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 나에게도 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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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승은 발을 굴러 바닥을 솟구치게 만들며 동시에 공격해왔다.
쾅!!!
그것을 보고 파천황은 단번에 그 이치를 알아차렸다.
“이 수법은······. 팔괘 중 간괘의 이치군!!”
“바로 맞췄다!!”
쾅!!
다시 한 번 바닥이 일어나 파천황을 강타했다. 간괘는 팔괘 중 산을 상징하는데, 그 의미 그대로 사용자에게 견고한 방어력과 대지를 이용한 공격력을 부여해준다.
그리고 쪽방촌의 무림인들 중 육탄전을 가장 잘 벌이는 사람은 소형승이기에 소형승이 간괘를 맡은 것이다.
제갈의나 상인관도 장법을 잘 다루긴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이미 늙어 전성기가 지났기에 내공과 경험은 자신들에 비해 조금 부족하더라도 육체적 완력과 내공, 경험이 균형 잡힌 소형승이 간괘를 맡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 둘은 태괘와 감괘를 사용하여 파천황의 빙공을 제약했고, 소형승 등이 직접적으로 공격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파천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딴 걸 가지고!!!”
쾅!!!
파천황이 발을 구르자 마찬가지로 바닥이 일어나 살아있는 생물처럼 다가왔다.
막대한 내공으로 바닥 자체를 밀어버린 것이다.
꿈틀거리는 용처럼 바닥이 다가왔는데, 소형승은 간괘를 발동하여 마찬가지로 다시 바닥을 일으켜 막긴 했으나, 이내 버거움을 느꼈다.
‘큭, 이런 괴물이!!!’
소형승 자신은 순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대지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쪽방촌 무림인들의 힘을 합쳐서 이용하는 것이다.
팔괘진은 여덟 명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인데 그 결과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이런 속성공격도 가능해지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런 걸 일으켜도 내공 소모가 극도로 적다는 사실이다.
팔괘진은 내공소모도 현저히 줄이고, 여덟 명이 동시에 덤비기 때문에 서로 보호만 잘하면 파천황으로부터 입는 충격도 8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소형승은 한 차례 파천황을 상대하다 빠졌으나, 파천황은 곧바로 따라왔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가만두지 않았다.
“파천황! 네 상대는 하나가 아니다!!!”
쾅!!
“윽!!”
파천황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자신의 허리를 발로 강타한 자가 있었는데, 그녀는 바로 하홍휘였다.
하홍휘가 바람을 상징하는 손괘를 이용하여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다가와 강타한 것이다.
다가온다기보다는 숫제 날아오는 느낌이었는데, 파천황은 곧바로 몸을 한 바퀴 빙글 돌리며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날려 턱을 노렸다.
“어딜!!!”
그러나 하홍휘는 한 바퀴 몸을 띄우며 뒤집더니, 발로 파천황의 주먹을 박차고 다시 뛰어올라 다른 발로 파천황의 턱을 걷어찼다.
퍽!
“컥!!”
제 아무리 파천황이라 해도 턱에 각법을 정통으로 맞아놓고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파천황은 파천황이었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충격 때문에 쓰러지거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공격에 당하다 쓰러졌을 텐데, 곧바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공격에 대응했던 것이다.
그 결과 치열한 대결이 일어났다.
퍼퍼펑!!!
파천황을 중심으로 난장판이 일어났다. 파천황은 장법을 날려 오는 상인관과 제갈의를 막고, 얼음의 검을 만들어 날아오는 진룡의 마룡검을 상대한 뒤 다시 재빠르게 접근하는 하홍휘와 속도를 겨뤘다.
그리고 사휘령과 검과 소형승의 주먹도 막은 뒤 마지막으로 원륭의 번개와 불사왕의 불꽃도 흘려보낸 것이다.
찌릿!!
원륭이 날려 보낸 번개에 파천황은 잠시 움찔하더니 곧바로 멀쩡해졌다.
“흘려보냈나······.”
원륭은 곧바로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감전된 사람이라고 하기엔 파천황은 너무나 멀쩡했던 것이다.
“그렇다. 흘려보냈다.”
