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마교전멸비사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어어어???”
원륭은 두 가지 이유로 인해 깜짝 놀랐다. 첫 번째는 그를 도와준 자가 저 파천황이라는 자의 강력한 빙공을 맞고서도 살아났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를 도와준 자가 바로 평소에 자신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불사왕이라는 것이다.
불사왕은 그가 처음 쪽방촌에 실려 와서 눈을 떴을 때부터 시비를 건 자였는데, 이렇게 갑자기 자신을 구해주니 원륭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래서 왜 그랬는지 물어본 것이다.
그러나 고마움에도 불구하고 평소 불사왕에게 여러모로 당한 게 있기 때문에 원륭은 자신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왜 날 구해준거요??”
“흘흘, 애송이, 그렇게 구해준 게 못마땅한가?? 그럼 도로 죽든가.”
불사왕은 한 손을 펼쳐 파천황을 가리켰다. 꼬우면 가서 죽으라는 의미였다.
그 모습을 본 원륭은 어이가 없어져서 말했다.
“누가 못마땅하다고 했소?? 평소 나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하던 당신인데 이렇게 갑자기 구해주니 이상하다는 거요.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거 아니오??”
“하······. 물에 빠진 놈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더니 딱 이놈이 그 꼴이로구나. 그냥 가서 죽어라, 이놈아!! 아니, 내 손으로 죽여주리??”
불사왕이 진지하게 두 손에 공력을 끌어올리자 황급히 진룡이 날아와 말렸다.
“뭐하는 거요, 불사왕?! 자기 손으로 아군을 줄일 셈이오??”
“아니, 이놈이 살려줬더니 고맙다는 말도 없이 따지고 들잖아!!”
그렇게 말하고 불사왕은 분노해서 삿대질을 해댔다. 그러자 진룡은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아니 당신이 평소에 얼마나 못마땅하게 굴었으면 이 상황에서 그리 나오겠소? 당신 잘못도 있소!”
“뭐가 어째 이놈아!! 네놈도 같이 저승으로 갈 거냐!!”
눈을 부라리며 주먹을 휘두르는 불사왕을 보다못해, 상관인과 제갈의가 나섰다.
“필사의 대적을 만나고 대체 무슨 짓이오!!”
“그렇게 서로 상잔하고 싶다면 일단 저 파천황부터 없애고 싸우시오! 그리고 나선 말리지 않겠소!!”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쪽방촌에서 두 번째, 세 번째로 나이가 많은 자들이 앞 다투어 말리자, 불사왕은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좋다, 그 말은 맞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이 끝나면 다들 각오하라고!!” “이번 일이 끝나면?? 과연 이번 일이 끝날 수 있을까?? 물론 끝나기야 하겠지! 너희에게 안 좋은 쪽으로 말이야!!”
파천황은 푸른 머리를 휘날리며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 역시 보법이 절정에 달해있는지 숫제 뛴다기보다는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원륭은 파천황의 발밑에서 뭔가 묘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뭐지, 저거?? 웬 얼음가루 같은 게??”
“용케 알아차렸군. 저건 진짜 얼음가루가 맞네.”
어느새 옆으로 훌쩍 다가온 제갈의가 말했다.
“제갈 대협?? 도와주시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내가 끼어들면 저들의 동선에 오히려 방해가 되네. 그리고 내 일은 다치고 돌아오는 우리 편을 치료해주는 거니까.”
‘하긴······.’
원륭은 납득했다. 확실히 제갈의의 무공이 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이상으로 그의 진가는 의술에 있었다.
그만 살아있으면 죽지만 않는다면 대부분의 부상은 고칠 수가 있지만, 만약 그마저 당하면 도무지 답이 없는 것이다.
제갈의는 내, 외상 모두에 정통했고 기존의 제갈세가 의술에 더해 서양의학까지 공부했으므로 아마도 현세에서는 비견될 자가 없는 신의라 할만 했다.
진룡 등이 의화단 운동에서 패배한 후 서양과학, 무기에 대해 철저히 연구한 것처럼 제갈의는 자신의 방식대로 서양을 연구한 것이다.
그렇게 제갈의와 원륭을 제외한 쪽방촌의 여섯 무인이 파천황을 둘러쌌다.
진룡, 불사왕, 사휘령, 소형승, 상관인, 하홍휘. 공교롭게도 그들은 파천황의 여섯 방위를 점하고 있었다.
“육방진이군.”
