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71)
165.
저녁,
서울 시내,
어지럽게 꽉 막힌 도로 위에,
차량들의 행렬이 얽혀있다.
여기저기서,
시끄러운 경적소리 속에,
반장의 고물차가 멈춰있다.
초조한 눈짓으로,
반장은 죄없는 핸들만 쳐댄다.
"빨리,
빨리 좀 뚫려라!!"
166.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 안에서,
박형사는 긴장된 몸짓으로,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린다.
모니터 속의 데이터베이스는,
화면들을 뱉어내며 바쁘다.
퇴근 후의 사무실 안에는,
4명 정도 형사들이 남아,
열심히 서류 정리 중이다.
노트북 위에 열심히 메모를 하던,
형사 한 명이,
멍한 얼굴로,
펜을 놓아버린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간다.
두 번째,
세 번째 형사가,
차례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간다.
네 번째 형사가,
휘청이며,
사무실을 나간다.
텅 빈 사무실 안에,
박형사 뿐이다.
모니터에 꽂힌 박형사는,
알지 못한다.
사무실 밖의 복도도,
텅 비었다.
복도 끝의 휴게실도,
텅 비었다.
방금 전까지 누군가 마시던게 분명한,
커피잔에서,
따뜻한 김이 솟아오른다.
경찰서 전체가,
텅 비었다.
그 현관을 열고,
검은색 구두들이,
줄지어 들어온다.
박형사가 남아있는,
사무실의 전등이,
모두 나가버린다.
모니터의 데이터가 날아갔다.
박형사가,
본능에 충실한 육두문자를 날리고,
키보드를 내려친다.
정전 . . .
인가?!
사무실의 창밖,
인근 건물들과 함께,
도시의 불빛이,
변함없다?!
경찰서만,
불이 나갔다!?
박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무실안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똑똑!"
사무실 문쪽이다.
어리둥절,
안절부절,
문앞에 다가가,
순잡이를 돌려,
문을 연다.
박형사의 눈 앞에,
검은 색 양복에,
검은 색 넥타이를 맨,
거구의 가슴팍이 펼쳐진다.
박형사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파란색 눈의 서양인 남자가,
내려다본다.
그 뒤로,
같은 옷차림의,
거대한 덩치의 외국인 남자,
'7명'이 줄지어 서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서늘한 파란 눈에,
박형사가 위축된다.
억지 웃음을 띄우며,
오른손을 겨우 들고,
얼떨떨,
입을 연다.
"헤,
헤로우,
메,
메이 아이,
헬프 유우?!"
8명의 선두에 서,
박형사를 마주한,
[서쪽의 드루이들]의 리더가,
도르제 낀 손을 뻗어,
박형사의 목을 쥐어잡는다.
박형사를 들어올리는,
도르제의 비명에,
박형사의 신음이 덮인다.
박형사를 들고 형사과 사무실 안으로,
새로운 드루이드들이 들어온다.
마지막 드루이드 뒤로,
쾅!!
문이 닫힌다.
닫힌 문 너머,
박형사의 단발마가,
절규한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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