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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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룰로 알리를 상대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이노키는 그대로 누워서 일어나지 않았다.
누운 상대를 타격하기 힘든 알리는 세상에 누워서 돈을 버는 자는 창녀와 이노키 밖에 없다고 소리쳤고, 그런 알리에게 이노키는 넌 창녀 앞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고자냐고 맞받아쳤다.
결국 서로는 서로를 어떻게 제압할 수 없어 계속 견제만 하고 가끔 발차기나 주먹을 몇 번 날리다 대결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프로레슬링계와 복싱계의 두 전설이 만난 것치고는 매우 싱겁게 경기가 끝났던 것이다.
그런데 헐크G는 말했다.
“지금 보면 매우 싱거운 대결이었지만,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욱 이종간의 격투기의 룰이 완벽하지 않았고, 완전 엉망진창이었지. 주먹구구식이었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보면 두 사람은 별로 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여기서 이노키가 누움으로 인해서 이노키-알리 포지션이라는 자세가 생겨났지. 실제로 이노키처럼 누우면 타격기를 사용하든 관절기를 사용하든 의외로 쉽게 처리할 수 없다.”
“호오, 정말이오??”
겁 없는 악무양이 나섰다. 그러자 헐크G는 피식 웃은 것이다.
“그래. 해볼 텐가??”
“좋소.”
“어느 쪽 포지션을 선택하겠나??”
“으음······. 서 있는 쪽을 선택하겠소.”
“좋다. 알리의 포지션을 하겠다는 말이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헐크G는 누웠다. 그러자 그 순간 악무양은 곧바로 달려든 것이다.
“하압!!!”
아마 헐크G가 눕자마자 대응을 하기 힘든 애매한 타이밍에 들어가려고 했던 모양인데, 그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헐크G가 레슬링으로 다져진 백전연마의 용사였다는 것.
실전 경험에서 그와 악무양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완력으로도, 내공으로도, 순발력으로도. 헐크G는 바로 눕자마자 달려드는 악무양에게 발차기를 날린 것이다.
퍼억!!
“크윽!!”
묵직한 발차기에 악무양이 방어를 하며 신음을 흘렸다.
그나마 지금은 헐크G가 봐주는데다 자세가 불안정하고 누운 자세라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서 악무양이 방어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만약 프로레슬링에서 하는 것처럼 드롭 킥이나 롤링 소배트 같은 것을 날리면 악무양은 막기가 매우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게다가 특이하게도, 프로레슬링의 발차기는 타격기임과 동시에 관절기적 요소가 있어서 생각보다 매우 복잡했다.
이런 유형의 발차기는 전 세계의 수많은 무술 중에서도 드문 것이었는데, 프로레슬링이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엔터테인먼트나 스포츠, 광대적인 요소가 있어서 그렇지 그 실전성은 엄청난 것이다.
즉 지금 헐크G는 자신의 진가를 거의 대부분 보여주지 못하는 자세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노키-알리 전에서 이노키가 취한 포지션은 언뜻 복싱 선수를 상대하기에 유리해보이지만 그 스스로도 핸드캡을 안고 있는 것이다.
지금 헐크G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과거 무림에서 강자가 약자와 비무할 때 처음 몇 수를 가볍게 약한 수로 상대해 주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악무양은 이를 악물었다.
“칫!!”
“발차기 때문에 접근하기 힘든가?? 그럼 발차기를 멈춰주지.”
“!!”
그리고 곧바로 헐크G는 발차기를 멈췄다. 그러자 악무양은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떤 것이다.
“이 굴욕······.”
“굴욕적이라면 곧바로 갚아줘야 하지 않겠나??”
“말하지 않아도!!!”
발차기를 하지 않아 무방비 상태의 헐크G의 몸에 악무양이 올라탔다. 그리고 날리는 주먹.
흔히 격투기에서 말하는 파운딩 포지션이다. 상대의 몸 위에 올라탄 채로 마구 주먹을 날리면 밑에 깔린 상대는 그 무게, 그리고 위에서 내리꽂히는 주먹에 매우 상대하기가 힘들다.
보통은 이런 경우 위에 올라탄 선수가 단번에 그 이점을 이용해 끝장을 내든가, 아니면 밑에 깔린 선수가 끈질기게 저항을 할 경우 심판이 이대로는 끝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파운딩을 풀게 한 후 다시 선 채로 대결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대결은 심판이 없는 것이다.
