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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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룡은 경악했다. 믿었던 사휘령과 장원륭이 공산당 핵심간부 중의 간부인 주은래를 만나고도 놔주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나 불사왕은 특유의 그 성미가 나와 길길이 날뛰었던 것이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주은래를 놔주었다니 주은래를!! 네놈들 공산당의 첩자냐!!”
꽝!!
불사왕이 온 공력을 실어 주먹을 내려치자 주방의 탁자가 산산조각이 났다.
이 탁자는 진룡이 거금을 들여 구입한 나름 고급인 것으로 원목이라 매우 비싸고도 단단했다. 그런데 그런 원목 탁자를 단번에 부숴버린 것이다.
불사왕은 그러고도 모자라서 단번에 금나수로 사휘령의 목덜미를 낚아채버렸다.
“솔직히 말해라, 이놈!! 언제부터 공산당의 끄나풀이 된 것이냐?! 아님 섭혼술에 세뇌당한 것이냐!!”
“큭, 이거 좋으시오!!”
“말해!!”
불사왕의 손속은 너무나 빨라 사휘령은 도저히 보고서도 그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지금 사휘령의 상태는 육체적으로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아까 낮에 종남파의 안상형을 상대로 뭔가 작은 깨달음을 얻어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좋은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는 육체를 초월해 상당히 빠른 반응속도를 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사휘령은 도저히 불사왕을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큭, 이 괴물!!!’
금나수란 상대방의 손이나 멱살을 강하게 움켜쥐어 꼼짝 못하게 하는 무공인데, 그 특성상 매우 가까운 거리로 접근해야하고 권법이나 지법 등과 달리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제압만 하는 것이므로 의외로 매우 사용하기가 까다로웠다.
어설프게 사용하면 반대로 본인이 제압당하거나 곧바로 금나수가 풀리고 적에게 치명적인 반격을 허용하게 되는데 불사왕의 손아귀는 곧바로 사휘령의 심맥을 제압하여 사휘령으로서는 그야말로 움짝달싹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태까지 불사왕이란 자가 얼마나 강한 자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현저하게 실력에 차이가 나자 사휘령은 은근히 좌절감과 함께 공포마저 들었다.
‘나 역시 그동안 어느 정도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멀었구나······. 그야말로 우물안의 개구리였군.’
그러나 불사왕이 이 정도인데 과연 저 파천황이나 강호육 같은 자는 대체 얼마나 강할 것인가??
사휘령은 강호육의 존재는 아직 몰랐지만 파천황이란 절대 극강의 고수를 알고 있었기에 자신들 쪽방촌의 무림인들이 모두 모여들어야 겨우 상대할 수 있는 그를 생각하며 더욱 심란해졌다.
한편 사휘령의 멱살을 거머쥔 불사왕은 사휘령이 아무런 반응도 없이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자 더욱 분노가 치솟았다.
“이놈, 그래서 대체 왜 주은래를 놓아준 것이냐!! 배신이냐!! 왜 배신한 거냐고!!”
“으윽!!!”
사휘령이 그로인해 다시 한 번 상념에서 벗어나 입을 열려는데, 마침 진룡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가 배신한 건 아닐 거요.”
“네가 어떻게 알아!!”
눈을 부릅뜨는 불사왕에게 진룡은 침착히 말했다.
“그가 만약 배신했다면 순순히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테고 돌아와도 주은래를 놔준 것을 얘기하지 않았을 거요. 그렇지 않소??”
“흥,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르지!! 목적이 뭐냐, 네놈 목적이 뭐냐고!!!”
다시 한 번 사휘령의 멱살을 흔드는 불사왕에게 진룡은 말했다.
“그만두시오, 불사왕. 당신도 이미 그가 배신하지 않은 건 알고 있을 텐데. 그의 말대로라면 그가 그렇게 행동해야할 이유도 없고 얻을 것도 없소.”
“······흥!!”
