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 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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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로 엄청난 대결입니다!! 두 사람은 번개 같은 공격을 교환했지만 도중에 진흑창 선수가 공중에 떠 발차기를 날렸고 천만홍 선수는 그걸 바로 베어버렸습니다. 사실 진흑창 선수로서는 천만홍 선수의 중단 베기를 피함과 동시에 반격을 날린 것인데, 천만홍 선수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군요!! 아무튼 대단합니다!!!”
“화구 녀석, 쓸데없는 소리를······.”
진흑창이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통한의 한 수를 허용한 것도 짜증나는데 그걸 해설이랍시고 고래고래 떠들고 있으니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진흑창을 보고 천만홍이 웃으며 말했다.
“훗, 그는 그의 일을 다 할 뿐이라고. 그래도 해설 겸 진행자인데 저런 말도 하지 않으면 뭘 하겠나.”
“열 받는 건 열 받는 거야. 너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천만홍. 곧 되갚아주지.”
“좋을 대로!!!”
탕!!!
두 사람은 또다시 격전을 계속했다. 한편 그 모습을 보던 헐크G는 말했다.
“진흑창 녀석, 타격이 좀 있겠군.”
“음, 살짝 깊게 베였다. 다리가 절단될 정도나 과다출혈로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대결에 상당한 지장이 있겠군.”
“무림인 역시 사람이지······. 경험이나 인내심에 의해 참고 싸우지만, 무림인 역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
‘심지어 혈귀마저도 말이야······.’
태사향의 말에 답하며 원륭은 속으로 생각했다. 혈귀라 하면 초자연적인 존재라 무적일 것만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실제론 피가 다 떨어지면 내공이 마른 무림인 이상으로 괴로워하며, 고통 역시 느끼는 것이다.
전설처럼 햇빛이나 마늘 같은 것에도 타격을 입었는데,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결국 어느 존재라도 약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 파천황도······.’
원륭이 굳이 보지 않아도 될 저 두 사람의 경기를 보는 것은 뭔가 실마리를 잡기 위한 것도 있었다.
깨달음이란 불시에 확 찾아오는 법, 다른 사람의 대결을 보며 그런 조그마한 실마리라도 찾고 싶었던 것이다.
16강전 이하의 경기는 대체로 수준이 낮아 볼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정말로 볼만했다. 특히 저 진흑창이나 천만홍의 힘과 기술은 솔직히 원륭 자신의 급이다.
과연 홍콩 4대 재벌총수. 그와 동시에 홍콩 4대 고수이기도 하다. 그때 헐크G가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나는 솔직히 진흑창이 천만홍을 좀 더 압도할 줄 알았거든. 진흑창의 힘이 천만홍의 기술을 능가할 줄 알았다.”
“뭐, 너 역시 기술보다는 힘에 좀 더 치중한 입장으로서 그의 우위를 점했나보지.”
원륭의 말에 헐크G가 어깨를 으쓱했다.
“과연 그럴지도. 난 궁극적인 경지로 가면 결국 기술이 힘을 못 따라온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그래? 난 그 반댄데. 제 아무리 강한 힘이라도 궁극의 기술에는 못 당한다고 생각한다. 사량발천근이라는 말 못 들어봤나??”
넉 량의 힘으로 천근의 무게를 버틴다는 사량발천근의 원리.
이 이치를 깨달으면 이화접목의 원리로 상대방의 공격을 가볍게 회피하거나 받아넘길 수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헐크G가 피식 웃었다.
“후후, 사실 다 따지고 보면 소용없는 것이지······. 결국 중요한 건 이긴 자일뿐. 힘을 중시하는 나도, 기술을 중시하는 너도 원륭에게 패했다. 그건 부정할 수 없지.”
“······.”
“원륭,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
원륭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글쎄, 난 절대적인 힘이나 절대적인 기술을 믿지 않아. 결국 중요한 것은 조화지. 헐크G, 너의 그 프로레슬링 기술에도 유연성과 합기의 이치가 깃들어있다. 태사향은 기술파지만 그렇다고 힘이 없는 건 아니야. 태사향의 창술과 절기에는 상당한 힘이 들어가 있지. 그래······. 내가 판단하기에 너희 둘은 각각 힘과 기술이 60대 40, 40대 60이라고나 할까.”
“무슨 소리지?”
