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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大遠) 님의 서재입니다.

넘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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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大遠)
작품등록일 :
2014.06.0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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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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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7.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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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넘버즈. 13장(2)

DUMMY

“길리안 괜찮으냐?”

“응.”

그렉의 물음에 짧게 대답한 길리안이 밖으로 나갔다.

뒤따라 나가던 그렉이 옆에 있던 케빈을 보고 두 눈에 주먹을 댔다.

눈이 퉁퉁 부었다는 말.

그걸 본 케빈이 손가락 두 개를 펴서 양쪽 눈 밑으로 그었다.

울었다는 말.

그렉의 입이 뻥긋했다.

-왜?

입 모양으로 알아들은 케빈이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그도 알 턱이 없었다.

그렉이 주먹으로 제 얼굴을 때리는 시늉을 하고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다.

맞고 왔나? 라는 물음.

케빈이 입을 뻥긋거렸다.

-너냐? 맞고 울게.

“야 그건 길잖아.”

못 알아들은 것 같아 냅다 뒤통수를 갈기고 말했다.

“너냐? 맞고 울게.”

“우이 씨.”

그렉이 달려들었지만 긴 팔로 머리를 밀면서 버텼다.

한 대 때려보겠다고 버둥거리는 그렉 녀석보다 길리안이 문제였다.

어제 외출하고 돌아오자마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눕더니 아침에 보니 상태가 저랬다.

저렇게 눈이 퉁퉁 부은걸 보면 많이 울었다는 말인데 이유를 통 모르겠다는 것. 물어봐도 대답할 놈도 아니고 분위기 자체가 가까이 가기 힘들어서 그냥 지켜볼 뿐.

케빈은 귀찮다는 듯이 그렉을 밀치고 문밖으로 나섰다.



미네르바는 말을 멈추고 투구를 벗었다.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멀리 보이는 마을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곳입니까?”

부단장의 물음에 미네르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셀로한 자작 가의 영지에 있는 뷰튼 이라는 제법 큰 마을.

이곳까지 오는 데 3일이 걸렸다.

꼬리가 붙지는 않았는지 확인도 하고, 목적지가 노출되지 않게 조금 돌아오기도 했다.

“미리 말씀을 해주셨어도···”

약간 서운하다는 투로 말하는 부단장을 보며 미네르바가 웃으며 말했다.

“경들을 믿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자 한 것일 뿐. 또 날 따라줄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비롯한 기사단 모두는 단장님을 따를 것입니다. 명령만 내리시면 그곳이 적진이건 죽음의 골짜기건 죽음을 불사하고 돌격할 겁니다.”

“고맙습니다. 이곳에서 한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할 테니 그리 전해주세요. 그리고 조장들과 함께 작전회의를 할 겁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여 보이고 말을 몰아가는 부단장을 보며 미네르바는 미소를 지었다.

넘버즈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제 2년이 되어간다. 그 시간 동안 이렇다 할 임무를 맡지 못해 그들에게 항상 미안했다.

오랜 세월 평화가 계속돼 딱히 무력을 쓸 일이 많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있더라도 항상 다른 이들을 보조하는 임무였다.

넘버가 제일 낮은 것도 이유랄 수 있겠지만, 그보단 자신이 여자여서 그런 것도 있었다.

그럼에도 항상 믿음을 주는 그들에게 고마웠고, 자신 때문에 저들의 검까지 무뎌지는 것 같아 미안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앞에서 고개는 숙이지만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을 보이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그들과 함께 훈련하며 실력을 보이고 때론 힘으로 제압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인정을 받고 난 후론 그들은 누구보다 든든한 동료였다.

이번 임무는 자신에게도 기사단에도 중요했다. 실력을 인정받을 기회가 많지 않은 요즘 같은 때엔 더욱 그랬다.

국왕도 이번 임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귀족기사단과 관련된 이들이니 모두 잡아들이라는 명령.