주변에는 원륭을 비롯해서 수많은 자들이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들은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헐크G가 악무양을 죽이려고 한다면 몰라도 이것은 교육이다. 훈육.
악무양의 의기는 높이 사지만, 때로 만용은 죽음을 불러온다. 적어도 이 경우 고통.
그리고 아마 지겠지만 악무양은 이걸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것이다.
함부로 나서지 말자. 그리고 헐크G에게 깝치지 말자.
헐크G의 몸 위에 올라탄 채로 주먹을 날리는 악무양이었으나, 헐크G는 누운 채로 고개만 움직여 악무양의 주먹을 피해버렸다.
“어?!?”
악무양은 당황했다. 파운딩 포지션은 올라탄 자에게 극도로 유리한 자세이다. 보통은 그 자세로 들어가는 순간 대부분 승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야말로 필승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는데, 헐크G는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만 움직여 모든 주먹을 다 피하더니 상체를 일으켰다.
“다 했나?? 그럼 내 반격을 보여주지. 슬리퍼 홀드.”
“크윽!!!”
헐크G는 자신의 위에 올라탄 악무양의 파운딩을 가볍게 풀더니, 일어나며 자연스럽게 슬리퍼 홀드를 걸었다. 슬리퍼 홀드는 상대의 뒤로 돌아가 경동맥을 조여 실신시키는 기술.
제아무리 강한 자라도 한번 제대로 걸리면 수 초 안에 실신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안 걸리는 것을 전제로 해야지 한번 걸리면 거의 졌다고 봐야하는 것이다.
매우 방어하기가 까다로웠다.
“크륵!!”
악무양의 눈이 뒤집어지며 입에서 거품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헐크G는 그대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어이쿠, 이대로 기절하면 안 되지. 업도미널 스트렛치!!”
탁탁탁!!!
더 이상 고통을 견디기 힘든 악무양이 헐크G의 온 몸을 손으로 탁탁 쳤다.
업도미널 스트렛치는 상대의 목에 손을 걸고 다리도 건 후 온 몸과 등을 그대로 젖히는 기술이다. 그럼 상대는 등과 목, 다리 등 온 전신에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중국 무술에서는 이런 금나수와 비슷한 것들을 천히 여겨 깊이 익히는 자도 없고 당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악무양이 느끼는 고통과 충격은 더욱 컸다.
헐크G를 상대하며 이러한 기술에 많이 걸려봤다고 생각했지만 걸릴 때마다 걸릴 때마다 고통은 또 새로운 것이다.
주먹을 비롯한 타격기에 맞으면 욱신거리기는 하지만 그걸로 쓰러지지만 않으면 다음 주먹이 날아올 때까지 버틸 수는 있었는데, 이러한 관절기에 걸리면 옴짝달싹도 못하고 계속해서 고통을 느껴야하는지라 그 고통이 매우 컸다.
악무양은 온 몸의 심맥에서 내공을 끌어올리며 급하게 외쳤다.
“항복, 항보옥!!!”
헐크G가 놔주자, 그대로 악무양은 비틀거리더니 쓰러졌다.
쿵!!
미처 낙법도 취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처박은 것이다. 헐크G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창녀 권법이라고 해서 얕볼 것은 아니고, 실제로 이노키의 이 누운 자세는 이렇게 보다시피 생각보다 매우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자, 그럼 다음 상대할 사람??”
“······.”
그러자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그때 원륭이 나선 것이다.
“싸우다 보면 이런 자세에 놓일 때가 있을 지도 모르지. 내가 쓰러진 이후 상대가 돌진한다든가 혹은 그 반대의 상황 말이야. 딱히 이노키-알리 포지션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실전성을 생각해본다면 한번쯤 수련해 보아야할 자세임은 분명하다.”
“역시 원륭. 겁이 없군.”
“훗, 당할 땐 당하더라도 한번 해보기는 해봐야지.”
원륭은 앞으로 슥 나섰다. 그때 쓰러진 악무양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한손으로 원륭을 제지한 것이다.
“비키시오. 아직 내 차례는 끝나지 않았소.”
“응?? 벌써 개 털린 것 아닌가??”
“후후, 이노키-알리 포지션은 선 자와 누운 자가 존재하오. 내가 한번 일어선 채 상대했으니, 이번엔 내가 누워서 상대할 차례요. 그렇지 않소, 헐크G??”
“뭐, 맞는 말이긴 하군. 그럼 누워보게.”
“알겠소.”
“잠시 쉬지 않아도 괜찮겠나??”
“뭘, 이 정도로는 끄떡도 없소.”
