓰라고 하지?”

“아 그래도 되겠네.”

그 말에 케빈이 고개를 저었다.

“넌 어떻게 된 놈이 검을 쥐고 있을 때랑은 사람이 달라지냐? 물론 다른 게 다 뛰어나란 법은 없지만... 하긴 그만큼 하려면 다른 걸 포기하긴 해야겠지. 그래도 그렇지... 아무튼 정말 할 말이 없는 거냐?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거냐?”

“감사하다고 했으면 됐지 할 말도 없는데 뭐라고 더 써.”

그 말에 케빈이 씨익 웃어 보이며 펜을 놀렸다.

한동안 뭔가를 적더니 그걸 다시 길리안에게 보여줬다.

“감사의 편지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암.”

그걸 읽은 길리안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여기... 햇살 속에 아름답게 웃는 그대의 모습을 본 후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는... 뭐 이런 말이 있는데?”

“그렇지. 그게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포인트지. 내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표현이 참 시적이지 않냐? 그걸 받아보면 상대는 이렇게 생각할거다. 아 검만 잘 다루는 줄 알았더니 이렇게 지적인 면이 있었구나 하면서 감탄하겠지. 아니 그보다 네가 그 정도로 생각한다는 걸 알고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를 거다. 그다음부터 진도 빼는 거야 어렵지 않지. 으하하하하... 너무 고마워 할 건 없다.”

그런 케빈을 어이없다는 눈으로 쳐다보던 길리안이 말했다.

“아니 그보다 난 본적이 없는데...”

“응?”

“누군지 모른다고. 웃는 걸 본적도 없고. 잠도 잘 자고... 아니 요즘 잠을 잘 못자긴 했는데 이유가 그건 아니야.”

“어? 그런가? 아~ 그렇겠구나.”

“솔직히 꽃이랑 편지를 보내줘서 받긴 했는데 대부분 누군지 모르겠어. 처음 본 이름이 많아서... 그런데도 걱정해준다는 게 고마운 거지만.”

길리안의 말에 케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음... 그렇겠군. 그녀들은 널 알지만 넌 모르는 거니까. 내가 너무 앞서갔구나. 그렇다면 다시.”

그러곤 또 하얀 종이를 채워나갔다.

“이번엔 어떠냐?”

그걸 쓱쓱 읽은 길리안이 피식 웃었다.

필요 없는 말이 무척 많기는 한데 결론은 고맙다는 거였다. 그 한 줄을 적으려고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았지만 어쨌든 다른 뜻은 없어 보여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식으로 써주면 만족이란 거군. 좋아.”

그러더니 서명까지 알아서 하고 돌돌 말아 촛농을 떨어트렸다.

그 위에 누구에게 보낸다는 것 까지 적고나선 혼자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고 알아서 다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 편지를 읽고는 웃으며 말했다.

“오 이 아가씨는 1인실 쓴다고 엄청 강조해놨네. 이런 아가씨인줄 몰랐는걸.”

“아는 사람이야?”

“응 조금. 얼굴도 몸매도 상급이지. 집안도 좋고,.. 아무튼 밤마다 널 생각한다는데?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함께 보고 싶단다.”

“음... 뭐 어려운 일은 아니네.”

길리안의 대답에 의외라는 듯 쳐다보던 케빈이 피식 웃었다.

“너 혹시 새벽같이 만나서 떠오르는 태양을 함께 보는 것 정도는 해줄 수 있다는 얘기냐?”

“어.”

“그래. 역시 그런 얘기였군. 그걸 눈치 챈 내가 장하다. 에고...”

“왜?”

“왜냐고? 젊은 남녀가 미쳤다고 새벽에 할 일없이 떠오르는 태양이나 보려고 만나겠냐?”

“그럼 안 되나?”

“안 된다는 게 아니고 그런 뜻이 아니란 거지.”

“무슨 뜻인데?”

“이건 같이 자잔 소리다. 밤새 뭘 할지는 둘이 결정하는 거고... 뭐 남녀가 밤에 하는 건 빤하지만 아무튼 해는 떠오를 테고 같이 있으니 당연히 보게 될 테고... 눈 떴을 때 해가 어디쯤 떠있냐는 차이정도지.”

“그런 얘기야?”