불사왕은 멱살을 잡고 있던 사휘령을 거칠게 내팽개쳐버렸다. 그러자 사휘령은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던 것이다.
쿠당탕!!
본래 사휘령 정도의 고수에게 이런 상황에서의 낙법은 몸에 배인 것이라 반사적으로 나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방금 그에게는 그럴 여유도 없었다.
내팽개치는 기세가 워낙 흉흉하고 강력해 미처 낙법도 쓰지 못한 것이다.
“큭!!”
한마디 신음을 내며 쓰러지는 사휘령을 보고 제갈의가 분노해 외쳤다.
“이게 무슨 짓이요, 아무리 그래도 그는 부상자이지 않소!!”
“흥, 부상자면 배신자건 뭐건 상관없다는 건가!!”
“그가 아직 배신자라고 확정된 것도 아니오!! 그리고 진 대협의 말대로라면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는 것 아니오!!”
“똥인지 황두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는가!!”
황두장은 중국식 된장으로 흔히 된장이 그렇듯이 마치 언뜻 보면 대변과 비슷하게 생긴 것이었다. 그래서 불사왕은 황두장과 똥을 거론하며 자신의 논리에 정당성을 더했던 것이다.
그때 원륭이 입을 열었다.
“그만하시오. 그는 배신자가 아니오.”
“흥, 그러고 보니 네놈도 있었지!! 네놈이냐? 네놈이 사휘령에게 바람을 넣은 것이냐!!”
“그만두시오. 보아하니 지금 가장 분노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저 원륭인 것 같소.”
“응??”
상관인의 말에 영문을 몰라 주변을 살펴본 불사왕은 왠지 한풀 꺾인 목소리가 되었다.
“으음······.”
지금 원륭의 두 주먹에서는 피가 흘러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얼마나 강하게 힘을 주었는지 분노로 인해 꽉 쥔 주먹의 혈관이 터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서는 미친 듯이 날뛰던 불사왕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된 거냐, 애송아. 한번 설명을 해 보거라. 물론 대답이 시원찮다면 네놈도 가만두지 않겠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사왕의 성격은 여전했다. 그리고 원륭은 침착하게 대답했던 것이다.
“우리는 자금성을 지키러 갔다가 뜻밖에도 주은래를 만났소. 그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와 자금성의 호위를 시켰는데 그로인해 홍위병들은 꼼짝도 못하고 주변에 올 수도 없었지. 하지만 우리 역시 그 적지 않은 수의 군인들로 인해 섣불리 그에게 위해를 가하지 못하고 그저 물러서고 만 것이오.”
“흥, 나라면 단번에 그 자의 목덜미를 꿰뚫어 긴 창에 매달았을 것이다!!”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러고나서 죽으면 무슨 의미가 있소??”
“주은래의 목이라면 한 목숨 버릴 정도의 가치는 있다.”
“······.”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주은래는 제갈공명의 환생이라 불릴 정도로 매우 그 능력이 뛰어난 자였다.
비록 그 능력에도 불구하고 비겁하게 모택동의 밑에서 주구가 되어 있었지만 그 나름대로 긍정적인 면도 있었던 것이다. 원륭은 그 점을 지적했다.
“사 대협과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곧 그를 놔주기로 결심했소. 그를 쓰러트리기 위해 인민해방군 한 부대를 상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너무나 가까이 왔었기에 만약 우리 목숨을 도외시하고 해치기로 작정했다면 단번에 죽일 수 있었을 것이오.”
“그런데 왜 해치우지 않았나??”
빈정거리는 말투로 묻는 불사왕에게 원륭은 담담히 말했다.
“그가 아니면 모택동의 똥을 치울 사람이 없어서 그렇소. 당장 그 유소기와 등소평 역시 모택동의 기세에 밀려 단번에 뒷방 늙은이가 되지 않았소??”
그 말에 불사왕 등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그 말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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