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즈. 33장(2)
삼 왕자의 행렬이 다 지나가고 난 후에야 움직이기 시작했고 한동안 마차 안에는 고른 숨소리만 들렸다.
“길리안 궁금하면 그냥 말을 해라.”
“하하, 주무시는 것 같아서 나중에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쳐다보면 시선이 느껴져서···.”
로렌스가 눈을 뜨고 길리안을 봤다.
“뭐 원인제공은 내가 한 것 같으니. 그래 방금 내가 한 말 때문인가?”
반쯤 감긴 게슴츠레한 눈으로 자신을 보며 말하는 로렌스를 보고 길리안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했다.
“하아~. 믿을지는 모르겠다만 난 남들이 볼 수 없는 걸 조금 엿볼 수 있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거라면···.”
“그러니까···.”
“예지안.”
옆에서 들리는 말에 길리안이 고개를 돌리니 루퍼드가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고 있었다.
“하암. 어제 술을 마시더니 갑자기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안이 생겼다고 저러는 거다. 아직 술이 덜 깨서 저러는 거니 신경 쓰지 마라.”
그 말에 길리안이 소리 내서 웃자 로렌스가 뚱한 표정으로 루퍼드를 봤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실없는 놈이 되잖아.”
그런 로렌스를 보며 루퍼드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시끄럽군. 술이 덜 깼으면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라. 언제 잠들었는지는 몰라도 자고 나니까 나는 술이 다 깬 것 같다. 내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응? 그럴 리가. 새벽부터 기억이 없는데···. 길리안 네가 언제 합류한 건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우린 마차를 타고 어딜 가고 있는 거지?”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보며 말하는 루퍼드를 길리안은 그냥 쳐다보기만 했고 로렌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둘이 아무 말도 없자 시선을 돌린 루퍼드가 한숨을 내쉬다가 자신의 옷을 살펴보더니 로렌스를 향해 말했다.
“어제 우리가 파티에 갔던가?”
“아니.”
“그런데 내가 왜 이런 옷을 입고 있지?”
“우릴 웃기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냐?”
로렌스의 말에 루퍼드가 고개를 가로젓다가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음, 기억이 날아간다는 게 이런 거군.”
그런 루퍼드를 보면서 로렌스가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잃어버린 기억은 여기에 다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그게 더 짜증이 난다. 내가 술 몇 잔에 이렇게 망가지다니. 한심하군.”
큭큭 거리면서 웃는 로렌스를 보던 루퍼드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마차가 성문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둘은 계속 티격태격했고 길리안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그런 둘을 보기만 했다.
“여긴···.”
마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는 길리안에게 로렌스가 말했다.
“새로 생긴 노예시장이지. 할당된 부지가 넓어서 그런지 규모는 더 커진 것처럼 보이는군. 아니면 아직 정돈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그의 말처럼 커다란 막사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보여서 그런지 성안에 있을 때보다 규모가 훨씬 커 보였다.
성안에 있던 노예시장을 성 밖으로 옮기게 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와본 것은 처음.
“그런데 여긴 왜 온 겁니까?”
“레오폴드 녀석은 탈주한 노예를 처리한 거라고 했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다. 녀석의 영지에서부터 노예를 데리고 왔을 리도 없지. 그래서 조금 조사를 해봤다.”
“중간에 노예상인에게 노예를 샀다는 말씀이군요.”
“정상적이라면 그렇겠지.”
“네?”
“노예 상인도 상인이고 노예도 사고파는 물건으로 돼 있으니 정상적이라면 상인에게 사는 것이 맞아. 그러니 너도 샀다고 생각하겠지.”
“산 게 아니라면···.”
“아, 물론 사기는 샀을 거다. 하지만 잠시 사냥을 즐기고 어차피 죽일 노예의 값을 제대로 치렀을 리가 없지. 그걸 제대로 된 거래라고 봐야 할까?”
“그건 아니지요.”
“어차피 우리가 그때 지나가지 않았다면 아무도 몰랐을 일이지. 그건 레오폴드가 상인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때 녀석이 데리고 있던 기사들이라면 노예 상인과 호위들 그리고 노예들까지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었을 테니까.”
