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즈. 28장(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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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흘렸다고 집사에게 끌려가 씻고 옷을 갈아입고 마주한 손님은 에리스였다.
인사를 주고받고 티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집사가 차를 따라주고 나가자 에리스가 말했다.
“부상은 어떠신가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안부차 왔습니다. 그 정도는 가능한 사이라고 생각되는데 제 착각인가요?”
“아닙니다.”
길리안의 대답에 에리스가 미소를 지었다.
정말 딱 그 정도가 가능한 사이.
그에게 자신은 그저 아는 여자라고 했던 엔젤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에게 호감도 있고 끌리는 것도 사실.
지금까지 그런 남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길리안의 경우는 어떤가?
지금도 그의 마음을 얻으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히 자신이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보일만 했다.
그가 자신에게 이렇다 할 관심도 보이지 않는데 자신이 왜 그러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고, 이제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은 물론 남들에게도 없는 것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건 바로 꿈이었다.
몰랐을 때는 막연히 다른 이들과 좀 다르다고 느낀 것뿐이었지만, 알고 나니 확실해졌다.
그리고 단지 꿈을 품은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기 위해 상상하기도 힘든 노력을 해왔다.
“경에게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아! 그전에 축하가 먼저인데, 실례할 뻔했네요. 넘버즈가 되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길리안이 멋쩍게 웃으며 감사를 표하자 에리스가 미소를 띠고 다시 말했다.
“우연히 경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듣게 됐습니다. 그래서 넘버즈가 꿈이었다는 걸 알게 됐죠. 솔직히 말하면 전 꿈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척 궁금합니다. 꿈을 이룬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음, 그건···.”
잠시 생각하는 것 같은 길리안을 에리스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봤다.
결투 전날 있었던 일.
그날은 눈물만 쏙 빼고 돌아갔지만, 이후 무척이나 많은 생각을 했고 아직 복잡한 생각이 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 남자에게 목매고 싶지 않다는 엔젤의 말.
넘버즈를 꿈꿨지만, 도중에 꿈이 꺾인 윌리엄의 이야기.
어릴 때부터 넘버즈를 꿈꾸고 형의 꿈까지 이어받은 길리안의 이야기까지.
꿈을 좇는 그들은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그게 무척이나 부럽게 느껴졌고, 지금도 머릿속에서 꿈이라는 단어가 지워지질 않았다.
꿈이라는 걸 가져보지도 못했고, 그럴 생각조차 해보질 못했다.
그런데 눈앞의 길리안은 이미 꿈을 이룬 사람이었다.
꿈을 이룬 그는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에리스의 눈을 마주 보며 길리안이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딱 어떻다고 말로 표현하기가 조금 힘듭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넘버즈가 될 줄은 몰랐고, 당시에는 너무 놀라서 기쁨을 느낄 겨를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물론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마냥 기쁘지는 않고 어깨도 무겁습니다.”
기대한 것과는 다른 대답이었지만, 에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길리안이 수십의 기사들과 결투를 벌이는 걸 지켜봤다.
그가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수군거리는 이들도 많았지만, 그들의 말은 신경 쓰지 않았다.
길리안을 조금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말은 하지 않을 테니까.
생각대로 그는 당당하게 기사들 앞에 섰고, 수십의 기사를 쓰러트리고 승리했다.
모두가 놀라워했지만, 자신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이미 그가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들었으니까. 그래도 확실히 대단하다는 생각은 했다.
그 후 그가 넘버즈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당장 달려가 축하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야기가 또다시 들렸다.
기존 넘버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큰 공을 세운 것.
그는 정말 준비된 기사 같았다.
지금 수도가 온통 그에게 놀라고 그의 이야기뿐인데 정작 당사자는 이렇게나 담담하다.
꿈을 이룬 그는 전과 다르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은 넘버즈가 될 거란 확신이 있었나 보군요.”
“확신은 없었습니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면 저도 안주했을 겁니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계속 노력할 수 있었지요.”
“그래도 이렇게 넘버즈가 될지 몰랐다고 하시는 걸 보면, 그 과정도 이미 생각해두셨다는 말 아닌가요?”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기사가 되고 도전 자격을 갖추고 승리해서 넘버즈가 되는 걸 항상 상상했었습니다.”
그 말에 에리스는 웃었다.
너무 당연한 말을 하고 있었으니까.
“평민 출신의 기사가 넘버즈가 된 게 언제인지 사람들이 기억도 못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그런 생각을 하실 수가 있죠?”