“그렇다 이놈아. 아 정말 이 세상 남자들이 다 너 같았으면 아마도 인간이랑 종족이 이렇게 번성하진 못했을 거다. 다행히 너 같은 놈은 아주 극소수라는 거지만.”

“그게 그런 뜻이라고 단정 짓긴 좀 그렇잖아.”

“뭐가 좀 그러냐. 그럼 귀족 가의 여식이 나랑 침대에서 함께 자요. 이럴까? 아니면 만나서 밤에 뭐하자고 적나라하게 적을까? 대충 알아들어야지. 이정도만 해도 엄청 직접적으로 표현한 거다. 다른 사람이 볼 줄은 몰랐으니 이렇게 쓴 거겠지만 아무튼 이 바닥이 다 그래.”

그 말에 길리안은 어색하게 웃었다.

“내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으면 심심할 때 한번 놀러 가봐라. 아주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여자기숙사는 남자 출입금지잖아.”

길리안의 말에 케빈이 피식 웃었다.

“일단 규정은 그런데 낮에 용무가 있으면 출입은 가능하다. 그리고 밤에 간다고 해도 네가 들어갈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할거라고 보는데?”

“그건... 그렇지.”

그 대답에 케빈이 음흉하게 웃었다.

“흐흐흐... 자식 괜찮아. 남자는 원래 다 그래. 뭐 밤에 잠입하는 거 말고도 들어가고 싶으면 말해라. 방법은 수십 가지가 넘으니까. 언제든 내가 넣어주마.”

케빈의 말에 아직까지 케이크를 먹고 있던 그렉이 끼어들었다.

“나. 나 들여보내줘. 여자기숙사! 아니 예쁜 아가씨 방에 꼭 들어가고 싶다.”

그런 그렉을 케빈이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뭐 들여보내주는 거야 문제는 아니다만... 그걸 끝으로 아카데미 생활 마감하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주마.”

“왜?”

“왜라니?”

“길리안은 되고 난 안 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이건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음 쉽게 말하면 길리안은 초대받은 손님이지. 그런데 넌... 그냥 치한이잖아. 방에 침입한 강도나... 뭐 그쯤으로 여기겠지.”

“쳇. 더러운 세상.”

“세상 탓하지 말고 여드름으로 더러워진 네 얼굴을 탓해라. 없어진다고 뭐 나아 보일 것 같지는 않다만.”

그러면서 지금까지 써놓은 편지 몇 개를 그렉에게 내밀었다.

“이거 뭐?”

“가서 전하라고.”

“내가 왜?”

“케이크 먹은 값은 해야지. 그보다 여자 기숙사 가고 싶다면서. 낮에는 출입이 가능하다. 단 용무가 있어야지. 답장을 전하는 거라면 아마 큰 문제는 안 될 거다. 간 김에 여자들 방을 구경을 할 수 있다면 뭐 네 운이고.”

“음... 정말 들어갈 수 있는 거야?”

그렉의 물음에 케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할거다. 아니면 캠퍼스 어딘가에 있을 테니 찾아서 전하던가. 부탁을 하건 뭐하건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 그렇게 얼굴이라도 익히면 또 아냐? 네게도 좋은 날이 올지.”

“오 그렇단 말이지. 좋았어. 아 길리안. 내가 그런 거 노리고 전해주는 건 아니야. 친구니까 전해주는 거지.”

길리안이 뭐라 하기도 전에 케빈이 입을 열었다.

“그래그래. 어서가라. 아 이름 잘보고 전해라.”

그러곤 또다시 편지하나를 집어 들고 읽어 내려갔다.

“네 덕에 아가씨들의 몰랐던 면을 알게 되는구나. 재밌어.”

그렇게 말하는 케빈을 보며 길리안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추천과 댓글은 글쟁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단지 연참대전 생존을 목표로 쓰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어제 짧게 올렸던 글은 내렸습니다. 연참대전이 중요한 게 아니고 연재주기를 지키려는 게 중요했던 거니까요.

바쁠 땐 어제 같은 일이 생길수도 있겠지만...

글만 쓸 수 있는 입장이 아닌지라 ㅠㅜ 그래도 노력은 하겠습니다. 이것도 새벽까지 쓴 거 확인만 하고 올리는 거지만... 일 할 때 글 쓰면 안 되는데 ㅠㅜ

아무튼 사건은 벌어지고 있는데 아직 이렇다 할 것은 없지요. 

