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만변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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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한다라······.’
‘그건 맞지······.’
쪽방촌 무림인들은 모두 공감했다. 파천황과 그의 공안 무림맹과 싸워온 지도 문화대혁명 때부터 쳐도 어언 20년.
그 동안 수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자신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초절정의 벽을 뚫지 못한 무인의 수명은 150세를 넘지 못한다.
이 쪽방촌의 무림인들 중 진룡, 제갈의, 상관인의 나이는 올해로 벌써 110세를 넘어섰다.
의화단 운동 때부터 활동했으므로 그쯤 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살아있어도 간신히 숨만 붙어서 사는, 골골거리는 상태였을 텐데 이런 나이에 맹렬히 활동하는 것은 다 무공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쪽방촌 무림인 세 사람은 자신들의 수명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절정의 벽을 뚫고 초절정의 경지로 가는 것도 쉽지 않다.
그것은 그리 쉽게 되는 단계가 아니었다. 먼 옛날부터 화경이라고도 불리는 그 경지는 무림인들의 꿈이었다. 쪽방촌 무림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생각했다.
‘그래, 여기서 쓰러트리지 않으면 답이 없어.’
‘기나긴 싸움도 이제 끝이다!!!’
“하아압!!!”
쾅!!!
쪽방촌 무림인들은 지금까지의 방어 중심의 싸움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공세로 돌아섰다.
지금까지 쪽방촌 무림인들은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파천황의 실력, 그리고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총알의 비 때문에 상당히 소극적으로 전투할 뿐이었다.
까딱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므로 최대한 빈틈을 감추고 꼭 필요한 반격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전략으로 파천황을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으아아!!!”
실제로 죽고자 한다고 해서 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파천황을 쓰러트리는 것이다. 이번에 데려온 공안 무림맹 요원들은 어떻게 모두 쓰러트렸지만, 파천황이 살아있는 한 공안 무림맹의 전력은 무궁무진했다.
사실 파천황을 쓰러트려도 이미 고아원 단계에서부터 이뤄지는 공안 무림맹의 전력 확충체계를 생각해보면 앞으로도 공안 무림맹 요원의 양성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수준을 떨어트릴 순 있다. 아무리 마환단을 먹이고 각종 무공을 가르쳐도 파천황이 직접 지도하는 것보다는 그 수준이 떨어질 것이다.
그 정도쯤 되면 소림육승이나 혹시 모를 남아있을 기타 저항하는 세력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되겠지.
‘우리들은 초석이다. 밑거름이다. 우리 몸을 불살라 이 한 길을 열겠다!!!’
그때 쪽방촌 무림인들의 마음에 감응하기라도 했는지 안 그래도 어두운 새벽 밤하늘이 더욱 검어지고 심지어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를 맞으면서 원륭은 생각했다.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팔괘진의 다른 속성은 몰라도 진괘를 이용한 자신의 우레 공격은 이런 상황에서 더욱 강해진다. 그러자 원륭은 곧바로 다시 진법을 이용해 대기 중의 번개를 파천황에게로 유도한 것이다.
콰쾅!!!
“윽!!!”
파천황이 얼굴을 찡그렸다. 아까 전까지의 원륭의 번개 공격은 팔괘진을 이용해 원륭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라 그 위력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번개 공격은 대기 중의 방전 현상을 직접 유도한 것이라 그 위력의 차원이 다르다. 파천황이 움찔하고 몸을 움츠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소형승이 권격을 작렬시켰다.
쾅!!!
“······.”
파천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복부에 권격이 들어간 순간, 그는 새우처럼 허리를 꺾었다.
‘큭!!’
속으로만 신음을 낼 뿐이었는데, 이는 소형승의 주먹을 참을만 하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분노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 개자식들이!!!”
쾅!!
“컥!!”
파천황의 주먹에 소형승은 외마디 소리와 함께 천안문 벽에 처박혔다.
와르르!!!
천안문 벽이 무너지며 그 안의 목재와 벽돌이 우르르 쏟아졌다.
파천황은 다가가 그 자재 중 하나를 집어 들어보았다.
“소문이 사실이었나······.”
“? 무슨······.”
