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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大遠) 님의 서재입니다.

넘버즈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대원(大遠)
작품등록일 :
2014.06.04 22:05
최근연재일 :
2018.06.19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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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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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8.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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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넘버즈. 14장(1)

DUMMY

선두에서 말을 달리던 루퍼드가 속력을 줄이며 손을 들었다.

그가 멈추자 뒤따르던 기사들도 말을 멈춰 새웠다.

“설마 우릴 기다린 건가?”

“아니. 부상이 심한 자들이 있어서. 계속 끌고 가면 수도에 도착하기 전에 죽을 것 같아 간단한 치료도 할 겸 쉬어갈 생각이다.”

로렌스의 말을 들으며 루퍼드가 투구를 벗고 하늘을 쳐다봤다.

며칠 전 임무를 위해 헤어졌던 갈림길.

이대로 쉬지 않고 달리면 밤늦게는 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숙영준비를 마친 로렌스의 기사단을 보니 이곳에서 자고 아침 일찍 출발할 생각인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본 루퍼드가 기사들에게 말했다.

“우리도 쉬어간다. 숙영준비를 하도록.”

그리고 로렌스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나?”

“한 명이 자살을 했다. 그걸 빼면 모두 생포했지.”

“자살이라··· 그럼 내기는 내가 이긴 것 같군.”

“술은 올라가서 사도록 하지.”

그렇게 말한 로렌스가 루퍼드를 지나쳐 잡혀있는 이들을 살펴봤다.

“시체는?”

“가져가려다 그냥 묻기로 했다.”

그의 대답에 루퍼드가 살짝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얼굴을 알아보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 단지 죽은 자는 말을 못하니 필요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 묻었다고 하진 않았다.”

“그럼 중단시켜도 되겠지?”

“좋을 대로.”

“그 후에 이야기 좀 하지.”

루퍼드는 로렌스의 대답을 듣지 않고 말을 몰아 달렸다.




루퍼드는 말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숙영지에서 멀리 떨어진 사방이 탁 트인 언덕.

그가 말에서 내려 바위에 걸터앉았다.

“앉지.”

루퍼드의 말에 로렌스도 말에서 내려 적당한 바위에 걸터앉았다.

“투구 좀 벗지 않겠나?”

“이게 편하다.”

“그래도 벗었으면 하는데?”

“귀찮게 구는군.”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천천히 투구를 벗었다.

로렌스는 항상 갑옷을 챙겨 입고 투구를 쓰고 다닌다.

일이 있건 없건 항상 저 상태로 다녀서 그를 아는 이들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보통은 투구의 안면 가리개는 위로 올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물을 마시거나 식사할 때를 제외하면 항상 저 상태.

그가 왜 그러고 다니는지 이해는 가지만 가끔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투구를 벗은 로렌스가 머리를 흔들어 털었다.

검은 머리칼에 굵고 진한 눈썹. 각진 턱과 충혈된 것처럼 보이는 눈. 그래서인지 더 붉게 보이는 눈동자.

“그리 잘생긴 얼굴도 아닌데, 내 얼굴이 그렇게 보고 싶던가?”

로렌스의 말에 루퍼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눈이 점점 붉어지는 것 같군.”

“태어날 때부터 적갈색이었다. 난 아직 갈색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얘기나 하자고 불러낸 건 아닐 텐데?”

“예민해진 것 같군.”

“조금 피곤할 뿐이다. 할 말이 없다면 가서 쉬고 싶군.”

로렌스의 말에 미소를 띠고 있던 루퍼드가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

“왜 죽였나?”

그 물음에 로렌스가 루퍼드의 눈을 보며 물었다.

“무슨 말이지?”

“죽은 자가 여자더군.”

“꽤 봐줄 만한 미인이었지. 그렇다고 내가 무슨 짓이라도 한 것 같나? 미안하지만 마차에 들어갔을 땐 죽어있었다.”

“자살이라고 하기엔 표정이 너무 편안해 보였다. 누군가 일부러 표정을 풀어놓은 것처럼. 망설임 없이 한 번에 목을 그었고, 상처도 깊었다. 제대로 수련한 것 같진 않았는데··· 그냥 단호하고 힘이 좋은 여자였다고 하기엔 이상하지 않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건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지. 뭔가 감추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좋은 단검이라면 그 정도 상처는 날 수 있지. 날 의심하는 모양인데···”

“의심이 아니고 확신이다. 기사들에게 물으니 마차에 들어가기 전 공격받은 것 같다고 하더군. 그럼 살아있었다는 말. 그 거리에서 널 공격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동안 네가 그걸 지켜만 봤다고 하고 싶나? 아니면 죽어있었다고 계속 우기고 싶은 건가?”

