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압제에 굴할 것 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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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탕!!!
상인관은 연달아 조영길의 창 옆을 때려 이를 저지시켰다. 그러나 창술에는 찌르기만 있는 게 아니었다.
“좋군! 하지만 이것도 막아보시오!!!”
이번엔 조영길이 찌르기가 아니라 창을 휘둘러 창대로 공격을 가해왔다. 창을 다룰 때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단순히 찌르기만 하는 것은 하수다.
진정한 창의 명수는 찌르기, 휘두르기, 찍기 등 창을 이용한 온갖 방법을 다 구사하는 것이다.
창의 날이 있는 부분이 아닌 뒷부분을 이용해 봉처럼 사용하기도 했는데, 조영길은 과연 이 시대에 창을 쓴다고 할 만큼 자유자재로 창을 운용했다.
휘두르고, 찌르고, 찍고. 그야말로 창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은 다해왔는데, 그러자 상인관은 내심 당황했다.
‘난감하군······.’
개방에는 타구봉법이라는 절세의 봉법이 있지만, 봉법 자체의 한계가 있다.
그것은 바로 봉이 대체로 창보다 짧고 가볍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사정거리도 짧고, 휘둘렀을 때의 파괴력도 창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봉으로 절대 창을 이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상인관은 한번 허공에 대나무를 휘둘러 그 탄력을 느끼고는, 그대로 다시 휘둘러 조영길에게 공격했다.
텅!!!
대나무 특유의 타격음이 들려왔다. 상인관의 대나무가 방어방을 뚫고 조영길의 어깨를 강타한 것이다.
“어떻게?!”
“봉에는 봉의 장점이 있지!! 괜히 본방의 타구봉법이 천하제일봉법인 줄 아느냐!!!”
터터텅!!!
다시 한 번 대나무가 조영길을 연타했다. 대나무 봉을 사용한 타구봉법의 장점은 탄력성이다.
본디 대나무란 아주 단단하여 어지간한 악력으로는 쉽게 휘지가 않지만, 개방의 타구봉법은 대나무의 탄력성을 의지하여 그 힘을 자연스레 이용하기 때문에 대나무가 낭창낭창하게 휘어 궤도를 읽기가 어려웠다.
그러니 변화가 무쌍하여 대적자들은 당하고 마는 것이다. 상인관은 대나무 봉을 자유자재로 휘어가며 조영길의 창막을 뚫고 수차례 적중시켰다. 그때 조영길이 외쳤다.
“좋군! 그럼 창에는 창의 사용법이 있다는 걸 보여주지!!!”
쐐애액!!!
어디선가 선풍이 불어왔다. 조영길이 창을 휘둘러 맹렬하게 불어오는 선풍을 발생시켰던 것이다.
너무나 창속이 빨라 고속회전 하는 창영 속에 조영길의 몸은 모습마저 거의 감춰져버렸다.
“선풍창영.(扇風槍影) 모습마저 감춰버리는 나의 궁극절기요.”
“선풍창영······좋은 이름이로다······. 하지만 그 위력도 이름만 할까!!”
상인관은 마찬가지로 대나무 봉을 맹렬하게 휘둘러 조영길의 창영 속으로 찔러 넣었다.
그러자 대나무가 난도질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던 것이다.
“아니?!”
“그 정도의 공격으로 선풍창영을 뚫을 거라곤 생각지 마시오. 이 선풍창영 앞에 그런 봉은 단순한 대나무에 지나지 않으니!!”
“재밌군!!”
상인관은 다시 한 번 주변에서 굴러다니는 대나무 봉을 하나 집어 들어 맞섰다.
대학생들이 가져다놓은 대나무는 아직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인민해방군의 진압을 피해 도망치면서 온 사방에 그런 대나무를 비롯한 전시품을 만들던 재료들이 널려있었다.
상인관은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준비해놓은 벽돌 역시 발견하고, 그것을 두어 개 발끝으로 차서 날려 보냈다.
쐐애액!!!
내공을 머금은 벽돌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그러나 그것도 선풍창영에 걸리는 순간 터져,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던 것이다.
퍼벅!!