“육방진이요??”
“대상자의 주위를 여섯 방향에서 점하고 공격하는 진일세. 소수를 대상으로 다수가 합공하면 유리한 건 알고 있겠지?”
“네, 당연한 거니까요.”
“단순히 수적으로도 유리하지만, 실제론 방향이라든지 상성 같은 것도 중요하네. 최초의 합공가능한 수인 두 명이면 앞뒤나 양 옆을 점할 수 있지. 세 명이면 삼각진으로 적을 완전히 포위할 수 있네. 이때부터 점이나 선이 아니라 ‘면’으로 적을 포위하게 되므로 압도적으로 유리해지지. 설령 갇힌 자가 가둔 자들 세 명의 실력을 합친 것보다 뛰어나다고 해도 한번 이 삼각진에 갇히면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지네. 그리고 아무 진이나 그 효과가 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의미를 가지는 진들이 있네. 앞서 말한 삼각진, 사방을 가둘 수 있는 사방진, 육방진. 가장 효과적인 것은 동서남북, 북서북동남서남동에 위나 아래까지 점할 수 있는 십방진일세. 오방진이나 칠방진 같은 것은 나쁘진 않지만 사용하기가 애매하고 까다롭네. 그 경우 사실상 사방진이나 육방진에 예비인원을 한명 더해둔 수준에 불과하지.”
“예비인원이라뇨??”
“진에 갇히면 사람이 본능적으로 행하는 행동이 무엇일 것 같은가??”
“으음, 여러 군데를 두들기면 효과가 반감되니 한쪽으로 전력을 다해 뚫고 나가려 하지 않을까요??”
“그렇네!! 모든 물체는 균열이 생길 때 반드시 한 점에서 시작하네! 밑 빠진 항아리도 바닥이 동시에 여러 군데 구멍 나는 게 아니라 보통 한 점에서 시작하지! 진에 갇힌 자는 한 점을 뚫으려 하고, 가둔 자들은 그 점을 뚫지 못하게 계속해서 진형을 바꿔가며 이동하는 게 바로 진을 두고 이뤄지는 대결의 핵심일세. 그리고 진마다 생문이란 것과 사문이라는 것이 있는데 보통 생문은 그 특성상 가장 강한 자가 맡게 되네. 일반적으로 사문은 들어가면 죽는 문이기 때문에 그곳을 건드리면 진의 원리에 의해 다른 자들이 일제히 합공하여 그 공력을 퍼부을 수 있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네. 건드려서도 안 되고!! 하지만 특별히 사문을 맡고 있는 자가 약하다면 그곳을 뚫어서 생문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지.”
“뭔가 진이란 어렵군요.”
“모든 무공이 그렇지만 세상엔 쉬운 게 하나 없네. 하지만 제 아무리 복잡한 무공이든, 간단한 무공이든 반드시 그 안에는 공통되는 이치가 있지. 자네는 삼재검이나 육합권을 익혔나??”
“네, 소림칠십이종절기를 제외하고 제가 익힌 무공의 대부분이 그건데요.”
원륭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확실히 그의 오성이나 내공의 상태로는 다른 쪽방촌 무림인들의 상승절기를 배울 수 없었다.
진룡들이 의화단 운동 이후 자신들의 무공을 정리하여 매우 체계화시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아무나 배울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 무공들의 공통점은 최소 내공이 몇 갑자에 달해야 했기에 원륭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내 내공이 어느 정도나 될까? 반 갑자? 한 갑자?? 정확히 알지를 못하겠구나.’
후우, 하고 원륭은 한숨을 쉬었다. 가장 수준이 낮은 토납법 수준의 심법으로 내공을 모으는 자신으로서는 반 갑자든 한 갑자든 엄청나게 많은 것이었다.
얼마 전까지 그렇게 꾸준히 수련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수련한 결과 정확히 그 분량, 60분의 1갑자가 모였던 터라 이대로 1갑자를 모으기 위해 팔십이 걸리려나 생각했던 원륭에게 당갈의 요독공은 기연이었던 것이다.
그의 요독공에 중독된 원륭은 해독을 위해 자동차 배기가스를 들이마셨고 그로 인해 요독공의 요소와 배기가스의 질소산화물이 결합하여 인체에 무해한 대량의 물과 질소, 이산화탄소 등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 순간 대기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섞이면서 산소 등이 포함된 대량의 공기가 발생했고, 그로인해 환경이 오염된 현 시대에는 찾아보기 힘든 무공해 공기가 생겨났던 것이다.
