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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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갈은 천천히 원륭에게로 다가갔다. 다시 한 번 그의 손에는 암녹색 요독의 기운들이 모이고 있었고, 만약 거기에 적중되면 대라신선이 와도 살아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당갈이 모은 기운은 단순한 독이 아니라 극도로 강한 염기성 물질인 암모니아 그 자체였다.
기존의 동물독이나 광물독 같은 당문의 비기를 익히지 못한 당갈은 자신만의 절기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렇게 당갈이 슬금슬금 다가가는데 원륭이 고개를 빙글 돌리더니 묵묵히 입을 열었다.
“멈추시오, 당갈. 당신이 오는 건 이미 알고 있소.”
“······어떻게 알았지?? 최대한 기운을 속였는데. 역시 나로서는 어쩔 수 없나??”
자신이 삼류 무인이라 기척이 발각됐나 싶어서 당갈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으나, 원륭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것은 당갈의 손이었다.
“당신 그 손에서 썩은 내가 진동을 하오. 그럴 만도 하지. 그건 요독, 즉 암모니아라 소변 냄새 그 자체니까.”
“······.”
당갈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랬다. 이것이 바로 당갈의 독문무공 요독공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그 위력은 의외로 엄청나게 강력하지만 무엇보다 시전 시 엄청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도저히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당갈은 한숨을 한번 푹~ 내쉬고 말했다.
“후우, 그렇네. 이것이 바로 내 무공의 약점일세. 이것만큼은 아무리 해도 고칠 수 없더군.”
“냄새를 줄이는 방법은 있을 텐데.”
“있긴 있지. 하지만 근본적으로 냄새를 줄이는 것이지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닐세. 냄새를 줄인다는 것은 위력도 약해진다는 것이지.”
“그렇군. 약점 없는 무공이 어디 있겠소??”
“그건 그렇지만······.”
당갈은 다시 한 번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갈이 말년이 되어 요독공이라는 상당히 강력한 무공을 창안해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삼류로 취급받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아무리 위력이 강해도 중국인들은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런 냄새가 나는 무공 따위 절대 신공절학으로 쳐주지 않는 것이다.
본래 인간은 요독을 몸에 쌓아두는 것이 불가능했고 만약에 쌓인다면 그것은 병에 걸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신체가 망가져 얼마 못가 죽고 마는 것이다. 살아도 영구적인 신장장애가 걸리고.
그런 걸 극복한 무공을 만들어낸 당갈은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한 선구자로 찬양받아야 했거늘 그런 당갈을 칭송하는 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원륭도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신도 참 안타깝군. 그런 무공을 익혔는데 그런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어마어마한 평가절하를 받다니. 정녕 냄새를 없앨 방법이 하나도 없었소??” “있긴 있었지. 여러 가지 향을 써보았으나 개중엔 이 요독공의 냄새와 합쳐져 더 역한 냄새가 나거나 때로는 향이 더욱 지나쳐 요독공의 냄새는 안 나지만 다른 심한 냄새가 난 적도 있었네. 아무리 좋은 향수라도 지나치면 똥오줌 냄새와 마찬가지지······.”
원륭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륭도 듣기로 강호상에는 이와 마찬가지로 위력은 강맹하나 너무 기이하고 요상해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무공이 몇 있다고 들었다.
다른 사람의 내공을 빼앗는 흡성대법이라든지, 강시를 만들어내는 강시술, 그리고 사람의 피를 빨아 마찬가지로 흡성대법처럼 자신의 내공을 늘리는 흡혈마공 같은 것도 있다는 것이다.
‘흡혈마공을 조심하게. 천하에 존재하는 모든 마공들 중 그와 같이 악독한 것도 없으니.’
진룡은 원륭에게 무공을 가르치며 간단하게 무림의 상식을 알려주었는데, 개중에는 그런 것도 있었다. 원륭이 그런 흉악한 무공을 익힌 자와 맞붙을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가르쳐준 것이다. 한편 원륭은 당갈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들으면 들을수록 참 안타까운 이야기요. 당신도 그 요독공인가하는 무공을 시전하지 않는다면 딱히 냄새는 나지 않겠지. 실제로 아까까진 나지 않았으니.”
“바로 그렇네.”
“하지만 그냥 요독공을 쓰든 향수를 쓰든 그건 당신이 이제부터 진심으로 출수한다는 얘기니까 암살 같은 것을 하는 건 극히 힘들겠지. 더군다나 당신의 권법이나 장법은 별 볼일 없고.” “그것도 그렇네.”