“저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그건 몹시 어렵다는 의미였습니다. 수도에 와서도 힘들 거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안 된다거나 불가능하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불가능하지 않은 이유는 넘버즈가 기사이기 때문입니다. 도전 자격을 갖출 수 있는 것도 기사의 신분이면 됩니다.”
“그건 그렇지만···.”
“제가 최초도 아니고 만약 귀족이나 영주만 넘버즈가 될 수 있다면 꿈을 품지도 않았겠지요. 평민이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건 기사의 신분이 끝입니다. 귀족이 되는 건 노력만으론 안 되는 일이니까요.”
“그렇죠.”
“불가능하다는 것과 힘들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말입니다. 불가능 한 것을 꿈꾸는 건 공상이지만,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목표로 삼고 꿈꿀 수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음···. 하지만 노력한다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요?”
“당연히 보장은 없습니다. 그걸 누가 보장해 줄 수 있을까요? 노력만으론 안 되는 일이 더 많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얻을 수 있다면 꿈꿀 필요도 없겠지요. 넘버즈는 10명입니다. 이미 기사인 이들과 앞으로 기사가 될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데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에리스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찻잔을 만지작거리다 말했다.
“경은 이미 꿈을 이루고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는군요. 꿈을 향해가던 그전과 달라보이질 않습니다.”
“전 이제 다른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 말에 에리스는 고개를 들어 길리안의 눈을 똑바로 봤다.
한동안 그렇게 쳐다보던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답네요.”
“예?”
“아, 아닙니다.”
남자에게 이런 생각이 들 줄은 몰랐지만 그렇게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말로 나와 버렸다.
외형에 대한 평가가 아니었다.
꿈을 꾸는 그는 아름다웠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왜 그의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드는지.
왜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탐을 내는지.
그리고 왜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는지도.
솔직히 말하면 자신도 그를 동경하면서 약간은 질투가 났다.
“경에게 묻고 싶은 것이 또 있습니다. 자꾸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아닙니다. 말씀하십시오.”
“여자도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아니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그녀의 물음에 길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왼쪽 가슴에 손을 댔다.
“저는 가슴에 꿈을 품는 건 누구에게나 허락된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룰 수 있고 없고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여자는 남자와는 다릅니다. 귀족이라고 해도 사회적 지위도 어릴 때부터 받는 교육도 남자들과는 다릅니다. 저만해도···.”
어릴 때부터 많은 교육을 받았다.
여자는 꼭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며 필요한 것을 배웠다.
생각해보면 배우고 익히는 모든 것이 어떻게 보면 남자들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면 안 되고 저러면 안 된다는 것이 너무도 많았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아직도 여자가 아카데미에 다니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는 이들이 많았다.
입학을 해도 졸업까지 다니는 여자는 절반 정도나 될까?
도중에 적당한 집안과 혼사가 성사되면 그걸로 아카데미 생활도 끝이었으니까.
졸업해도 사회에서 뭔가를 하는 여자는 여기사들 정도고 그 외에는 극히 드물다.
뭔가를 하기 위해서보다는 좋은 남편감을 찾기 위해 아카데미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경우도 그렇게 아버지를 설득했다.
간신히 허락을 받아서 처음에는 골든로드나 드니로프를 알아봤다. 당연히 좋은 집안의 자제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내키질 않았다.
입학조건이 문제가 아니라 그곳에는 좋은 집안의 여식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곳에 가면 그저 조금 예쁜 여자일 뿐일 테니까.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슈발리에.
이유는 그곳에서는 자신이 중심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설득했고 슈발리에에 입학 후 레이디 슈발리에가 되자 생각대로 단숨에 주목을 받게 됐다.
구애도 많이 받았지만, 딱히 마음이 동하질 않았다.
정식으로 혼담이 온 것도 아니라 집에 말하지도 않았고, 다행히 아버지도 그리 급하게 자신의 짝을 찾지는 않았다.
그러다 형편이 어려워졌고 그때는 시집을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유는 가문을 위해서였다.
대부분 귀족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그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가문을 위해, 가문의 명예를 위해 너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은 가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고 특히 여자들에게는 더하다.
남자를 고를 자유는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집안에서 정해주면 결혼하는 것이 당연시돼왔고 지금도 그렇다.
자신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귀족 가의 여식들은 좋은 집안 자제들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고위귀족이 여는 파티나 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여자들도 많다.
자신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초청장을 받으면 빠지지는 않았다. 그래야 하는 것이 당연한 예의라고 배웠으니까.
처음에는 그런대로 즐거웠지만, 언젠가부터 그렇지가 않았다.
얼마 전까지는 그냥 식상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미네르바나 엔젤리나는 여자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자신도 그녀들을 존경했다.
