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 아수라와 같은 남자
그러나 무공을 하나 창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육합권이나 삼재검법 같은 것도 수천 년 무림 역사동안 계속해서 이어져있지 않은가?? 비록 단순해도 쓸 만한 무공이라면 언제까지고 길이길이 남는 것이다······.
육합권이나 삼재검법은 절정은커녕 일류 무공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갓 무공에 입문한 초심자나 삼류무인들에게는 상당히 쓸모가 있는 무공이었다.
그러니 음양일체장이라는 무공을 만든 표공재의 자질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가 없으리라.
소형승은 이 젊은이를 가볍게 보지 않고 더욱 진지하게 상대하기로 했다.
“그럼 자네의 무공에 경의를 표하며 전력으로 상대해주지!!”
“바라는 밥니다!!”
콰앙!!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장력이 충돌했다. 절정의 장력이 충돌하는 순간 대지가 흔들리고 대기마저 뒤틀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불쾌한 어그러짐 속에서, 표공재는 공세에 나섰다.
“태양장법.”
‘이번엔 공격인가!!’
한동안 방어에 집중하던 표공재가 태양장법을 외치자, 소형승은 내공의 파악에 나섰다.
어떤 무공이든 사용할 때마다 신체부위만 움직일 뿐만 아니라 내공의 경로가 똑같이 움직인다. 따라서 똑같은 태양장법을 사용한다면 사용하는 심맥과 기혈의 종류도 똑같은 것이다.
잠시 소형승은 표공재가 혼란을 주기 위해 가짜로 무공명을 외쳤는가 의심했지만, 순식간의 그의 신체로 똑같은 경로를 통해 내공이 흐르는 것을 보고 의심을 버렸다.
‘진짜 공격이 맞군!!’
소형승은 상대의 공격을 흘리기 위해 왼손을 뻗으며 내공을 운용했다.
그때 갑자기 표공재의 몸에 흐르던 내공의 종류가 급격히 바뀌더니, 어느 순간 자신의 왼손이 표공재의 오른손에 딱 붙어버렸다.
완전히 잡힌 채 움직이지 않았는데 표공재가 흡(吸)자결 공력을 운용하여 자신의 왼팔을 잡은 뒤, 옴짝달싹 못하게 하여 그대로 왼손으로 공격을 날려 온 것이다.
“파(波)!!!”
쾅!!!
“컥!!!”
소형승은 오랜만에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이런 적이 대체 언제였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가떨어지려는 소형승의 몸은 도중에 도로 붙들려왔다.
표공재가 오른손의 흡자결 공력을 아직 풀지 않았기에 자신의 왼손이 아직 붙잡혀있었던 것이다. 소형승은 순식간에 연타를 얻어맞았다.
“12연격!!!”
콰콰쾅!!!
열두 번을 때리는 공격이었지만 주위에는 단 세 번의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그야 그럴 수밖에······. 표공재의 공격이 너무 빨라 열두 번을 때리는데도 세 번밖에 소리가 나지 않은 것이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소형승은 상대의 공격이 끝나자마자 다음 연타가 들어오기 전에 정신을 차리고 수도를 날렸다.
부우웅!!!
소형승의 오른손 수도는 자신의 왼손을 붙들고 있는 표공재의 오른손을 노리고 있었다.
역근경이라는 최강의 내공심법 중 하나를 익힌 소형승이 펼치는 수도는 그야말로 보검이나 다름없다. 어지간한 호신장기나 외가기공이 없으면 곧바로 잘리고 마는 것이다.
그때 표공재가 몸을 뒤집었다.
“흣!!”
순간 두 사람 모두 천지가 반대가 되었다. 소형승의 손을 붙들고 있는 표공재가 전력으로 뛰어오르며 몸을 뒤집자 소형승 역시 이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똑같이 따라 공중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억지로 땅에 버티고 있었다면 소형승의 팔이 꺾이며 부러질 수도 있었다.
소형승은 경악했다.
‘미친 자식!!!’
이런 자가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단 말인가?? 보통 이런 체술이나 금나수 같은 것은 절정의 고수도 어느 정도 익히기만 할 뿐 사용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무림에서는 이렇게 몸을 잡고 싸우는 것을 상당히 추하다고 여겨 절대로 하지 않는 일종의 금기인 것이다.