루퍼드의 말에 로렌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꼭 본 것처럼 말하는군.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내가 무슨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겠어.”

“글쎄. 그건 네 얘기를 들어보고 판단하겠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 뭘 감추고 싶었나?”

추궁하듯 묻는 루퍼드를 보고 로렌스는 그저 씁쓸하게 웃을 뿐.

“로렌스. 이 일은 너의 능력을 믿고 진행한 거다. 네가 아는 것을 공유하지 않고 감추려 한다면 나도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는 없다. 그걸 원하나?”

루퍼드의 말에 로렌스가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쳤다.

그런 로렌스의 눈에서 붉은빛이 일렁였다.

그 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면서도 루퍼드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그의 눈을 바라볼 뿐.

한동안 눈싸움이라도 하듯 그 상태를 지속했다.

그러다 로렌스가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남의 생각을 읽지 못하는 게 불편하다고 느낀 건 오늘이 처음이다.”

“내 생각이 궁금한가?”

고개를 끄덕이는 로렌스를 보며 루퍼드가 피식 웃었다.

“왜지?”

“널 믿어도 되는지 판단이 서질 않으니까.”

“음··· 우린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군.”

그 말에 루퍼드도 피식 웃었다.

그러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가 생각나는군. 네가 눈에서 내뿜는 붉은빛이 뭐냐고 추궁하던 날.”

“왜 그날처럼 날 죽이고 싶나?”

“글쎄. 널 보기 전까지 많이 고민했었는데 결론이 나질 않아서 망설여지는군.”

로렌스의 말에 루퍼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지워졌다.

그렇게 한동안 둘 사이에는 또 침묵이 감돌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루퍼드.

“네가 무엇 때문에 날 못 믿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만.”

말을 멈추고 옆구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빼 들었다. 그리고 그걸 로렌스의 발밑에 던졌다.

“무슨 짓이지?”

“우리가 서로를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임무는 서로를 믿고 여기까지 온 것이지. 무엇 때문에 날 의심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적어도 난 너를 속인 적은 없다. 내 생각을 읽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네 눈에 보이는 게 나의 생각이다.”

로렌스는 발밑에 있는 루퍼드의 검을 내려다봤다.

비슷한 실력에 검이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 무방비 상태로 있는 루퍼드를 지금 베려고 한다면 벨 수 있었다.

지금 루퍼드는 자신은 결백하고 속인 것이 없으니 벨 테면 베보라는 식이었다.

바닥의 검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짓던 로렌스가 그걸 집어 루퍼드에게 던졌다.

“네 생각은 잘 봤다.”

검을 받아 검집에 넣은 루퍼드가 로렌스를 보고 말했다.

“이제 네 생각을 보일 차례다. 아 되도록 말로 해줬으면 좋겠군.”

그 말에 살짝 인상을 찌푸린 로렌스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낮은 한숨을 내쉰 그의 입이 열렸다.

“가끔은 이 저주받은 능력을 마음껏 휘두르며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다른 이들의 생각을 읽고 그걸 이용하면 많은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군. 네 생각보다 난 훨씬 많은 것들을 알고 있거든. 많은 이들의 비밀을 말이지.”

“그래서?”

“아 오해하진 마라. 그냥 생각이었을 뿐. 그걸 이용해 이익을 취한 적은 없으니까. 하다못해 예쁜 아가씨를 침대로 끌어들인 적도 없다. 의외로 나도 인기가 좋은 편이더군.”

그 말에 루퍼드는 피식 웃었다.

“농담을 듣고 싶은 게 아니다.”

“알아. 어쨌든 난 생각보다 많은 걸 손해 보고 살았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용하지 않기 위해 오히려 하고 싶었던 행동도 멈춘 적이 많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들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생각을 알면 이용할 수 있는 게 맞겠지?”

“가능하리라고 본다. 생각을 읽는다는 게 어떤 건지는 잘 몰라도 네가 알고 있다는 비밀들을 이용한다면 그들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생각을 읽고 역이용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루퍼드의 물음에 로렌스가 씁쓸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내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할 거란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누군가 널 이용한다는 건가?”

로렌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바닥을 펴 보였다.

“내가 누군가의 손바닥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는 걸 이번 임무를 통해 깨달았다. 내가 가진 능력을 알고 있는 이는 부모님과 너. 딱 셋이라 생각했거든.”