차라리 죽이라는 명령은 수행하기 쉽다.

이번에 사건을 일으키고 잡아들인 이들에게서 얻은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그래서 이번 임무가 중요한 것.

반항은 당연히 있을 테니 그런 이들을 생포하려면 압도적인 무력의 차이가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실력과 동료들의 실력을 믿었다.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어 수도로 가져갈 생각이었다.

뷰튼 마을을 쳐다보던 미네르바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영주의 마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단장의 말에 미네르바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목표는 마을의 중앙에 위치한 가장 큰 저택.

파티가 열린다는데 진짜 목적은 그게 아닐 것이다. 아니 그게 목적이어도 상관없었다.

저 저택에 모여 있는 이들은 모두 귀족기사단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체포해야 했으니까.

즉 반역에 가담한 혐의라는 것이다.

왕실 직영지가 아니라 조금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어차피 그런 문제는 왕이 해결해야 하는 것.

그리고 영주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관련돼 있을 가능성도 컸다.

“빠져나갈 수 있는 길목은 모두 차단했고 주변을 순찰하던 이들도 모두 제압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들이 눈치를 챌 겁니다. 문이 닫힌 걸 보면 올 만한 이들은 다 왔다는 말이니,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그 말에 미네르바가 투구를 쓰고 말에 올랐다.

“무장 병들에 대한 제압을 시작하세요. 한 명도 놓쳐선 안 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신 있게 말하는 부단장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천천히 말을 몰았다.

서서히 속도를 높여 마을 입구로 진입했다.

달려오는 말을 보고 입구를 지키던 병사들이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무시하고 지나쳤다.

호각소리를 뒤로한 채 미네르바는 저택까지 나 있는 대로를 따라 달렸다.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들이 전투태세를 취하는 걸 보고 씨익 웃으며 등자에서 발을 빼고 안장 위에 쪼그리고 앉은 채 말을 달렸다.

“멀리 가면 안 돼.”

말을 쓰다듬으며 말한 미네르바가 일어섰다. 창을 겨눈 병사들과 몇 미터 떨어져 있을 때 말의 머리를 밟고 몸을 날렸다.

창을 겨누고 돌격에 대비하던 병사들은 그저 멍한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볼 뿐.

하늘을 날 듯 커다란 문을 뛰어넘어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땅에 내려섰다.

내려서자마자 양옆에서 찔러오는 창을 피해 앞으로 굴러 일어서며 검을 뽑았다. 그리고 병사들이 다음 동작을 취하기도 전에 돌아서 창대를 베어버렸다.

그들을 지나쳐 문을 잠그고 있는 두꺼운 나무 빗장을 검으로 베고 문을 당겼다. 끼익 소리가 나며 커다란 문이 열리자 문밖에 있던 병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창을 찔러왔지만, 뒤로 슬쩍 물러나며 검을 휘둘렀다.

툭툭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창날.

투구 속에 가려져 있는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날이 있으니까 편하긴 하네.’

엔젤이 준 검을 들고 첫 전투였다.

창대를 들고서 덤벼오는 병사들을 피해 뒤로 물러서며 휘파람을 불었다.

말이 병사들을 밀치고 달려오자 그 위에 재빨리 올라타 저택을 향해 말을 몰았다.

문 앞에서 말을 멈춘 미네르바가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고개를 저으며 고삐를 당겼다.

말이 뒷발로 일어서며 앞발로 문을 차자 쿵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미네르바는 천천히 안으로 말을 몰아 들어갔다.

홀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음악이 멈췄다.

“미안하지만 오늘 파티는 끝났습니다.”

미네르바의 말에 인상을 찡그린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

“대체 누구기에 이리도 무례한···”

“왕실 기사단 소속 미네르바 폰 발렌슈타인입니다.”