“헐크G 너는 힘이 6할 정도로 앞서고 반대로 기술은 40, 태사향은 힘이 40이란 말이다. 아니, 30정도일지도 모르겠군. 아무튼 어떤 특정 수치만이 절대적인 건 있을 수가 없어. 만약 태사향 너의 힘이 정말 수저 하나 들지도 못할 정도라면 창조차 잡을 수 없겠지. 반대로 힘만으로 기술을 우겨넣는다면 헐크G 너의 프로레슬링 기술도 전혀 통하지 않았을 거다. 나는 더 쉽게 너의 기술을 풀어버렸겠지. 간단히 말해서, 너의 하위 버전이 바로 악무양이다.”
“······그 멧돼지 같은 놈??”
“그래, 그 멧돼지 같은 놈. 그 놈은 정말로 돌진하는 것밖에 재주가 없지. 가만히 있는 나무나 자기보다 약한 무림인이라면 단번에 베어버릴 수가 있지만, 자신과 동급이라도 방어에 탁월한 자가 있으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악무양과 일지흔은 완전히 동급이야. 공격밖에 재주가 없지만 그 방어가 너무나 부실한 악무양, 그리고 반대로 방어능력은 탁월하지만 왠지 공격력은 터무니없이 약한 일지흔. 두 사람의 승부는 비등비등하지만 오래 길어져 결국은 일지흔이 이기겠지. 생각해보니 그 두 사람의 상위 버전이 너희 둘이겠군. 또 그 상위 버전이 저 진흑창과 천만홍이고. 너희 둘은 비교적 균형 잡힌 편이지만 진흑창과 천만홍은 또 그 한 수 위야. 헐크G, 너는 진흑창에게 초대당할 때 한번 붙어서 패했다고 했지??”
“그랬지······.”
“내가 보기에 너의 신체능력은 천부적이다. 동양인은 물론이고, 인간들 중에서 그렇게 신체능력이 탁월한 자도 없겠지. 하지만 넌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진흑창에게 진거야. 진흑차에게 질 때, 넌 압도적인 힘으로 패했나??”
“아니. 초식을 교환하다가 팔이 꺾여 패했다. 확실히 기술을 간파 당했지.”
“그래. 진흑창이 프로레슬링에 대해 박식할 가능성은 적어. 네가 프로레슬링을 한다는 건 알아도 너만큼 정통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무의 이치에 정통하면 처음 보는 기술이라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 거다. 사실상 그러지 않으면 온갖 무학의 이치가 넘쳐나는 강호에서 살아남을 수 없지.”
“흠······.”
“반대로 태사향, 네가 나에게 진 이유는 그 공격력이 부족해서다. 사실 기술도 부족했지.”
“기술도 부족했다고??”
“기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너로서는 분할 지도 모르지. 하지만 사실이다. 무림에는 보통 급소를 동시에 노리는 기술이 많아. 너는 완벽하게 상대를 살상하려면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요혈이나 급소를 동시에 노리는 기술을 만들었어야 했다. 솔직히 말해서, 확실히 심장을 터트릴 수 있는 기술을 쓸 수 있다고 자만하지 않았나??”
“······.”
태사향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확실히 그랬다. 그는 가문의 창법을 보완하며 필사의 기술을 만들었다. 누구라도 적중되면 죽지 않을 수 없는 기술. 또한 그 적중력 또한 엄청난 것이다.
그러나 태사향은 거기에서 만족해버렸다. 심장을 터트리면 누구나 죽는 건 당연한 법······.
그러나 무림에는 온갖 기인이사가 많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원륭처럼 심장을 터트리고도 수복할 수 있는 혈귀도 있고, 아예 다른 방안으로 대항할 수 있는 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 가령 내가 상대해본 파천황이나 강호육의 얘기를 해보지. 나는 그 둘과 너 모두와 붙어봤으니. 태사향, 너는 추운 곳에서 무공을 펼치나 더운 곳에서 펼치나 모두 그 결과가 똑같은가??”
“아니. 아무리 무림인이라도 한계는 있다. 내공을 끌어올려 체온을 조절하더라도 그 한계는 있지.”
“그럼 극도로 추운 지방에서 창술을 펼치면 어떻게 되겠나??”
“가능한 한 내공으로 저항을 하다가, 내공이 다하면 창술에도 영향이 오겠지. 손이 얼어붙고.”
