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판) 마크로스 사가 I (14)
105.
리사가 글로발에게.
"HQ에서 당장 이륙하라는 명령입니다!"
글로발의 눈매가 매서워진다.
"본부와 연결해주게!"
비디오 채널이 열리면 [UNHQ] 상황실의 [마이스트로프]가 나타난다.
마이스트로프는 먼저 글로발의 옆에 서있는 리사와 냉랭한 시선을 짧게 나눈다.
글로발이 항의한다.
"아직 우리가 지켜야할 민간인들이 남아있습니다."
마이스트로프의 답변도 냉랭하다.
"증원군이 곧 도착한다."
리사가 정보를 확인한다.
"도착 30분 전입니다, 함장님!"
마이스트로프의 시선이 글로발을 꿰뚫으려한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나, 함장?
적의 목표는 [SDF-1]이다.
귀함이 섬에 머물수록 민간인들은 더 위험해진단 말이다."
글로발의 두 눈도 꺾이지 않는다.
"마크로스 섬 위에서 기습을 위해 대기하는 적함들이 있습니다.
[SDF-1]의 모든 '전략자산'의 기밀유지와 사용제한 해제를 요청합니다."
마이스트로프의 대답은 무심하게 단호하다.
"각하한다.
현재 기밀이 해제된 [그라비티 드라이브] (GD)와 [VF]의 [파이터 모드] (전투기 형태)만 사용을 허가한다.
전 지구가 지켜보고 있다 . . .
모두에게 무운을 빈다."
마이스트로프의 채널이 꺼진다.
글로발이 스스로에게 되내인다.
"결국은 당신네들을 위해서 시간을 벌어달란 말인가 . . ."
리사가 글로발을 향해 브릿지의 디스플레이들을 가리킨다.
"여길 좀 보세요, 함장님!"
[UNTV]의 생중계에 더해서,
이제는 전세계의 TV채널들이 마크로스 섬에서 벌어지는 외계인들과의 전투를 자체 생중계하고 있다.
106.
방송사 헬기들이 마크로스 섬의 봉쇄선을 경계로 모두 모여있다.
그들 중 한 헬기에 [여성 리포터]의 보도팀이 타고 있다.
107.
[SDF-1]의 전 브릿지 크루들이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침묵을 깨고 글로발이 클로디아에게 말한다.
"이륙한다. 전속 상승."
"Aye aye, sir!"
클로디아가 자신의 콘솔을 조작해 [SDF-1]의 이륙 시퀀스를 시작한다.
108.
[SDF-1]의 [GD] (그라비티 드라이브) 12개가 차례로 강렬한 푸른색의 섬광을 내뿜으며 돌아가기 시작한다!
109.
모두가 대피해 황량하게 버려진 마크로스 시티의 거리에 비상 사이렌과 방송이 울려퍼진다.
"비상! 비상! [SDF-1]이 이륙을 시작합니다!
모든 주민들은 [지하 벙커]로 대피하십시오!"
110.
민메이가 마크로스 시내를 향해 달리고 있다.
민메이가 향한 방향의 저 너머에서 [SDF-1]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녀 주변의 여기저기서는 적의 포격과 폭격의 폭발이 계속되고 있다.
111.
[SDF-1]이 이륙한다.
거대한 선체가 마치 마법처럼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선체에 붙어있던 각종 케이블들이 팽팽하게 당겨지다 떨어져나간다.
지구의 중력을 완전히 거스르는 것처럼,
[SDF-1]의 상승속도는 가속 시간도 필요없이 처음부터 엄청나게 빠르다!
112.
[난민수리팀]이 [SDF-1] 바로 옆의 벙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자신들 주변의 급박한 위험도 잠시 잊은 듯,
모두가 [SDF-1]을 응원하고 있다.
"그래! 그래! 그거야! 계속! 더 높이!!"
마론의 표정은 다른 이들과 달리 여전히 차분하다.
113.
[SDF-1]은 벌써 저 높이 섬의 상공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다.
[젠트라디] 드론들과 [VF]들의 전투가 [SDF-1]의 주위에서 계속되고 있다.
