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공산당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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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자효진은 대경실색하며 몸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진룡의 공격이 너무 빨랐기에 그는 피하지 못하고 도중에 일장을 마주치는 수밖에 없었다.
쾅!!!
“컥!!”
자효진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그러나 그 뒤를 쫓는 진룡은 그게 자효진이 실제 입은 피해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내 7성의 공력을 실었다고는 하나 저 정도로 과장을 하다니······. 내가 알고 있는 자하신공의 위력이라면 비록 수련이 부족하다곤 하나 저 정도에 뒤로 날아갈 리가 없다. !! 일부러 뒤로 뛰어 위력을 죽였군! 피를 토한 건 자신을 약하게 보이기 위한 허장성세고!!’
진룡은 단번에 자효진의 술수를 알아챘다. 그리고 분노하며 이번엔 쌍장을 날렸던 것이다.
펑!!!
두 번의 장이었지만 마치 한 번의 장법이었던 듯 서로의 장법이 부딪치는 소리는 단 한 번밖에 나지 않았다. 비록 간단해보이지만 두 번의 공격을 완벽하게 동시에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이를 또 동시에 받아내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진룡과 자효진은 이를 해내었던 것이다. 둘은 적이지만 마치 오랜 세월 합을 맞춰온 친구로 보이기까지 했다.
“화산파의 자하신공은 여전하군. 그리고 그 매화장(梅花掌)도.”
“매화장을 알고 있소??”
“매화장 뿐만 아니라 매화검도 알고 있지.”
“······상당히 많이 알고 있구려······.”
“알고 있다 뿐인가?? 직접 쓰는 사람과 함께 싸우기까지 했는데.”
“?? 그게 누구요??”
“매영장(梅影張)일세.”
“매영장, 매영장······. 아, 나보다 몇 십 년 전의 선배로군. 제명된 문원 목록에서 본적 있는 것 같소.”
“선배라고는 하지만 자네 표정에선 전혀 공경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
“? 그야 당연한 것 아니오?? 그 자 때문에 기나긴 화산파의 영광이 헛된 것이 되었소!! 의화단 운동에 참가한 그 때문에 화산파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아시오?!”
자효진은 소리 질렀다. 그의 입장에서 매영장은 관과 무림은 서로 불가침이라는 불문율을 깨고 관에 저항한 자, 그 뿐이었다.
“당신네 그 의화단이 청에 저항하고 서구 열강에 저항하는 바람에 거기 참가한 매영장의 사문으로 지목받은 우리 화산파는 쑥대밭이 되었소!! 청의 관원들과 서양인들이 총과 대포를 가져와 성지인 화산을 짓밟고 심지어 무장해제까지 시켰는데!!”
자효진의 말은 전혀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진룡도 할 말은 있었던 것이다.
“부패한 청과 서구 열강이 대륙을 좀 먹고 있는데 무림인으로서 어찌 가만있을 수 있겠는가!! 힘이 있으면서도 행하지 않다니 그거야말로 언어도단!! 쓰지 않을 힘을 뭐 하러 익힌단 말인가!!”
“힘은 행해야 할 때와 행하지 않아야 할 때가 있소!!”
“그렇게 행하지 않아야 할 힘을 행하는 건 지금 너희들이지!!”
버럭!! 진룡이 소리 질렀다.
“너희들이 지금 하는 짓은 70여 년 전 청과 서구 열강이 하는 짓과 같다!! 힘이 있다고 해서 인민을 짓누르고 도탄에 빠지게 하다니!! 내 너희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누가 보면 당신들이 바로 진정한 정의의 화신들인 줄 알겠군!! 의화단은 의화권이라는 총과 칼도 막을 수 있다는 괴상망측한 사마외도의 무공을 전파하고 흑도의 무리들이 백성들을 혹세무민하여 끌고 다니며 온갖 파괴행위를 일삼았다던데!! 그 덕에 무고한 양민들이 죽었다 들었소!!”
“의화단이 쓰러트린 건 서구 열강의 앞잡이인 서양인들과 기독교인들이었어!!”
다시 한 번 버럭 소리를 지르고 진룡은 설명했다.
“그 당시 대륙의 정세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네!! 기독교를 포교한답시고 선교사들이 들어와 중국 대륙을 정탐하고 전통문화를 파괴했을 뿐만이 아니라 서구열강이 식민지를 통해 싸게 수탈하여 만든 물건들이 들어와 경제가 엉망이 됐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양놈 나쁜 양놈을 가린다는 말인가!! 특히나 상해와 북경에 있는 서양인들은 모두가 첩자이자 군인이나 다름없었어!!”