“음, 자네가 선택한 걸세.”
헐크G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더니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악무양이 누울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헐크G는 아까 악무양이 노린 것처럼 상대가 눕자마자 반격을 하기 힘든 애매한 타이밍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기다려서, 악무양이 완전히 누운 걸 확인한 뒤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뛰기 시작한 것이다.
“앗!!”
일지흔이 소리쳤다. 당황한 악무양이 뛰는 헐크G를 대비해 발차기를 날렸으나, 그 발차기는 빗나갔다. 처음부터 헐크G는 악무양에게 정면으로 뛰어 들어갈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정면으로 뛰어 들어가는 척 하다가 발차기가 날아오자 곧바로 뛰어서 옆으로 돌아들어갔다.
그러자 악무양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헐크G가 어느 방향에서 공격할지 몰라 그가 뛰는 방향으로 누운 채로 계속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익!! 이익!!!”
악무양은 이를 악물고 신음을 뱉었다. 누운 채로 몸을 계속해서 돌리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그 모습을 보고 태사향은 빵 터진 것이다.
“하핫!! 악무양 녀석 지금쯤 등이 다 까지고 있겠군!! 평평한 바닥으로 된 이곳이지만 저 정도로 빨리 움직이면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어!! 그래! 그런 거군!!!”
지켜보던 다른 이들도 헐크G의 발상에 감탄을 터트렸다. 이노키-알리 포지션이 탄생한 이후 이종격투기 역사에서 의외로 그 상황은 많이 나타났다.
상대하기 버거운 적을 만났을 때, 그리고 적을 농락한다거나 여유를 부리기 위해 스스로 이노키-알리 포지션에 들어가는 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보통 그런 전개를 보면 누운 자들이 킥으로 방어하고 달려드는 자들은 그 방어를 마찬가지로 킥이나 돌진으로 뚫어 올라탄 뒤 주먹으로 마구 난타하여 끝내는 것이 정석이었다.
막는 것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보통 전개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헐크G와 같이 빙글빙글 돌면 상대는 그에 대항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돌 수밖에 없다.
서 있는 사람은 상대의 머리가 자기 쪽으로 와있으면 압도적으로 유리해지지만, 누워있는 쪽은 혹시 다리가 아니라 머리 쪽을 상대에게 허용하면 압도적으로 불리한 것이다.
아마 머리를 허용하면 그 순간 킥을 허용해 단번에 경기는 끝날 것이다.
만약 심판이 제지하지 않는다면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지.
“헉! 허억!!”
그 사실을 알아차린 악무양도 최대한 자신의 머리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누운 채로 돌 수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헐크G가 멈춰 섰다.
우뚝!!
“?”
“??”
악무양을 비롯해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상태로 돌면 압도적으로 헐크G가 유리한 것이다.
누워있는 악무양으로서는 헐크G의 도는 속도를 점진적으로 따라잡기 힘들어지고, 지친 순간 악무양의 방어를 가볍게 뚫고 헐크G는 올라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헐크G는 멈추더니 천천히 걸어왔다.
“큭!!”
정면에서 자신의 다리 쪽으로 걸어오는 헐크G를 보고, 악무양은 미친 듯이 발길질을 해댔다.
그러나 이미 악무양의 다리는 지친 후였다. 누운 채로 돌기 위해서는 미친 듯이 다리를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헐크G의 주변을 도는 움직임에 따라가기 위해 악무양의 다리는 지나친 혹사를 해버렸고, 그 결과 이젠 정면으로 천천히 걸어와도 막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악무양은 최대한 남은 힘을 끌어 모아 발차기를 해버렸지만, 헐크G는 그걸 채 막지도 않고 그저 움직임만으로 피해버렸다.
헐크G는 악무양의 방어를 가볍게 피해 그 위에 올라타더니, 무혈입성한 후 딱밤을 때릴 자세를 취했다.
“마지막 남길 말은 없나??”
“······.”
악무양은 잠시 생각하다 가운데 손가락을 들며 말했다.
“좆까시오.”
쾅!!
헐크G는 엄지로 잡고 있던 중지를 놓아버렸다. 그러자 날아간 그 중지는 어마어마한 위력으로 악무양의 이마에 충돌해 악무양을 기절시킨 것이다.
쿵!!!
악무양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훗날 그는 자신이 딱밤 따위에 기절할 줄은 몰랐다며, 헐크G의 딱밤을 살인 딱밤이라 규정하고 내내 두려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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