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격돌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방금 전 제갈의가 당한 공격은 좀 전까지 자신이 퍼붓던 것과 똑같은 공격이었다.
힘의 흐름이 자신에게로 도로 돌아와 타격을 입히는데, 그야말로 완전히 똑같은 것이다.
제갈의는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천재라 해도 이 정도 나이에 몇 번 당해보고 자신이 똑같이 터득하다니······. 이 녀석은 정말로 천재다!!!’
젊은 나이에 어설프게나마 금강불괴 비슷한 것을 터득했을 때부터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하지만 이 정도라니······. 제갈의는 사력을 다해 쓰러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쓰러트리지 않으면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죽는다!!!’
이 상태의 위험성은 다른 누구보다도 직접 익힌 제갈의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쪽방촌 무림인들이 이것에 손도 쓰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당한 위협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모두가 각자 한명씩 적을 맡아서 상대하고 있었고 원륭과 불사왕은 둘이서 그 파천황을 막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자신이 상대를 놓친다면······.
아슬아슬하게 이루어지던 균형은 단번에 박살나 쪽방촌 무림인들은 피바다에 누울 것이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에 저항할 자들은 단 하나도 남지 않겠지. 아니, 소림육승이 남아있으려나??
그러나 그들도 한동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었다.
소형승은 조금 전 표공재에게 들어 소림육승이 쫓기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건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제갈의를 비롯한 다른 이들은 모르는 것이다.
제갈의는 각오를 굳혔다.
‘내가 죽어도 이 자만은 반드시 쓰러트린다.’
그리고 제갈의는 달려들었다.
“하아압!!!”
이후로의 싸움은 놀랍게도 거의 소음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제갈의의 공격을 금강옥이 넘기고, 금강옥의 공격을 제갈의가 흡수하면서 거의 소음조차 나지 않고 부드럽게 싸움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야말로 물과 물이 흐르듯이 부드럽게 싸움이 이어졌는데, 겉보기와는 달리 그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쌓인 힘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제갈의는 파악했다. 힘이란 것은 흘려서 해소해버릴 수도 있지만, 자신의 힘까지 더해서 더 큰 힘으로 만들어 상대방에게 넘겨버릴 수도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방금 전 터득한 경지를 통해 그야말로 유수와 같은 자세로 상대방에게 힘을 떠넘기고 있었다.
자신의 힘을 더해서 넘기고, 그런 힘에 상대가 힘을 더해서 넘기면 다시 한 번 힘을 더해서 넘기는 것이다.
그 결과 이젠 쌓인 힘이 어마어마해져서 도저히 해소하지 못할 수준의 정도가 되어버렸다.
두 사람은 모두 사태를 알아차렸다.
‘이 힘을 흘려보내지 못하면 죽는다!!’
만약 어지간한 수준이었다면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힘을 흘려보내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는 선에서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커진 힘은 그야말로 폭탄과 같아 서둘러 넘기지 않으면 그야말로 터지는 것이다.
지금 두 사람의 상태는 폭탄돌리기와 같아, 여기서 힘을 넘기지 않으면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온 몸의 근골이 터져 폭죽처럼 휘날릴 것이다.
사방에 고깃덩어리가 휘날리겠지. 그 사실을 깨달은 제갈의의 몸이 순간 움찔했다.
그 순간 제갈의는 자신에게로 넘어온 힘을 점점 받아내기가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황한 나머지 힘을 받아넘기는 속도가 늦어졌다. 이러면 죽어!!’
지금 두 사람은 단순히 힘을 받아넘기는 게 아니었다. 정상적인 무림인들이 그러듯, 평범하게 주먹을 날리고 발길질을 가하고 있다.
다만 다른 점은 소음마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충격을 흡수하고 있고, 다시 그런 공격을 통해 상대에게 충격을 되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처음부터 두 사람이 지금 가하고 있는 충격을 받아들였다면 그 누구라 하더라도 단번에 몸이 터져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나마 가하는 충격이 점점 강해졌기에 버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적응할 시간도 없었을 테니······. 그러나 부담은 노쇠한 제갈의 쪽에 먼저 다가왔다.
우득!!
제갈의는 힘이 스쳐지나가는 순간 자신의 갈비뼈가 우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제기랄, 이 놈의 몸이 말을 안 듣는 구나······.’
