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0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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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크악!!”
쿵!!
“으아악!!!”
오늘따라 악무양은 왜 이렇게 원륭이 자신을 못살게 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밤늦게까지 대련에 열심이었는데 오늘따라 안 오는 줄 알았던 원륭이 갑자기 나타나 사정없이 그를 휘몰아쳤기 때문이었다.
평소 원륭은 제일 하수인 악무양과 상대해서는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에 그를 거의 상대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나온 것이다. 몇 번을 메쳐지고 나서야 악무양은 간신히 물었다.
“아니 대체 왜 이리 갑자기 열성적인 거요?? 평소엔 별로 상대도 안 해주지 않았소??”
원륭은 무심히 악무양을 바라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오늘 내가 기분이 조금 안 좋아서 말이야.”
“겨우 그것 때문에?!?”
솔직하게 말한 건 좋았지만, 대놓고 기분이 나빠서 너를 샌드백으로 쓰겠다고 하니 악무양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러자 원륭은 덧붙인 것이다.
“그리고 너를 처음 상대해볼 때와 달리 실력도 약간 는 것 같고 이젠 조금 상대해줘도 괜찮지 않나 싶어서 해주는 것이다. 왜? 불만인가??”
“그런 건 아니지만······. 하지만 당신의 오늘 이 태도는 누가 봐도 첫 번째 이유가 주된 이유가 아니오?!? 누가 봐도 나를 교육해주겠다는 생각보다는 한번 분풀이를 해보겠다는 생각인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
“공산당 놈들도 지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기 일쑤였다. 가령 모택동의 마누라이자 4인방의 일원이었던 강청은 권력을 잡자 평소 자신이 시기하던 여자들을 납치, 감금, 고문, 강간하라고 부하들에게 시켰지. 우리들이 상대해야 하는 적들은 그런 적들이다. 너는 감당할 수 있나??”
“으음······.”
확실히 그에 비하면 원륭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국을 비롯해 공산국가들의 사람 다루는 방식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모든 독재국가들이 그렇지만, 특히 중국도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느 면에선 마찬가지로 인간을 초월한 정신력이 필요했다.
괴물을 잡으려면 괴물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마성에 잡아먹히고 마는 것이다.
악무양이 묵묵히 있자 원륭이 입을 열었다.
“이러쿵 저러쿵 해도 너랑 대련하면 손해 보는 것은 나다. 나는 일절 이득 볼 것이 없다. 적어도 일지흔은 상대해야 나도 연습이 되지. 억울하면 너도 일지흔 만큼은 강해져라. 그 정도가 최소한의 선이다.”
“큭!!”
그 말을 듣고 참지 못한 악무양은 자기가 먼저 달려들다 원륭에게 내팽개쳐졌다.
쾅!!
그러자 아스팔트 바닥이 박살이 난 것이다. 본래 대련장은 부드럽고 탄성이 있는 재질로 만드는 것이 기본인데, 그래야 부상을 입을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앞으로 싸울 전장은 그런 배려가 있는 장소가 아니다.
대부분 아마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된 시가지에서 싸워야 할 텐데, 지금부터 그런데 적응이 되지 않으면 유사시에 한방 메쳐지는 걸로도 골로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이라면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 유단자에게도 한번이라도 제대로 아스팔트에 메쳐지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서 보통 게임이 끝나겠지.
하지만 무림인들은 다르다. 지금은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차차 적응하면 실전에서 처음 아스팔트에 메쳐 꽂혀지더라도 참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부터 적응하지 않으면 정말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딱딱한 돌바닥에 정통으로 처박히는 건 위험한 일이었으므로.
괜히 길거리에서 유도나 주짓수의 고수 등을 상대로 시비를 걸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똑같은 고수라도 타격기의 고수를 상대로 싸우는 것 역시 위험했지만, 딱딱한 길바닥 위에서 그래플링의 고수에게 한방이라도 제대로 처박히면 그대로 즉사할 수가 있었다.
하물며 상대는 똑같은 무림인이에야······. 내공을 익힌 무림인이 기술을 구사하면 일반 유단자들의 몇 배나 되는 충격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악무양은 처박힐 때마다 잠시 기진맥진하기는 했지만 이내 힘을 내어 다시 일어섰다.
쾅!!
그리고 다시 메쳐졌는데, 그 모습을 보고 일지흔이 말했다.