“음.”
“문제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우리가 알고 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다. 하지만 녀석에게 협박을 당하고 강제로 노예들을 빼앗기다시피 한 노예 상인이 직접 고발을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그래서 여기로 온 거군요.”
“그래. 솔직히 말하면 난 이런 곳에 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노예상인들도 마음에 들지 않고.”
“그건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왕국의 백성이라는 거지. 노예들에겐 절대의 권력을 휘두르는 그들도 다른 큰 힘 앞에서는 약자가 되지. 그래서 세상이 재미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그래서 재미없는 걸 수도 있고.”
로렌스가 길리안의 어깨를 툭 쳤다.
“어쨌든 가볼까?”
“예.”
“그런데 루퍼드. 넌 아직 마차에서 안 내리고 뭐 하는 거냐?”
로렌스의 말에 길리안이 뒤를 돌아보니 마차의 문 앞에 서서 땅만 보고 있는 루퍼드가 보였다.
“이런 말을 하면 믿을지 모르겠지만, 아까부터 내리려고 했는데 땅이 계속 움직인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저 녀석은 버리고 올 걸 그랬군.”
로렌스가 루퍼드에게 다가가 밖으로 잡아끌자 의외로 힘없이 끌려 내려왔다.
“이 녀석 아직 술이 안 깼나 보구나. 길리안 미안하지만 부탁하마.”
길리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루퍼드를 부축했다.
“술은 아까 다 깼다. 정말 땅이 움직였다니까.”
“그래 알았다. 더 지껄이면 기절시켜서 마차 안에 던져놓고 갈 테니까 조용히 따라와.”
“음, 길리안 내가 취했다고 생각하나?”
“네.”
라는 길리안의 대답을 들은 루퍼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그럼 정말 취한거군.”
그리고 조금 걸어가다 루퍼드가 조용한 목소리로 길리안에게 말했다.
“오늘 본 건 잊어다오.”
그 말에 길리안이 대답하기 전에 앞장 서 있던 로렌스가 먼저 말했다.
“절대 잊지 마라. 평생 놀려먹을 좋은 이야깃거리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미네르바와 드레드도 부를 걸 그랬군.”
“쳇. 길리안은 너처럼 사악하지 않아.”
“그렇겠지. 그런데 난 언제부터 사악해진 거냐?”
“내가 이렇게 망가진 것도 따지고 보면 네 녀석 때문이니까. 사악한 녀석.”
“그건 부정할 수가 없구나.”
태연한 표정으로 말하는 로렌스를 보던 루퍼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망가진 것 치고는 기분이 나쁘진 않다. 뭐 두 번 겪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데 두 분은 도대체 얼마나 마신 겁니까?”
“발할라에 다녀올 만큼.”
루퍼드의 대답에 길리안은 피식 웃었다.
“길리안. 지금부터 내가 하는 행동을 보면 네가 날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갑작스런 로렌스의 말에 길리안이 그를 봤지만, 그는 앞장서 빠르게 걷기만 했다.
그렇게 몇 개의 막사를 지나친 로렌스가 한 막사 안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너무 갑작스러운 행동이었고 또 빨라서 입구를 지키고 있던 이들도 막지 못했다.
좀 떨어진 곳에 있던 루퍼드와 길리안도 마주 보고 피식 웃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둘이 안으로 들어서니 입구를 지키고 있던 자들이 양쪽에 서서 로렌스의 팔을 잡고 있었고 조금 떨어진 식탁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가 노예상인인 것 같았다.
“누구시오?”
라는 물음에 로렌스가 잡혀있던 팔을 손쉽게 뿌리치고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
엉겁결에 받아든 노예 상인이 그걸 보고 놀란 눈으로 로렌스를 봤다.
“잠시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조용히.”
로렌스의 말에 노예 상인이 손짓을 하자 시중을 들던 여자들과 입구를 지키고 있던 자들이 밖으로 나갔다.