하긴 100년이나 굴린 몸이었다. 내공이 있어서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지, 내공을 잃어버린다면 제갈의는 단번에 그저 평범한 100살 먹은 노인네가 되는 것이다.
아마 내공을 잃어버린 후유증으로 서있지도 못해 일반적인 100살 먹은 노인네만도 못하게 될 텐데, 아무리 내공이라 해도 만능은 아니다.
그렇게 지치고 노쇠한 몸에 무리가 가자 결국 나이든 제갈의의 육신부터 내구력에 한계가 왔던 것이다. 그러나 제갈의는 다르게 생각했다.
‘아냐, 괜찮다. 모든 것은 괜찮아질 거야······. 그래, 생과 사를 버리자. 내가 죽으면 다른 이들에게 위험이 닥친다는 생각마저 버리자. 나는 나다. 나는 나야······.’
제갈의는 알 수 없는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처음 갈비뼈가 우득, 하고 부러질 때에는 그 역시 공포감에 순간 온 몸이 경직되었다.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오고, 눈앞이 캄캄해졌던 것이다.
마치 토할 것처럼 속이 메스꺼워지고 역겨운 기분이 가득했는데 제갈의는 놀랍게도 순식간에 마음을 비우고 모른 것을 버렸다. 역시 무림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다운 노련함이었다.
아니, 제갈세가에서 태어난 그는 평생 무림인이었다고 봐도 되려나??
제갈의는 그저 마음을 비우고 무의식적으로 팔다리를 움직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팔이 허공을 때렸다.
그때 정신을 차린 제갈의가 정면을 쳐다보자 금강옥은 담담한 얼굴로 서있었던 것이다.
“당신이 이겼소.”
“내가 이겼다고??”
제갈의가 멍청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소. 난 나의 공포심을 이겨내지 못했소. 어느 순간부터 커져가는 힘에 짓눌려 언제 터질까 두려워만 했지. 그러다 힘을 받아내지 못했소. 당신의 승리요.”
“······.”
제갈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보면 두 사람의 싸움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하고 의아할 정도의 이상한 싸움이었다.
전력으로 치고 때리는데도 소리가 전혀 나지 않아 그 싸움을 본 사람들은 마치 장난을 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겉보기와는 달리 이 싸움은 매우 고도의 기술이 오가는 싸움이었다.
금강옥은 말했다.
“이름을······. 들려주지 않겠소??”
“······제갈세가의 제갈의······.”
“그렇군. 그게 날 쓰러트린 자의 이름이군. 고맙소. 죽을 때 저승에서 누가 날 쓰러트렸는지 못 말하지는 않겠군. 그보다 부탁이 있소.”
“뭐지??”
“등을 좀 돌려주겠소??”
“과연······. 알겠네.”
제갈의는 두 말할 것 없이 등을 돌리고 먼 산을 쳐다보았다. 보통 무림인들끼리의 싸움에서 등을 돌린다는 것은 자살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망설임 없이 돌렸던 것이다.
눈에 땀이 들어가 잠깐 감는 것만 해도 엄청난 위험행위인데, 제갈의의 행동에는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자 금강옥은 웃는 얼굴로 말하고 눈을 감았다.
“고맙소.”
콰아앙!!!
그 순간 금강옥의 몸은 산산이 터져버렸다. 체내에 갇힌 힘이 더 이상 갈 곳을 찾지 못하고 폭발해버렸던 것이다. 금강옥의 몸은 완전히 부서져 고기 한 조각 찾을 수도 없었다.
제갈의는 한숨을 쉬었다.
“후우······.”
‘저자가 10년, 아니 5년만 더 경험을 쌓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그저 약간의, 종이 한 장 차이로 승부가 난 것이야······. 저렇게 젊은 나이에 나와 같은 경지를 터득했으니 얼마나 기재란 말인가. 세상엔 저런 자도 있구나······.’
파천황 이후에 저런 천재를 제갈의는 처음 보았다. 하지만 천재라고 해서 세상에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때론 천재도 현실에 좌절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제갈의가 이긴 것은 그저 훨씬 많은 경험과 연륜 덕분에 불과했다.
