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 대사건
이 수법의 이름은 육합전성이다. 무려 여섯 군데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무공.
사실 전투에는 별다른 효과를 얻기가 어려웠지만,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적에게 그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압박할 때 몹시 유용한 기술이었다.
그러나 이곳 구룡성채의 부랑배들이 육합전성 같은 전설적인 무공을 알 리가 없다.
“흥, 어디서 내는 개수작이냐!! 어디 방문좌도의 사술을 익힌 것 같은데 이런 걸로는 안 통한다!! 아님 보나마나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한 같잖은 수작이겠지!!”
“같잖은 수작이라······.”
쉬익!!!
하늘에서 누군가 떨어져 내렸다. 그 자는 수 미터를 곧장 낙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충격을 받지 않았고, 곧바로 사뿐히 착지했다. 그 모습을 본 부랑배들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귀, 귀신?!”
“아무리 구룡성채라 해도 대낮에 귀신이 다닐 리 있나. 그리고 내 평생에 온갖 일들을 다 겪었지만 귀신은 본 적이 없다. 헛소리하지 말도록.”
“후후, 그렇다는 말이렸다?? 귀신이 아니라는 말이렸다??”
“······.”
부랑배들은 귀신이 아니라는 원륭의 말에 안심했는지, 슬금슬금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지금 뭐하는 거지??”
“네놈이 귀신이 아니라 하지 않았느냐.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칼이 박히지 않을 리 없을 터.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말고 가던 길 가시지??”
“아냐, 이 자식 마침 끼어든 참에 뭐 건질 게 있나 뒤져보라구.”
“그럴까? 낄낄낄!!”
“·········.”
자기들끼리 낄낄거리고 있는 부랑배들을 보다 못해, 원륭은 입을 열었다.
“이봐, 아무리 구룡성채에 법도가 없다 해도, 선량한 시민들을 건드리면 쓰나. 다시 한 번 말하지. 이대로 눈감아줄 테니 냉큼 사라져라. 그러면 내 영역에 들어온 죄는 용서해주겠다.”
“내 영역에 들어온 죄라니?? 이 일대가 전부 네 영역이란 말이냐??”
“그렇다면??”
“하하! 하하하!!! 이런 미친놈을 보았나!! 이거 완전히 미친놈이로구만!!!”
부랑배들은 껄껄 웃기 시작했다. 그때 원륭이 기세를 내뿜었다.
싸악. 순식간에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정말로 마지막 경고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니 내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지마라. 그러면 자비는 없다.”
“무슨 헛소릴!! 얘들아, 치자!!”
“어!!”
부랑배들은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임상진을 곤죽으로 만들어놓은 것처럼 이 건방진 자식을 곧바로 피범벅으로 만들어놓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원륭은 혀를 찰뿐 그저 가만히 있었다.
“어어?!”
팅!!
부랑배 하나가 원륭의 몸에 댄 주머니칼이 저절로 부러졌다.
“이게 무슨?!”
“제련도 제대로 되지 않은 싸구려 칼은 철포삼과 금종조도 버티지 못하는 법이지······. 찌른 힘에 의해 저절로 부러지다니······.”
“철포삼과 금종조?? 너 설마?!?”
부랑배 중에 무협소설을 좀 읽어 무공에 대해 좀 아는 자가 아는 무공들을 듣고 움찔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인생 마지막 대사였다. 혹시나 하는 순간, 곧바로 목이 180도로 꺾여 뒤로 돌아갔던 것이다.
우직!!
“꺄아악!!!”
너무나 잔인한 광경에, 유가령이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돌렸다.
한편 양조위와 또한 쓰러져 있던 임상진은 그 모습을 보고 온 몸이 굳어버렸다.
‘어찌 이런 일이!!!’
눈앞에 나타난 자의 무술은 무시무시했다. 단번에 목을 꺾은 후, 다음 놈의 턱을 손바닥으로 아래에서 위로 쳐올린 후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았다.
콰직!!!