지금 두 사람은 서로 주먹 끝을 붙인 채 실로 기괴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보면 팔을 하나씩 묶고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무림사를 통틀어서 이런 싸움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것이다.
서로 팔을 하나씩 못 쓰는 초근접전의 싸움이라, 이내 두 사람은 근접 격투에 들어갔다.
콰직! 쾅!!!
이 소리는 두 사람의 머리가 부딪치는 소리이다. 두 사람은 머리를 몇 차례 부딪치더니, 곧장 무릎으로 상대의 복부를 찍기 시작했다.
콱, 콱!!
그러나 무릎치기는 근접전, 그것도 아주 초근접전이 아니면 유효타가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 두 사람은 남은 한손으로 상대의 어깨나 목을 잡기 위해 치열한 싸움에 들어갔던 것이다.
콰카칵!!!
순식간에 두 손이 얽히면서 공중에서 흩어지더니, 이내 둘의 몸도 완전히 떨어졌다.
쩡!!!
엄청난 충격음이 들렸는데 이건 흡자결로 자신의 팔을 붙들고 있는 표공재의 몸을 소형승이 순전히 내공으로 완전히 튕겨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억지로 내공을 써 상대를 튕겨낸 소형승이나, 그로인해 충격을 입은 표공재나 둘 다 엄청난 내상을 입어 순간적으로 얼굴색이 하얘졌다.
“헉, 헉!!”
이내 둘은 감추지도 못하고 거친 숨을 쉬어냈다. 상대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내공을 회복하여 쓰러트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참동안 이어진 무호흡연타로 인해 두 사람의 횡격막은 더 이상 상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 있었고, 이것이 폐를 압박하여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했다.
두 사람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가쁜 숨을 내쉬다가 얼마 후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 짧은 시간에 횡격막 상승을 억제하고 다시 정상적인 움직임으로 돌린 것이다.
실로 절정 무림인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젊은 친구가 정말 상당하군. 대체 어디서 이런 무공을 갈고 닦았지?”
“공안 무림맹입니다.”
“아니, 그게 아닐세. 어디서 이런 무공을 갈고 닦았냐는 말일세.”
“······.”
표공재는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입니다.”
“그렇군, 과연 그렇군······.”
소형승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다시 생각할 수 없나? 자네 같은 친구가 그런 곳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다니 용납할 수 없군.”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무공을 갈고 닦았다는 말은 그곳의 독립을 꿈꾸는 위구르인들을 학살하며 무공을 키웠다는 말이다.
아마도 저 표공재라는 청년은 공안 무림맹에서 그 무공을 배웠겠지만, 실제로 그 무공을 갈고 닦은 곳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인 것이다.
위구르인들은 중국에 지배당한 이후 계속해서 독립을 꿈꾸며 저항을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공안 무림맹은 그런 자들을 처단하며 구성원들을 키우던 모양이었다.
소형승은 다시 한 번 설득했다.
“따지고 보면 중국 정부의 폭거가 너무하지 않은가?? 티베트 자치구를 비롯해 신장 위구르 자치구, 닝샤 후이족 자치구 등 소수민족 자치구가 여러 개 있는데 모두 들려오는 소리가 똑같애!! 티베트 자치구에서는 중국 정부가 수천 개의 절을 파괴하고 승려들을 죽이거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여자와 성행위를 하게 만들었다더군!!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는 중국의 제1호 핵실험장이 건설되고 실제로 핵실험이 반복돼 수많은 사람들이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넨 부끄러움도 없나??”
“······.”
표공재는 잠시 괴로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꿋꿋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 모순을 딛고 활동해야 하는 것이 공산당원입니다. 그리고 공안 무림맹이죠. 당신은 무림인이 돼서 단 한 번도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적 없습니까?? 이게 다 강한 중국 정부를 위해서입니다. ‘하나의’ 중국 정부를 위해서죠. 중국 대륙은 한족을 포함해 56개의 민족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독립을 꾀하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보여줘야 합니다.”
“애초에 자기 땅이 아닌데 쳐들어가서 그들을 중국 56개 민족 중 하나로 만든 것은 중국이 아닌가!! 티베트나 위구르가 처음부터 중국의 땅이었나?! 위구르는 고대에는 흉노, 중세로 넘어오며 선비, 그 후에는 돌궐, 타타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지! 하지만 그 역사를 보면 온전히 중국의 영향아래 있던 적은 전체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네!! 그런 민족들을 하나의 중국으로 묶어?!”