그러나 때론 이런 범재도 그런 천재를 이길 수 있다. 수없이 갈고닦은 피눈물 나는 고련의 세월이 있다면······. 제갈의가 수십년 동안 갈고닦은 무공은 제갈의를 배신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상인관의 상대는 태산파의 조영길이었다. 조영길은 상당한 장력으로 상인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태산파의 장력이 강력하다더니 그 말이 헛것이 아니군!!”
“이것이 바로 본파의 태산장이오. 그 말 그대로 웅혼한 기세가 특징이지!!”
“좋은 장법이다!!”
쾅!!
두 사람은 한동안 장법으로 맞붙었다. 그리고 둘은 좋은 적수가 되어 한참동안 장력으로 치고 박았던 것이다. 그러다 조영길은 등에 매고 있던 창을 꺼내들었다.
“드디어 그 창을 꺼내는 건가!! 그러나 태산파의 창법이 강하다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후후, 그건 당한 자들이 모두 말을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오. 어디 이 벽석창에 한번 당해보겠소?!”
쐐애액!!! 조영길의 창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져나갔다.
보통 만병지왕을 검이라 하지만 그것은 숙련된 경우의 얘기다.
초보자가 쓰기엔 창이 최고인 것이다. 그 다음이 도, 검과 같은 순서였는데 그렇다고 숙련자가 든다고 해서 창이 약한 것도 아니다.
무림인들 사이에선 경지가 오르면 오를수록 검이 상대적으로 더욱 강하다는 신앙에 가까운 믿음이 있었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무림사를 보면 창으로 무림을 평정한 자들도 적지 않은 것이다.
다만 무림인들이 검을 선호하는 이유는 창보다 운용하기가 편하고, 쉽게 휴대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사실 궁극의 경지에 이르면 검이든 창이든 권이든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럼 것을 증명하려고 하기라도 하듯, 조영길의 창법은 매우 매서웠다.
상인관은 그걸 보고 생각했다.
‘어설프게 파고들 수 있는 상대가 아니군······. 장법으로 상대하기엔 매우 까다롭다······.’
장법을 사용한다고 해서 창의 고수를 상대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둘이 비슷한 경지의 무림인이라면 분명히 약간의 거리낌이 생겨나는 것이다.
당장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라 해도, 내가 맨손인데 상대가 창을 들고 있으면 다가가기가 껄끄러울 것이다. 검을 든 상대라 해도 마찬가진데 창을 든다면 더욱 그런 것이다.
사정거리의 이점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노련한 무인인 상인관이라 해도.
상인관은 주변을 둘러보다 대나무 더미를 발견하고 급히 하나를 집어 들었다.
지금 이 천안문 광장은 대학생들이 중국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각종 전시품들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래서 대나무 역시 거기에 있었는데, 운 좋게 상인관은 주변을 둘러보다 그것을 발견한 것이다. 상인관은 몸을 날려 대나무 하나를 집어 들고는 그대로 굴렀다.
깡!!
조영길의 창이 광장 바닥을 찌르며 기분 나쁜 소리를 내었다. 조영길은 대나무를 들고 일어서는 상인관을 보고 나직이 말했다.
“나려타곤······. 그런 무공 같지도 않은 무공을 쓰고도 부끄럽지 않소??”
“필요하다면 몇 번이든 쓸 것이네. 두 번이든, 세 번이든. 나려타곤을 쓰지 않고 명예롭게 죽느니, 난 불명예스럽게 살아 자네를 쓰러트리겠네.”
“좋을 대로!!!”
쐐애액!!! 조영길이 다시 한 번 자신의 벽석창을 날려왔다.
벽석창은 낭떠러지의 뾰족한 돌부리 같은 창이란 뜻인데, 그만큼 날카롭다는 것을 의미했다.
예리한 돌은 사람의 몸 마저도 뚫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과거 돌도끼나 돌로 된 검 같은 것이 무기로 쓰였던 것인데, 그런 기세로 창을 찔러대고 있으니 오죽 날카롭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태산파 특유의 웅혼한 기운마저 깔려있었기에, 상인관은 대결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압박감을 받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상인관은 개방방주다. 거지새끼들의 우두머리다.
‘거지새끼가 이까짓 기운에 쫄 것 같으냐!! 그것도 내 나이 반도 안돼 보이는 애송이에게!!!’
탕!!!
상인관의 대나무와 부딪친 창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상인관이 대나무로 창의 옆면을 때려 정지시킨 것이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