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1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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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아!!!”
콰콰쾅!!!
서로간의 장력이 충돌하는 가운데, 표공재는 다시 한 번 오른손을 내밀었다.
“태양장법.”
‘이번에는 공격!!’
초식을 파악한 소형승이 이에 맞서 왼손을 내밀었으나, 그때 표공재의 기세가 변했다.
‘이, 이건, 태음장법?!’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명백히 공격을 위한 태양장법을 날렸으나, 도중에 그 장력이 갑자기 태음장법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표공재는 태음장법의 공력으로 소형승의 왼손을 휘감았다.
‘그렇게는 안 되지!!’
이번에도 자신의 왼손이 붙잡혀 초근접전을 벌이게 될 것을 염려한 소형승은 유(柔)의 기운으로 부드럽게 표공재의 태음장법을 흘려버렸다.
그러나 표공재의 태음장법 역시 유의 장법이다. 표공재는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소형승의 왼손을 잡아 이번엔 허공으로 던져버렸다.
‘내 흘리는 기운을 역이용해 던져버린 건가!! 젊은 녀석이 정말 대단하군!!’
하늘로 날려올라가는 가운데 소형승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결국 무(武)라는 것은 힘의 싸움인데, 이것은 단순히 힘의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힘을 얼마나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조종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비쩍 마른 유술의 달인이 자신보다 훨씬 더 완력이 강하고 젊은 무도가를 단번에 무릎 꿀리기도 한다. 심지어 상대방의 공격을 역이용해서.
보통 나이든 무림인이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어처구니없게도 표공재가 자신보다 나이가 수십 살 많은 소형승을 향해 시전 한 것이다.
그러나 소형승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던져 올린 것까지는 좋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모든 힘은 위에서 아래로 가하는 게 더 거세다는 사실을 말이야!!!’
콰앙!!!
소형승의 손에서 장력이 뻗어져 나갔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려오는 중력가속도, 그리고 자신의 체중, 내공, 장력 등 모든 요소를 하나로 하여 완벽하게 일체화된 공격을 감행했던 것이다.
소형승을 던져 올리고 당황시켜 자세가 흐트러지면 곧바로 공격을 감행할 생각이었던 표공재는 역으로 당황했다. 그러나 공황상태에 빠지진 않았다.
‘과연 노련한 무림인답군,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쾅!!!
마찬가지로 표공재 역시 태양장법을 펼쳐 맞섰다. 두 사람의 손에서 뻗어 나오는 장력은 너무나 강력해 마치 대포알과도 같았다.
그러나 위치의 이점을 가진 소형승이 결국 승기를 가져갔던 것이다.
펑!
“으아악!!!”
표공재는 피를 뿜으며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섰다. 사실 단번에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내상이었는데, 고작 그 정도로 버틴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었다.
“그 순간에 반격을 해왔나······. 과연 대단하군······.”
소형승은 질린 얼굴로 말했다. 최후의 순간에 표공재는 태음장법을 펼쳐 자신의 장력을 흘리고, 곧바로 태양장법으로 반격까지 가해왔던 것이다.
그로인해 지금 소형승도 상당히 상태가 좋지 않았다.
“만약 시대만 잘 타고났으면 무림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겠군. 다시 한 번 권고하지. 공안 무림맹 같은 걸 그만 두고 우리와 함께할 생각은 없나? 함께한다면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고 약속하지.”
“국가의···권위는···절대적이어야 하오······. 거기에 반동분자는 필요 없소.”
“결심이 확고하군. 그럼 그 소원대로 죽여주겠네.”
“무슨 소리! 난 아직 끝나지 않았소!! 하아앗!!!”
콰콰쾅!!!
잠시 숨을 고르던 표공재는 다시 한 번 공격해왔다. 보통 이럴 때 불리한 쪽이 방어에 들어가 역습을 노리고, 유리한 쪽이 공격을 시작하는 것과는 별개였다.