온 사방에 먼지가루가 흩날렸는데, 조영길은 마찬가지로 선풍창영을 계속해 그 먼지구름을 날려보냈다.
“이 까짓 거쯤!!”
그때 흩어지는 먼지구름을 뚫고, 상인관의 대나무 봉이 빛살처럼 날아왔다.
솨와악!!
특유의 그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며 대나무 봉은 찔러져 왔는데, 조영길은 당황하지도 않고 그저 선풍창영을 발동하던 기세를 지속해 그걸 쳐버렸다.
떵!!
놀랍게도 대나무 봉은 부러지지 않았다. 조영길이 창날이 아니라 창대로 쳤다곤 해도 믿기 힘든 일이었던 것이다.
조영길의 창에는 지금 막대한 내공과 선풍창영을 통해 휘두르고 있는 기세가 실려 있어, 어지간한 철기라도 쉽게 자를 수 있는 힘이 담겨있었다. 조영길은 깨달았다.
“어마어마한 내공이 담겨있군!! 게다가 대나무 특유의 탄성을 이용해 힘을 밖으로 흘렸어!! 그러니 부서질 리가 있나!!”
“알아봐줘서 고맙군!! 그런데 어쩌지?! 이걸로 자네의 머리통이 깨질 텐데!!!”
카카캉!!!
내공을 머금어 금속처럼 단단해진 대나무와, 금속창이 사이좋게 어울리며 충격음을 발생시켰다.
그러다 조영길이 운 좋게 베기를 성공시키자, 대나무 봉은 사선으로 갈라졌다.
써걱!! 툭!!
갈라져 땅으로 떨어지는 대나무 봉을 바라보며, 상인관은 살짝 낙심한 표정을 보였다.
“대나무 봉은 결국 대나무 봉인가······.”
“그렇게 낙심하지 마시오. 그런 대나무 봉으로 나의 이 현성창(玄星槍)의 공격에 한동안 버틴 것도 용한 것이니. 당신의 내공과 기술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증거요. 자랑스러워해도 좋겠지.”
“이 나이 먹고 내 나이 반도 안 되어 보이는 젊은 자네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그보다 현성창이라니. 자네의 그 창, 현철로 만들어졌나??”
“아니오. 이것은 텅스텐합금이오. 탄화텅스텐이라고도 하지.”
“탄화텅스텐??”
“이런 것들을 ‘초경합금’이라고 하오. 그 강도 면에서 기존의 금속들을 크게 상회한다고 하더군······. 나도 들은 것뿐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
상인관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무림에 있으려면 과학 공부도 해야 하는 건가 휴우······. 참 못해먹겠군······.”
“그건 나도 동감이오.”
조영길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텅스텐합금이라 해서 대단해보이지만 이것은 이미 1923년에 개발되어 1927년에 독일 Krupp사에서 판매된 물건이었다.
심지어 대전차소총 중에는 이런 텅스텐 카바이드를 재료로 한 고경도 관통자를 사용하는 물건도 있는 것이다.
얼마나 단단한지 소총탄으로 전차의 장갑을 뚫고 내부에 타격을 줄 수가 있었는데, 그런 물건으로 창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그 내구성을 알만했다.
“그 창을 부수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군······.”
“우리 공안 무림맹 개발부의 과학자들이 시도해봤지만 대부분 실패했소. 이 창을 부술려면 같은 텅스텐 카바이드 합금으로 만들어진 드릴이나 그 이상의 재질로 만들어진 무기면 모를까, 일개 대나무 봉 정도로는 턱도 없을 거요.”
“그렇군······.”
상인관은 납득했다. 과거에도 저런 무기들이 있었다. 바로 현철로 만들어진 무기들.