“너 넘버즈···”

“반역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에게 이 정도면 상당한 예의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바 반역이라니. 누가 그따위 말을···”

“국왕께서 그리 말씀하셨지요. 죄가 있고 없고는 수도에서 밝혀질 겁니다. 결백하다면 굳이 피를 볼 필요는 없겠지요?”

“나중에 오해가 풀리고 나면 이 일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오.”

“그렇다면 그때는 정식으로 사과를 드리지요.”

미네르바가 말을 마쳤을 때 기사들이 파티장 안으로 들어왔다.

“제압은 모두 끝났습니다.”

“피해는?”

“없습니다.”

부단장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인 미네르바가 다시 말했다.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면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그리고 말에서 내려 노인을 보고 말했다.

“자 그럼.”

손을 펴 문밖을 가리켰다.

“영주 님께서 가만 계시지는 않을 것이오.”

미네르바를 쏘아본 노인이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걸 시작으로 기사들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이 한 명씩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한쪽에 물러서 있던 미네르바가 투구를 벗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후우···”

한숨을 내쉰 미네르바가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뭔가 너무 쉬운 느낌.

십여 년을 비밀스럽게 움직이던 조직치고는 저항도 너무 미미했고, 기습이었다곤 하지만 전혀 대비도 안 돼 있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뜬금없이 수도에 방화를 저지르며 커다란 사건을 일으킨 것부터가 이상했다.

‘왜일까?’

라고 자신에게 물어봐도 쉽게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찜찜하고 기분이 더럽지.’

누군가 짜놓은 큰 판에서 꼭두각시처럼 춤을 추는 기분이랄까?

들었던 소문들을 떠올리다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버린 미네르바가 앞에 있던 부단장을 보고 말했다.

“남는 인원으로 저택을 수색하세요. 비밀통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자신도 수색을 위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높은 언덕 위에서 마차와 말을 나눠 타고 이동하는 이들을 보던 루퍼드가 중얼거렸다.

“서른이라···”

간단한 무장을 한 이들이 몇 보이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호신용으로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정도.

몬스터도 없고 평화로운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도적들은 있었다. 토벌해도 어디서 그렇게 계속 나오는지. 그래서 먼 길을 갈 때는 무리는 짓는 게 당연한 세상.

겉으로만 봐서는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무리였다.

“저들입니까?”

부단장의 물음에 루퍼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음···”

로렌스의 말을 듣고 국왕의 허가를 받아 나왔지만, 너무 평범해 보여 약간 고민이 되기는 했다.

로렌스의 능력에 대해 아직 확신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봐온 것이 있어 무시할 수는 없었다.

로렌스의 특별한 능력.

그건 사람의 생각을 읽는 능력이었다.

눈으로 상대의 눈을 통해 생각을 읽는 능력. 그건 후천적인 것이 아니라 타고난 특수한 힘이라고 해야 했다.

고서를 찾아본 적도 있었다. 거기에는 진실의 눈이라고 나오고 로렌스 또한 그렇다고 했다.

진실의 눈을 타고 난 자. 그가 로렌스였다.

그의 능력을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처음 그의 눈에서 번뜩이는 붉은빛을 봤을 땐 잘못 본 거로 생각했었다. 거리도 멀었고 순간적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번째 봤을 때는 잘못 본 게 아닌 것 같아 계속 관찰을 하게 됐고, 그를 주시하다 보니 빛을 보는 횟수가 늘어났다.

함께 임무를 수행하게 됐을 때 그에게 눈에서 나오는 빛이 뭐냐고 물었다.

하지만 대답 대신 돌아온 건 검.

다짜고짜 공격해 와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자신을 죽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적이었다. 거기에 눈에서 붉은빛을 내뿜는 것을 보고 있으면 악마가 연상되기도 했으니까.

솔직히 그를 이길 자신이 있었다.

제압하고 추궁할 생각이었는데 검을 섞어보고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알았다. 제압은커녕 박빙의 승부에서 목숨이 왔다 갔다 했고, 둘 다 서로를 죽이겠다고 싸워서 얻은 결과는 무승부.