그리고 소형승은 이에 자신 역시 그 기세를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좋다, 이놈아!! 국가라는 이름 아래 세뇌된 너의 맹신을 깨 부숴주마!! 으아아!!!”
꽝!!
두 사람의 주먹이 서로 충돌했다. 아니, 충돌하는 것은 그 이념인가? 충돌하고 있는 것은 뼈와 살로 이루어진 몸이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이다.
사상, 관념, 이념? 자신감, 자존감, 사명? 그런 것들이 모두 합쳐져 서로를 향해 돌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방어를 도외시하고 맹공을 퍼부었다.
급소의 방어는 없다. 내가 급소를 맞는다면 나는 더 세게 급소를 두드린다.
그리고 두 사람 정도의 공격력이 강한 무림인들끼리는 딱히 급소의 의미가 없었다.
어느 곳이든 제대로 공격이 들어가기만 하면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결국 목숨을 잃을 수 있었는데 급소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전신이 급소다. 그러나 두 사람은 참고 서로를 두들겼다.
콰콰쾅!!!
‘아프다. 저 놈도 나만큼 아프겠지??’
소형승은 싸움의 와중에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사실 자신과 이 전도유망한 젊은이가 뭣 땜에 싸우고 있단 말인가? 자유를 위해? 평화를 위해?? 애초에 문제는 결국 중국 정부 때문인 것이다.
중국 정부, 아니 그 중에서도 극히 소수를 차지하는 공산당 수뇌부 때문에 이 같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결과 자신처럼 자유를 사랑하는 자, 그리고 국가를 더욱 중요시 생각하는 자, 노인과 젊은이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비극이다. 더 이상 늦기 전에 이 비극을 끝내야해!!’
이런 비극을 맛보는 건 자신의 대에서 충분하다. 더 이상은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들에게 중국 정부의 압제를 물려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아앗!!!”
콰쾅!!!
그 생각을 한 소형승은 힘내서 더욱 거세게 밀어붙였으나, 표공재는 능수능란하게 공격을 받아냈다.
계속해서 태음장법과 태양장법을 섞어 공격을 흘리고 받아낸 뒤, 곧바로 반격을 가해오는 것이다.
쾅!!!
“크흑!!”
복부에 강력한 장력을 맞고 소형승은 토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여기서 구토를 한다면 개망신이전에 상대에게 그만큼 자신이 치명적인 상태라는 것을 알려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 순식간에 승기가 밀려 패배하는 것이다.
소형승은 입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토인지 피인지 내장조각인지 뭔지 모를 정체불명의 물체를 삼키며 곧바로 역습을 가했다.
이 정도로 강한 복부의 충격을 받으면 정말로 구토에 내장조각과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내장엔 통각이 거의 없기에 고통이 온다는 것은 그야말로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표공재는 소형승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회복할 시간도 주지 않고 거세게 몰아붙였는데, 이젠 아예 자신의 절기를 꺼냈다.
“음양일체장!!!”
콰콰쾅!!!
그 말대로 음양이 일체가 된 장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공격과 수비가 별도로 돼있었는데, 이제는 공격과 수비가 하나가 된 그야말로 공방일체의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공격을 받아냄과 동시에 공격하고, 공격하다가 중간에 받아냈는데 완전히 빈틈이 없어져 소형승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퍼퍼퍽!!!
“크윽!!!”
‘이럴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계속 소림에 붙어있었어야 했는데······.’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으로 소형승은 생각했다. 그는 소림의 기재였지만 도중에 방장 목령과의 마찰로 소림을 나오는 바람에 소림무공을 완전히 전수받지 못했다.
그가 배운 가장 높은 무공이 나한공과 소림칠십이종절기였는데, 말이 절기지 다른 문파에서는 입문무공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질이 높아 한때 나한당 당주까지 되었지만, 그 후 소림을 나오고 다시 한 번 목령에게 무공을 전수받기는 했지만 그때는 중간과정을 건너뛰고 소림최고절기인 역근경과 달마지 등을 물려받은 상태였다.