파천황도 긍정했다. 파천황이 쓴 수법은 이것이다. 피뢰침은 번개를 받아들여 그 에너지를 지상으로 흘려보낸다.
그리하여 건물에 피해가 없게 하는 것인데, 파천황도 똑같이 그 과정을 행한 것이다.
그러나 무생물이라 아무런 충격을 느끼지 않는 피뢰침과는 달리, 파천황은 살아있는 인간이다.
인간의 몸으로 그런 피뢰침의 구조를 똑같이 재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무공뿐만이 아니라 팔괘나 진법 등 만물의 이치에 정통하다는 의미였다.
파천황은 소리쳤다.
“좋다, 이놈들!! 어디 네놈들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내가 팔괘진을 깨지 못하면 네놈들의 승리고, 네놈들이 쓰러지면 나의 승리다!!!”
쩌정, 쩌정, 쩌정! 허공에 거대한 얼음기둥들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걸 보는 순간 쪽방촌의 무림인들은 심상치 않은 사태가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이거 안좋군······.’
‘딱 봐도 무슨 용도로 쓸지 보여······.’
파천황은 얼음기둥을 만들더니 그것을 정면으로 세워 뾰족한 부분이 앞으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그대로 날린 것이다.
“빙창!!!”
쐐에엑!!!
엄청나게 무거운 수 kg에서 수십 kg은 되는 거대한 얼음기둥들이 쏜살같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저 정도 중량과 속도를 가진 얼음기둥에 꿰뚫리면 호신강기고 뭐고 단번에 박살이 난다.
그러나 파천황은 얼음기둥을 그런 용도로만 사용하지 않았다.
“빙주결계.”
빙주란 얼음기둥이란 뜻인데, 중국어로 고드름을 뜻하는 말이다.
파천황은 고드름처럼 생긴 얼음기둥을 세워 자신의 옆에서 회전시킨 뒤, 그대로 달려든 것이다.
원륭은 그에 맞서 파천황을 상대하기 위해 뛰어들었으나, 갑자기 옆에서 날아온 얼음기둥에 당황했다.
거대한 얼음기둥들이 엄청난 속도로 빙빙 돌고 있었다. 그 결과 원륭은 몇 개를 피하다 결국 피하지 못하고 맞아 나가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쾅!
“큭!!!”
직선으로 얼음기둥들을 날리는 초식 빙창과는 달리, 빙주결계는 원운동을 하며 돌고 있었다.
빙창 같은 공격의 경우 공격이 직선적이기 때문에 사선으로 피하면 의외로 간단하다.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발동하기 전에 이미 궤도를 읽고 피하면 그만인데 빙주결계는 얼음기둥들이 파천황을 중심으로 하여 돌고, 무엇보다 파천황의 추적 속도는 너무나도 빠르므로 피하기가 힘든 것이다.
사실 원륭이 혈귀라 그렇지, 다른 이들이 맞았으면 벌써 사경을 헤맬 정도의 공격이었다.
그렇게 나가떨어지는 원륭의 숨통을 끊기 위해 파천황이 벌써 달려들고 있었는데, 그걸 막기 위해 진룡은 급하게 외쳤다.
“모두 막아!!!”
사방에서 장법이 날아들었다. 이 순간 원륭을 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장법을 날리는 것이다. 근접전을 하기에는 위험하고 접근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 결과 원거리에서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장력을 날린 것이다.
콰콰쾅!!!
얼음기둥들에 장력이 맞아 사방으로 얼음조각이 흩날렸다.
얼음조각이 펼쳐져 순간적으로 뿌옇게 안개가 생길 정도였는데, 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파천황의 손이 뻗어져 나왔다.
“컥!!”
그 결과 불사왕은 목이 잡히고 말았다.
뿌드득. 목뼈가 꺾이려는 불쾌한 소리가 났다. 그러나 불사왕은 빼지 않고 그대로 팔괘의 이괘를 사용하여 자신의 몸에 불을 일으켰다.
화르륵.
“큭!!”
파천황은 참지 못하고 손을 떼고 말았는데, 거기서 조금 만 더 힘을 주었으면 불사왕의 목을 꺾어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 손을 떼고 말았으니 얼마나 뜨거웠을지는 알 수 있었다.
