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죽었나
“정말로 좋은 검이군······. 간장과 막야에 대한 전설은 무림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지······. 이런 검을 들고도 고작 이것밖에 안되다니!!”
푸슉!!
“으악!!!”
사휘령은 비명을 질렀다. 강문기가 손에 든 막야로 사휘령의 허벅지를 찔렀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강문기는 한참동안이나 사휘령의 온 몸을 찔렀다. 주로 생명에 지장이 없는 팔, 다리 부분에 대한 공격이었다.
만약 하나라도 머리나 몸통에 상처를 입었다면 그야말로 치명상을 입었으리라.
그러나 지금도 출혈이 심해 얼마못가 생명이 끊어질 듯싶었다.
강문기는 그런 사휘령을 보며 조롱했다.
“내가 지켜본 바로는 네가 네 무리들 중 가장 약하다. 그건 인정하겠나??”
“인정한다······.”
“뭐라고??”
“최약이건 최강이건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정의를 행한다는 그 자체뿐이다!!!”
그때 강문기가 들고 있던 막야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로인해 강문기는 막야를 순간 놓치고 만 것이다.
“큭!!”
사휘령은 떨어진 막야를 들어 강문기를 향해 찔렀으나 그가 순식간에 막자, 다른 손에 쥐고 있던 간장을 비검술의 형식으로 던졌다.
쐐애액!!!
그러나 지근거리에서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강문기는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이를 피해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휘령의 막야마저 들고 있던 검으로 쳐서 날려 보낸 것이다.
쨍그랑!!!
땅에 떨어진 막야를 바라보며, 강문기는 히죽 웃었다.
“이젠 어떡할 거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말을 아나??”
“뭐??”
그 순간 던졌던 간장이 되돌아와서 강문기의 심장을 뚫었다.
푸슉!
“크아악!!!”
강문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자신의 심장을 뚫고 나온 검을 바라보았다.
“대체 어떻게 여기서······. 네놈은 어검술이라도 익힌 거냐??”
“약간은······.”
사휘령은 강문기의 등에서 가슴으로 뚫고 나온 간장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막야와 함께 검집으로 집어넣었는데 검들은 손도 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검집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스르릉.
“역시 어검술······.”
“어검술이라고 하기엔 아직 초보적인 경지라서 말이야······. 그 사거리는 물론 위력에도 제한이 있다. 하지만 방금 그것은 정해진 궤도로 다시 검을 돌아오게 만드는 것뿐이라 상대적으로 간단했지.”
“간단하다라······.”
말이 간단하다고 하지만 던진 검을 똑같은 궤도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도 힘들었다.
그러나 사휘령은 오랜 수련을 통해 일정 궤도로 검을 움직이게 하는 데는 성공했던 것이다.
몇 가지 그런 궤도로 검을 움직일 수 있었는데 검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진정한 어검술과는 아직 거리가 멀었지만 이 정도도 상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강문기는 씨익 웃었다.
“안타깝지만 네놈도 길동무가 될 것 같군. 살아남기에 넌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네 꼴이 보이나??”
“······.”
사휘령은 자신의 몸을 살폈다. 그 말대로 아까 전 당한 난도질로 인해 사휘령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휘령은 개의치 않았다.
“아아, 이것 말인가?? 잘 봐라.”
“!!”
그리고 사휘령은 어떤 무공을 운용했다. 그러자 온 몸에 묻은 피가 저절로 다시 상처로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아문 것이다.
물론 아문 것은 겉 표면뿐이었지만 지혈이 되었으니 이대로 시간만 지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제서야 강문기는 쪽방촌의 무림인들이 공통적으로 익히고 있다는 어떤 신공이 생각났다.
“금강대 변인법!!”
“그래, 바로 그것이다.”
“······.”
강문기는 자신의 실책을 자책했다. 사휘령은 자신을 방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출혈이 일어나는 것을 막지 않고 치명적인 상태에 빠진 척 했던 것이다.
아무리 피를 흘려도 이 금강대 변인법만 있으면 죽기 직전에만 피를 도로 흡수하면 생명에 지장이 없으므로 쪽방촌 무림인들을 상대할 때 조심하라고 사전에 파천황이 말한 적 있었다.