그 정확한 성분은 알 수 없었지만 현철, 정확히 말하면 운철은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들에 미량 포함되어 있는 금속으로, 여러 원소를 포함하고 있어 합금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잘 녹이 슬지도 않고 어마어마하게 단단한 내구성을 보여주었는데, 그래서 대장장이들도 이런 현철은 녹이기가 힘들어 기존의 방식이 아닌 아주 단단한 산이라든가, 다른 금속을 써서 조금씩 수년에 걸쳐 녹이고 깎아내는 방식으로 검의 형태를 만들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런 신검이라 불리던 현철로 만들어진 병기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병기를 사람의 손으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의 힘은 참으로 대단해. 나도 100살을 넘게 살았지만 지금도 가끔씩 깜짝깜짝 놀라네. 내가 태어났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물건들이 지금 자연스럽게 돌아다니고 있지. 전차라든지 비행기, 자동차 같은 것들이 말이야······. 그렇게 기술은 점점 발달해 가는데 사람은 그걸 쓸모없는데 쓰고 있네. 서로 죽이고, 다투는데 말이야······. 자네의 그 합금창 말이야, 실은 나도 그걸 구하려 한 적이 있네. 정확히 말하면 현철봉이지. 하지만 내가 알던 그 장인은 사라지고, 현철봉도 온데 간데 간데없더군.”
“어디로 갔소?”
“문화대혁명 때 죽었어.”
“!. !!”
“자네들 공안 무림맹이 뒷배를 봐주거나 방관하는 동안, 홍위병들은 중국 전역을 싹 쓸어버렸지. 온갖 사람들이 같잖은 이유로 인해 수도 없이 죽어나갔는데, 개중엔 그 대장장이도 있었네. 참 신기하지 않나?? 그저 평생 쇠만 만지고 산 사람이 과거의 구태의연한 풍습에 매달리고 있다는 이유로 살해당했으니 말이야.”
“······.”
“내가 현철봉을 구하려 한 이유는 지금처럼 일개 대나무 봉 가지고는 답이 없는 사태에 쓰기 위한 것이었네. 하지만 내가 찾아갔을 때 이미 그는 홍위병들에게 구타당해 죽은 지 오래더군. 홍위병들은 과거의 전통과 문화를 철저히 부정한다는 건 알고 있겠지??”
“알고 있소······.”
“그 대장장이는 그런 과거로부터 수 천 년 간 이어져 내려온 일을 계승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거야!! 그런 폭거가 어디 있단 말인가!!!”
화악!!!
상인관의 기세가 끓어올랐다. 그 기세는 수 미터는 떨어진 조영길에게도 확실하게 전달되었던 것이다.
‘놀랍군, 이 노인네 아직도 이런 기력이······.’
조금만 실수해도 부서지는 대나무로 합금창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정신과 내공을 쏟아 부어야 한다.
자신은 그저 창이 파괴당할 염려가 없이 휘두르는 것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저쪽은 순간 까딱하면 무기를 잃어버리므로 사력을 다해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주변에 대나무가 많이 떨어져 있어도 무기를 놓치면 어느 한순간에 죽을 수 있다.
그래서 조영길도 상인관이 더 대단하다 생각했던 것인데······.
아무튼 상인관의 얘기에 전혀 영향을 안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조영길은 담담히 말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소. 우린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오.”
“그렇게 또 참사를 반복할 셈이냐!! 네놈들이 이번에 하고 있는 짓도 똑같은 짓이 아니냐!!”
상인관은 말하며 덤벼들었다. 저번 문화대혁명과 이번 천안문 광장의 사태는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
문화대혁명은 모택동의 선동에 놀아난 홍위병들이 중국 전역을 파괴하는 폭동이었다면, 이번 천안문의 사태는 시민들의 민주화요구를 묵살하는 등소평의 철저한 탄압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 자신도 문화대혁명의 피해를 입었으면서 이번엔 자신이 권력의 자리에 오르자 시민들을 탄압하는 등소평이라니. 상인관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개방의 정신은 항상 자유를 추구한다!! 몸은 비루먹어도 항상 영혼만은 긍지를 가지고 천하에 당당하게 사는 것이 거지의 정신이다!! 그런 압제에 굴할 것 같나!!!”
콰아앙!!!
거대한 경력이 쏘아져 나갔다. 상인관이 대나무를 따라 엄청난 경력의 파동을 발사한 것이다.
저건, 포(砲)?! 어지간한 장력의 수준이 아니라 거의 포다!! 그야말로 대포를 발사한 것과 같은 수준의 내공이 대나무에서 발사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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