“그래서 날 못 믿겠다고 한 거군.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를 생각해봐라.”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잡힌 이들이 뭔가를 발설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로렌스의 눈을 통해 본 걸 쫓아 여기까지 온 거니까.

“확실한 증거도 없고 단지 추측일 뿐이지 않나?”

“이번 임무도 확실한 증거로 받아낸 건 아니지. 나의 말을 듣고 확인하는 작업이었으니까.”

로렌스의 말에 루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군. 하지만 뭐라 판단하기엔 네 설명이 부족하다. 우리가 오해를 풀려면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로렌스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날 어느 정도 믿어준다고는 생각하지만 글쎄···. 과연 내가 해주는 말들을 다 믿을 수 있을까?”

“그건 들어보기 전엔 모르는 거지. 적어도 우린 같은 왕을 섬기는 기사. 내가 너의 말을 믿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거다. 어차피 네가 다른 이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진행한 일이다. 그건 적어도 너의 능력을 내가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지. 이래도 나에게 말을 못하겠나?”

“음···”

“난 너처럼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능력은 없다. 보통사람처럼 말을 해주지 않으면 모른다는 거다. 난 이번 사건을 묻어버릴 생각도 가볍게 넘길 생각도 없다. 적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네가 말을 하지 않으면 난 널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말해다오.”

루퍼드의 말에 로렌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나도 적이 누군지는 모른다. 정체를 알아내려고 이러고 있는 것이지. 하지만 분명한 건 이상하다는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귀족기사단이란 자들이 수도에 사건을 일으킨 이유를 모르겠단 것이지. 모두가 누가 그랬는지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하지만 정작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거다.”

“누군지를 밝혀내면 이유는 자연히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난 이유를 추론할 수 있다면 범위를 좁힐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 일을 벌였을 때는 뭔가 얻어지는 게 있어야 할 테니까. 아무런 수확도 없는데 그런 위험한 일을 벌일 이유가 없으니까. 아무튼, 그게 궁금했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죽은 여자에게서 알아낸 건가?”

루퍼드의 물음에 로렌스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 하나뿐이 아니다. 지금 잡은 이들을 데려가면 귀족기사단의 정체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거다.”

“그렇다면 좋은 일이지 않나?”

“아니. 전혀. 그게 만들어낸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아무튼, 결론만 말하면 국왕께 들어갈 보고는 귀족기사단의 정체가 페슈미안 공국이란 거겠지.”

“페슈미안 공국? 그렇다면 배후에 기안 왕국이 있겠군.”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런데 이해할 수 있겠나? 그리고 그게 밝혀진다면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로렌스의 물음에 루퍼드는 인상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페슈미안 공국은 기안 왕국이 에스토 왕국의 영토를 돌려주지 않기 위해 세운 나라였다. 그게 100여 년 전의 일.

나라의 틀이 잡히고도 남을 세월이었다.

공국을 쳐서 영토를 되찾아야 한다는 말이 계속 나왔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에스토 왕국은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었다.

동쪽은 라이라프 산맥에 막혀 있지만, 그 너머에는 툰족이라는 유목민족이 있었다.

남으로는 칼랜베르크 왕국과 바이른 공국. 서로는 베이가 왕국. 북으로는 기안과 페슈미안 공국, 인접한 영토는 좁지만 칼마한 왕국까지. 여러 나라에 둘러싸여 있는 상황에 전쟁을 벌이는 것은 위험한 일.

칼랜베르크와는 동맹국이고 다른 나라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따지면 북으로 힘을 집중해 전쟁을 벌여도 될 것 같지만, 국가 간의 관계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힘이 약해지면 언제든 침략당할 수 있고, 전쟁을 단시간 내에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장담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기안 왕국은 칼랜베르크 왕국과 함께 4강에 꼽히는 강국. 직접 싸워 이긴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페슈미안 공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도 개입할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현 국왕은 팽창정책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쏟고 있었다. 기안의 공주를 왕비로 맞이한 것도 그런 이유가 크다고 볼 수 있었다.

전쟁보단 외교에 힘을 쏟았고 수십 년간 생산량은 늘어났고 인구도 늘어났다. 무리한 전쟁을 일으키기보단 이대로 발전시켜 다음 대에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 페슈미안 공국이 귀족기사단이라 밝혀진다면?

방금 자신이 말한 대로 사람들은 ‘뒤에 기안 왕국이 있겠구나.’ 라고 생각할 것이다.