원륭의 단전은 마치 굶주린 것처럼 미친 듯이 대량 발생한 공기를 흡입하여 그것을 모두 내공으로 바꾸었다.
그렇게 상당한 분량의 내공을 얻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륭은 한계를 느꼈던 것이다. 섣불리 저 파천황이라는 자에게 덤벼들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제갈 대협, 저 자의 기세는 다른 누구와도 다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전 공포를 느꼈습니다.”
“······. 무림에서 살아남는 가장 중요한 소질은 적의 자질을 파악하는 것일세. 그런 의미에서 자넨 틀리지 않았네. 저 자는 70여 년 전 우리의 의화단 운동을 박살낸 가장 큰 적이니까.”
“?? 의화단 운동은 청군과 서구 열강의 군대, 무기에 의해서 괴멸된 것 아니었습니까??”
“후후, 그 당시 우리의 수는 지금 이 쪽방촌에 모여 있는 자들은 장난으로 보일 정도로 많았네. 의화단이라는 이름 아래는 단순히 무림인들만 모인 게 아니라 청나라와 그런 청을 좀 먹는 서구 열강에 불만을 가진 수많은 백성들도 모여들었지. 우리는 산동에서 시작하여 직례(즈리), 북경, 감숙성 등 온 대륙을 흔들었네. 그리고 끝내 파멸을 맞이했지. 우리가 만주에 이르고 남만주철도를 파괴하자 서구열강은 대규모 병력을 보내 우리를 맞이했네. 일본군 8천여 명을 비롯해 러시아 4500명, 영국 3000명, 미국 2500명, 프랑스 800명 등 거의 2만 명에 달하는 총과 대포를 든 군인들이 우리를 상대했네. 우리는 싸우고 또 싸웠지. 하지만 무림인들만 있는 게 아닌데다 무림인들도 일류 무림인들만 있는 게 아닌 터라 우리는 결국 전멸했네. 살아남아 몸을 피한 건 여기에 있는 진룡, 불사왕, 그리고 나와 상관인 정도일세.”
“소형승과 사휘령, 하홍휘 저 분들은 의화단 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겁니까??”
“그들이 그렇게 나이가 많아 보이나?? 의화단 운동 당시 저들은 태어나지도 않았어. 하홍휘가 30대니 자네보다 열 살 정도가 많고 사휘령과 소형승은 40대일세. 우리보다 까마득하게 어리지.”
“그렇군요······.”
그제야 원륭은 이들 쪽방촌 무림인들의 나이를 알게 되었다. 그동안은 물어보지 못하거나 물어봐도 그들이 은근슬쩍 넘어가는 통에 제대로 알지를 못했는데 제갈의의 말대로라면 의화단 운동에 참여한 네 명은 거의 나이가 90에서 100살이라는 것 아닌가??
그 당시 의화단 운동에 참여하려면 아무리 못해도 지금의 원륭과 같은 나이, 18살 정도는 돼야할 것이고 그로부터 거의 한 70년이 지났으니 그들은 분명 90살 전후일 것이다.
혹은 100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노인의 모습인 제갈의나 불사왕, 상관인과는 달리 진룡은 아무리 봐도 중년의 그 모습이었다. 40대? 50대??
원륭이 묘한 눈빛으로 진룡과 다른 이들의 얼굴을 번갈아보자 제갈의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군. 허나 진룡은 우리와 좀 다르네. 그는 천하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이었던 마교의 수장이었지. 천산산맥에 위치해있던 마교는 십만대산이라 불리며 전성기에는 그 수가 정말 10만을 넘었네. 그들 모두가 강호에서 일류, 혹은 절정고수라 불리기에 부족하지가 않았으며 그런 그들을 거느리고 있던 진룡은 그야말로 한 성의 성주, 혹은 왕과 다름없었네. 그 시대에 중앙정부의 지배를 받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정말 무소불위의 권력이었지.”
“그 10만 명은 어떻게 됐습니까??”
“대부분 의화단 운동 때 죽었네. 십만대산으로 돌아가 진룡의 지시에 따라 후일을 노리던 자들은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 타클라마칸 사막에 한 핵실험으로 인해 방사능에 오염되어 대부분 죽거나 불구가 되었고. 지난번에 듣지 않았나??”
확실히 그런 말을 들었다. 원륭은 그제서야 그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