솔직히 그의 실력에 놀랐고, 그건 로렌스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때 둘 다 큰 상처를 입어 결국 임무도 완수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그가 들려준 얘기는 솔직히 믿지 못할 얘기였다.

지금도 확신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능력을 로렌스는 저주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단편적이지만 남의 생각이나 기억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게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능력을 아는 것은 그의 부모님뿐이라 했다. 거기에 자신이 추가된 것이다.

그 때문에 상당히 고민도 많이 했었다. 밝혀야 하는가 아니면 묻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솔직히 위험한 능력이 맞았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세상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을만한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가 말하길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라 했다. 거기엔 자신도 포함된다고, 만약 통했다면 살아있지는 못할 거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로렌스의 말이 맞을 것도 같았다.

그가 싸울 때의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마치 상대가 어디로 어떻게 공격할지 다 안다는 듯 여유 있게 피하는 모습.

그가 빠르기도 하지만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그의 움직임은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두렵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재밌는 건 그는 그걸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기사의 서약을 어기는 일은 없을 거라 했다. 어쩌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아직은 그의 말을 믿어보기로 하고 좀 더 지켜보는 입장.

만약 그가 위험한 행동을 한다면 바로 제재를 가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처럼 요긴하게 쓰이는 능력이었으니까.

귀족기사단의 수도방화사건으로 잡혀 온 이들을 심문하는 자리에 있었다. 거기서 그의 능력을 발휘했다.

보통 때 그의 눈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고, 그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는 능력을 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강하게 사용하면 눈에서 빛이 났다.

보통상태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장시간 심문을 지켜봤다.

거기서 그가 얻은 것들을 들었고 그것을 토대로 다른 연결선을 찾아다녔다.

그래서 얻은 결과물이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부단장의 재촉에 루퍼드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속도라면 해가 지기 전에 마을에 도착할 것 같았다.

“둘로 나눠 저들을 추월해 앞뒤에서 포위하겠소.”

루퍼드의 말에 부단장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잠시 이동하는 무리를 쳐다보면 루퍼드가 말을 몰았다. 일단 나온 이상 확인은 해봐야 하니까.




“야. 쟤 괜찮은 거냐?”

그렉의 물음에 케빈이 짜증을 냈다.

“딱 보면 모르겠느냐? 얼굴에 쓰여 있잖아. 안 괜찮다고.”

“아 난 안 보이는데. 하긴 며칠 내내 좀 이상하긴 해. 아 궁금하네. 저럴 놈이 아닌데.”

그렉의 말에 케빈도 길리안을 쳐다봤다.

울고 난 후로 애가 좀 이상하긴 했다.

너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녀석이라 부럽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았다.

배울 때는 눈이 초롱초롱한 녀석인데 수업시간에 멍청히 있을 때도 있고 거의 새벽까지 검을 휘두르기도 했다. 어제는 이 넓은 아카데미를 계속 뛰기에 몇 바퀴나 도나 세다가 포기했다. 그러다 말을 타고 나갔다 돌아오기도 하고, 요 며칠은 행동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뭔가 불안해 보이긴 하는데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있나.

원래 말도 많이 안 하는 녀석이 “응” 아니면 “어” 이 두 개밖에 안 쓰니 대화가 안 됐다.

이런 녀석이 아니었다.

남에게 살갑게 다가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말을 걸면 항상 친절하게 받아주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싫어해서 솔직히 방에 같이 있을 때 보면 ‘얘가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한 녀석이었다.

어지간하면 싫은 내색도 잘 안 하는 녀석인데 지금은 그냥 봐도 건들지 말라는 티가 팍팍 났다.

이건 같은 방을 쓰는 이의 입장에서는 고역이었다. 그렉처럼 만만하기라도 해야 뭐라고 하지 건드리기도 힘든 상대니 그냥 이쪽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어? 난 귀족인데?’