아직 길리안이 직접 나설 일이 없어서 그냥 묻어두고 있는 것도 있고, 다른 애들은 열심히 처리하고 있답니다. 

사건을 자세하게 언급하려면 그쪽으로 시점을 옮겨야 해서;;; 왕자 얘기도 그렇고 뒤로 갈수록 천천히 나올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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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넘버즈. 33장(3) +11 18.06.19 2,048 28 14쪽
200 넘버즈. 33장(2) +10 18.05.28 1,491 36 16쪽
199 넘버즈. 33장(1) +26 18.03.08 1,893 46 12쪽
198 넘버즈. 32장(6) +23 18.01.26 1,861 55 12쪽
197 넘버즈. 32장(5) +16 18.01.09 1,902 60 13쪽
196 넘버즈. 32장(4) +12 18.01.05 1,918 59 12쪽
195 넘버즈. 32장(3) +14 18.01.03 1,833 60 13쪽
194 넘버즈. 32장(2) +6 18.01.01 1,841 56 12쪽
193 넘버즈. 32장(1) +18 17.12.29 2,059 57 12쪽
192 넘버즈. 31장(11) +12 17.12.27 2,008 58 14쪽
191 넘버즈. 31장(10) +16 17.12.25 1,945 63 12쪽
190 넘버즈. 31장(9) +16 17.12.22 2,123 67 12쪽
189 넘버즈. 31장(8) +18 17.12.20 2,022 66 13쪽
188 넘버즈. 31장(7) +14 17.12.18 2,048 59 12쪽
187 넘버즈. 31장(6) +12 17.12.15 2,066 68 13쪽
186 넘버즈. 31장(5) +8 17.12.13 2,101 66 12쪽
185 넘버즈. 31장(4) +9 17.12.11 2,042 63 13쪽
184 넘버즈. 31장(3) +12 17.12.08 2,015 66 12쪽
183 넘버즈. 31장(2) +8 17.12.06 2,048 70 13쪽
182 넘버즈. 31장(1) +18 17.12.04 2,097 68 13쪽
181 넘버즈. 30장(12) +24 17.12.01 2,125 81 14쪽
180 넘버즈. 30장(11) +12 17.11.29 2,104 67 15쪽
179 넘버즈. 30장(10) +10 17.11.27 2,051 59 12쪽
178 넘버즈. 30장(9) +8 17.11.24 2,164 61 12쪽
177 넘버즈. 30장(8) +6 17.11.22 2,155 63 12쪽
176 넘버즈. 30장(7) +11 17.11.20 2,260 63 12쪽
175 넘버즈. 30장(6) +4 17.11.17 2,236 68 12쪽
174 넘버즈. 30장(5) +13 17.11.15 2,306 69 12쪽
173 넘버즈. 30장(4) +13 17.11.13 2,263 71 11쪽
172 넘버즈. 30장(3) +8 17.11.11 2,308 63 14쪽
171 넘버즈. 30장(2) +8 17.11.10 2,493 70 12쪽
170 넘버즈. 30장(1) +20 17.11.09 2,329 64 12쪽
169 넘버즈. 29장(10) +6 17.11.08 2,362 67 11쪽
168 넘버즈. 29장(9) +10 17.11.07 2,377 62 11쪽
167 넘버즈. 29장(8) +8 17.11.06 2,479 74 13쪽
166 넘버즈. 29장(7) +15 17.11.04 2,465 75 11쪽
165 넘버즈. 29장(6) +13 17.11.03 2,505 70 12쪽
164 넘버즈. 29장(5) +12 17.11.02 2,499 74 12쪽
163 넘버즈. 29장(4) +12 17.11.01 2,515 71 14쪽
162 넘버즈. 29장(3) +18 17.10.31 2,478 67 12쪽
161 넘버즈. 29장(2) +14 17.10.30 2,570 85 15쪽
160 넘버즈. 29장(1) +9 17.10.28 2,732 73 11쪽
159 넘버즈. 28장(6) +14 17.10.27 2,672 75 15쪽
158 넘버즈. 28장(5) +20 17.10.26 2,594 77 12쪽
157 넘버즈. 28장(4) +8 17.10.25 2,629 79 15쪽
156 넘버즈. 28장(3) +20 17.10.24 2,685 86 11쪽
