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만마앙복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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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구룡성채는 뒷세계의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앞마당과 같은 곳이오 형사 양반······. 그 사실을 모르진 않겠지??”
‘제기랄······.’
임상진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바로 자신들을 뒤쫓아 오다니. 이렇게 신속하게 나온다는 말인가??
“당신들은 아무래도 뒷세계의 인간들을 얕보고 있는 것 같소. 우리는 아주 신속하고, 철저하게 행동하지. 그 점은 저기 유가령 씨가 잘 알 것이오.”
“!!!”
유가령이 흠칫하더니 양조위 뒤로 몸을 숨겼다. 그녀는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애써 잊으려 하고 있었지만 그 날의 기억이 되살아나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날의 기억, 그 날의 고통. 그러나 당령은 그것을 후벼 팠다.
“당신도 참 대단한 여자야, 유가령······. 그런 짓을 당하고도 계속 돌아다닐 수가 있다니. 나라면 당장 자살하거나 두문불출했을 텐데.”
“아니야, 난!!”
“사태를 개선시키고 싶었다 이건가?? 하지만 가르쳐주지. 영원히 빠져나올 도리가 없는 구렁텅이도 있다는 것을 말이야!!”
“아악!!”
유가령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당령의 그 말 대로였다. 그녀가 당한 짓들은 영영 그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저주였다. 주박이고.
그때 양조위가 나섰다.
“그만두시오.”
“응??”
“그만두라고 말했소.”
“호오, 애인 앞에서 멋진 척을 하는 건가. 하긴 남자로서 이해 못할 것도 아니지.”
“닥치시오.”
“뭐??”
“입 닥치라고 했소. 난 태어나서 이토록 분노한 적이 없었소. 누군가에게 욕을 한 적도 없었지. 하지만 당신은 다르오. 당신은 쓰레기야. 범죄자고.”
“호오······.”
당령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면 어떻게 할 텐가??”
“나는 그저 가령을 지킬 뿐이오. 당신에게 해코지 할 수도 없소.”
“그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당신이 쓰레기라는 점은 변하지 않소. 그 점을 난 영원히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오.”
“잊어버리지 않으면 뭔가 달라지나??”
“뭔가 달라지지는 않지. 당신이 쓰레기라는 점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
양조위는 분노해서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사실 당령의 힘이나 성격을 생각한다면, 그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으리라. 하지만 이것은 본능이다. 이 폭거, 불합리한 행동.
규탄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사정사정해서 빈다고 해서 당령이 봐줄 인간도 아니었다. 그는 철저하게 암흑계의 인간이었다.
영화판에 기웃거리는 그런 인물들을 숱하게 봐서, 양조위는 그런데 익숙했다.
저 눈은 개심할 여지가 있는 눈이 아니다. 철저하게 암흑에 물든 눈이다.
아니, 암흑에 물든 것도 아닌, 처음부터 암흑에서 태어난 자의 눈빛일까??
그 자의 눈에는 한 점 빛이 없다. 처음부터 빛을 모르는 인간의 눈빛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암살과 독살로 수천 년을 이어온 사천당가의 인간이니까.
검게 물든 눈으로, 당령은 히죽 웃었다.
“그래, 그런가. 너희들의 용기에는 칭찬을 해주지. 대체 뭐 하러 이곳 구룡성채까지 왔는진 모르겠지만, 대답 여하에 따라 너희들의 무덤이 달라질 거야. 만약 현명한 대답을 한다면, 너희들은 부귀영화를 누리며 정해진 수명을 살다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거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너희들의 무덤은 이 구룡성채로 바뀌겠지. 그리고 내일 홍콩 유력 일간지에는 모두 이런 기사가 실릴 거야. 홍콩 영화계의 거물, 양조위와 유가령이 구룡성채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말이야. 우범지대에 들어왔으니 죽어도 이상할 게 없겠지??”
“잠깐. 내가 있소. 형사의 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임상진의 말에, 당령은 씨익 웃었다.
“내가 왜 이 말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
“넌 자식이 있나? 혹은 부모나 배우자가 있고?”
“그런 건 왜 묻지?”