하는 생각을 하다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저 녀석을 정말 어쩐다? 계속 이러면 피곤한데.’

그렉 같으면 풀어줄 방법이 수백 가지는 되는데 길리안은 보통 애들과 생각이나 행동이 많이 달라서 힘들었다.

“후우···”

친구라고 하면서 그저 지켜만 봐야 하니 답답함에 한숨만 나올 뿐.




“후욱, 후욱.”

길리안은 검을 바닥에 꽂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래서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어린 시절부터 머릿속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던 악몽 같은 기억.

기억 저편으로 몰아넣은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다. 가끔 떠올라도 끝까지 생각을 이어간 적이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끝까지 기억을 떠올렸다.

잊은 줄 알았는데 전혀.

아직도 그날 일은 너무도 또렷했다.

속에서 또 뭔가가 욱하고 치밀어 올랐다.

화가 났다.

차라리 복수의 대상이라도 있었다면 이렇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그날 그자들을 모두 처리한 엘런과 기사들이 원망스러울 정도.

솔직히 현상범들을 잡은 건 그 분풀이도 있었다.

처음에는 살려두지 않았다. 하지만 목만 들고 현상금을 받으러 가는 길에 느꼈다.

이렇게 분풀이하듯 죽이면 그들과 다를 것이 없지 않으냐는 생각.

그때부턴 될 수 있으면 살려서 데려갔다.

물론 현상수배 전단에 적힌 죄목에 따라 달랐지만.

길리안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검을 뽑아들고 휘둘렀다.

떠올리기 싫은 그 날의 기억을 봉인시키는 방법.

아는 게 이것밖에는 없었으니까.




추천과 댓글은 글쟁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아직 미리보기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

이글이 언제 무료로 풀리려나. 보면 알겠죠 뭐.

