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판) 마크로스 사가 I (4)
27.
글로발 함장이 이끄는 투어 그룹이 [SDF-1]의 [GD] (그라비티 드라이브) 구역에 도착한다.
[닥터 치보] (1화에서 외계 우주선의 도착을 관측했던 MIT의 과학자)의 쌍둥이 형제인 [닥터 치바]가 먼저 도착해서 손님들을 맞이한다.
10년 전의 인트로에서 등장했던 닥터 치보의 모습과 비교해서 훨씬 늙어보이는 모습이다.
[SDF-1] 선내의 다른 승무원들과 달리 닥터 치바의 옷에는 UN 심볼이 없는 대신, [RBSB] (2화에서 소개했던 UN 평화활동의 최대 스폰서이자 현재 지구 최대의 기술기업)의 사원임을 알리는 ID 카드를 목에 걸고 있다.
글로발 함장이 그 유명한 닥터 치보와 관계를 말하며 [UNHCR] 일행에게 닥터 치바를 소개한다.
닥터 치바는 RBSB에서 파견된 외계 기술의 연구자이자 엔지니어다.
치바의 역할을 가장 가깝게 비교하자면 스타 트렉의 과학장교(가장 유명한 인물로 '스팍'이 있음) 정도.
닥터 치바는 [UNHCR]과 함께 [GD엔진실]로 들어가며 브리핑을 시작한다.
"외계인들의 기술력은 우리의 현재 기술 수준보다 훨씬 더 앞서 있습니다.
지난 수년 간 외계의 기술들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하며 연구해 왔죠.
그 연구의 첫 번째 대상이자 결과물이 바로 여기 있는 [그라비티 드라이브]입니다."
[UNHCR] 일행들의 눈 앞에 거대한 크기의 [GD 엔진]이, 그 무게를 느낄 수 없는 비현실적으로 기묘하고 신속한 움직임으로 내부의 구체기관을 회전시키며 푸른색의 섬광을 내뿜고 있다.
[GD 엔진]은 [SDF-1] 선체의 메인 프레임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다.
[GD 엔진]을 뿌듯한 미소로 바라보며 닥터 치바가 말한다.
"[SDF-1]은 총 12개의 [GD]로 중력을 거슬러 이 거대한 선체를 가볍게 상공으로 올리게 됩니다."
경이롭다는 눈으로 [UNHCR]이 묻는다.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겠지요?"
닥터 치바가 답한다.
"유사 무한대 시뮬레이션 결과 어떤 에러도 없이 모두 성공적이었습니다."
글로발 함장도 덧붙인다.
"[SDF-1]의 출발에 맞추어 추가적인 안전조치로 마크로스 섬의 민간인들은 모두 지하 벙커로 대피시킬 예정이니 민간인들의 안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8.
로이가 릭과 함께 자동차에 올라타 마크로스 섬의 중앙에 [SDF-1]과 함께 위치한 [마크로스 시티]를 둘러보려 한다.
로이와 릭이 탑승하는 차량 옆에서는 [UNTV] 팀이 대형 밴에 장비들을 가득 싣고는 [MBS] (3화에서 소개한 마크로스 섬 유일의 방송국)를 향해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자동차 문을 닫으며 실내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는 릭에게 로이가 민간인 구역으로 들어가기 전 주의사항을 말해준다.
"[마크로스 기지] 바깥에서는 절대로 휴대폰 같은 통신기기를 사용하면 안돼.
특히나 민간인들이 옆에서 가까이 있거나 보고 있을 때는 절대로 노노!
마크로스 섬 주민들 감정을 상하게 만들거든.
여기 섬 전체에서 민간인들은 개인용 통신기기 사용이 일체 금지되어 있어.
마크로스 섬에 난민들이 와서 [SDF-1] 수리를 막 시작하던 초창기 때 휴대기기로 촬영한 사진이나 정보 유출 관련된 보안사고가 여러 건 터져서 난리가 났었거든.
그래서 [UN본부]에서는 정말 초강수를 둬 버렸지.
민간인들은 섬 내에서 통신을 위해서는 구식의 전화선만 사용할 수 있어.
여기 이 섬에는 와이파이나 인터넷도 없어.
한마디로, 마크로스 섬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어 버린거지."
마크로스 섬 밖의 '문명세계'에서 방금 도착한 릭은 적잖이 충격받은 얼굴로 말한다.
"와, 여기 섬생활은 진짜 따분하겠네."
로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어떤 면에서는 . . . 그렇지.
마크로스 섬 전체에 방송이라는 것도 해봤자 TV채널 하나와 라디오 채널 하나 뿐이야.
그래서 여기 사람들은 진짜 아주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버리며 돌파구를 찾았어.
삶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섬주민들 모두가 참여하는 [주간 문화 페스티발]을 자발적으로 시작했는데, 크크크, 이게 완전히 대박이다."
로이는 이제 자동차의 시동을 걸면서 마크로스 섬의 유일한 라디오 채널을 켠다.
아주 오래된 90년대의 팝송이 울려퍼진다.
29.
"구우우웃~~, 애프터누우우운~~~~, 마크로스!!
언제나 처럼 [MBS] 방송국에서 여러분과 함께하는 유일무이! 최고의 DJ! [카일] (오리지날판 : 카이훈) 입니다!
여러분들이 신청해 주신 노래들 나갑니다, 즐겨주세요옷!!"
이곳은 [MBS] 방송국.
이곳에서 일하는 유일한 크루는 카일 뿐이다.
추가로 일손이 필요하면 마크로스 섬의 젊은 지원자들이 도와주는데,
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어린 학생들이다.
방송국이라고 해봤자 마크로스 섬의 고원지대에 지어진 자그마한 판자집 한채 크기일 뿐이다.
