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9 무거운 부담
승부가 나기 전, 유현조는 자신의 모든 완력과 공력을 사용하여 그야말로 강맹한 공격을 퍼부었다.
“금강조!!!”
쐐에액!!
세상에서 제일 단단한 물질이라고 하는 금강석. 그런 금강의 이름을 딴 초식을 선보였다.
그러나 하홍휘는 맞지 않았다.
“유수조.”
하홍휘는 침착하게 자신의 초식으로 맞섰다. 이 유수조는 흐르는 물과 동시에 버드나무를 가리키기도 하는 것이다.
이 유수조의 유에는 흐를 유(流)와 버들 유(柳)라는 두 가지 뜻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만큼 부드럽고 유연해 어지간한 충격에는 부서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유연한 움직임을 따라, 하홍휘는 날아오는 유현조의 금강조를 측면에서 찍어버렸다.
콰직!!
“?!?”
보통 조법은, 손톱과 손 끝부분을 중심으로 단련하고 나머지 손의 부분도 단련하긴 하지만 그건 오히려 철사장에 비하면 떨어진다.
반대로 철사장은 손끝의 단련은 조법에 비해 떨어지지만 전체적인 손의 내구도는 조법을 능가하는 것이다.
스스로 조법을 익혔기에 그 사실을 잘 아는 하홍휘는 유현조의 손 측면을 노렸다.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한 유현조는 손끝의 궤도를 바꾸려고 했지만 돌릴 수가 없었다.
스스로 내뻗은 손의 기세가 너무 강해 다시 회수하려면 상당한 공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그 시간은 불과 0.1초도 채 걸리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하홍휘에게 그것은 무엇보다 더 긴 시간이었다.
하홍휘는 유현조의 손 옆을 쳐 조법을 부순 다음 그의 가슴에마저 수도를 찔러넣어 심장을 빼버렸다.
푸슉!!
“아, 아악!!! 내 심장 돌려···줘······.”
심장을 뺏기고 가까스로 헐떡이며 유현조는 말했다. 그러나 하홍휘는 아무 망설임 없이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네 심장? 돌려주지. 단 끼워 넣을 수 있다면 말이다.”
콰직!!
새빨간 선혈이 사방으로 튀었다. 자신의 얼굴과 옷에도 피가 온천지에 튀었지만 하홍휘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지금껏 수많은 싸움을 해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끝장낼 수 있을 때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당해!!’
그래서 이들은 처음 공안 무림맹의 무림인들을 만났을 때 곧바로 그들을 처치하지 못해 다음에 다시 상대하는 수고를 겪었다.
그리고 그로인해 공력이 부족해 파천황까지 처치하진 못했고, 결국 원륭이 당해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아 원륭은 결국 혈귀가 되었고, 그 사실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던 하홍후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았다.
‘죽일 수 있을 때 죽인다. 그게 우리의 사명이다.’
유현조를 끝장 낸 하홍휘는 다른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 그녀의 몸이 휘청했다.
“?!?”
하홍휘는 움찔하며 그 자리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주저앉았다.
‘그 자의 공력이 예상이상이었단 말인가?? 내 공력도 그걸 처리하느라 바닥이 났고??’
어처구니없는 사실이었다. 자신보다 젊은 무림인을 상대하느라 공력이 바닥났던 것이다.
하홍휘의 하오문에 전해 내려오는 내공심법은 정심하지 않지만, 그녀가 무공을 수련한 세월이 있기 때문에 그 공력만큼은 상당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와 막상막하라니??
그제서야 하홍휘는 이들의 내공이 상상이상으로 고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알려야 해!! 방심하고 있다간 낭패를!!’
그러나 주변의 싸우는 사람들을 보던 하홍휘는 낙담했다. 싸우는 표정들을 보면 알 수 있는데, 그들은 모두 각자 호적수를 만나 생사의 대결을 펼치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설프게 전음을 보내거나 주의를 분산시키면 그로 인해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홍휘는 그 생각을 버리고 곧바로 몸을 숨긴 뒤 내공의 회복에 들어갔다.
‘시간이 별로 없다. 쥐꼬리만한 내공이라도 회복하지 않으면!!!’