당갈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장,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소. 당신이 그나마 아까 저 다른 무리들이 날 합공할 때 같이 합세해 공격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소. 비록 당신 정도의 권법이라 해도 아까처럼 무방비상태로 맞았다면 분명 나에겐 더 큰 타격이 되었겠지.”
“흥, 내가 끼어들었어도 저들은 오히려 방해 말라고 했을 것이네. 내가 끼어들기에 그들의 권법과 장법은 너무 수준이 높거든.”
“그랬을지도. 그리고 결국 당신이 내가 잠시 한눈을 파는 것처럼 보이자 슬금슬금 다가왔을 때 확신했지. 정도는 다르지만 결국 당신도 공산당의 주구인 건 확실하다고.”
“그렇네.”
당갈은 당당히 가슴을 펴고 말했다.
“자, 그럼 어찌 할 텐가??”
“공산당의 주구는 쓰러트릴 뿐.”
말을 마치고 척, 원륭은 자세를 잡았다. 비스듬히 비튼 몸에 위로 든 오른 주먹은 손등이 위를 보고 있고 왼 주먹은 손등이 아래를 보고 있었다.
이것은 원륭이 나름대로 익힌 육합권법과 소림칠십이종절예를 사용하기 위한 기수식인 것이다. 원륭의 기세가 달라진 것을 파악한 당갈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적에게는 딱히 할 말이 필요 없지. 그저 자네 같은 소년을 죽이기 싫어 다른 이들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끈 것이네.”
“나도 노인장을 패죽이기 싫어 시간을 끈 것이오. 이래 뵈도 나름 예의 있는 사람이거든. 그리고, 난 소년이 아니라 올해로 성인이오!!!”
쾅!!!
원륭은 먼저 발을 박차고 앞으로 뛰어 나섰다. 어느새 공력이 회복되었는지 원륭이 박찬 땅은 상당히 파여 있었다. 당갈 역시 노련하게 그걸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대체 왜 원륭이 코피를 흘리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의 요독에 의해 직접적으로 접촉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점막이 손상돼 코피를 줄줄 흘렸는데 잠시 코를 잡고 있더니 어느새 코피가 멈췄던 것이다.
‘이상하군, 코피를 지혈하기 위한 혈도는 누르지 않았는데······. 게다가 저건 자연적인 코피가 아니라 아예 점막이 요독에 손상되어 벌어진 것이기 때문에 금세 저리 회복될 리가 없어, 아무리 내공에 의한 회복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당갈은 이해하지 못했으나 원륭의 코피를 막고 있는 것은 바로 금강대 변인법이었다.
본래 이 금강대 변인법은 타고난 체질로 인한 잦은 설사를 막기 위해 소형승이 고안한 것인데, 대변을 참는 것 외에도 몸에서 나오는 모든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무공이었다.
즉 이 무공을 익히면 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내공만 있을 경우 혈액이든 골수든 뇌수든 모든 체액을 절대로 흘려보내지 않는 것이다. 단 한 방울도.
금강대 변인법이 내공에 의해 모든 체액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붙들어 놓기 때문에, 한줌의 내공만 있어도 이 금강대 변인법을 익힌 자가 출혈로 사망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신공절학이었는데 그건 이 무공을 익힌 소형승도 몰랐고 장원륭도 몰랐으니 그런 걸 당갈이 알 리가 없었다. 자신의 요독공 만큼이나 괴이한 이런 무공이 있으리라곤 상상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때론 간절함이 기적을 만들어내니······.
평생 삼류무인으로 무시당하던 당갈이 울분을 토하며 만든 기적의 독공, 요독공.
평생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인해 설사를 달고 살던 소형승이 무림인으로서, 아니 사람으로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만든 기적의 대변을 참는 무공, 금강대 변인법.
세상에 공개되지 못한 기적의 신공절학들이 지금 당사자들도 모르게 맞붙고 있었던 것이다.
당갈은 코피가 흐르지 않는 원륭을 이상하게 여겼으나 신경 쓰지 않고 금세 다른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했다.
‘뭐 상관없다. 무슨 수를 썼는진 모르겠지만 코피 따위 요독공의 영향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 중 극히 가벼운 일. 지금부터 요독공의 진수를 보여주마!!!’
“하아압!!!”
당갈은 기합을 외치고 원륭의 권법을 피해 비스듬히 몸을 틀면서 자신의 손을 내뻗었다.
그러자 원륭은 대경실색하며 급히 물러섰던 것이다.
휙!!