몇 편 정도는 넘버즈들을 통해 사건을 풀어가면서 길리안의 얘기가 함께 나올 겁니다. 그런데 사건이 풀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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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넘버즈. 29장(3) +18 17.10.31 2,478 67 12쪽
161 넘버즈. 29장(2) +14 17.10.30 2,570 85 15쪽
160 넘버즈. 29장(1) +9 17.10.28 2,731 73 11쪽
159 넘버즈. 28장(6) +14 17.10.27 2,672 75 15쪽
158 넘버즈. 28장(5) +20 17.10.26 2,594 77 12쪽
157 넘버즈. 28장(4) +8 17.10.25 2,629 79 15쪽
156 넘버즈. 28장(3) +20 17.10.24 2,685 86 11쪽
155 넘버즈. 28장(2) +17 17.10.23 2,657 78 13쪽
154 넘버즈. 28장(1) +8 17.10.21 2,815 85 14쪽
153 넘버즈. 27장(8) +28 17.10.20 2,762 110 16쪽
152 넘버즈. 27장(7) +10 17.10.19 2,808 89 11쪽
151 넘버즈. 27장(6) +16 17.10.18 2,841 82 12쪽
150 넘버즈. 27장(5) +22 17.10.17 3,148 84 12쪽
149 넘버즈. 27장(4) +10 17.10.16 3,002 89 12쪽
148 넘버즈. 27장(3) +9 17.10.14 3,059 85 12쪽
147 넘버즈. 27장(2) +10 17.10.13 2,995 90 13쪽
146 넘버즈. 27장(1) +11 17.10.12 3,055 95 12쪽
145 넘버즈. 26장(8) +23 17.10.11 3,008 90 14쪽
144 넘버즈. 26장(7) +28 17.10.10 3,065 89 15쪽
143 넘버즈. 26장(6) +15 17.10.09 3,028 86 12쪽
142 넘버즈. 26장(5) +11 17.10.07 3,075 87 12쪽
141 넘버즈. 26장(4) +9 17.10.06 2,972 92 14쪽
140 넘버즈. 26장(3) +28 17.10.05 3,093 88 13쪽
139 넘버즈. 26장(2) +8 17.10.04 3,119 90 12쪽
138 넘버즈. 26장(1) +14 17.10.03 3,224 98 13쪽
137 넘버즈. 25장(12) +5 17.10.02 3,308 89 13쪽
136 넘버즈. 25장(11) +10 17.09.30 3,284 96 11쪽
135 넘버즈. 25장(10) +12 17.09.29 3,398 86 11쪽
134 넘버즈. 25장(9) +4 17.09.28 3,271 101 13쪽
133 넘버즈. 25장(8) +13 17.09.27 3,393 100 15쪽
132 넘버즈. 25장(7) +15 17.09.26 3,437 93 11쪽
131 넘버즈. 25장(6) +16 17.09.25 3,618 106 12쪽
130 넘버즈. 25장(5) +10 17.09.23 3,600 113 13쪽
129 넘버즈. 25장(4) +9 17.09.22 3,728 100 14쪽
128 넘버즈. 25장(3) +7 17.09.21 3,527 100 14쪽
127 넘버즈. 25장(2) +13 17.09.20 3,547 105 14쪽
126 넘버즈. 25장(1) +12 17.09.19 3,635 106 13쪽
125 넘버즈. 24장(4) +19 17.09.18 3,675 96 14쪽
124 넘버즈. 24장(3) +12 17.09.16 3,753 105 13쪽
123 넘버즈. 24장(2) +19 17.09.15 3,624 113 14쪽
122 넘버즈. 24장(1) +12 17.09.14 3,681 103 13쪽
121 넘버즈. 23장(7) +14 17.09.13 3,680 119 13쪽
120 넘버즈. 23장(6) +12 17.09.12 3,642 109 12쪽
119 넘버즈. 23장(5) +18 17.09.11 3,591 102 13쪽
118 넘버즈. 23장(4) +18 17.09.09 4,091 107 15쪽
117 넘버즈. 23장(3) +14 17.09.08 3,660 115 13쪽
116 넘버즈. 23장(2) +16 17.09.07 3,619 109 13쪽
115 넘버즈. 23장(1) +7 17.09.06 3,789 105 16쪽
114 넘버즈. 22장(8) +6 17.09.05 3,783 112 14쪽
113 넘버즈. 22장(7) +19 17.09.04 4,255 134 13쪽
112 넘버즈. 22장(6) +5 17.09.02 3,794 103 16쪽