“그렇게 따지면 어떻게 국가를 유지합니까, 모든 소수민족을 풀어주어야 하지!! 그렇게 따지면 저 동북쪽 옛 발해나 고구려의 땅도 지금의 한국인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그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그래, 다 돌려줘라!! 중국은 5호16국시대로 돌아가야 해! 아님 춘추전국의 시대로라도!!”
“제 정신이십니까?”
“물론이다.”
두 사람은 스산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싸워왔지만 지금처럼 상대에 대한 증오심이 든 적은 없었다.
하나의 중국을 위해서는 다소의 압제도 필요하다는 표공재. 그리고 중국 정부의 악행이 지나치니 차라리 쪼개져야 한다는 소형승.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의 말을 증명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주먹이다. 힘.
고대로부터 약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지금도 주변국이나 중국 내 소수민족들을 힘으로 억누르며 제압하는 것이 아닌가?? 소형승이 외쳤다.
“이런 국가 따위 차라리 쪼개지는 게 나아!!”
“그런 짓을 하면 중국은 소련이나 심지어 인도에 마저 먹히고 말거요!!”
“먹힐 테면 먹히라지!! 악행을 저지르는 국가 따위 없는 게 나아!! 그리고 그 국가를 쓰러트린 국가가 또다시 악행을 저지른다면 나는 또 그에 대항하겠다!”
콰앙!!! 두 사람의 장력이 대립했다. 잠시 두 사람은 무공이고 뭐고 잊고 그저 공력만을 때려 박은 단순한 장력대결을 계속했다. 그 정도로 화가 나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사상은 완전히 달랐다. 도저히 타협할 여지가 없었다.
표공재의 발차기가 소형승의 복부를 강타했다.
“컥! 이 자식이!!!”
꽝!!! 곧바로 소형승 역시 주먹을 표공재의 입가에 날려 타격을 주었다.
“퉷!!”
표공재는 입안에 고인 피를 뱉고 순식간에 다시 주먹을 날려 왔다.
순간 입안의 이들이 흔들리는 것 같았지만, 표공재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주먹을 날렸다.
중국 정부는 강해야 한다. 하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모든 방해물을 배제해야 하는 것이다!!!
콰직, 꽝!!!
두 사람은 이제 방어도 하지 않고 그저 서로를 난타하기 시작했다.
낭심, 명치, 인중, 미간, 하나하나 방어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상태에 빠질 수 있는 급소를 절대로 방어하지 않는다. 표공재는 그걸 보고 순식간에 낭심을 차버렸다.
우직!!
“크윽···!!!”
소형승은 잠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회복하고 달려들어 표공재의 턱을 무릎으로 찍어버렸다.
쾅!!!
“윽, 낭심을 맞고도 어찌?!?”
“후후, 소림절기에는 낭심을 숨기는 방법이 있다. 고류 무술을 익힌 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지.”
“과연 한 가닥 하는군.”
“너야말로 턱을 맞고도 어떻게 버틴 거지?? 어지간한 신체로는 턱을 노린 무릎치기에 버틸 수 없는데?”
“나 역시 한 수 비장의 수법이 있다고 해두겠소.”
“과연······.”
턱을 공격당하는 것의 최대 문제점은 턱 그 자체의 타격이 아니라 뇌진탕이 온다는 것이다.
머리를 직접 공격하는 것보다 턱을 노리는 것이 뇌진탕을 발생시키기 더 쉬운데 놀랍게도 표공재에게는 턱 공격을 당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어떤 방법이 있는 것이다.
소형승도 몇 가지 그런 방법은 알고 있었지만 아마도 종남파에도 그런 방법이 전해져 오거나 아님 표공재가 개인적으로 그 방법을 알고 있는 듯 싶었다.
‘하긴······. 무공 하나를 새로 창조할 정돈데 그 정도 공격에 그냥 뻗진 않겠지······. 좋다! 차라리 턱이 부서지고 뇌진탕이 오는 것이 더 축복이었을 거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마!!!’
소형승은 흉신악살과 같은 표정으로 표공재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은 절대 소림의 인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마치 불교의 호법신들에게 대항하는 아수라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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