그날, 임상진은 뇌수가 흘러내리는 광경을 처음 보았다. 형사생활 10년을 하면서도 의외로 뇌수를 본 적이 없는데, 눈 앞에서 뇌수가 철철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우욱!!!’
너무나도 잔인한 광경에, 임상진은 그만 구토를 할 뻔했다.
그래도 형사가 되고나서 온갖 잔혹한 광경은 다 보았는데, 눈앞의 모습은 그것을 초과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지옥이 따로 없었다. 사람이 이토록 잔인할 수가 있을 줄이야.
그러나 원륭은 멈추지 않았다. 다리를 차서 부러뜨리고, 부러진 다리로 인해 일어나지도 못하는 녀석을 발목을 잡아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쳐버린다.
쿵!!
부딪친 녀석은 마치 돌멩이에 맞은 개구리처럼 부르르 떨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영원히 잠들었다.
“그만, 그만하시오!! 이만하면 됐지 않소!!”
“응??”
보다 못해 결국 임상진이 원륭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원륭은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뭐지?? 너 아까 맞고 있던 녀석 아니었나?? 그런 녀석이 왜 가해자를 감싸는 거지??”
“이쯤하면 됐지 않소?? 모든 일에는 정도라는 게 있는 거요. 정당방위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입은 피해만큼만 적용되는 거요. 그 이상의 과도한 보복은 과잉대응으로 판단돼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소. 오히려 처벌대상이지.”
“호오, 그렇다면 정당방위의 범위는 어디까지지?? 법조문인가? 판례인가? 아니면 판사마음인가??”
“그 모든 것이오. 그 모든 것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지.”
“미안하지만 난 항상 당하기만 하는 인생을 살았거든. 그럴 때마다 내가 당한 피해를 아무도 보상해주고, 법적인 권리를 보장해주는 사람은 없었지. 오히려 국가에 의해 그 권리가 침해당한 자라면, 자네는 어떻게 하겠나??”
“나 같으면 국가에 피해보상을 신청할 거요.”
“그 국가가 잘못되어 있다면??”
“······.”
임상진은 원륭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가. 중국 정부에 의해서 피해를 받은 자인가······.’
이런 구룡성채같은 뒷골목이나, 아님 홍콩 자체가 중국 정부에 의해서 피해를 보고 이주해온 자들이 수두룩했다.
대약진운동이나 문화대혁명, 천안문 사태 그 외 기타 등등의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는 수도 없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임상진은 굴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이 피해를 받았다고 해서 남들에게 피해를 줄 권리는 없소. 그건 폭력이오. 정당하지 않은 행위고.”
“호오, 그래? 그래서 날 어떡하겠나?”
“이렇게 할 거요.”
철컥. 임상진은 권총을 꺼내 겨눴다.
“하하하, 지금 장난치는가?? 자신을 구타한 자들은 그냥 내버려두고, 그걸 구해준 자에게 총을 쏘겠다고? 제정신인가? 하하하!!!!!!”
원륭은 미친 듯이 웃었다. 세상에 이렇게 바보 같고 천치 같은 자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임상진은 개의치 않았다.
“마음대로 생각하시오. 난 형사요. 형사는 법에 따라야만 하오. 지금부터 당신을 연행하겠소.”
“그럼 저들은? 저들은 연행하지 않을 건가??”
“저들도 연행할 거요. 하지만 먼저 병원으로 데려가야겠지.”
“그런가······. 형사란 참 불편한 직업이군. 자신을 구타한 자도 함부로 죽이지 못하고 치료부터 한 뒤에 연행해야 하다니 하하하하하하!!!”
“······.”
그 말엔 임상진도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렇다. 그게 바로 형사들의 모순이다.
아무리 찢어 죽이고 싶은 범죄자가 있어도, 그가 극악무도한 대죄인이라도 절대 사적인 감정으로 심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범죄자를 죽였더라도 그게 정당한 사형절차나 반항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대응이면 몰라도, 무저항인 상대를 그냥 죽일 순 없었다.