111 넘버즈. 22장(5) +8 17.09.01 3,842 104 15쪽
110 넘버즈. 22장(4) +13 17.08.30 3,882 114 13쪽
109 넘버즈. 22장(3) +9 17.08.28 3,838 106 13쪽
108 넘버즈. 22장(2) +11 17.08.25 3,900 99 16쪽
107 넘버즈. 22장(1) +14 17.08.23 4,064 107 13쪽
106 넘버즈. 21장(9) +15 17.08.21 3,885 103 15쪽
105 넘버즈. 21장(8) +16 17.08.18 3,938 111 14쪽
104 넘버즈. 21장(7) +4 17.08.16 4,471 110 14쪽
103 넘버즈. 21장(6) +18 17.08.14 4,220 105 13쪽
102 넘버즈. 21장(5) +8 17.08.11 4,139 104 13쪽
101 넘버즈. 21장(4) +14 17.08.09 4,105 113 14쪽
100 넘버즈. 21장(3) +14 17.08.07 4,426 119 12쪽
99 넘버즈. 21장(2) +94 14.09.26 14,426 469 13쪽
98 넘버즈. 21장(1) +69 14.09.24 11,454 496 13쪽
97 넘버즈. 20장(4) +99 14.09.22 12,806 599 14쪽
96 넘버즈. 20장(3) +64 14.09.19 11,906 467 16쪽
95 넘버즈. 20장(2) +45 14.09.17 12,416 473 14쪽
94 넘버즈. 20장(1) +50 14.09.15 13,543 504 15쪽
93 넘버즈. 19장(4) +43 14.09.12 13,440 480 13쪽
92 넘버즈. 19장(3) +79 14.09.10 14,461 516 12쪽
91 넘버즈. 19장(2) +186 14.09.04 15,812 540 13쪽
90 넘버즈. 19장(1) +86 14.09.03 14,976 699 14쪽
89 넘버즈. 18장(4) +102 14.09.02 14,915 544 13쪽
88 넘버즈. 18장(3) +72 14.09.01 14,920 560 13쪽
87 넘버즈. 18장(2) +58 14.08.29 15,732 557 11쪽
86 넘버즈. 18장(1) +54 14.08.28 16,180 559 15쪽
85 넘버즈. 17장(3) +81 14.08.27 15,880 574 14쪽
84 넘버즈. 17장(2) +76 14.08.26 15,215 611 14쪽
83 넘버즈. 17장(1) +71 14.08.25 15,604 636 15쪽
82 넘버즈. 16장(6) +68 14.08.22 16,875 600 14쪽
81 넘버즈. 16장(5) +81 14.08.21 16,122 576 14쪽
80 넘버즈. 16장(4) +67 14.08.20 16,230 608 15쪽
79 넘버즈. 16장(3) +59 14.08.19 16,656 587 14쪽
78 넘버즈. 16장(2) +44 14.08.18 16,492 549 17쪽
77 넘버즈. 16장(1) +49 14.08.15 17,474 587 17쪽
76 넘버즈. 15장(6) +31 14.08.14 16,189 536 15쪽
75 넘버즈. 15장(5) +42 14.08.13 16,966 641 15쪽
74 넘버즈. 15장(4) +76 14.08.12 16,754 569 16쪽
73 넘버즈. 15장(3) +71 14.08.11 17,101 580 16쪽
72 넘버즈. 15장(2) +60 14.08.09 18,434 598 17쪽
71 넘버즈. 15장(1) +29 14.08.08 18,262 578 19쪽
70 넘버즈. 14장(5) +41 14.08.07 18,268 599 18쪽
69 넘버즈. 14장(4) +46 14.08.06 18,501 595 17쪽
68 넘버즈. 14장(3) +46 14.08.05 19,365 587 16쪽
67 넘버즈. 14장(2) +33 14.08.04 19,485 616 16쪽
66 넘버즈. 14장(1) +50 14.08.02 20,679 626 20쪽
65 넘버즈. 13장(4) +53 14.08.01 20,015 663 16쪽
64 넘버즈. 13장(3) +66 14.07.31 20,943 673 20쪽
» 넘버즈. 13장(2) +41 14.07.30 21,616 662 17쪽
62 넘버즈. 13장(1) +84 14.07.27 23,976 755 22쪽
61 넘버즈. 12장(4) +45 14.07.25 22,528 729 17쪽
60 넘버즈. 12장(3) +46 14.07.25 22,194 745 13쪽
59 넘버즈. 12장(2) +60 14.07.23 23,228 739 22쪽
58 넘버즈. 12장(1) +69 14.07.21 23,527 754 14쪽
57 넘버즈. 11장(6) +47 14.07.19 26,089 915 20쪽