“당연히 만약 있다면 인질로 삼기 위해서이지.”
“!!”
“너에게 자식이 있다면 노예로 팔아넘기겠다. 배우자는 사창가에 팔아넘기고, 부모는 장기밀매조직에 넘겨주지. 이런 말을 듣고도 저항할 자신이 있나??”
“······.”
“형사 양반, 잘 생각해보라고. 이것은 어쩌면 기회야. 만약 당신이 이번 기회에 나와의 거래를 튼다면, 당신은 우리 가문에서 후원해주는 대가와 경찰 내부의 정보를 교환하여 크게 벌어먹을 수 있겠지. 우리가 밀어준다면 차기 경찰 고위직 간부도 꿈은 아닐 거야. 어떤가??”
“그렇군. 솔직히 구미가 당기는 말이로군.”
“형사님?!?”
임상진의 말에, 유가령이 비명을 질렀다.
“솔직히 형사라는 직업에도 지쳤어. 허구헌날 범죄는 늘어만 가고, 범죄자들은 악랄해져만 가지.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 역시 선량하기만 한 것도 아니야. 거짓말을 해서 수사에 혼선을 주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대체 언제 범죄자를 잡냐고 힘을 빼기만 하지. 하지만 말이야······.”
“응??”
“그런 좇같은 경찰이라도 내 직업이라 이거야!!!”
철컥!!
임상진이 재빠르게 권총을 꺼내 당령을 겨눴다.
“과연······. 그게 네 대답인가?? 하지만 네 가족들은 어떻지?? 그리고 네 뒤에 있는 두 사람의 운명은 생각해봤나?? 네가 협조하기로 한다면 유가령이 우리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 것도 고려해보지.”
“범죄자와의 협상은 하지 않는다. 그게 경찰의 원칙이다. 그리고 유가령 씨도 너 같이 더러운 놈과 협상할 생각은 없을 것이다. 어떻습니까, 유가령 씨??”
“······.”
유가령은 잠시 슬픈 표정으로 있다가, 이내 힘없이 말했다.
“전 이미 당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당했어요. 더 이상 잃을 게 없어요. 그러니 협박에 응할 것도 없습니다.”
“가령······.”
양조위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유가령을 껴안자, 임상진은 말했다.
“말했지? 이게 우리의 생각이다. 이만 얼른 꺼져. 너 같은 놈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보고 싶다 아니다는 쌍방의 결론이 일치해야 하는 걸세. 자네가 나를 보고 싶지 않다 해도 내가 보고자한다면 막을 도리는 없지.”
“법원에 접근금지 신청을 하는 방법이 있다.”
“후하하! 법과 도리는 힘의 아래에 있다!! 무력을 능가하는 법과 도리는 존재하지 않아!!”
“미친 자식!! 멈춰!!!”
탕!!
미친 듯이 웃으며 돌진하는 당령에게, 임상진은 곧바로 발포해버렸다.
하지만 당령은 총알을 맨손으로 잡아채더니, 그것을 되돌려 날리며 자신도 계속 돌진한 것이다.
“크윽!!!”
그 순간 임상진은 되돌아오는 총알이 정확히 자신의 미간으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시간이 멈추고, 모든 것이 고요한 가운데 오직 자신과 총알만이 보였다.
그러나 정지된 시간 속에서 오직 총알은 움직이고,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제발 움직여라 이 낡은 몸뚱이야!! 몇 살이나 먹었다고 벌써부터 주인의 의지를 배반한단 말이냐!!!’
임상진의 나이는 서른에 불과하다. 그러나 서른을 먹었든 스물을 먹었든 총알을 피하는 인간 따윈 없다.
오히려 이렇게 찰나의 순간 주마등과 같이 날아오는 총알을 천천히 볼 수 있는 경우도 드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임상진에게는 더욱 공포스러웠다.
차라리 단번에 죽으면 모르겠는데, 피하지도 못하는 총알이 미간으로 날아오는 것을 계속해서 보는 것은 거의 고통에 가까웠다. 체감시간으로 거의 5초? 10초??