그래서 실제로 어설픈 범죄자들은 경찰을 만났을 시 무조건 대들고, 정말로 지능적인 범죄자들은 잡히는 그 즉시 저항을 멈추는 것이다.
개중엔 이러한 점 때문에 정말로 벼르고 있던 범죄자들을 잡으면 제발 덤벼라, 제발 덤벼라하고 비는 경찰들도 있었다. 합법적으로 그들을 즉결심판하게.
그러나 원륭도 이 점을 알고 있었다.
“당신은 날 연행해갈 수 없어. 쓰러트릴 수도 없지.”
“뭐라고???”
“법과 굴레에 갇혀 있기에, 그래서 당신 같은 경찰들은 언제까지나 범죄자들보다 뒤쳐질 수밖에 없는 거야. 괴물을 잡으려면 괴물이 되어야하지. 인간을 버리지 않고 괴물을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해!! 그러지 않으면 죽는다! 하하핫!!!”
원륭은 미친 듯이 웃었다. 이 말을 듣고 있는 임상진 등은 그의 저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원륭에 대해서 잘 아는 자들은 그의 말을 이해하리라.
중국 공산당이라는 괴물을 잡기 위해 마찬가지로 혈귀라는 괴물이 되어버린 그의 배경을 알지 못하고서는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하하, 모처럼 실컷 웃었군. 이봐, 형사 양반. 그런 순수한 생각을 언제까지나 간직하도록 해. 어리석은 자들은 짜증나지만 싫지는 않아. 무지하지만 적어도 악하진 않지. 큭큭큭!!!”
그리고 원륭은 웃으며 뒤돌아섰다. 그때 임상진이 손에 쥔 권총 방아쇠에 힘을 주었다.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쏘아보시든지.”
“뭐라고??”
“쏘아볼 테면 쏘아보라고 말하는 거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으니.”
“······.”
그런데 임상진은 잠시 망설이다 정말로 뒤돌아서 걸어가기 시작하는 원륭의 머리를 쏘아버렸다.
탕!!
“아니 뭘 하는 거에요!! 그런다고 해서 정말로 쏠 것 까지는 없잖아요!! 그래도 우리를 구해준 사람인데!!”
유가령이 따지고 들었으나 임상진은 고개를 저어댔다.
“······어차피 쏘아봤자 소용없소. 저걸 잘 보시오.”
“예??”
탕!! 임상진은 연거푸 총알을 쏘아댔다. 유가령은 다시 한 번 임상진을 말리려고 했으나, 갑자기 무언가를 보고 그것을 그만두었다.
원륭이 아무렇지도 않게 총알이 발사되고 있는 그 앞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된 거죠?? 일부러 빗맞힌 건가요??”
“그게 아니오. 저 자는······. 빌어먹을. 총알을 피하고 있소!!”
“뭐라고요??”
그 말엔 양조위도 놀랐다. 아무리 그래도 총알을 보지도 않고 피한다는 말이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게 어떻게 된 거요, 총알을 피하다니?? 저 자는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거요?!”
“뒤통수에 눈이 있다고 해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총알을 피할 순 없겠지. 그저 저자의 능력이 그만큼 대단한 거요. 아무래도 무림인인 것 같은데 설마하니 저 정도의 능력자일 줄이야······.”
“무림인이라니······.”
양조위와 유가령은 너무나 놀라 그저 입을 떠억 벌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들이 대체 무슨 일에 휘말린 것인지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잘못하면 무림인들의 싸움에 평범한 일반인들인 자신들이 휩쓸리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제서야 모든 게 실감이 났다.
“아무래도 제가 휘말린 사건은 보통 사건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나 무림인들이 많이 연루되다니. 어쩌면 정말 큰일에 연루된 것 아닌가요??”
“당신이 납치됐을 때부터 그저 작은 일은 아니었소. 다만 그건 시작일 뿐이었겠지······.”
“······.”
임상진의 말에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유명 배우의 납치사건이 시작에 불과할 정도의 대사건, 정말로 그런 일들이 벌어지려하고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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