기안 왕국을 상대로 침략전쟁을 벌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페슈미안 공국은 기안과는 다르다. 기안이 공국을 지원한다고 해도 직접적인 침략을 당한 것과는 대응이 다를 테니까.

그들이 직접 일을 벌였고, 귀족기사단이 그들이라 밝혀진다면 전쟁의 목소리는 높아질 것이다.

평화의 시기 동안 왕국은 풍요해졌고, 인구는 늘어났다. 늘어난 인구는 평화 시에는 노동력이지만 전쟁이 벌어지면 병력으로 전환되는 것.

결투나 하고 파티장이나 찾던 기사들은 전쟁을 반길 것이다. 게다가 귀족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평민이 귀족작위를 받는 것은 힘들지만, 평 귀족이 남작 정도의 계승 작위를 받는 건 전쟁에서 조그만 공을 세우면 가능하다. 거기에 땅이 늘어나면 영지가 늘어난다는 말. 기존의 영지는 포화상태고 변동도 없기에 힘들지만 새로 점령하는 땅은 다르다.

공에 따라 영지를 나눠주는 것은 당연한 포상.

물론 그건 전쟁을 승리로 장식했을 때지만 눈앞의 이익에 욕심이 나 거기에 눈먼 자들은 위험을 보지 못하는 법.

거기에 로렌스의 말처럼 이해가 되질 않았다.

페슈미안 공국이 왜?

그들이 귀족기사단으로 십여 년간 일을 벌이고 이번 수도방화사건을 일으켜 얻는 이익이 무엇일까?

쉽게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득이 거의 없다시피 한 일을 벌이고 이제는 정체가 발각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조금만 생각해도 이건 꾸며진 거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 안 되는 상황을 가지고 팽창정책을 주장하는 귀족들의 목소리는 높아질 것이고 동조하는 이들도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사실인가?”

루퍼드의 말에 로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를 죽인 이유는 생각이 너무 확고하기 때문이었다.”

“생각이 확고하다?”

“자신이 귀족기사단의 일원이고 페슈미안 공국 사람으로서 그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재밌는 건 그 생각을 되뇌고 있었다는 거다. 마치 잊어버리지 않겠다는 듯이···”

“음···”

“물론 쉽게 불지는 않겠지만, 결국엔 입을 열게 되겠지. 그리고 내가 잡은 이들의 대부분은 고용된 범죄자와 용병. 용병들의 국적은 페슈미안 공국. 귀족기사단과 직접 관련된 건 없어 보였지만, 그 정도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너도 알겠지?”

“그 여자 기억이 조작됐다거나 한 건 아닌가?”

“그야 내가 알 수가 있나. 마법으로 가능한지는 마탑에 물어봐야겠지. 뭐 마탑도 믿을 수는 없지만.”

“마탑도 못 믿겠다는 건. 음···”

“페슈미안 공국은 마법사가 몇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마법사는 육성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라더군. 그날 산에 나타난 오우거. 원래 그곳에 살던 놈이 아니다. 뭐 덕분에 당황한 오우거의 생각을 읽어보는 경험을 했지만.”

그 말에 루퍼드가 피식 웃었다.

“웃을 일이 아니다. 내부 소행이면 마탑도 의심해야 해. 네 쪽에도 그 여자 같은 존재가 하나 있어. 나머지는 그냥 고용된 들러리들이다만, 페슈미안 공국 사람들이 많으니 그 자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겠지. 거기에 넘버즈 둘이 나서서 잡아온 자들. 이 정도면 아무리 앞뒤가 안 맞아도 먹힐 만하지.”

“그래서 우리가 이용당했다는 거군.”

“정확히 말하면 날 이용한 거지. 그래서 널 의심했던 거다. 아니면 부모님을 의심해야 하는데··· 내가 이러고 있는 것도 모르시거든. 너도 아니고 부모님도 아니라면 다른 인물이란 말인데···”

로렌스가 말끝을 흐리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처럼 네 눈에서 빛이 나오는 걸 본이가 있을지도 모르지.”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알아본다는 건. 쉽게 이해가 가질 않아. 고서에도 빛이 나온다는 기록도 없었고.”

“다른 기록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루퍼드의 말에 로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건 아무래도 내가 알아봐야 할 일 같다. 문제는 저들을 어떻게 할 거냐는 거지.”

