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19)
59.
환자들의 소란스러움 속에서,
병준이 어색하게 수저를 든다.
천천히 맛없는 빛깔의 반찬들에,
젓가락을 가져간다.
병준의 바로 옆자리의 환자가,
재밌다는 웃음을 지으며,
병준을 바라보고 있다.
군데군데 검은 머리가 남아있는,
백발의 남자다.
하지만 표정만은,
어린아이의 장난기가 넘친다.
병준에게 말을 건다.
"이봐,
자네는 뭘 봐서 여기 오게된 거야?"
병준은 막 입으로 향한 젓가락을 멈춘 채,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자신의 주위를 둘러본다.
모두 혼자서 아니면 여럿이서 떠들거나,
그냥 고개를 푹 숙인채 밥만 먹고 있는 사람들 뿐이다.
병준은 '나 말이에요?'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킨다.
"허허, 그래,
너말이야, 너."
병준은 남자를,
'미친 사람 보듯이' 두렵게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며 못 본 채 한다.
남자는 얼굴을 병준에게 더 가까이 하며 말한다.
"내가 맞춰볼까?"
병준의 밥먹는 속도가 괜시리 빨라진다.
남자는 고개를 주욱 빼서,
주위를 한 번 휙 훑어본 후,
병준의 귀에다 재빨리 속삭인다.
"너에게 미스티끄가 찾아왔지?"
말 마치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밥을 먹는다.
이번에는 병준의 놀란 얼굴이,
못 본 채 하는 남자를 바라본다.
"다, 당신,
누구야?!"
무언가 더 말하려 하는데,
남자가 말을 끊어버린다.
병준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고,
계속 밥을 먹으며,
"여기선 안돼.
그냥 못들은 척 하고 밥 먹어."
하지만 병준의 고개는,
남자에게서 돌릴 수 없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턱으로 앞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병준과 남자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또 다른 거구의 남자 간호사가 서있다.
병준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기 시작한다.
서로를 쳐다보지 않은 채,
둘의 대화가 이어진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널 이리로 데려왔지?"
또 다시 놀란 표정으로,
잠시의 멍함 뒤에,
병준은 다시 수저를 놀린다.
"모두가 널 미쳤다고 하지?"
음식을 씹는 병준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진다.
"걱정하지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다 너같은 사람들이니까."
병준이 다시 남자를 바라본다.
그 놀란 표정을 숨길 수 없다.
함께 고개를 마주한 남자의 얼굴에는,
그 장난기가 다시 넘쳐흐른다.
"[추방지]에 온 걸 환영한다."
60.
경찰서의 빈 휴게실 소파에,
반장이 담배 한개비를 물고 앉아있다.
반장의 앞 탁자에는,
흰 종이 몇 장과 펜,
그리고 재떨이가 놓여있다.
반장은 입에문 담배를 길게 한모금 빤다.
고개를 뒤로 젖혀 눈감은 채,
한숨 쉬듯 길게 연기를 뱉어낸다.
다시 몸을 일으켜 펜을 잡으면,
흰 종이의 맨 위에 제목을 쓴다.
[사유서]
담배를 한모금 더 빨고,
얼굴이 더욱 찌푸려진다.
[본직은 1997년 0월 0일 00시 00분 우리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 내에서 . . .]
멈춘 펜을 종이 위에 쳐대다,
휴게실의 벽에다 던져버린다.
몇 글자 적지 않은 종이도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다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담배를 빨아대는 반장의 귀에,
숙덕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이번 인사때 반장이 승진할 것 같았는데 말이야 . . ."
"승진은 커녕 징계나 먹는구만 . . ."
"저 망신을 당했는데 평가가 좋게 났겠어?"
"실적에 눈이 멀어서 너무 경솔하게 굴었어 . . ."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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