155 넘버즈. 28장(2) +17 17.10.23 2,657 78 13쪽
154 넘버즈. 28장(1) +8 17.10.21 2,816 85 14쪽
153 넘버즈. 27장(8) +28 17.10.20 2,762 110 16쪽
152 넘버즈. 27장(7) +10 17.10.19 2,808 89 11쪽
151 넘버즈. 27장(6) +16 17.10.18 2,841 82 12쪽
150 넘버즈. 27장(5) +22 17.10.17 3,148 84 12쪽
149 넘버즈. 27장(4) +10 17.10.16 3,002 89 12쪽
148 넘버즈. 27장(3) +9 17.10.14 3,060 85 12쪽
147 넘버즈. 27장(2) +10 17.10.13 2,995 90 13쪽
146 넘버즈. 27장(1) +11 17.10.12 3,055 95 12쪽
145 넘버즈. 26장(8) +23 17.10.11 3,008 90 14쪽
144 넘버즈. 26장(7) +28 17.10.10 3,065 89 15쪽
143 넘버즈. 26장(6) +15 17.10.09 3,028 86 12쪽
142 넘버즈. 26장(5) +11 17.10.07 3,075 87 12쪽
141 넘버즈. 26장(4) +9 17.10.06 2,973 92 14쪽
140 넘버즈. 26장(3) +28 17.10.05 3,093 88 13쪽
139 넘버즈. 26장(2) +8 17.10.04 3,119 90 12쪽
138 넘버즈. 26장(1) +14 17.10.03 3,225 98 13쪽
137 넘버즈. 25장(12) +5 17.10.02 3,308 89 13쪽
136 넘버즈. 25장(11) +10 17.09.30 3,284 96 11쪽
135 넘버즈. 25장(10) +12 17.09.29 3,398 86 11쪽
134 넘버즈. 25장(9) +4 17.09.28 3,271 101 13쪽
133 넘버즈. 25장(8) +13 17.09.27 3,393 100 15쪽
132 넘버즈. 25장(7) +15 17.09.26 3,437 93 11쪽
131 넘버즈. 25장(6) +16 17.09.25 3,618 106 12쪽
130 넘버즈. 25장(5) +10 17.09.23 3,600 113 13쪽
129 넘버즈. 25장(4) +9 17.09.22 3,728 100 14쪽
128 넘버즈. 25장(3) +7 17.09.21 3,527 100 14쪽
127 넘버즈. 25장(2) +13 17.09.20 3,547 105 14쪽
126 넘버즈. 25장(1) +12 17.09.19 3,635 106 13쪽
125 넘버즈. 24장(4) +19 17.09.18 3,675 96 14쪽
124 넘버즈. 24장(3) +12 17.09.16 3,753 105 13쪽
123 넘버즈. 24장(2) +19 17.09.15 3,624 113 14쪽
122 넘버즈. 24장(1) +12 17.09.14 3,681 103 13쪽
121 넘버즈. 23장(7) +14 17.09.13 3,680 119 13쪽
120 넘버즈. 23장(6) +12 17.09.12 3,642 109 12쪽
119 넘버즈. 23장(5) +18 17.09.11 3,591 102 13쪽
118 넘버즈. 23장(4) +18 17.09.09 4,091 107 15쪽
117 넘버즈. 23장(3) +14 17.09.08 3,660 115 13쪽
116 넘버즈. 23장(2) +16 17.09.07 3,619 109 13쪽
115 넘버즈. 23장(1) +7 17.09.06 3,790 105 16쪽
114 넘버즈. 22장(8) +6 17.09.05 3,784 112 14쪽
113 넘버즈. 22장(7) +19 17.09.04 4,255 134 13쪽
112 넘버즈. 22장(6) +5 17.09.02 3,794 103 16쪽
111 넘버즈. 22장(5) +8 17.09.01 3,842 104 15쪽
110 넘버즈. 22장(4) +13 17.08.30 3,882 114 13쪽
109 넘버즈. 22장(3) +9 17.08.28 3,838 106 13쪽
108 넘버즈. 22장(2) +11 17.08.25 3,900 99 16쪽
107 넘버즈. 22장(1) +14 17.08.23 4,065 107 13쪽
106 넘버즈. 21장(9) +15 17.08.21 3,885 103 15쪽
105 넘버즈. 21장(8) +16 17.08.18 3,938 111 14쪽
104 넘버즈. 21장(7) +4 17.08.16 4,471 110 14쪽