맞은편에 로렌스가 앉자 그를 보고 낮은 한숨을 내쉰 상인이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위대한 넘버즈 로렌스 경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어쩐 일이신지요.”
“확실히 다시 오고 싶지 않을 만큼 누추하군.”
“음.”
“오래 머물 생각은 없으니 용건만 간단히 하지.”
로렌스가 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상인의 앞으로 던졌다.
“이게 뭡니까?”
“네가 지금까지 저질러 온 크고 작은 범법 행위랄까?”
“음.”
그가 앞에 놓인 것을 펴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정도면 신분을 잃고 노예로까지 전락할 수도 있지. 그렇지 않나? 노예상인 루드릭 폰 다키스.”
“이, 이건 사실과 다르오.”
“정말 그럴까?”
“사, 사실이라고 해도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낼 수 있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음.”
말없이 인상을 찌푸리는 루드릭을 보며 로렌스가 웃으며 말했다.
“벌금을 낸다고 해도 아마 지금 있는 재산을 다 처분해야 할 거다.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하는 거지.”
로렌스의 말에 루드릭이 들고 있던 종이를 거칠게 구겼다.
“이건 사실과 다르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소.”
“그게 중요할까? 귀족이라고는 하지만 천시받는 노예상인 하나가 억울한 일을 당한다고 해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그 말에 루드릭이 자리어서 벌떡 일어났다.
“도대체 내게 왜 이러는 겁니까? 난 경에게 원한을 살만한 일을 하지 않았소. 지그먼트 백작가와도 마찬가지요.”
“글쎄. 정말 그럴까?”
로렌스의 무심한 눈을 보던 루드릭이 자리에 앉았다.
“설마 그 노예 계집 때문에. 헛.”
갑자기 로렌스가 접시를 던졌고 그게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화끈거리는 통증과 함께 뭔가가 뺨을 흘러내리는 느낌에 루드릭이 인상을 쓰며 냅킨으로 상처를 눌렀다.
“말. 함부로 하는구나.”
“도, 도대체 그 아이가 뭐라고···.”
루퍼드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살기에 루드릭은 입을 다물었다.
카마엘 백작가의 쓰레기를 만나 험한 꼴을 당하고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기사들이 찾아와 이것저것 묻고 갔었다.
억울하고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더는 얽히기 싫어 적당히 둘러댔다.
리베란에서 사 온 꼬마 노예 하나가 용케 살아있다는 걸 알았지만, 어차피 자기 손을 떠난 일.
그저 다른 불똥이 튀지 않기를 바랐다.
“그 아이에게 감사해야 할 거다. 네가 정말 쓰레기였다면 이런 기회도 주지 않았을 테니까.”
기회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루드릭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아~.”
한숨을 내쉰 로렌스가 살기를 거두고 말했다.
“이제부터 네가 할 일을 말해주마.”
“할 일이라면···.”
“그날 레오폴드와 있었던 일을 법원에 가서 사실대로 말하고 고발하는 거다.”
“그러면 나, 나는 죽소.”
“그럴지도. 하지만 안 하면 확실히 죽어. 바로 지금.”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루드릭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한쪽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루퍼드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하암~. 로렌스, 화가 난건 알겠는데 딱히 그자가 잘못한 건 아니잖아. 그쪽도 알고 보면 피해자라고. 안 그런가?”
“그, 그렇습니다만.”
루드릭이 궁금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루퍼드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소개가 늦었군. 난 루퍼드라고 한다. 그리고 이쪽은 길리안.”
루퍼드가 루드릭에게 손을 들어 보였고 길리안은 살짝 묵례를 했다.
루드릭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세 명을 번갈아 봤다.
넘버즈가 세 명이나 자신의 막사에 있는 거였으니까.
루퍼드가 옆에 앉아있던 길리안의 어깨를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리안 이해해라. 로렌스 녀석 지금 화가 무척 많이 나 있거든.”
“넌 나서지 말라고 했을 텐데?”
로렌스의 말에 루퍼드가 피식 웃었다.
“기억 안 난다.”
그렇게 말하곤 테이블로 걸어와 물병을 집어 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후아~ 이제야 살겠다.”