소형승이 신음을 내며 일어섰다.
“이 천안문은 자금성 네 개의 주요 관문 중 하나이지. 천안문이 건축된 것은 1417년 명나라 때부터였는데, 지금의 이 모습을 갖추게 된 건 1699년대의 개조작업 후고 1902년에는 의화단 운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어 주변 구역에 있던 정부 관청들이 모두 비워졌지. 의화단 운동 당시 북경으로 진격한 서구 열강들은 천안문을 향해 포탄을 퍼부었고 그때 상당 부분이 부서졌다. 그렇게 부서진 천안문을 60여년이 지난 1960년대에 부수고 아예 새로 지었는데, 그때 졸속으로 지어서 자재들이 상당히 싸구려에다 심지어 중국 목재도 아닌 동남아나 기타 국가에서 수입한 나무도 썼다고 하더군. 나는 믿지 않았는데 이걸 보니 사실인 걸 이제야 알겠다.”
그리고 파천황은 진룡에게 목재 중 하나를 던져주었다. 거기에는 아프리카 국가의 이름 하나가 적혀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며 말하는 진룡에게, 파천황은 답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고? 네놈들이 이렇게 만들었다!! 네놈들이 의화단 운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불필요한 희생이 일어났고 청나라는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물게 된 거다!! 이후에 중국 영토 내 각종 이권들을 빼앗기고 착취당했는데 네놈들만 아니었으면 그렇게 될 일은 없었어!!”
“그건 아니지. 의화단 운동이 일어난 1900년 즈음 이전에, 이미 홍콩은 영국영토였다. 1841년 제1차 아편전쟁 때 이미 영국군에 의해 홍콩 섬이 점령당했고 1860년 제2차 아편전쟁 패배 후 정식으로 넘어갔지. 청나라의 생명은 이미 끝나있었어. 그리고 청나라의 숨통을 끊은 데는 네놈도 한 몫 한 거다. 의화단 운동을 일으킨 우리에게 너나 강호육만 합류했더라도 의화단이 그렇게 쉽게 분해되지는 않았겠지. 우릴 분해시킨 건 서구 열강의 포격도 있었지만 네놈의 그 잘난 한빙신공도 한 몫 했다. 같은 중국인이면서 서구 열강에 대항하는 동포들을 학살한 네놈의 악랄함······.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의화단은 청나라의 존립을 위해 일어난 고고한 집단이 아니었어!! 총알을 막을 수 있는 의화권이라는 미신을 믿고 식인을 반복한 쓰레기 집단이었지!! 그런 집단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있을 것 같나!!”
“그래서 네놈은 외세에 붙었다는 거냐!!”
캉!!
진룡의 마룡검과 파천황의 빙검이 맞붙었다. 현철로 만들어진 마룡검과 맞붙고 있으면서도 파천황의 빙검은 심후한 내공에 의해 부러지지 않았다.
끼긱, 끼긱. 불쾌한 소리를 내며 두 검이 서로 부딪쳤다.
“의화단에 식인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그 말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난 식인행위를 하지 않았으니 그런 불만은 들을 필요가 없다!!”
“네놈도 수뇌부였지 않은가!! 수뇌부는 그 일원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야지!!”
“고작 20살의 마교 소교주에게 수뇌부라고 해도 얼마나 많은 권한이 있었겠는가!! 그리고 그 당시 수뇌부의 주체는 백련교였다, 네놈이 죽인 백련교주를 포함!! 식인의 책임은 네가 죽은 백련교주에게 지옥에 가서 물어봐라!!”
“어디서 개소릴!!!”
쾅!!!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검이 부딪쳤다. 이 둘이 처음 부딪친 지 거의 90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둘은 이해할 수 없었고, 항상 평행선을 달렸다.
90년 전, 당시 20살의 마교 소교주였던 진룡은 마교의 정예와 함께 의화단을 일으키자는 백련교주의 말에 동의하여 난에 참가했다.
그러나 결국 의화단은 이홍장을 비롯한 청나라 장수의 탄압, 서구 열강의 공격 등으로 인해 실패한 것이다. 내부와 외부의 지지를 단 하나도 이끌어내지 못했으니 성공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진룡은 말했다.