“그런 걸 까먹다니······. 한 가지 물어보지. 방금 전 검이 붉게 달아오른 것은 삼매진화인가?”
“그렇다. 검의 열기 때문에 내가 직접 그 상태로 들고 싸우는 것은 까다롭지만 적에게 뺏기거나 비검술을 날릴 때 응용할 수 있도록 연구했지. 마음에 드나?”
“내가 당한 비검술의 이름은??”
“비검 회도.(飛劍 回刀)”
“비검 회도라······. 좋은 이름이군······.”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강문기는 쓰러졌다.
털썩!!
심장을 관통당하고도 이만큼이나 버틴 것이 그의 무공의 고강함을 알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그런 강문기를 바라보는 사휘령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죽는 마당에 자신을 쓰러트린 무공의 이름 따위나 알고 싶어 하는 건가······. 참으로 안타깝군······.”
과거 무림에서는 자신을 쓰러트린 자의 이름이나 무공을 알고 죽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로 되어 있었다. 이름 높은 자나 무공에 쓰러지면 죽어도 그만큼 만족하고 죽는 것이다.
적어도 자신이 그만큼 유명한 자나 무공에 쓰러졌다고 납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위안을 안고 죽었지만 쪽방촌 무림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무공은 어디까지나 수단이다. 죽음에 만족은 없어. 죽음은 결국 패배를 의미 한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강문기의 시신을 바라보며, 사휘령은 쓸쓸히 걸음을 옮겼다.
제갈의의 상대는 형산의 금강옥이었다.
“이거, 내 상대는 다 죽어가는 노인네라니 참으로 안타깝군. 좀 더 팔팔한 자는 없나??”
“······.”
제갈의는 금강옥을 묘한 눈으로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가 그렇게 강하다면 나를 빨리 쓰러트리고 다음 적을 찾으러 가면 될 걸세.”
“과연 그렇군!! 그 말이 맞아, 하하하!!!”
금강옥은 호탕하게 웃고 제갈의를 향해 돌진했다. 금강옥은 대범하고도 털털한 자였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답게 외가기공을 익힌 자였는데 예나 지금이나 외가기공을 집중적으로 익힌 자가 드물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특이한 경우인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근력이 감소함과 동시에 위력이 떨어져서 그렇지, 제대로 익힌 외가기공의 위력은 내가기공을 능가한다. 그리고 그 방어력까지.
금강옥은 돌진하더니 그 기세 그대로 어깨를 들이밀었다.
‘철산고!!’
제갈의는 흠칫하면서 그 어깨를 피했다. 철산고는 어깨를 들이밀며 그대로 받아버리는 기술로, 마치 무소의 그 동작을 연상케 하는 초식이었다.
단련된 어깨는 그 내구력과 위력이 상당하므로 그대로 받아버리면 어지간한 자들은 그 충격에 일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어설픈 주먹보다 체중을 실기도 더 좋은 것이다.
제갈의는 한동안 그런 철산고를 마치 투우를 하듯이 피하다가, 어느 순간 이대로 피하기만 해서는 더 이상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도리어 돌진했다.
그리고 제갈의와 금강옥이 교차한 순간, 금강옥의 어깨가 솟아올랐다.
우둑!!
“으윽······.”
금강옥이 가볍게 신음했다. 교차하는 순간 제갈의가 어깨를 피하며 도리어 그 어깨를 뽑아버린 것이다.
심지어 금강옥의 어깨는 철산고로 인해 상당히 엄청난 경력이 실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뽑아버렸으니, 제갈의의 노련함을 알 수 있었다.
“당신네 무리에 의사이자 해부학에 대해 자세히 아는 자가 있다던데 그게 바로 당신이었던가??”
“그렇다. 올 테면 와봐라, 애송이!! 힘이 아닌 기술이 승부를 좌우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마!!”
“!, !!”
그 말을 들은 금강옥은 움찔했으나 이내 싱긋 웃었다.
“그래, 힘과 기술 중 어떤 것이 더 우위에 있나는 무림 역사상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였지. 그러나 당신 같은 늙은이는 나이가 들어 힘이 떨어지고, 나 같은 젊은이는 어려 기술이 부족하단 말이야. 이 힘과 기술이 가장 절묘한 균형을 이룬 시기를 전성기라고 한다. 노인네, 당신의 전성기는 언제였나?? 난 아직 전성기가 왔다고 하기에는 너무 젊어. 하지만 늙어 기운이 빠진 것 보다는 젊은 게 낫지 않을까!!!”