103 넘버즈. 21장(6) +18 17.08.14 4,220 105 13쪽
102 넘버즈. 21장(5) +8 17.08.11 4,140 104 13쪽
101 넘버즈. 21장(4) +14 17.08.09 4,105 113 14쪽
100 넘버즈. 21장(3) +14 17.08.07 4,426 119 12쪽
99 넘버즈. 21장(2) +94 14.09.26 14,426 469 13쪽
98 넘버즈. 21장(1) +69 14.09.24 11,454 496 13쪽
97 넘버즈. 20장(4) +99 14.09.22 12,807 599 14쪽
96 넘버즈. 20장(3) +64 14.09.19 11,906 467 16쪽
95 넘버즈. 20장(2) +45 14.09.17 12,416 473 14쪽
94 넘버즈. 20장(1) +50 14.09.15 13,543 504 15쪽
93 넘버즈. 19장(4) +43 14.09.12 13,440 480 13쪽
92 넘버즈. 19장(3) +79 14.09.10 14,461 516 12쪽
91 넘버즈. 19장(2) +186 14.09.04 15,812 540 13쪽
90 넘버즈. 19장(1) +86 14.09.03 14,977 699 14쪽
89 넘버즈. 18장(4) +102 14.09.02 14,915 544 13쪽
88 넘버즈. 18장(3) +72 14.09.01 14,920 560 13쪽
87 넘버즈. 18장(2) +58 14.08.29 15,732 557 11쪽
86 넘버즈. 18장(1) +54 14.08.28 16,180 559 15쪽
85 넘버즈. 17장(3) +81 14.08.27 15,880 574 14쪽
84 넘버즈. 17장(2) +76 14.08.26 15,215 611 14쪽
83 넘버즈. 17장(1) +71 14.08.25 15,604 636 15쪽
82 넘버즈. 16장(6) +68 14.08.22 16,875 600 14쪽
81 넘버즈. 16장(5) +81 14.08.21 16,122 576 14쪽
80 넘버즈. 16장(4) +67 14.08.20 16,230 608 15쪽
79 넘버즈. 16장(3) +59 14.08.19 16,656 587 14쪽
78 넘버즈. 16장(2) +44 14.08.18 16,492 549 17쪽
77 넘버즈. 16장(1) +49 14.08.15 17,474 587 17쪽
76 넘버즈. 15장(6) +31 14.08.14 16,189 536 15쪽
75 넘버즈. 15장(5) +42 14.08.13 16,966 641 15쪽
74 넘버즈. 15장(4) +76 14.08.12 16,755 569 16쪽
73 넘버즈. 15장(3) +71 14.08.11 17,101 580 16쪽
72 넘버즈. 15장(2) +60 14.08.09 18,435 598 17쪽
71 넘버즈. 15장(1) +29 14.08.08 18,262 578 19쪽
70 넘버즈. 14장(5) +41 14.08.07 18,268 599 18쪽
69 넘버즈. 14장(4) +46 14.08.06 18,501 595 17쪽
68 넘버즈. 14장(3) +46 14.08.05 19,365 587 16쪽
67 넘버즈. 14장(2) +33 14.08.04 19,485 616 16쪽
66 넘버즈. 14장(1) +50 14.08.02 20,679 626 20쪽
65 넘버즈. 13장(4) +53 14.08.01 20,015 663 16쪽
64 넘버즈. 13장(3) +66 14.07.31 20,943 673 20쪽
63 넘버즈. 13장(2) +41 14.07.30 21,616 662 17쪽
62 넘버즈. 13장(1) +84 14.07.27 23,976 755 22쪽
61 넘버즈. 12장(4) +45 14.07.25 22,528 729 17쪽
60 넘버즈. 12장(3) +46 14.07.25 22,194 745 13쪽
» 넘버즈. 12장(2) +60 14.07.23 23,229 739 22쪽
58 넘버즈. 12장(1) +69 14.07.21 23,527 754 14쪽
57 넘버즈. 11장(6) +47 14.07.19 26,089 915 20쪽
56 넘버즈. 11장(5) +48 14.07.18 22,858 774 16쪽
55 넘버즈. 11장(4) +55 14.07.17 23,607 768 20쪽
54 넘버즈. 11장(3) +55 14.07.16 23,219 737 16쪽
53 넘버즈. 11장(2) +56 14.07.15 23,607 751 20쪽
