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44)
127.
'하얀여신'의 대리석 제단에,
땀으로 범벅이 된,
병준의 알몸이,
엎드려 누운,
아리안의 알몸 위에,
포개져있다.
둘 밑에는,
아리안이 벗은,
하얀색 여신의 의상이,
카펫처럼 깔려있다.
제단의 맞은 편,
대리석 홀의 거대한 출입문에,
노스가 서,
이 둘을 바라보고 있다.
128.
하얀여신을,
경배하던 사람들이,
경멸의 시선으로,
재판정 안을,
가득 매웠다.
검은색 천으로 온 몸을 감싼,
저 높은 곳 재판장의 아래,
병준이,
수의를 입고,
무릎 꿇었다.
재판장이 엄숙히 말한다.
"너는 계율을 어겼다.
너는 모두의 '샘플'을 더렵혔다.
이제 '샘플'을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선고한다.
너를 . . ."
판결을 중간에 끊으며,
재판정의 문이,
큰 소란 속에,
활짝 열린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 같이 확인하면,
하얀여신의 의상 속,
아리안이,
외친다.
"그는 나를 더럽힌게 아닙니다!"
경멸에 충격이 더해진,
사람들의 시선을 뚫고,
아리안은 성큼성큼 재판장 앞으로 걸어와,
병준의 옆에 와 선다.
재판장을 떳떳이 마주하고,
아리안이 말한다.
"나는 샘플이 아니라,
'인간'이니까요."
이제 경악하는 사람들의 웅성임 속에,
재판장은 거대한 망치를,
무심히 휘두르며,
다시 판결을 내린다.
"타락시킨,
타락한,
두 영혼에게,
선고한다.
너희 둘을,
[시스템]에서,
영원히 추방한다."
129.
감옥의 철창을 흔들며,
병준이,
철창 밖의,
닥터에게 소리친다.
"아리안은 어디있어!"
대답하는 닥터의 표정이,
정신병원 안 닥터의 모습과,
닮아간다.
"그녀는,
내가 만든 물건이야.
잘못을 저지르면,
어떻게 할지도,
내 맘이야.
걱정하지마.
절대 죽이지는 않아.
그래도,
[닥터]로서,
[프로그램] 완성을 위해,
노력했으니까.
그 열정을 높이사서,
자네와 함께,
벌을 줄거야."
병준의 손이,
쇠창살을 잡고,
멈춘다.
"프로젝트 엑소더스.
네가 바라는,
[프로그램],
궁극의 끝을 보게 해주마.
죽을 때까지,
우주의 끝으로 날아가라.
자네에게는 벌이 아닐지도 몰라.
여태처럼,
미지의 세계를 만나며,
앞으로만 나아가는 거야.
'신'이 도우신다면,
자네가 그토록 바라던,
세상의 실체를 알 수 있겠지.
아니면,
영원히,
고독 속에 혼자 살아남든가."
창살 너머 병준을 남기고,
등 돌린 닥터가,
무심히 사라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닥터에게,
노스가 말한다.
"축하드립니다.
이제 당신이,
[시스템]의,
유일한,
[닥터]십니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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