그래서 소형승은 그 중간단계가 없는 관계로 소림의 무공을 완전히 재현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무공이란 것도 강한 무공만을 배우는 게 답이 아니라 약한 무공, 다른 무공을 배우기 위해 도움이 되는 무공도 배워야 되는데 그런 무공을 배우지 않았으니 소형승의 무공은 심히 불균형한 상태였다.
계속해서 가해오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 소형승은 생각했다.
‘내가 배운 무공이 뭐가 있더라, 나한공, 나한공······.’
소형승은 무의식중에 나한공을 오른손에 모으고, 왼손에 역근경을 모았다.
지금까지는 어느 한 가지 공력만을 한 번에 사용하고, 이렇게 섞어서 사용한 적이 없었다.
같은 문파의 무공이란 것도 상성이 있어서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한공과 역근경은 마치 형제무공인 것처럼 순식간에 섞여갔다.
기본적으로 나한공은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역근경은 부드러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기운이 충돌하지 않고 서서히 스며들어갔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소형승은 뒤로 훌쩍 뛰어 물러섰다. 그리고 눈을 감았는데 표공재는 그 모습을 보고 소형승이 완전히 포기했다 여겼다.
“핫하, 포기하는 거요?! 당신이란 사람도 생각보다 마지막이 싱겁군!!”
표공재는 순식간에 보법을 펼쳐 소형승과의 거리를 좁혀왔다.
‘2장, 1장······.’
급속도로 다가오는 표공재의 기척을, 소형승은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찌를 듯이 따가운 표공재의 기세가 온 피부로 느껴졌던 것이다.
“잡았다!!! 당신은 끝이오!!!”
쾅!!!
표공재는 일생일대의 역대급 장력을 펼쳐 소형승을 단번에 격살하려했다.
마지막 순간에 이상한 행동을 하기는 했지만 이 자는 여태까지 자신의 공격을 받아온 실력의 무림인이다.
비록 이 쪽방촌 무림인들 중 최상위권의 실력자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나름 한 가닥 하는 것은 분명했던 것이다. 그때 소형승이 눈을 떴다.
번쩍!!
심지어 표공재의 장력이 눈앞에 닿기 직전이었다.
쾅!!
“으아악!!!”
표공재가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온 몸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는데 딱 봐도 곧 죽을 모습처럼 보였던 것이다. 표공재는 신음하면서 말했다.
“어, 어떻게 이런······. 이게 대체 무슨······.”
“이게 바로 부동심결이다.”
“부동심결??”
“만마(萬魔)를 굴복시키고 온 세상의 사마(邪魔)를 제압하는 소림사 최고의 절기지. 늦지 않게 써서 다행이군.”
“왜 이제 와서야 그걸······.”
“좀 더 빨리 썼더라면 피해 없이 자네를 쓰러트릴 수 있었을 거란 말인가? 그건 아닐세. 난 부동심결의 구결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거든.”
“그런데 왜 이제······.”
“내가 생각하기에 부동심결은 생사의 위기에서만 쓸 수 있는 아주 까다로운 무공이 틀림없네. 게다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하고, 공격당하기 직전까지 적을 아슬아슬한 범위까지 끌어당겨서 시전 해야 하지. 생각보다 범위가 넓지 않더군.”
“과연······.”
그제서야 표공재는 납득했다. 무공 중에는 간혹 이렇게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 있는 무공들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시전 자체도 힘든 무공이 있는 것이다.
아마 부동심결이 그런 무공인 것 같았는데, 그런 무공에 당했다고 하니 표공재의 표정도 조금 풀어졌다.
“그런 전설적인 무공에 당해서 영광이오······. 기왕 죽는다면 그런 무공에 죽는 게 낫겠지······.”
“멍청한 놈······.”
소형승은 혀를 끌끌 찼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전설이든 나발이든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나은 것이다. 소형승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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