“그래서 당신들에겐 한 치의 죄도 없다는 말이오?!”
“······.”
자효진의 말에 진룡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우리들에게도 잘못이 없다 말하진 않겠다. 그 중에는 정말로 중국 대륙에 포교를 하러 왔을 뿐인데 살해당한 선교사나 그들의 가족도 있겠지. 하지만 그 당시 난 20대의 청년에 불과했던지라 지도부도 아니었고 군인이 아닌 일반인은 살해하지 않았네.”
“흥, 당신 말을 누가 믿겠소??”
“반대로 자네가 무고한 일반인들을 지금까지 한 명도 살해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내가 믿겠나?? 자네들, 공작조지??”
“!!!”
그 말에 자효진의 얼굴이 구겨졌다.
“공작조는 얼마 전까지 유소기의 밑에서 그에 반대하는 전국의 대학생이나 지식인들을 특히나 탄압하고 다녔지. 하지만 모택동이 나서고 그러한 공작조는 해체되었다지만 과연 그럴까?? 일반 공안도 아닌 특수한 신분으로 당의 반대세력들을 감찰하고 다니는 특수조직. 그리고 모택동은 공작조를 해체하였다고 하지만 ‘숙청’했다고는 하지 않았어. 숙청을 밥 먹듯이 하는 그인데 말이지. 그렇게 유능하면서 얼마 전까지 쓰이다가 숙청되지 않고 살아있는 조직. 그리고 그 조직은 이름만 바꿔서 그대로 활동하고 있겠지. 그렇지 않은가, 공작조의 자효진!!!”
“······.”
자효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주변을 둘러싸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홍위병들이 웅성거렸던 것이다.
“정말로 공작조란 말이야??”
“그럼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저 자식들······.”
개중에는 자효진과 그의 무리들을 적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들도 있었다. 이 홍위병들의 주요세력은 바로 얼마 전까지 유소기에게 탄압받던 대학생들인데, 자신들을 쓰러트리는 정체불명의 무리들을 상대로 싸우길래 같은 편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그 이상으로 자신들의 불구대천의 원수인 공작조라는 것이다. 그 모습을 진룡은 껄껄 웃었다.
“자신들이 누구와 싸우는지,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구분 못하는 모택동의 개돼지들!! 그러니 너희들이 모택동의 주구라는 것이다! 하하하하하하!!!”
진룡의 목소리는 내공을 쓰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온 사방에 널리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러자 홍위병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와 자효진에게 따졌던 것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 우두머리는 소녀였다.
“자효진, 당신 정말 유소기의 공작조였나요?!”
그 말에 자효진은 그 소녀를 힐끗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했다.
“당신, 공작조에게 탄압받을 때 날 본 적 있나??”
“아, 아뇨, 그건······.”
“내가 당신에게 내 신분을 뭐라고 소개했지??”
“공안의 특수부요······.”
“그럼 내 신분은 뭘까??”
“공안의 특수부겠죠······.”
소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러자 자효진은 씨익 웃으며 일그러진 얼굴로 소녀의 머리를 잡고 말했던 것이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으면 돼. 그 외에 무엇이 필요하지??”
“하지만 정황상 보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군?”
“!!!”
“그리고 우리는 주석의 명으로 자네들을 돕기 위해 나온 것일세. 주석의 명을 의심하는 건 뭐다??”
“······주자파요.”
“착한 아이군.”
자효진은 소녀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고 잔혹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아들었으면 그만 들어가 봐.”
“하지만······.”
“왜, 아직도 주석의 명에 의문이 있는가?? 이봐, 지금 이 자들을 당신들 홍위병이 상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공안 특수부가 이들을 상대하고 있는 거라구?? 주석의 명에 따르면 주자파를 숙청하고 공산주의 중국의 기강을 세워야 하는 건 홍위병 아닌가??”
“맞아요······.”
“그럼 그만 들어가!!”
자효진이 사나운 얼굴로 소리를 지르자 소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들어갔다. 그러나 그 얼굴에 쌓인 의문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그 모습을 본 진룡은 말했다.
“저 소녀는 누구지?? 대체 누군데 저렇게 대표로 나와 자네에게 의견을 개진한단 말인가??”
아무리 홍위병들이 오합지졸의 집단이라 해도 그 중에서 우두머리를 하고 딱 봐도 무림인인 자효진을 상대로 저렇게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러자 자효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던 것이다.