루퍼드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저들을 데려가서 내가 말한 결과가 나온다면 믿겠나?”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둘만 나온 것도 아니고 기사단이 함께 있다. 명령하면 따르겠지. 입단속도 시킬 수 있어. 하지만 200명이다.”

“그건 그렇군.”

사람이 많으면 이야기는 밖으로 새나가게 되어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네가 꾸민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 말에 로렌스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군.”

“다른 건 몰라도 네가 기사의 서약을 지키겠다는 말은 믿었다. 우린 같은 왕을 섬기는 기사. 난 널 믿어볼 생각이다. 그러니 조금 생각해보자. 그리고 처음부터 하나씩 짚어보자. 귀족기사단이 실제로 존재 하는 지 아니면 다른 이가 그걸 이용해 이번 일을 꾸민 건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너무 위험한 존재니까.”

로렌스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찾아내야겠지. 전쟁은 별로 내키지 않으니까.”

루퍼드가 피식 웃었다.

“누가 들으면 웃겠군. 넘버즈에 오른 기사가 전쟁을 내켜 하지 않는다니.”

“죽어가는 자들의 눈을 본적은 있겠지?”

“물론.”

사람을 죽여본 적은 당연히 있지만 절대 유쾌한 일은 아니다.

“난 죽어가는 자의 눈을, 내가 죽인 자의 눈을 보는 것이 두렵다. 어차피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지만 될 수 있으면 전장은 피하고 싶군.”

로렌스의 말에 루퍼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어가는 자가 마지막에 떠올리는 생각.

그건 그냥 눈을 마주한 것과는 또 다를 것이다.

어쩌면 로렌스는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훨씬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것 같았다.

“전쟁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아. 명분이 있다 해도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지. 기습적인 침략전쟁은 벌이지 않을 거다. 그동안 주변국들과 쌓아온 우호를 한순간에 날려버리진 않을 테니까.”

로렌스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며 루퍼드가 계속 말을 이었다.

“공국을 압박하고 주변국들에 전쟁의 당위성을 알리고 전쟁을 준비하고··· 정말 빠르면 일 년쯤? 그것도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의견이 모였을 때의 얘기다. 반대하는 이들도 있을 테고 국왕께서도 전쟁을 바라진 않으실지 모르니 내부 논의까지 하면 시간은 더 걸릴 거야.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우리만은 아닐 거로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에겐 시간이 있다.”

“길진 않은 시간이군.”