“후후, 이 노부의 손길이 두려운가. 다 늙어빠진 퇴물 무림인의 손이 뭐가 두려운가······.”
당갈은 히죽히죽 웃었지만 원륭은 정색한 얼굴로 맞받아쳤다.
“이 노괴물······. 그런 괴이한 무공을 쓰면서 퇴물 무림인이라니······. 적어도 나에게 있어 당신은 현역이오.”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기쁘겠군.” “아니, 이건 진심이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자신의 권법은 아무리 삼류무인이라도 노회한 당갈을 단 한방 만에 쓰러트리기는 힘들었는데, 자신은 제대로 당갈의 손에 잡히면 어느 부위든 순식간에 녹아내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던 것이다.
당갈 역시 원륭의 그 말이 단순한 띄워주기나 인사치레 같은 것이 아님을 알았기에 고개를 숙였다. 비록 싸우고 있었으나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나이 먹고 왜 눈물이······. 아, 살면서 단 한명이라도 나를 인정해준 사람이 있었던가??’
그랬다. 당갈은 재능이 너무 낮아 가문은 물론 형제, 심지어 부모에게서도 버림 받았기에 그를 인정해준 사람은 육십 평생 원륭 단 한 명뿐이었던 것이다. 단 한 명.
그런 마음에 당갈은 기쁜 마음으로 웃으며 원륭을 향해 일장을 내질렀다.
“아아, 난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를 인정해줄 사람을 만났으니 이 얼마나 기쁘지 아니한가!! 죽기에는 좋은 날이다!!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휘두르는 당갈의 눈가에 미세하게 물기가 맺혀있는 것을 원륭도 보았지만, 원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런······. 얼마나 무시를 당하고 살았으면 저렇게나 적인 나의 말에 기뻐한단 말인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구나······.’
그런 당갈의 모습에 원륭은 애처로운 마음까지 들 정도였지만 마음을 다 잡아먹었다.
무림뿐만 아니라 살면서 이렇게 기구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한두 번 보았던가??
대약진운동 때 먹을 것이 없어 한줌 죽에 몸을 팔고 자식을 잡아먹고 오염된 생선을 먹고 죽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보았다.
그런 걸 보아온 원륭은 이미 독해질대로 독해져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나이 먹고 평생을 무시당하며 살았다지만 저 자는 나보다 몇 십 배는 경험이 더 많은 고수다!! 정신 차려라, 원륭!! 네가 얕볼 상대가 아니다!!’
원륭은 자신을 채찍질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일장을 내지르는 당갈의 주먹을 피하며 그 품안으로 들어가 몸을 빙그르 돌리며 결국 한 방의 주먹을 당갈의 턱에 올려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컥!!”
순간적으로 흰자위가 보이고 뇌가 흔들릴 정도로 타격을 입은 당갈은 그 와중에도 무의식중에 원륭의 손을 잡으려 애썼지만, 원륭은 이미 한방 먹이고 빠져나간 뒤였다.
그러자 무림 초출답지 않은 과감하고도 신중한 치고 빠지기에 정신이 들어온 당갈은 곧바로 칭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허허, 젊은 친구가 심계가 대단하군. 그 상황에선 욕심을 부려 끝장을 내고 싶을 마음이 굴뚝같았을 텐데.”
“실제로 그랬소. 하지만 당신의 손에 잡혀 외팔이가 될 것 같아 곧바로 빼버렸지.”
“후후, 정말 보기 드문 기재로군. 내공이 약하고 익힌 무공이 평범한 것 빼고는 그 심기나 재간 모두 일류의 수준이야. 빈 말이 아닐세. 이건 수많은 무림인들을 상대해본 나의 평가니까. 비록 나는 삼류지만.”
“무림은 무공실력만으로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소. 당신이 그 나이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을 거요.”
“······보면 볼수록 아까운 기재로군. 정말로 아까워, 내 손으로 죽여야 한다는 사실이······.”
“무슨 말이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소. 비록 당신에게 한방이 있다고는 하지만 당신의 속도로 봐서는 나를 붙잡는 건 불가능할 것 같소만.”
“그렇지. 속도로 잡는다면 말이야.”
그 순간 원륭은 자신의 몸이 극도로 무거워짐과 동시에 격렬한 두통, 오한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심지어 금강대 변인법으로 붙들어놨던 코피도 어느새 다시 흐르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지, 중독된 건가?! 어느새?!?!?”
“자네는 처음부터 나에게 이길 수 없었네. 자네가 나와 싸우기로 결심한 때부터 이미 승부는 끝났던 거야······.”
당갈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원륭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원륭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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