“우리 명교는 명나라 건국 때부터 도움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원장에게 배신당해 저 멀리 신장으로 쫓겨났다!! 그리고 마교라 불리며 온갖 멸시를 당했지!! 그것은 청나라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나라의 위기 때 우리는 봉기하여 서구 열강에 대항하여 맞서 싸운 것이다!! 그런 우리를 파멸로 이끈 건 너다!!”
“수백 년 전의 원한을 왕조가 바뀌어도 가지고 있는 머저리들!! 식인까지 하면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네놈들에겐 영원히 미래는 없다!!!”
꽝!!!
두 사람의 권법이 격돌했다. 서로의 주먹이 맞부딪치자 파천황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이 돌진한 반면, 진룡은 낭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마치 얼음덩어리를 치는 것 같구나!! 치는 순간 온 몸에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든다!! 이것이 역시 한빙신공의 위력인가!!’
그동안 수차례나 맞붙어봤지만 그때마다 한빙신공은 적응되지 않는 신공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진룡을 비롯한 쪽방촌의 무림인들에게 한빙신공은 마공이나 다름없었다.
사람을 불행으로 이끄는 마공. 그런 의미에서 한빙신공은 최강의 마공인 것이다.
그런 한빙신공을 쓰는 파천황 역시 마인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수십 년에 걸쳐 자신들을 괴롭혀 오는데 그야말로 역대최강의 마인이나 다름없다.
뒤로 물러서는 진룡을 쫓아오는 파천황을 향해, 소형승이 달려들었다.
“진 대협, 여기선 제가 돕겠습니다!!”
“고맙네!!”
그러나 소형승은 다시 한 번 일장을 맞고 뒤로 물러섰다.
“윽!!”
아까처럼 뒤로 꼴사납게 날아가 처박히지는 않았지만, 소형승의 심후한 공력으로도 겨우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소형승은 전대 소림 방장인 목령에게 막대한 공력을 물려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파천황의 빙공을 견디는 것이 고작인 것이다.
뒤이어 사휘령과 하홍휘가 동시에 검을 들고 양 옆에서 덮쳤다.
“음양쌍검!!”
“연검천하!!!”
쐐애액!!! 순식간에 검 그림자가 하늘을 덮었다. 그러나 파천황은 똑같이 양손에 빙검을 만들어 그 공격을 쳐내더니, 발차기를 날려 두 사람을 날려 보냈다.
쾅! 쿠당탕!!!
“큭!!!”
두 사람은 낙법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는데, 병장기를 들었을 때의 단점이 바로 이것이다.
낙법을 취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맨손으로 취하는 것보다 현저히 그 충격이 크다.
그렇다고 낙법을 취하는 순간 목숨과도 같은 무기를 버릴 수는 없으므로, 이것이 바로 병기를 들었을 때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병기를 들면 맨손인 상대에게 월등히 유리하지만, 한번 이렇게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처박히면 타격이 크다. 두 사람은 간신히 일어섰다. 이후로는 치열한 난타전이 일어났다.
파천황은 진룡과 원륭의 검격을 막으며 날아오는 상인관들의 장력을 마찬가지로 검기로 차단했다.
쾅!!
공중에서 장력과 발출된 검기가 만나며 폭발했는데, 상인관은 곧바로 그 공간을 뚫고 검기가 날아오는 것에 경악하다가 순간 베였다.
“큭!!”
“상 대협!!!”
사 휘령이 급히 다가가 상태를 살폈는데, 상인관은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안심시켰다.
“괜찮네. 살짝 스친 것뿐이야.”
“하지만······.”
“저 자식, 검기를 날리고 있군. 그리 어려운 기술은 아니지만 그 수준이 어마무시해!!”
그 말 대로였다. 파천황은 한번 검기를 날리기 시작하자 온 천하에 검기를 흩뿌리며 자신의 막대한 내공을 과시했던 것이다.
“만변천하.(萬變天下)”
그 말대로 수도 없이 많은 검기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게다가 그 변화가 너무나 무궁무진해 쪽방촌 무림인들은 일일이 대응하기에 매우 애를 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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