“짧지도 않은 시간이지.”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는 루퍼드를 보고 로렌스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추천과 댓글은 글쟁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어둠속에서 흐흐흐 하는 애는 등장하지 않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밝혀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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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넘버즈. 31장(2) +8 17.12.06 2,048 70 13쪽
182 넘버즈. 31장(1) +18 17.12.04 2,097 68 13쪽
181 넘버즈. 30장(12) +24 17.12.01 2,125 81 14쪽
180 넘버즈. 30장(11) +12 17.11.29 2,104 67 15쪽
179 넘버즈. 30장(10) +10 17.11.27 2,051 59 12쪽
178 넘버즈. 30장(9) +8 17.11.24 2,164 61 12쪽
177 넘버즈. 30장(8) +6 17.11.22 2,155 63 12쪽
176 넘버즈. 30장(7) +11 17.11.20 2,259 63 12쪽
175 넘버즈. 30장(6) +4 17.11.17 2,236 68 12쪽
174 넘버즈. 30장(5) +13 17.11.15 2,305 69 12쪽
173 넘버즈. 30장(4) +13 17.11.13 2,262 71 11쪽
172 넘버즈. 30장(3) +8 17.11.11 2,307 63 14쪽
171 넘버즈. 30장(2) +8 17.11.10 2,493 70 12쪽
170 넘버즈. 30장(1) +20 17.11.09 2,328 64 12쪽
169 넘버즈. 29장(10) +6 17.11.08 2,362 67 11쪽
168 넘버즈. 29장(9) +10 17.11.07 2,376 62 11쪽
167 넘버즈. 29장(8) +8 17.11.06 2,478 74 13쪽
166 넘버즈. 29장(7) +15 17.11.04 2,464 75 11쪽
165 넘버즈. 29장(6) +13 17.11.03 2,505 70 12쪽
164 넘버즈. 29장(5) +12 17.11.02 2,498 74 12쪽
163 넘버즈. 29장(4) +12 17.11.01 2,514 71 14쪽
162 넘버즈. 29장(3) +18 17.10.31 2,478 67 12쪽
161 넘버즈. 29장(2) +14 17.10.30 2,570 85 15쪽
160 넘버즈. 29장(1) +9 17.10.28 2,731 73 11쪽
159 넘버즈. 28장(6) +14 17.10.27 2,671 75 15쪽
158 넘버즈. 28장(5) +20 17.10.26 2,594 77 12쪽
157 넘버즈. 28장(4) +8 17.10.25 2,628 79 15쪽
156 넘버즈. 28장(3) +20 17.10.24 2,685 86 11쪽
155 넘버즈. 28장(2) +17 17.10.23 2,656 78 13쪽
154 넘버즈. 28장(1) +8 17.10.21 2,815 85 14쪽
153 넘버즈. 27장(8) +28 17.10.20 2,762 110 16쪽
152 넘버즈. 27장(7) +10 17.10.19 2,807 89 11쪽
151 넘버즈. 27장(6) +16 17.10.18 2,840 82 12쪽
150 넘버즈. 27장(5) +22 17.10.17 3,147 84 12쪽
149 넘버즈. 27장(4) +10 17.10.16 3,002 89 12쪽
148 넘버즈. 27장(3) +9 17.10.14 3,059 85 12쪽
147 넘버즈. 27장(2) +10 17.10.13 2,995 90 13쪽
146 넘버즈. 27장(1) +11 17.10.12 3,055 95 12쪽
145 넘버즈. 26장(8) +23 17.10.11 3,008 90 14쪽
144 넘버즈. 26장(7) +28 17.10.10 3,065 89 15쪽
143 넘버즈. 26장(6) +15 17.10.09 3,028 86 12쪽
142 넘버즈. 26장(5) +11 17.10.07 3,075 87 12쪽
141 넘버즈. 26장(4) +9 17.10.06 2,972 92 14쪽
140 넘버즈. 26장(3) +28 17.10.05 3,092 88 13쪽
139 넘버즈. 26장(2) +8 17.10.04 3,118 90 12쪽
138 넘버즈. 26장(1) +14 17.10.03 3,224 98 13쪽
137 넘버즈. 25장(12) +5 17.10.02 3,308 89 13쪽
136 넘버즈. 25장(11) +10 17.09.30 3,284 96 11쪽
135 넘버즈. 25장(10) +12 17.09.29 3,398 86 11쪽
134 넘버즈. 25장(9) +4 17.09.28 3,270 101 13쪽
133 넘버즈. 25장(8) +13 17.09.27 3,393 100 15쪽
132 넘버즈. 25장(7) +15 17.09.26 3,436 93 11쪽
131 넘버즈. 25장(6) +16 17.09.25 3,618 106 12쪽
130 넘버즈. 25장(5) +10 17.09.23 3,599 113 13쪽
129 넘버즈. 25장(4) +9 17.09.22 3,727 100 14쪽