내로라하는 남자 기사들을 제치고 넘버즈가 된 미네르바.
비록 대리지만, 여자로선 최초로 아카데미를 맡게 된 엔젤리나.
엔젤리나의 경우는 집안이 운영하는 아카데미니 그럴 수 있다고 치부하는 이들도 많지만,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엔젤리나가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그게 뭔지 너무 궁금해서 길리안을 만난 후에는 그녀를 만나볼 생각이었다.
에리스의 긴 얘기를 들은 길리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뭘 하고 싶으십니까?”
“그게··· 그러니까 그걸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어쩌면 그저 부러워서 이러는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꿈을 갖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막 뛰고 설레요.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상기된 표정으로 말하는 에리스.
그러다 미소를 짓고 있는 길리안을 보고 표정을 고치고 다시 말했다.
“하아~. 솔직히 경에게 이런 말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꿈을 이룬 기분이 어떤 건지 그저 궁금했을 뿐인데···.”
“아마 직접 느끼시게 될 겁니다.”
“예? 전 아직 꿈도 없는데요?”
“곧 하고 싶은 일을 찾으실 것 같으니까요.”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쉽게 결정할 수가 없네요. 용기도 없고.”
“뭐가 두려우십니까?”
“그야···. 아직 정하지도 못한 꿈을 이루지 못할까 봐 그게 가장 두렵네요. 아버님과 반목하게 될까 봐 그것도 두렵고.”
“둘 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군요.”
“네?”
“아직 시작도 안 하셨는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길리안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에리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역시 경과 얘기해보길 잘한 것 같아요. 참 신기하게도 경에게는 남에게 하지 못할 말도 하게 되네요.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경이 무척 편하게 느껴져요. 아무래도 그래서 이런 말도 할 수 있는 것 같고요.”
말없이 웃는 길리안을 보던 에리스가 다시 말했다.
“예전부터 궁금한 것이 있었어요. 혹시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그건, 음···.”
잠시 생각하던 길리안이 웃으며 말했다.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네르바에 대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다른 넘버즈들과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고 있었으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서로 일정 선만 넘지 않는 다면요.”
“일정 선이라면···?”
“이런 거요.”
그렇게 말한 에리스가 일어나 길리안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댔다.
“남자와 여자는 선을 넘으면 그때부터는 친구로 지낸다는 게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입술과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 말하는 에리스.
“확실히 그렇겠군요.”
길리안의 대답에 에리스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경은 왠지 그 선을 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절 여자가 아니 한 명의 사람으로 대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금도 여자보다는 사람으로 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고요.”
“여자도 사람이니까요.”
그 말에 웃은 에리스가 길리안의 눈을 보며 말했다.
“그럼 저와 친구가 돼보지 않으시겠어요? 솔직히 예전부터 부러웠거든요. 신분을 초월해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남자들의 우정이···.”
그 말에 길리안이 피식 웃었다.
“왜 웃으세요?”
“아니, 다른 게 아니라 이곳에 와서 친구 하자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그게 이상한 건가요?”
“제게 친구란 그냥 자연스럽게 지내다가 이미 친구가 돼 있는 것인데, 이곳에서는 이제부터 친구다 이러고 시작하니까요. 아무래도 신분 차이 때문이겠지만 생각해보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웃은 겁니다.”
“음, 친구란 그런 것이군요.”
“그래도 지금 친구들과는 그렇게 시작해서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확실히 여자와는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게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귀족 가의 레이디라면 그런 식이 아니면 친구가 되기는 힘들겠군요.”
“그럼 저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건가요?”
“네.”
그 대답에 에리스가 환하게 웃었다.
“그럼 우리는 신분도 성별도 초월한 친구가 되겠군요. 저도 지금의 친구들처럼 대해줘요.”
“그래.”
라고 말하며 손을 내민 길리안을 보던 에리스가 피식 웃었다.
“그럼 잘 부탁해.”
작은 손으로 길리안의 손을 맞잡은 에리스가 환하게 웃었다.
추천과 댓글은 글쟁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한글이 안 열려서 며칠 고생했네요.
윈도우 자체도 좀 말썽이었고...정품을 써야하는데 그냥 컴을 살 때 깔려있던 거라... 쿨럭.
결국 속 썩이는 컴을 as맡겨서 윈도우 다시 깔고 한글도 다시 깔고... 일단은 해결!!
이렇게 병풍이었던 에리스는 꿈을 가지게 되고...
길리안의 여사친이 되었습니다!
꿈과 희망의 판타지 넘버즈... 어?;;;
아무튼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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