내공 외에도 유현조의 막강한 완력에 대응하고 심기를 소모한지라 정신적으로도 피로가 엄청났다. 본래 이렇게 생사를 건 싸움은 막대한 피로를 초래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홍휘는 지친 몸으로 생각했다.
‘집중해야 돼. 빨리 내공을 모아야······.’
하홍휘가 그 생각마저 버리고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주의만 남긴 뒤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간 동안, 그 근처에서는 또 다른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쾅!!!
두 사람의 장법이 마주치며 엄청난 폭음을 내었다. 이 둘이 내는 소음에 가뜩이나 무림인들을 공격하지 않던 인민해방군들도 그 주위를 돌아갈 정도였다. 어마어마한 소음이 났던 것이다.
‘이 정도면 견착을 하고 귀마개 없이 곧바로 귓가에서 총을 쏘는 것보다 더 큰 소리군!!!’
지나가던 인민해방군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소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울려 퍼지는 총성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귀마개를 제대로 끼지 않으면 이명이 생길 수도 있는데, 저 두 무림인은 고작 인간의 손과 손이 부딪치는 걸로 그러한 소음을 내고 있던 것이다.
하홍휘와 유현조의 싸움에서도 손과 손이 부딪치며 소음을 냈지만, 그것은 좀 더 날카로운 칼과 칼이 맞부딪치는 듯한 소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마치 쇠망치와 쇠망치가 서로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쿠쾅, 쾅!!!
장법을 날리고 있는 주인공들은 바로 소형승과 종남의 표공재였다.
“종남파가 이렇게 장법이 강한 줄은 몰랐군. 종남의 장법 맞나??”
장법을 주고받던 소형승이 그렇게 말하자, 표공재는 싱긋 웃었다.
“대 소림의 사람이 보기에는 보잘 것 없을지도 모르나, 종남의 장법도 만만치 않소. 오늘 그 위력을 보게 될 것이오.”
“이미 위력은 충분히 봤는데. 이 이상의 위력을 낼까 두렵군.”
자신의 까까머리를 긁적긁적 긁으며 소형승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소림사를 나온 지 오래인데도 소형승은 여전히 자신의 짧은 머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소림의 향기가 그리운 걸까??
주변 사람들이 물어보면 소형승은 그저 머리를 감는데 오래 걸리고 불편하다고 하며 둘러댔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형승에게 있어서 소림은 빼놓을 수 없는 것임이 틀림없다.
어린 시절부터 소림사 문 앞에 버려져 소림의 그늘 아래서 자라온 소형승은 소림인으로서의 사고는 물론 무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소림은 이제 없다!! 내가 마지막 소림인이다!! 그럼 마지막 소림인이 어떤지 똑똑히 보여주겠다!!!’
파천황의 보복에 의해 소림사는 문화대혁명 때 불탔다.
승려들도 살해당했는데 그들의 수장인 방장 목령을 비롯해 소림칠승이 쪽방촌 무림인들을 쓰러트리라는 파천황의 명령을 거부했기에 그리된 것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소형승은 마지막 소림인으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파천황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상태였다.
소림육승이라는 존재들이 있긴 했지만 너무나 시간이 흘러 지금은 살아있는지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자신들이 모르는 새에 파천황과 공안 무림맹에게 당했을 수도 있었다.
“미안하지만 자네에게 전력을 소모할 순 없네. 빨리 쓰러트리고 파천황을 쳐야 되겠어!!”
“할 테면 해보시지요. 그러나 저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다시 한 번 표공재가 싱긋 웃었다. 그 모습에 악의는 없어보였지만 소형승은 왠지 짜증이 났다.
적인 자신에게도 꼬박꼬박 존대를 해주고, 젊은이답지 않게 예의가 있어 보이지만 그래봤자 적이다. 적인 사이인데 무슨 예의를 차린단 말인가??
소림의 물을 먹었지만 한동안 추방돼 사회의 쓴물을 많이 마셔본 소형승으로서는 그런 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외쳤다.
“전력으로 간다! 받아보게, 젊은이!!!”
“오시죠, 대협!!!”
자신을 대협으로 불러준단 말인가?? 가만히 보니 이 표공재를 비롯해 파천황이 데리고 온 무림인들은 모두 젊었다. 아무리 많아도 20대에서 30대??