128 넘버즈. 25장(3) +7 17.09.21 3,527 100 14쪽
127 넘버즈. 25장(2) +13 17.09.20 3,547 105 14쪽
126 넘버즈. 25장(1) +12 17.09.19 3,635 106 13쪽
125 넘버즈. 24장(4) +19 17.09.18 3,675 96 14쪽
124 넘버즈. 24장(3) +12 17.09.16 3,752 105 13쪽
123 넘버즈. 24장(2) +19 17.09.15 3,624 113 14쪽
122 넘버즈. 24장(1) +12 17.09.14 3,681 103 13쪽
121 넘버즈. 23장(7) +14 17.09.13 3,679 119 13쪽
120 넘버즈. 23장(6) +12 17.09.12 3,642 109 12쪽
119 넘버즈. 23장(5) +18 17.09.11 3,591 102 13쪽
118 넘버즈. 23장(4) +18 17.09.09 4,091 107 15쪽
117 넘버즈. 23장(3) +14 17.09.08 3,659 115 13쪽
116 넘버즈. 23장(2) +16 17.09.07 3,618 109 13쪽
115 넘버즈. 23장(1) +7 17.09.06 3,789 105 16쪽
114 넘버즈. 22장(8) +6 17.09.05 3,783 112 14쪽
113 넘버즈. 22장(7) +19 17.09.04 4,255 134 13쪽
112 넘버즈. 22장(6) +5 17.09.02 3,793 103 16쪽
111 넘버즈. 22장(5) +8 17.09.01 3,841 104 15쪽
110 넘버즈. 22장(4) +13 17.08.30 3,882 114 13쪽
109 넘버즈. 22장(3) +9 17.08.28 3,837 106 13쪽
108 넘버즈. 22장(2) +11 17.08.25 3,899 99 16쪽
107 넘버즈. 22장(1) +14 17.08.23 4,064 107 13쪽
106 넘버즈. 21장(9) +15 17.08.21 3,885 103 15쪽
105 넘버즈. 21장(8) +16 17.08.18 3,938 111 14쪽
104 넘버즈. 21장(7) +4 17.08.16 4,471 110 14쪽
103 넘버즈. 21장(6) +18 17.08.14 4,219 105 13쪽
102 넘버즈. 21장(5) +8 17.08.11 4,139 104 13쪽
101 넘버즈. 21장(4) +14 17.08.09 4,105 113 14쪽
100 넘버즈. 21장(3) +14 17.08.07 4,425 119 12쪽
99 넘버즈. 21장(2) +94 14.09.26 14,426 469 13쪽
98 넘버즈. 21장(1) +69 14.09.24 11,454 496 13쪽
97 넘버즈. 20장(4) +99 14.09.22 12,806 599 14쪽
96 넘버즈. 20장(3) +64 14.09.19 11,906 467 16쪽
95 넘버즈. 20장(2) +45 14.09.17 12,416 473 14쪽
94 넘버즈. 20장(1) +50 14.09.15 13,543 504 15쪽
93 넘버즈. 19장(4) +43 14.09.12 13,440 480 13쪽
92 넘버즈. 19장(3) +79 14.09.10 14,461 516 12쪽
91 넘버즈. 19장(2) +186 14.09.04 15,812 540 13쪽
90 넘버즈. 19장(1) +86 14.09.03 14,976 699 14쪽
89 넘버즈. 18장(4) +102 14.09.02 14,915 544 13쪽
88 넘버즈. 18장(3) +72 14.09.01 14,920 560 13쪽
87 넘버즈. 18장(2) +58 14.08.29 15,732 557 11쪽
86 넘버즈. 18장(1) +54 14.08.28 16,179 559 15쪽
85 넘버즈. 17장(3) +81 14.08.27 15,880 574 14쪽
84 넘버즈. 17장(2) +76 14.08.26 15,215 611 14쪽
83 넘버즈. 17장(1) +71 14.08.25 15,604 636 15쪽
82 넘버즈. 16장(6) +68 14.08.22 16,875 600 14쪽
81 넘버즈. 16장(5) +81 14.08.21 16,122 576 14쪽
80 넘버즈. 16장(4) +67 14.08.20 16,230 608 15쪽
79 넘버즈. 16장(3) +59 14.08.19 16,655 587 14쪽
78 넘버즈. 16장(2) +44 14.08.18 16,492 549 17쪽
77 넘버즈. 16장(1) +49 14.08.15 17,471 587 17쪽
76 넘버즈. 15장(6) +31 14.08.14 16,189 536 15쪽
75 넘버즈. 15장(5) +42 14.08.13 16,966 641 15쪽
74 넘버즈. 15장(4) +76 14.08.12 16,754 569 16쪽
73 넘버즈. 15장(3) +71 14.08.11 17,101 580 16쪽
72 넘버즈. 15장(2) +60 14.08.09 18,434 598 17쪽
71 넘버즈. 15장(1) +29 14.08.08 18,262 578 19쪽
70 넘버즈. 14장(5) +41 14.08.07 18,267 599 18쪽
69 넘버즈. 14장(4) +46 14.08.06 18,501 595 17쪽
68 넘버즈. 14장(3) +46 14.08.05 19,365 587 16쪽
67 넘버즈. 14장(2) +33 14.08.04 19,485 616 16쪽
» 넘버즈. 14장(1) +50 14.08.02 20,679 626 20쪽