“저 아이는 8대 혁명 원로중 하나이자 정치위원인 송임궁(宋任窮)의 딸, 송빈빈(宋彬彬)이오.”
“송빈빈?! 잠깐, 그러면?!”
“그렇소. 그녀가 바로 이 대혁명의 시작을 연 차세대의 혁명기수요.”
째릿, 하고 진룡은 송빈빈을 노려보았다. 얼마 전 진룡과 원륭 등은 상인관에게서 북경사범대학 부속 여자중학교 교감인 변중운(卞仲云)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 아무 죄 없는 변중운을 주자파로 몰아 인민재판을 열고 쇠가 달린 허리띠로 후려쳐 살해한 주동자가 바로 저 송빈빈인 것이다.
“저런 악독한!! 네년은 애비애미도 없느냐!! 스승은 부모와 마찬가지라 하였거늘 그것도 모자라 아무 죄 없는 교사를 살해하다니!!”
진룡이 분노해서 외치자 송빈빈은 잠시 움찔했으나 이내 눈에 쌍심지를 켜고 격렬하게 맞섰다.
“그녀는 주석이 말하는 주자파의 일원이었어요!! 교사라도 주석의 명에 거역하는 자는 죽어야 마땅한 것이지 어떻게 살려둘 수가 있나요!! 이 반동분자!!”
“저, 저런 고약한!!!”
그 모습을 본 진룡 뿐만 아니라 제갈의, 사휘령 등도 모두 분노해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싸울 동안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원륭도 주의 깊게 송빈빈의 얼굴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저 년이 바로 송빈빈이란 말이지, 흠······.’
원륭은 그녀가 죽인 변중운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지만, 죄 없는 사람을 살해하고도 저렇게 당당한 그녀의 모습을 보니 분노가 치밀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당갈은 뜻밖의 사태에 어이가 없어졌던 것이다.
‘뭐지, 이 녀석?! 내공이 회복되고 있어!!’
당갈은 삼류무인이라 여태까지 절정의 싸움을 해본 적은 없지만, 그런 무공으로도 육십이 넘을 때까지 살아있을 만큼 눈치가 빠르고 분위기를 잘 읽었다.
무림인이란 무공이 높아야 오래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그런 처세를 잘해야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그렇게 약삭빠르고 노회한 당갈이라 상대의 실력을 읽는 능력만큼은 일류중의 일류였고, 그 중에는 상대방의 내공을 파악하는 것도 있었다.
당갈이 직접 맞아보고 싸워가며 파악한 원륭의 내공은 불과 60분의 1갑자. 정확히 1년을 정직히 수련한 정도였다. 명문세가의 후계자라면 어릴 때부터 벌모세수와 추궁과혈을 받고 영약을 먹은 후 가문의 상승심법을 익힌다면 그 정도는 순식간에 이루고도 남을 경지였는데 그런 일천한 내공으로 이 소년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보잘 것 없는 내공으로 당당히 무림인을 자처하고 싸우는 원륭의 용기도 놀라운 것이었지만, 그것은 심계의 문제였고 저 내공이 회복되는 것은 자질의 문제였다.
‘내공이란 것은 제 아무리 마음을 다진다고 해서 저리 급속도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전체적인 단전의 크기는 너무나도 작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빨리 내공을 회복하다니!! 그리고 저 회복되는 속도로 봐서는 내공이 적기 때문에 빨리 회복된 것이 아니다!! 분명 희노애락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거야!!’
본래 내공이란 당갈의 말대로 그리 빨리 회복되는 것도 아니고, 정식으로 자세를 잡고 운기조식을 행해야 그나마 회복이 되며 더군다나 감정의 영향을 받으면 그 속도가 더욱 더뎌졌다.
그런데 정식으로 운기조식을 취한 것도 아니고 그 와중에 내공을 회복할 때 주화입마가 올 수 있어 가장 가져서는 안 되는 감정인 분노를 가지고도 저렇게 내공을 회복하다니.
그런 상식을 벗어나는 현상에 당갈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죽이지 못하면 저 소년은 훗날 무시무시한 공산당의 적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만은 막아야해!!’
당갈은 슬금슬금 앞으로 걸어 나섰다. 지금 원륭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송빈빈만을 바라보느라 온갖 정신을 그쪽에 쏟고 있기 때문이었다.
- 작가의말
오늘은 너무 바빠서 평소 올리는 시간보다 글을 몇 시간 늦게 올렸네요. 기다려주신 독자분이 있다면 정말로 죄송하기 그지 없으며, 앞으로는 가급적 예약을 해놓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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