그 말과 함께 금강옥은 미친 듯이 주먹을 날려왔다. 그리고 그 주먹에서 날려 오는 권압만으로도 제갈의는 삭신이 쑤시듯 아파왔던 것이다.
‘권압!! 그것도 상당한 수준이군!!’
장력을 날릴 때 흔히 말하는 장풍이란 현상이 일어나듯이, 권을 날려도 권풍이란 현상이 일어난다. 물리적으로 바람이 일어나는 동시에, 그 바람에 내공이 실려 상대를 타격하는 것이다.
따라서 외가기공의 고수라도 결국은 내가기공의 고수가 행하는 일을 똑같이 할 수 있고, 내가기공의 고수도 마찬가지다. 무공이 극에 달하면 결국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본래는 그런 권압이라고 해도 본체인 주먹의 파괴력에 비해선 극히 떨어진다.
어디까지나 의도하지 않은 부수적 효과로 상대방에게 자잘한 효과를 미치는데서 끝날 일.
하지만 제갈의 정도로 나이든 무림인에겐 그 효과도 치명적이다.
비슷한 나이이지만 아직도 무공이 고강한 진룡이나 불사왕 등에 비해서, 제갈의는 상대적으로 무공이 떨어져 세월의 여파를 그대로 맞고 있었던 것이다.
삭신이 쑤셔오는 것을 느끼며 제갈의는 생각했다.
‘빨리 승부를 내야겠다. 하지만 상대가 지구력에서 밀릴까??’
그 생각대로 지구력 승부도 제갈의가 밀렸다.
제갈의는 노련하게 제갈세가의 가전보법을 사용하며 금강옥을 따돌렸으나, 어디까지나 잡히지 않았을 뿐이지 언젠간 곧 잡힌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히려 승부의 속도를 높였다.
‘내가 먼저 쓰러트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해!!’
그것을 깨달은 제갈의는 도리어 공세적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할 마음이 든 건가, 영감!!”
자신만만하게 나오던 금강옥은 뜻밖의 통증에 신음을 내뱉었다.
달려온 제갈의가 무릎 뒤쪽을 걷어차 무릎 꿇린 다음, 낮아진 금강옥의 턱을 향해 발차기를 날린 것이다.
“컥!!”
통증에 신음하며 쓰러지려는 금강옥이었으나, 제갈의는 가만 놔두지 않았다.
“그 정도로는 섭하지!!”
그리고 쓰러지는 금강옥의 머리통에 발을 대고 그 기세 그대로 바닥에 처박기.
꽝!!!
안 그래도 턱에 상당한 충격을 입었을 텐데, 머리통까지 바닥에 처박혔으니 금강옥의 뇌는 지금 만신창이일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죽거나 결코 일어설 수 없는 것이다.
그때 금강옥은 곧바로 자신의 머리통을 아직까지 밟고 있는 제갈의의 발목을 잡더니, 거꾸로 들어 올리며 일어섰다.
“엇, 어엇?!”
당황한 제갈의가 거꾸로 매달린 채로 금강옥의 명치 등 급소를 타격해보았으나, 금강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입을 열었다.
“노인네, 이래서 기술은 힘 앞에 소용없는 거야······. 정확히 말하면 압도적인 힘 앞엔 너무나 무력한 거지······. 이런 것, 경험해본 적 없나? 압도적인 힘 앞에 깨지는 것 말이야!!!”
금강옥은 제갈의의 발목을 붙잡은 채로 땅에 그대로 처박았다.
꽈앙!!!
“컥!!!”
제갈의는 비명을 지르며 팔을 오므렸다. 그 딴에는 낙법을 취해 최대한 충격을 줄이려는 자세였으나, 그것이 제대로 통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금강옥은 그 자세 그대로 제갈의를 몇 번이나 땅에 더 내려친 것이다.
쾅! 쾅! 쾅!!!
무려 세 번이나 더 제갈의를 땅바닥에 내려친 후, 금강옥은 그를 들어 살폈다.
“죽었나???”
제갈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온 얼굴의 구멍에서 피를 질질 흘리며 마치 죽은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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