65 넘버즈. 13장(4) +53 14.08.01 20,014 663 16쪽
64 넘버즈. 13장(3) +66 14.07.31 20,942 673 20쪽
63 넘버즈. 13장(2) +41 14.07.30 21,615 662 17쪽
62 넘버즈. 13장(1) +84 14.07.27 23,976 755 22쪽
61 넘버즈. 12장(4) +45 14.07.25 22,528 729 17쪽
60 넘버즈. 12장(3) +46 14.07.25 22,193 745 13쪽
59 넘버즈. 12장(2) +60 14.07.23 23,228 739 22쪽
58 넘버즈. 12장(1) +69 14.07.21 23,527 754 14쪽
57 넘버즈. 11장(6) +47 14.07.19 26,089 915 20쪽
56 넘버즈. 11장(5) +48 14.07.18 22,858 774 16쪽
55 넘버즈. 11장(4) +55 14.07.17 23,607 768 20쪽
54 넘버즈. 11장(3) +55 14.07.16 23,219 737 16쪽
53 넘버즈. 11장(2) +56 14.07.15 23,607 751 20쪽
52 넘버즈. 11장(1) +49 14.07.14 24,576 800 21쪽
51 넘버즈. 10장(3) +49 14.07.12 23,854 731 14쪽
50 넘버즈. 10장(2) +41 14.07.11 24,727 867 15쪽
49 넘버즈. 10장(1) +27 14.07.10 24,412 767 14쪽
48 넘버즈. 9장(4) +53 14.07.09 24,176 799 12쪽
47 넘버즈. 9장(3) +40 14.07.08 24,185 797 11쪽
46 넘버즈. 9장(2) +37 14.07.07 25,130 825 14쪽
45 넘버즈. 9장(1) +41 14.07.07 25,201 767 11쪽
44 넘버즈. 8장(6) +35 14.07.05 24,877 778 17쪽
43 넘버즈. 8장(5) +31 14.07.04 24,844 750 15쪽
42 넘버즈. 8장(4) +26 14.07.03 24,878 776 12쪽
41 넘버즈. 8장(3) +32 14.07.02 24,815 773 11쪽
40 넘버즈. 8장(2) +21 14.07.02 25,419 762 9쪽
39 넘버즈. 8장(1) +33 14.07.01 25,793 777 13쪽
38 넘버즈. 7장(4) +33 14.06.30 25,508 779 11쪽
37 넘버즈. 7장(3) +32 14.06.29 25,341 771 11쪽
36 넘버즈. 7장(2) +24 14.06.28 25,638 750 12쪽
35 넘버즈. 7장(1) +20 14.06.27 25,715 771 10쪽
34 넘버즈. 6장(9) +31 14.06.26 25,087 807 13쪽
33 넘버즈. 6장(8) +15 14.06.26 25,002 806 11쪽
32 넘버즈. 6장(7) +24 14.06.25 25,637 816 12쪽
31 넘버즈. 6장(6) +34 14.06.24 25,619 808 10쪽
30 넘버즈. 6장(5) +19 14.06.23 25,783 834 10쪽
29 넘버즈. 6장(4) +23 14.06.22 25,233 812 9쪽
28 넘버즈. 6장(3) +20 14.06.21 25,291 832 10쪽
27 넘버즈. 6장(2) +23 14.06.20 25,589 811 12쪽
26 넘버즈. 6장(1) +29 14.06.19 25,686 845 10쪽
25 넘버즈. 5장(3) +18 14.06.18 26,617 938 10쪽
24 넘버즈. 5장(2) +13 14.06.18 25,703 816 10쪽
23 넘버즈. 5장(1) +23 14.06.17 26,140 814 11쪽
22 넘버즈. 4장(7) +22 14.06.16 25,915 850 12쪽
21 넘버즈. 4장(6) +21 14.06.15 26,239 817 10쪽
20 넘버즈. 4장(5) +25 14.06.14 26,398 822 10쪽
19 넘버즈. 4장(4) +24 14.06.14 26,268 790 9쪽
18 넘버즈. 4장(3) +18 14.06.13 26,336 817 11쪽
17 넘버즈. 4장(2) +26 14.06.12 26,480 855 9쪽
16 넘버즈. 4장(1) +20 14.06.11 26,658 839 8쪽
15 넘버즈. 3장(6) +22 14.06.11 27,129 811 12쪽
14 넘버즈. 3장(5) +24 14.06.10 27,709 813 9쪽
13 넘버즈. 3장(4) +23 14.06.09 27,809 859 9쪽
12 넘버즈. 3장(3) +18 14.06.09 29,899 964 10쪽
11 넘버즈. 3장(2) +15 14.06.08 30,255 996 8쪽
10 넘버즈. 3장(1) +17 14.06.08 30,272 959 8쪽
9 넘버즈. 2장(5) +18 14.06.07 30,280 883 11쪽
8 넘버즈. 2장(4) +21 14.06.07 30,403 1,011 8쪽
7 넘버즈. 2장(3) +19 14.06.06 29,865 898 10쪽
6 넘버즈. 2장(2) +15 14.06.06 31,496 993 8쪽
5 넘버즈. 2장(1) +19 14.06.06 33,416 989 8쪽
4 넘버즈. 1장(4) +21 14.06.05 34,402 1,02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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