52 넘버즈. 11장(1) +49 14.07.14 24,576 800 21쪽
51 넘버즈. 10장(3) +49 14.07.12 23,854 731 14쪽
50 넘버즈. 10장(2) +41 14.07.11 24,727 867 15쪽
49 넘버즈. 10장(1) +27 14.07.10 24,412 767 14쪽
48 넘버즈. 9장(4) +53 14.07.09 24,177 799 12쪽
47 넘버즈. 9장(3) +40 14.07.08 24,186 797 11쪽
46 넘버즈. 9장(2) +37 14.07.07 25,131 825 14쪽
45 넘버즈. 9장(1) +41 14.07.07 25,201 767 11쪽
44 넘버즈. 8장(6) +35 14.07.05 24,877 778 17쪽
43 넘버즈. 8장(5) +31 14.07.04 24,844 750 15쪽
42 넘버즈. 8장(4) +26 14.07.03 24,879 776 12쪽
41 넘버즈. 8장(3) +32 14.07.02 24,815 773 11쪽
40 넘버즈. 8장(2) +21 14.07.02 25,420 762 9쪽
39 넘버즈. 8장(1) +33 14.07.01 25,793 777 13쪽
38 넘버즈. 7장(4) +33 14.06.30 25,508 779 11쪽
37 넘버즈. 7장(3) +32 14.06.29 25,341 771 11쪽
36 넘버즈. 7장(2) +24 14.06.28 25,639 750 12쪽
35 넘버즈. 7장(1) +20 14.06.27 25,715 771 10쪽
34 넘버즈. 6장(9) +31 14.06.26 25,088 807 13쪽
33 넘버즈. 6장(8) +15 14.06.26 25,002 806 11쪽
32 넘버즈. 6장(7) +24 14.06.25 25,637 816 12쪽
31 넘버즈. 6장(6) +34 14.06.24 25,619 808 10쪽
30 넘버즈. 6장(5) +19 14.06.23 25,784 834 10쪽
29 넘버즈. 6장(4) +23 14.06.22 25,233 812 9쪽
28 넘버즈. 6장(3) +20 14.06.21 25,291 832 10쪽
27 넘버즈. 6장(2) +23 14.06.20 25,589 811 12쪽
26 넘버즈. 6장(1) +29 14.06.19 25,686 845 10쪽
25 넘버즈. 5장(3) +18 14.06.18 26,617 938 10쪽
24 넘버즈. 5장(2) +13 14.06.18 25,704 816 10쪽
23 넘버즈. 5장(1) +23 14.06.17 26,141 814 11쪽
22 넘버즈. 4장(7) +22 14.06.16 25,917 850 12쪽
21 넘버즈. 4장(6) +21 14.06.15 26,240 817 10쪽
20 넘버즈. 4장(5) +25 14.06.14 26,399 822 10쪽
19 넘버즈. 4장(4) +24 14.06.14 26,269 790 9쪽
18 넘버즈. 4장(3) +18 14.06.13 26,336 817 11쪽
17 넘버즈. 4장(2) +26 14.06.12 26,481 855 9쪽
16 넘버즈. 4장(1) +20 14.06.11 26,658 839 8쪽
15 넘버즈. 3장(6) +22 14.06.11 27,130 811 12쪽
14 넘버즈. 3장(5) +24 14.06.10 27,710 813 9쪽
13 넘버즈. 3장(4) +23 14.06.09 27,810 859 9쪽
12 넘버즈. 3장(3) +18 14.06.09 29,900 964 10쪽
11 넘버즈. 3장(2) +15 14.06.08 30,255 996 8쪽
10 넘버즈. 3장(1) +17 14.06.08 30,272 959 8쪽
9 넘버즈. 2장(5) +18 14.06.07 30,281 883 11쪽
8 넘버즈. 2장(4) +21 14.06.07 30,403 1,011 8쪽
7 넘버즈. 2장(3) +19 14.06.06 29,865 898 10쪽
6 넘버즈. 2장(2) +15 14.06.06 31,497 993 8쪽
5 넘버즈. 2장(1) +19 14.06.06 33,416 989 8쪽
4 넘버즈. 1장(4) +21 14.06.05 34,403 1,026 8쪽
3 넘버즈. 1장(3) +15 14.06.05 38,084 1,16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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