내부의 장비들도 모두 오래되고 기초적인 것들뿐.
하지만 마이크를 붙잡고 있는 카일의 표정 만큼은 그 주변에서 북적이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행복한 에너지가 넘친다.
30.
글로발 함장과 닥터 치바와 [UNHCR] 일행이 이번에는 [폴드 엔진]이 위치한 [SDF-1]의 최중심부에 도착한다.
엔진실에 발을 딛자 마자, [UNHCR]이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MY GOD!!"
[UNHCR]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폴드 엔진]은 방금 전 보았던 거대한 [GD 엔진]의 10배가 넘는 크기다.
[폴드 엔진]을 담고 있는 엔진실의 크기 자체만 해도 대형 돔야구구장 하나 규모다.
그 거대한 크기의 [폴드 엔진]은 스스로 회전하고 있는 퍼펙트 블랙 색깔의 비현실적인 완전 구체의 모습이다.
그 표면도 액체인지 고체인지 분간할 수 없다.
[폴드 엔진]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수많은 광섬유 케이블들로,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산개해 있다.
닥터 치바가 설명한다.
"[SDF-1]이 [GD]로 이륙하면 여기에 있는 [폴드 엔진]이 [SDF-1]을 화성으로 시공간 워프, 즉 [폴드]시키게 됩니다.
이 [폴드] 과정도 무한대에 이르는 시뮬레이션을 실시했고, 결과도 반드시 성공적일 겁니다."
[UNHCR]이 [폴드 엔진]에서 뻗어나오는 케이블들을 궁금하게 바라본다.
이를 의식한 닥터 치바가 추가 설명을 시작한다.
"이 [폴드 엔진]을 개발하면서 우리가 얻어낸 기술은 시공간 워프 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 . . [폴드] 기술에 기반한 완전히 새로운 통신 네트워크도 만들어 낼 수 있었죠.
이제 우리는 . . . 화성 기지와도 단 1초의 딜레이 없이, 완벽한 실시간으로 화상통신까지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는 이 기술을 [폴드 커뮤니케이션]이라 부릅니다."
닥터 치바의 설명을 들은 [UNHCR]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이 새로운 통신 네트워크를 . . . 벌써 사용 중이란 말이요?!"
글로발 함장이 답한다.
"약 두 시간 전, 첫번째 [폴드 커뮤니케이션] 테스트가 [UN 화성기지] 교신에 성공했습니다."
[UNHCR]의 표정이 이제는 적잖이 불쾌해진다.
"나는 전혀 몰랐던 사실인데?"
글로발 함장이 조금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한다.
"방금 전까지 UN군의 기밀사항이었지만, 이제 아닙니다.
[UNHQ]에서도 곧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 . . 지금 나에게 말해줄 수 있는 거다?"
"맞습니다.
[UN 스페이시]의 전략자산에 내려진 기밀유지 명령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31.
로이의 차가 [마크로스 시티]의 다운타운을 달리고 있다.
[마크로스 시티]는 마크로스 섬의 중심부에 추락한 [SDF-1]을 가운데에 두고 둘러싸며 발전된 도시다.
온갖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섞여 살고 있다.
시내의 분위기는 전 지구상의 익숙한 풍경의 오래되고 싼티나는 시골 읍내의 모습들은 모두 끌어모아 한데 버무려 놓은 듯한 모습이다.
섬의 해변가에는 원래부터 마크로스 섬에 거주해온 원주민들이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 채 살아가고 있다.
로이가 릭에게 [마크로스 시티]의 탄생 배경을 설명해 준다.
"[전쟁]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난민들이 생겨났지.
강대국들은 난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걸 거부한 채 국경을 모두 닫아버렸어.
UN은 난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가장 중립적이고 안전한 장소를 물색했는데 . . . 그게 바로 여기 마크로스 섬이었던 거야.
UN은 마크로스 섬을 난민들을 위한 [안전지대]로 설정한다.
뭐, 여기까지는 표면적으로 떠들어대는 '공식적'인 구실일 뿐이고 . . .
사실은 . . .
[SDF-1] 수리가 어느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현실적으로 될 수가 없었거든.
[SDF-1] 수리는 지구 역사상 최대규모의 조선사업이었단 말이지.
그래서 엄청난 수의 노동력이 필요했던 거야.
(모든 조선사업이 100% 수작업인 것은 알고 있지? 저 멋진 크루즈 유람선도 모두 수작업으로 만드는 거야. 엄청나게 큰 LNG선이니 컨테이너선들도 모두 다 그렇게 만들어 왔어. 이건 지어낸 게 아니라 진짜 사실 그대로.)
난민들이야 말로 완벽한 후보군이었던 거지.
지금 당장 먹을 것도 없는 난민들의 노동력은 너무나 값싸게 활용이 가능하고 . . .
거기다 어느 나라에 충성을 바치지도 않는 진짜 정치적 중립이란 말이야.
뭐 다들 그렇게 생각했지, 일단은."
자동차 안 릭의 자리 창밖으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4명의 불량청년 그룹]이 지나간다.
UN 유니폼을 입은 릭의 모습을 본 이들은,
이 섬에 주둔 중인 [UN군]의 존재 자체가 역겹다는 듯이,
릭을 향해 경멸하는 표정으로 침을 뱉는다.
32.
릭의 자동차 투어는 계속 된다.
[마크로스 시티]의 중심가에는 마크로스 난민들을 기리는 조각상이 하나 세워져 있다.
조각상의 베이스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우리들, 마크로스의 사람들은 모든 인류의 미래를 위해 이 도시를 짓다.]
이 거창하고 장엄한 문구가, 정작 이 글자들이 새겨진 싸구려 조각상과 대비되며 무언가 우스꽝스럽고 초라해 보인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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