거대한 [SDF-1]의 선체에 비교해서 이들의 싸움은 개미들의 불꽃놀이처럼 보인다.
114.
고속상승하는 [SDF-1]의 선내가 흔들린다.
글로발이 굳건히 중심을 잡으며 외친다.
"속도 유지! 이대로 적함의 습격을 회피한다!"
115.
12개의 [GD] 엔진실 중의 하나에서 [GD]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흔들림이 더욱 격해지더니,
이제는 [GD]가 고정되어 있는 [SDF-1]의 선체 프레임까지 흔들리기 시작한다.
116.
클로디아의 콘솔 디스플레이에 경고 메시지들이 줄을 지어 올라온다.
클로디아 패닉.
"[GD] 엔진들이 불안정해집니다!"
클로디아의 말이 끝나자 마자,
이전의 흔들림을 훨씬 뛰어넘는 거대한 진동파가 '쾅' 소리와 함께 브릿지를 덮친다.
비틀거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어버린 클로디아가 고개를 들자 또 다른 충격에 휩쌓이며 절규한다.
"OH MY GOD!"
브릿지의 모든 크루들도 브릿지의 창밖으로 펼쳐지는 광경에 경악한다.
12개의 [GD] 엔진들이 맹렬한 기세로 [SDF-1]의 선체를 뚫고 솟아올라 그대로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 버린다.
이제 [SDF-1]은 추진동력 없이 허공에 버려졌다.
글로발이 클로디아에게, 다급하다.
"역추진 최대 출력!"
리사가 선내에 긴급방송한다.
"배가 추락한다! 충격에 대비하라!"
117.
[SDF-1] 선체의 아래쪽에 설치된 지구기술의 로켓 스러스터들에서 역추진의 화염이 소용돌이친다.
역추진의 화염들이 맹렬히 추진력을 뿜어내며 [SDF-1]의 하강속도를 더욱 낮춰보려 하지만,
다시 주도권을 쥔 지구의 중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SDF-1]이 섬의 중심을 향해 가까워질수록,
역추진의 충격파로 발생한 거대한 흙먼지들이 짙은 구름의 파도가 되어,
[SDF-1]이 있는 섬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빠르게 번지며 마크로스 시티 전체를 잡아삼키기 시작한다!
118.
이제 민메이는 짙은 흙과 모래의 먼지 사이를 뛰어나간다.
119.
[SDF-1]의 거대한 선체가 처음 정박해 있던 마크로스 섬의 중심부에 그대로 내려와 처박힌다!
콰콰콰쾅!!!
최고 강도의 충격파가 [SDF-1]의 전 선체를 덮친다.
선내의 여기저기서 승무원들이 고꾸라진다.
120.
[난민수리팀]이 대기 중인 벙커.
지면이 엄청난 힘으로 흔들리더니 벙커에 지면 높이로 설치된 유리창들이 모두 한 번에 깨져버린다.
수리팀장이 외친다.
"모두 엎드려!"
곧이어 강력한 모래먼지들이 깨진 창문을 통해 벙커 안을 덮치면,
벙커의 천장도 곧 무너져내릴 듯,
콘크리트 가루들이 수리팀원들의 머리위로 수북히 떨어져내린다.
121.
민메이 앞에서 불어닥치는 모래 바람의 거센 속도가 더 이상 이를 뚫고 달려나갈 수가 없다.
눈을 떠서 앞을 보는 것도 어렵다.
민메이의 귀에 바로 앞에서 다가오는 굉음이 들린다.
겨우 실눈을 뜨고 앞을 보면,
이제는 거대한 모래 '폭풍'이 바로 그녀 앞에 있다!
'폭풍'이 뚫고 지나온 뒤편의 거리는 모두 처참히 부서져 있다!
민메이는 바로 옆의 골목으로 주저없이 몸을 날린다.
'폭풍'은 간발의 차로 그녀를 놓친다.
거대한 모래와 흙의 파편이 골목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며 민메이를 순식간에 파묻어 버린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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