56 넘버즈. 11장(5) +48 14.07.18 22,858 774 16쪽
55 넘버즈. 11장(4) +55 14.07.17 23,607 768 20쪽
54 넘버즈. 11장(3) +55 14.07.16 23,219 737 16쪽
53 넘버즈. 11장(2) +56 14.07.15 23,607 751 20쪽
52 넘버즈. 11장(1) +49 14.07.14 24,576 800 21쪽
51 넘버즈. 10장(3) +49 14.07.12 23,854 731 14쪽
50 넘버즈. 10장(2) +41 14.07.11 24,727 867 15쪽
49 넘버즈. 10장(1) +27 14.07.10 24,412 767 14쪽
48 넘버즈. 9장(4) +53 14.07.09 24,177 799 12쪽
47 넘버즈. 9장(3) +40 14.07.08 24,186 797 11쪽
46 넘버즈. 9장(2) +37 14.07.07 25,131 825 14쪽
45 넘버즈. 9장(1) +41 14.07.07 25,201 767 11쪽
44 넘버즈. 8장(6) +35 14.07.05 24,877 778 17쪽
43 넘버즈. 8장(5) +31 14.07.04 24,844 750 15쪽
42 넘버즈. 8장(4) +26 14.07.03 24,878 776 12쪽
41 넘버즈. 8장(3) +32 14.07.02 24,815 773 11쪽
40 넘버즈. 8장(2) +21 14.07.02 25,420 762 9쪽
39 넘버즈. 8장(1) +33 14.07.01 25,793 777 13쪽
38 넘버즈. 7장(4) +33 14.06.30 25,508 779 11쪽
37 넘버즈. 7장(3) +32 14.06.29 25,341 771 11쪽
36 넘버즈. 7장(2) +24 14.06.28 25,639 750 12쪽
35 넘버즈. 7장(1) +20 14.06.27 25,715 771 10쪽
34 넘버즈. 6장(9) +31 14.06.26 25,087 807 13쪽
33 넘버즈. 6장(8) +15 14.06.26 25,002 806 11쪽
32 넘버즈. 6장(7) +24 14.06.25 25,637 816 12쪽
31 넘버즈. 6장(6) +34 14.06.24 25,619 808 10쪽
30 넘버즈. 6장(5) +19 14.06.23 25,783 834 10쪽
29 넘버즈. 6장(4) +23 14.06.22 25,233 812 9쪽
28 넘버즈. 6장(3) +20 14.06.21 25,291 832 10쪽
27 넘버즈. 6장(2) +23 14.06.20 25,589 811 12쪽
26 넘버즈. 6장(1) +29 14.06.19 25,686 845 10쪽
25 넘버즈. 5장(3) +18 14.06.18 26,617 938 10쪽
24 넘버즈. 5장(2) +13 14.06.18 25,704 816 10쪽
23 넘버즈. 5장(1) +23 14.06.17 26,140 814 11쪽
22 넘버즈. 4장(7) +22 14.06.16 25,915 850 12쪽
21 넘버즈. 4장(6) +21 14.06.15 26,239 817 10쪽
20 넘버즈. 4장(5) +25 14.06.14 26,398 822 10쪽
19 넘버즈. 4장(4) +24 14.06.14 26,268 790 9쪽
18 넘버즈. 4장(3) +18 14.06.13 26,336 817 11쪽
17 넘버즈. 4장(2) +26 14.06.12 26,480 855 9쪽
16 넘버즈. 4장(1) +20 14.06.11 26,658 839 8쪽
15 넘버즈. 3장(6) +22 14.06.11 27,130 811 12쪽
14 넘버즈. 3장(5) +24 14.06.10 27,710 813 9쪽
13 넘버즈. 3장(4) +23 14.06.09 27,810 859 9쪽
12 넘버즈. 3장(3) +18 14.06.09 29,900 964 10쪽
11 넘버즈. 3장(2) +15 14.06.08 30,255 996 8쪽
10 넘버즈. 3장(1) +17 14.06.08 30,272 959 8쪽
9 넘버즈. 2장(5) +18 14.06.07 30,281 883 11쪽
8 넘버즈. 2장(4) +21 14.06.07 30,403 1,011 8쪽
7 넘버즈. 2장(3) +19 14.06.06 29,865 898 10쪽
6 넘버즈. 2장(2) +15 14.06.06 31,497 993 8쪽
5 넘버즈. 2장(1) +19 14.06.06 33,416 989 8쪽
4 넘버즈. 1장(4) +21 14.06.05 34,403 1,026 8쪽
3 넘버즈. 1장(3) +15 14.06.05 38,084 1,16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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