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28)
병준의 얼굴이,
매우 혼란스럽다.
닥터가 말한다.
"자네가 9살 때,
고아원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의,
정신분석기록이야."
"난 사람 죽인 적 없어."
"아니.
자네는 9살 때 사람을 죽였어.
자네를 돌봐주던 보모 선생을 말이야.
칼로 목을 그어 죽였지.
자네는 피묻은 칼을 든 채,
[천사]라는 남자가 그랬어요,
라면서 울고 있었어.
기억나지 않나?"
원치않게 멍해진 병준의 눈 앞에,
'미지의 기억'이 스친다.
어두운 어느 방 안에,
목잘린 보모 선생의 시체가,
새빨간 피로 뒤덮여 있다.
시체의 옆에서,
피 묻은 칼을 들고,
어린 남자아이 한 명이,
울고 있다.
"거짓말하지마!!"
닥터는 대답 대신,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들이민다.
어두운 방 안에,
피로 덮인 시체 옆에서,
울고 있는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이,
방금 전 보았던 '미지의 기억' 속 광경과,
똑같다.
"말도 안돼 . . .
너희들이 이렇게 만든 거야?"
"자네는,
'죽음'이란 존재를 무서워했어.
고아란 좋지 않은 상황 때문이기도 했겠지.
어려운 세상,
자네를 곱게 보지 않는 세상에,
불만이 많았던 거야.
그러다 사람을 죽이게 됐지.
세상에 대한 반항의 뜻이었을까?
자네를 돌봐주는,
[시스템]에 대한 반항으로 말이야.
그런 자네의 욕구가,
자네의 눈에는,
[천사]라는 남자로 나타나는 거야.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구실인 거지."
"말도 안돼 . . ."
"이곳이 자네의 현실이야.
저 밖의 세상은,
모두 환상일 뿐이야.
현실을 직시해.
나는 자네를 도와주려는 거야.
자네의 기억을 되살려서,
자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거야."
닥터는 말을 마치며,
손가락을 경쾌하게 튕긴다.
문이 열리며,
거구의 간호사 두 명이 들어온다.
한 명이 밀고 오는 선반이,
병준의 눈 앞에서 멈춘다.
선반 위에는,
이니셜 'M'의 하얀가루와,
주사기가 놓여있다.
병준이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뛰쳐나가려 하면,
두 간호사는 병준의 몸을 잡아끌어,
침대에 눞히고는,
꼼짝도 못하게 눌러버린다.
"놔!!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모두 꺼져버려!!
놔!!!"
반항하는 병준의 왼팔을 억세게 잡고는,
소매를 걷는다.
닥터는 하얀가루를 녹여 담은 주사기를 능숙하게 준비해서,
병준의 팔에 놓는다.
팔에 꽂힌 주사기를 바라보는 병준이,
완전히 질려버렸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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