“정말 멧돼지 같은 녀석이구려. 저 녀석을 상대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체력만큼은 정말 최고인 듯 하오.”
“그렇지······. 저 체력에 기술만 붙으면 상당한 고수가 되겠지만······.”
그 말을 하며 헐크G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악무양은 끈질긴 편이긴 하지만 딱히 재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산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나무나 하고 산적들이나 몇 번 때려잡으면서 자기 혼자 내공을 익히고 자기류 무술을 익힌 건 나름 괜찮은 재능이었으나, 기라성 같은 무림인들의 재능에 비하면 별 것 아니었다.
그나마 무림인이 드문 요즘이라 더욱 고평가된 것이지, 무림의 최전성기로 치면 그저 어느 평범한 녹림의 산채에서 산적질이나 하다가 지나가는 무림 고수에게 단칼에 썰리는 그런 수준인 것이다.
가령 궁요 같은 경우에는 혼자 일대일의 대결에서는 그 실전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궁술을 실전에서도 사용가능한 영역으로 연마했고, 헐크G는 레슬링을 무공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창술과 각법의 대가인 태사향을 비롯해서 방어의 명수 일지흔, 기술의 천재 천만홍, 막강한 공격력의 진흑창이나 그야말로 무학의 결정체인 만천화우를 익힌 당화에 비하면 악무양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지금 열심히 그래플링 기술을 익히곤 있지만, 그래플링 기술은 하루아침에 느는 것이 아니다.
타격기는 천부적인 자질의 소유자가 몇 년 깔짝 익힌 것만으로도 세계 최정상에 앉는 경우가 실제로 몇 번이나 있어왔지만, 그래플링은 그런 게 없는 것이다.
우연이란 게 없고, 요행이란 게 없다. 오로지 실력. 그리고 노력만이 중요했는데 그래서 더 많은 기간을 수련했다면 여자도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게 바로 그래플링 기술이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수련한 만큼 그 성과를 보인다는 것은, 반대로 얼마 수련하지 않으면 오히려 같은 기간 타격기를 수련한 것보다 더욱 성과가 떨어진다는 말이 된다.
그야말로 대기만성의 무학. 그것이 바로 그래플링의 기술인 것이다.
마치 창이나 도보다 검이 일반적으로 수련에 필요로 하는 시간이 더 길지만 나중에 가서는 더욱 위력이 큰 것과 마찬가지였는데, 그러니 악무양이 아무리 애써봤자 절대적인 수련기간이 적은 그로서는 절대 원륭은 둘째 치고 다른 이들을 이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플링의 대가인 헐크G를 넘어서는 것은 거의 요원하고, 같은 시기에 수련을 시작한 다른 이들에겐 재능에서 지므로 못 넘어서는 것이다.
자신과 함께 무공을 배우는 이들이 모두 재능이 넘치는 자들이라 절대 그들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과연 축복인지 저주인지······.
물론 자신보다 강한 자들에게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지만, 그래도 무림인인 이상 무공을 배웠으면 한번쯤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이기고 그를 통해 뛰어넘는 것이 바로 보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악무양은 그런 기회를 맛볼 수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아쉬운 점이었다. 헐크G도 그 점을 지적했다.
“악무양은 그걸 알까. 나는 고사하고 과연 너나 궁요조차 그래플링으로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
“우리들 중에선 중위권에 속하는 너나 궁요조차 악무양은 재능으로 넘지 못한다. 그렇다고 같은 시기에 시작했으니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런 경험치로도 악무양은 능가하지 못하겠지. 그건 참으로 슬픈 일이야······.”
“······.”
일지흔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딱히 서로를 능가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파천황과 공안 무림맹이오. 그리고 더 뒤를 본 다면 그 뒤에 있는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겠지. 악무양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오.”
“흐음······.”
헐크G는 턱을 쓰다듬었다.
“악무양이 우리들 중 누군갈 능가할지 안할지는 모르오. 하지만 능가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더욱 가치가 있는 일이오. 그만큼 우리들의 전력이 강해졌으니. 그리고 그런 예상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악무양이 우리들 중 누군가를 능가한다면, 그 자는 반성하고 더욱 각성해야 되겠지. 그리고 만약 악무양이 누군갈 능가한다면 그건 제일 먼저 내가 될 테니 방심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나요.”