“바로 그렇다. 나는 강씨 세가로부터 탈출할 때 대만 해협을 건너 헤엄쳐 중국으로 돌아왔는데, 그때 살짝 저체온증이 올 뻔했다. 나중엔 적응됐지만 과연 그 정도 거리라도 처음 장거리를 헤엄쳐 동시에 내공을 조절해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가 않더군. 하지만 파천황의 한빙신공의 영향은 그 이상이다. 근처에 가면 그 한기에 대항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내력을 소모하지.”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최소한 20%에서 30%······. 무공 수준이 낮다면 그 이상 더 둔화가 되겠지. 내공의 소모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대항하는 것만으로도 지치며 기술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아무리 내공으로 저항해도 사지말단의 감각과 정밀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
“······.”
“한편 강호육이라면 어떤가. 그라면 더 간단할 걸. 대기를 타오르게 해 들고 있는 무기를 못 들고 있게 하거나 어설픈 철제무기라면 아예 녹여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금문도 전투 때 그는 그렇게 싸웠지.”
“금문도라면 중국에서 제일 가까운 대만의 영토?? 거기에서도 그는 싸웠나??”
“그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 말고도 그 외에 수차례 파천황의 공안 무림맹과 강호육의 음양당은 금문도에서 싸웠다. 금문도는 대만 본토로 가는 입구······. 금문도가 뚫리면 대만 역시 뚫릴 가능성이 많지. 그래서 그 아무것도 없는 섬은 수도 없이 많은 포탄에 폐허가 될 정도로 전쟁터가 된 것이다. 중국은 그 섬에 50만 발에 가까운 포탄을 퍼부었고, 그로 인해 섬의 높이 자체가 수 미터 낮아졌다고 하지.”
“······.”
“아무튼 중요한 것은, 저 둘이 너희들의 롤모델 같은 거라는 거다. 딱히 진흑창 뿐만이 아니라 천만홍 역시 헐크G 너의 기술을 갈고 닦는데 도움이 되겠지. 태사향 너도 마찬가지다. 저 둘의 대결을 잘 봐라. 거기에 너희들의 기술을 향상시킬 실마리가 있을 테니까.”
“······.”
헐크G와 태사향이 눈을 부릅뜨고 둘의 대결을 살폈다. 그리고 원륭 역시 속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래.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야. 나도 발전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혈귀가 되었다고 거기서 안주할 생각이 없는 원륭이었다.
어느새 둘의 대결은 치열해져 있었다. 온 몸이 땀으로 가득하고, 군데군데 잔상처가 나있었다.
초반에 베인 진흑창의 다리의 상처에서는 피가 멎어있었지만, 그 외에도 새로운 상처가 여기저기 나있었던 것이다.
진흑창 역시 방어능력이 상당했지만 그래도 그와 동격의 검을 든 고수를 상대로 맨손으로 상대한다는 것은 역시 쉽지 않았다. 동격의 고수라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사정거리······.
인류의 싸움은 사정거리의 싸움이다. 돌도끼, 검, 창, 활을 거쳐 총, 그리고 결국은 미사일에 이르렀다. 싸움이란 결국 자신은 맞지 않고, 남은 타격하는 기술이다. 그 자체다.
그것이 투쟁의 근본이다.
만약 진흑창이 천만홍보다 훨씬 더 강한 고수였다면 그런 검격 자체도 무시하고 호신강기로 버틴 채 공격을 우겨넣었겠지만, 그러기에는 천만홍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수직으로 내려꽂는 천만홍의 베기를 옆으로 빙글 돌아 피하며, 진흑창은 그 즉시 발을 들어 걷어찼다.
“회선각(回漩脚)!!!”
콰앙!!!
진흑창의 발차기가 천만홍의 관자놀이에 적중했다.
퍼억!!
그러자 그 즉시 헐크G는 벌떡 일어난 것이다.
“저거 안 좋은데!!”
“그래. 관자놀이는 급소 중 하나······. 잘못 맞으면 죽을 수도 있고 안 죽어도 이지(理智)가 흐트러진다. 아마 지금 천만홍은 정신력이 흐려졌겠지. 지금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천만홍은 쓰러질 수도 있어!!”
태사향도 맞장구치는 가운데 원륭은 말없이 팔짱을 낀 채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순간의 중요성은 태사향이 말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천만홍은 오히려 눈을 감았다.
“사선(射線)”
“어어어???”
그저 담담하게 한 마디만을 외치고, 천만홍은 눈을 감은 채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진흑창은 끝장을 내기 위해 달려가다가 갑자기 물러선 것이다.
써걱.
불쾌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보니 진흑창의 눈두덩이는 베여 피가 분수처럼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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