이쪽은 진룡과 상인관, 제갈의, 불사왕이 파천황처럼 100세가 넘고, 나머지 인원들도 대부분 60을 넘은 것이다.
자신과 사휘령이 그랬고, 원륭마저도 이제 40세가 다 되어가는데 그에 비하면 너무 젊었다.
하지만 그런 어린 티라고는 전혀 나지 않는 능숙함이 이들 공안 무림맹 요원들에게서 느껴졌다. 궁금증을 느낀 소형승은 물었다.
“자네들 대체 나이가 어떻게 되나??”
“저는 20세입니다. 다른 인원들은 저보단 많아서 이삼십대죠.”
“그렇게 어린 나이인데 이토록 강하다고??”
“당신들 진영에도 원륭이라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 자는 불과 20세도 되기 전에 화산과 당문의 고수를 둘이나 쓰러트렸다고 하더군요.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만······.”
“하긴······.”
소형승은 납득했다. 원륭은 자질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가 지금까지 보아온 무공의 천재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본 사람들 중에는 무공비급을 단번에 외우고 그걸 그대로 재현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은 시간 내에 무공을 대성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습게도 그들은 모두 죽어버렸던 것이다. 그들은 소림의 사형, 사제 등 동문이었다.
‘그렇지······. 무공의 고하와 강함은 달라. 실전에서는 무공이 약한 자가 이기고 무공이 강한 자가 죽는 일도 적지 않다. 나이와 강함은 관계없는 것을······.’
당장 파천황이나 강호육만 해도 20대의 나이에 이미 절대무공을 익혀 강호를 뒤흔들었다.
그렇게 단 두 명이서 청나라는 물론 수많은 서구 열강이 얽힌 의화단 운동을 종결 내버렸는데 그러니 더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소형승은 대결에 집중했다.
“달마장!!!”
쾅!!!
어마어마한 위력을 품고, 그의 절기 달마장이 나갔다.
달마는 불법은 물론 무학의 천재라 수많은 무공을 남겼는데, 그중 달마공은 권과 지, 장, 검 모든 종류로 사용할 수 있는 전방위의 무공이었다.
검으로 펼치면 달마십삼검이 되는데, 이 달마장도 13단계의 강함이 있었다.
소형승은 우선 5성 공력으로 이 젊은이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때 표공재가 소형승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무공명을 외치며 달려들었다.
“태음장법.”
쿵!!
대결을 펼칠 때 불구대천의 원수가 아니면 그래도 무공명 정도는 말하는 것이 예의다.
이 둘은 유서 깊은 구파일방의 일원답게 최소한 서로의 무공명 정도는 말해주었다.
표공재의 태음장법은 소형승의 달마장 만큼 강렬한 기세를 내뿜진 않았지만, 묘한 이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 증거로 실제 두 장법이 충돌하자 태음장법이 달마장의 강맹한 기세를 모두 흡수해 소멸시켜버렸던 것이다.
“?!? 태극의 묘리를 담은 장법인가?!”
“역시 대단하시군요. 바로 알아맞히시다니.”
표공재가 겸손하게 대답하고 다음 장법을 펼쳤다.
“태양장법.”
그 순간 태음장법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장력이 소형승을 덮쳐왔다.
“큭!!”
소형승은 마찬가지로 달마장을 날려 그 장법을 쳐내버렸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엄청난 폭음과 충격이 발생했던 것이다.
콰아앙!!!
그것에 충격을 받았는지 표공재 역시 움찔하며 몸을 비틀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 표공재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의 심오한 눈빛 역시 그대로였다.
“······태음장법으로 방어를 하고 태양장법으로 공격하는 건가. 좋은 무공이군. 종남에 그런 무공이 있었나?”
“음양일체장이라고 합니다. 사실 종남의 무공을 바탕으로 제가 만든 거지요.”
“그렇군. 그런 거겠지······. 종남에 그런 무공이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어. 그나저나 그 나이에 그런 무공을 만들다니 대단한걸. 무학의 천재라고 해도 되겠어.”
“과찬이십니다. 그저 쓸 만한 무공을 하나 연구했을 뿐이지요.”
표공재는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소형승에겐 더욱 무겁게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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