파천황이 그 정도였으니 불사왕의 몸 상태는 알만했다.
불사왕은 어차피 목이 꺾여 죽을 바에는 이판사판이다라는 마음으로 최대 화력의 불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 결과 불사왕의 온 몸은 검게 그을린 상태였다.
슈욱······.
불이 꺼졌음에도 불구하고 매캐한 잔향과 연기가 올라올 정도였는데, 그걸 보고 파천황은 싱긋 웃었다.
“상당히 다급했나보군. 자기 몸에 불을 지를 정도로.”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자네 손도 무사하지 않은 것 같군.”
파천황은 자신의 손을 살폈다. 불사왕의 목을 잡은 오른손이 한빙신공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익어 물집이 잡혀 있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단번에 몸이 재가 될 정도의 화력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견딘 파천황이나 불사왕이나 둘 다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둘 다 괴물인 것이다.
파천황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괴물 놈.”
“누가 누구에게.”
파천황의 오른손 물집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불사왕의 그을린 몸도 어느새 딱지가 떨어지며 곧바로 재생을 시작한 것이다.
“천하제일의 음공이라는 한빙신공의 치유효과인가. 역시 쉽게는 죽이지 못하겠군.”
“흥, 네놈의 불사마공 역시 마찬가지겠지. 피만 있으면 무한으로 재생이 가능한 괴물. 누가 누구더러 괴물이라는 거냐!!”
쾅!!
파천황은 갑자기 손을 내밀어 빙공을 발출했다. 그러나 불사왕은 그걸 피하더니 날아올라서 수십 미터 떨어진 인민해방군 한 명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곧바로 피를 빨았다.
“으악!”
“으아악!!!”
불사왕은 그런 식으로 시민들에게 총질을 하는 인민해방군들의 피를 빨아 잃어버린 피를 보충했는데, 그걸 보고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쪽방촌의 무림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파천황을 쓰러트리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불사왕을 노리느라 시민들에 대한 총격이 잦아졌어!!’
그 말 대로였다. 지금 쪽방촌의 무림인들은 공안 무림맹 요원들과 파천황을 막느라 정작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는 인민해방군들을 막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불사왕이 인민해방군 부대 안에 뛰어들어 피를 빨고 다니자 그들은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는 것보다 불사왕을 상대하는 게 급선무였던 것이다.
그러나 불사왕은 마치 유령처럼 총격을 피해 사라졌다.
“유, 유령!!”
‘저건 혈마보군······.’
인민해방군들은 겁에 질려 떠들고 있었지만, 같은 혈사마공을 익힌 원륭은 곧바로 알아보았다.
혈마보는 구름처럼, 안개처럼 모습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신묘한 움직임을 보이는 보법이다.
혈귀란 것은 기본적으로 초자연적인 존재이므로 그런 안개와 같은 움직임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아직 동이 트기 전이라 혈귀가 활동하기 최적의 시간이었다.
불사왕은 그렇게 어둠에 숨어 인민해방군들을 농락했다. 그때 인민해방군 지휘관이 말했다.
“쏴라! 저 자들을 쏴라!!”
그때 새로 부관이 된 장교가 말했다.
“아니, 공문에는 저 파천황이란 공안 부부장에게 무림인들은 맡기고 일절 상대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파천황이 우릴 보호해 줄 때의 얘기지!! 마치 남 일처럼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은가!! 이보시오, 파천황!! 제대로 저들을 상대하지 않으면 우리가 자력으로 우리를 구제하겠소!!”
“······.”
파천황은 잠시 생각하다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이내 웃음을 지었다.
“좋소. 그 대신 조건이 있소. 나는 상관없으니 나를 포함해 이 주변에 집중사격을 하시오. 그거면 됐소.”
“자신에게도 쏘라고?! 이게 무슨!!”
“상관없어, 쏴!! 죽고 싶은가보지!!”
타타탕!!!
반문하는 부관과는 달리 지휘관은 곧바로 사격명령을 내렸다. 그 결과 지금까지 총격에 대한 대비는 거의 할 필요가 없던 쪽방촌의 무림인들은 바빠졌다. 전투의 양상이 변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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