임상진이 느끼기에 그만한 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시간이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던 총알이 쏜살같이 움직이고, 자신의 몸이 피하지 못하는 것은 그대로인데 총알은 약속된 죽음의 궤도로 계속해서 날아오는 것이다.
‘아, 안 돼!!!’
찰나의 순간,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해 임상진은 입만 벙긋벙긋하며 죽음을 맞이하려 했다.
아니, 그랬어야했다. 임상진은 죽음을 피할 수 없어보였다. 그때 누군가 나타났다.
휙! 슈욱!!!
눈앞에서 손이 하나 나타나 총알을 채어갔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당령에게 되돌린 것이다.
쐐애액!!!
“!!!”
피잉!!
당령의 뺨 한쪽을 총알이 스치고 지나갔다. 당령은 잠시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그의 뺨 한편으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주르륵!!!
“······누구냐??”
“네가 빚을 갚을 상대??”
“······그러냐. 네가 황룡 영화사 건물을 습격한 인물인가······.”
단 한마디에 당령은 원륭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가 빚을 갚을 인물이라면 얼마 전 영화사 건물을 찾아와 유가령을 구출하고 수십 명에 달하는 조직원들을 죽인 원륭밖에 없다.
“네 정체를 몰랐는데 제 발로 찾아와주니 고맙군. 덕분에 수고가 줄었어.”
“그건 내가 할 말이지. 나의 영역으로 스스로 찾아와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나의 영역이라고??”
“그렇다.”
“후하하하하하!!!”
당령은 미친 듯이 웃었다.
“네놈, 제정신인가?? 누구도 구룡성채를 자신의 영역이라곤 하지 못한다. 홍콩을 크게 세 개의 조직이 먹고 있긴 하지만 구룡성채는 특히 그 누구의 영역도 아닌 중립지대로 설정되어 있지. 그것은 구룡성채에 삼합회의 세 조직마저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는 정체불명의 마(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삼합회는 그것을 경계하며 조직원들을 섣불리 침투시키지 않고 있지. 그런데 그런 구룡성채가 자신의 영역이라니?? 웃기는 소리를 하는구나, 하하하!!!”
“농담이 아니다. 언젠가 모든 마는 내 앞에 굴복하게 될 것이다.”
“만마앙복(萬魔仰伏)의 전설인가?? 어리석기는······. 그것은 전설일 뿐이야.”
“안타깝게도 나는 그 이상 가는 전설을 봤거든. 한빙신공이나 열양진경을 아나??”
흠칫!! 당령이 움찔했다.
“음양혼돈공의 흔적들 말인가??”
“그렇다. 그런 것들에 비하면 만마앙복의 전설은 아무것도 아니지. 내 말이 틀렸나??”
“······.”
당령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만마앙복의 전설은 언젠가 모든 마들이 엎드려 우러러볼 전설의 마인이 탄생한다는 전설이다.
하지만 마인들이란 하나같이 끈질기고 지독하기가 짝이 없어서 그들을 전부 굴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눈앞의 이자가 그런 만마앙복의 전설을 실현 시키겠다 하는 것이다.
“헛소리도 도가 지나치면 미친놈이지. 꺼져라, 미친놈. 미친놈과 볼 일은 없다.”
“미안하지만 내가 상대하는 적들은 그런 만마앙복의 전설이라도 실현시키지 않으면 당해낼 도리가 없어서 말이야. 그에 비하면 너 같은 놈들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다!!!”
콰콰쾅!!!
순식간에 전투가 시작됐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임상진과 유가령을 데리고, 양조위는 골목으로 피신했다.
“피해요!!”
“아, 이런 건 내가 지시했어야하는 상황인데, 이런······.”
“미안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워낙 급해서!!”
“미안할 것 까진 없소. 하지만 이렇게 멀리까지 떨어져야한다니 그건 좀 지나친 것 아니오??”
“저자들이 정말로 무림인이라면 이 정도 거리도 부족합니다!! 필요하다면 더 떨어져야 해요!!”
콰아앙!!!
그 순간 귀청을 찢는 굉음이 사방에 울려 퍼져왔다. 본격적으로 무림인들의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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