의자를 빼서 털썩 앉은 루퍼드가 루드릭을 보며 말했다.
“어이, 노예상인. 이런 취급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나?”
“음.”
“우리에게 협력해라. 그럼 지금보단 나은 삶을 살게 해주지.”
눈을 감고 생각하는 것 같은 루드릭에게 루퍼드가 다시 말했다.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다. 히스클리프 후작가와 지그먼트 백작가. 그리고 베이어드 백작가가 카마엘 백작가와 힘겨루기를 한다. 그럼 어느 쪽이 승리할까?”
3대 1의 싸움.
카마엘 백작가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세 가문을 모두 상대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굳이 저같이 이름뿐인 귀족이 필요하다는 게 이상합니다만.”
눈을 뜬 루드릭이 침착하게 말하자 루퍼드가 웃으며 답했다.
“그쪽이 필요한 이유는 법의 울타리 안에서 해결을 보기 위해서지.”
법이라는 말에 루드릭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대놓고 비웃으면 로렌스가 또 화를 낸다고.”
루퍼드의 말에 루드릭이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고쳤다.
“확실히 비웃음을 살만큼 법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었지. 하지만 지금은 좀 달라. 그쪽도 상인이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알겠지?”
“물론입니다. 하지만···.”
루드릭이 말끝을 흘리며 로렌스의 눈치를 봤다.
로렌스가 뭐라 말하려 했지만 루퍼드가 손을 들어 저지하고 입을 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알겠군. 확실히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러니 그쪽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그냥 넘어가려는 거고, 우리도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겠지. 하지만 좋은 기회이지 않나?”
루퍼드가 루드릭의 앞에 있던 꾸겨진 종이를 집어 들고 다시 말했다.
“무대가 아주 좋아. 왕국의 내로라하는 귀족들이 모두 모여 있는 지금이라면 모두의 관심이 집중될 거다. 이 일이 끝나고 나면 모두가 세상이 변했음을 알게 되겠지. 그 중심에 그대가 서는 거다.”
“음.”
“상인이니 손익을 따져보면 답이 나오겠지.”
“그러면···.”
“아아, 여기서 얘기가 더 진행되면 그건 거래가 돼버릴 것 같군. 그래선 안 돼거든. 우린 어디까지나 어려움을 당한 힘없는 자의 사정을 들어주러 온 것뿐이다. 그리고 그에게 법을 믿어보라고 권하고 있는 거지.”
“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신변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 내 모든 것을 걸고 약속하지. 여기까지가 내가 공식적으로 말해 줄 수 있는 거다. 그리고 사적인 얘기를 조금 하자면.”
루퍼드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찢으며 말을 이었다.
“꽤 좋은 인맥을 만들 수 있는 기회지. 아, 참고로 난 드니로프를 물려받았다.”
“축하드립니다.”
루드릭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루퍼드가 한 말의 뜻을 모를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오늘 수도에 작은 이벤트가 있는 건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여기 있는 셋의 이름만 알고 있다면 꽤 좋은 투자를 할 수 있을 거다. 그건 내가 장담하지.”
루퍼드가 작게 조각난 종이를 바닥에 흩뿌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정도면 그대가 용기를 내는데 조금 도움이 됐나?”
“물론입니다.”
“로렌스 더 할 말은?”
루퍼드가 묻자 잠시 루드릭을 쳐다보던 로렌스가 말했다.
“결정은 빠를수록 좋지만, 우리의 결투가 끝난 후에 내려도 괜찮다. 하지만 이 얘기를 들고 레오폴드를 찾아가지는 마라. 이미 겪어봐서 알겠지만, 거래하기보단 죽이는 게 편하다는 걸 잘 아는 녀석이니까.”
그 말을 끝으로 로렌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린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도록 하지. 아, 곧 법원이 일을 시작할 시간이군. 그럼.”
루퍼드가 손을 흔들며 걸음을 옮겼다.
셋이 나간 후에 루드릭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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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완전 무료로 전환했습니다.
그동안 미리보기로 봐주신 분들께 죄송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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