그 말을 마치고 일지흔은 궁요와 대련을 하러 돌아가 버렸다. 그러자 헐크G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확실히······. 만약 능가한다면 자네가 제일 먼저겠지······.’
이들 중에서는 악무양 다음으로 일지흔이 제일 약하다.
그러나 일지흔은 명장 척계광의 후예인데다 그에게서 전해진 용행검법이나 절강병법, 기효신서 등을 모두 고스란히 익히고 있어 장래가 기대되는 인물이었다.
산에서 나무나 하다온 근본 없는 악무양과는 다른 것이다.
‘재능의 승리일까, 노력의 승리일까. 어느 쪽이든 궁금하군.’
일지흔을 비롯해 다들 열심히 노력을 하기는 하지만 가장 많이 노력을 하는 건 의외로 악무양이었다. 악무양은 단순한 주제에 뚝심은 있어 정말 수도 없이 처박히면서도 계속해서 일어났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상대하는 자들이 치명상을 입히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 위력을 조절한 탓도 있지만, 악무양 본인의 독기도 컸다.
악무양은 자신의 재능이나 자질이 가장 떨어진다는 사실을 몇 차례에 걸친 대련으로 깨닫고, 그 뒤부터 죽어라 노력했던 것이다.
사실 원륭이 그를 도와주는 것도 지금 단순히 분풀이가 아니라, 예전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처음 무공을 배울 때 원륭 역시 딱히 기대주가 아니었다.
가령 재능이 넘치는 자들 중 하나인 불사왕은 그의 성장을 그리 기대하지 않았고 진룡이나 제갈의 등도 그가 어느 수준의 무공이나 익혀서 적당히 망가진 몸이나 건사할 수 있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 가장 약했던 원륭이 어찌된 이유에선지 가장 오래 살아남아 중국 정부에 대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그런 것을 떠올린 원륭은 혹시 지금은 가장 약한 악무양이라도 언젠간 지금의 자신처럼 나중에는 이 무리의 강력한 존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품은 것이다.
그런데 원륭이 대련 중 딴 생각을 하는 것 같자 악무양이 돌진했다.
“잡았다!!!”
“어딜!!”
쾅!!!
다시 한 번 악무양을 바닥에 처박은 원륭이었는데, 원륭은 그렇게 바닥에 처박혀 꿈틀꿈틀 거리는 악무양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강해질 수 있을까 이 녀석 후우······. 나도 옛날에 이랬나??’
자신도 과거 다른 쪽방촌의 무림인들이 이런 시선으로 봤을까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나오는 원륭이었다. 그가 방금 내뱉은 한숨은 악무양의 약함에 대한 한숨이 아니었다.
강하지도 않은 채 그저 공산당과 중국 정부에 대한 적대감만으로 미친 듯이 투쟁했던 자신의 과거와 그를 다른 동료들이 어떻게 바라봤을지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나온 것이다.
악무양은 보면 볼수록 자신 같았다. 악무양을 볼수록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가 생각나, 원륭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편 대련이 끝나고 모두 씻은 뒤 옷을 갈아입고 그들은 말짱한 얼굴로 회의에 들어갔다.
“역시 운동을 하니 머리까지 개운해지는군. 그래, 오늘은 어떤 일로 회의를 하자고 한 거지 진흑창??”
“······.”
본래 회의를 하고 대련에 들어가는 것이 이들의 일과였으나, 오늘따라 왠지 진흑창은 회의 주제가 있다고 말을 해놓고 막상 회의에 들어가는 것을 꺼렸다.
그러자 원륭은 한바탕 땀을 빼고 회의를 하자고 제의한 것이다. 그 결과 이렇게 순서가 뒤바뀌게 되었는데, 아무튼 망설이던 진흑창이 입을 열었다.
“원륭, 자네가 지시한 이야기 기억나나??”
“뭘?? 내가 지시한 거라곤 홍콩의 집값을 떨어트리라는 것 밖에 없지 않나??”
원륭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가 지시한 것을 정말 그거 하나였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진흑창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가 지시한 대로 중국 정부에 걸리지 않기 위해 몇 단계의 다리를 걸쳐 외국에서 설립한 부동산 투자회사로 우리들의 부동산을 넘기고 있었네. 그런데 중국 정부에서 경고가 들어왔어. 아무래도 그들은 우리가 하려는 일을 눈치챈 것 같네.”
“······.”
원륭은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언젠가 제동이 들어올 일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들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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