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13)
38.
여자 화장실 안에,
아수라가 홀로 있다.
문너머로 소리가 요란하다.
PCS를 꺼내 막대 모양의 게이지를 확인하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바쁜 걸음으로 화장실을 나간다.
39.
댄스 믹스의 볼륨이 원위치된다.
저 앞에 남루한 옷차림의 병준이 서있다.
어디에 앉지도 못한 채,
춤추는 사람들 속에 어색하게,
잘 차려 입은 한 쌍의 여성들이,
노골적인 비웃음을 날린다.
그런 병준을,
아수라는 더욱 외지고 어두운 구석으로 데려간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도,
아수라의 질문이 또렷하게 들린다.
"죽은 시체 치우던 방,
기억나?"
병준은 바로 답하지 못한다.
"기억해!!"
뿌리까지 흘러나온 혀에서,
구더기들이 기어나온다.
국회의원의 썩은 얼굴.
매달린 발 옆의 책상 위에,
컴퓨터 화면,
그리고 비닐 봉지 안의 흰색가루.
불붙은 자동차의 주변에도,
뿌려져 있던 그 흰색가루.
"기억해!!!!"
"뭘 기억하란 거야!!!!"
"컴퓨터!
화면이 켜져 있었나?
아니면 꺼져 있었나!!"
" . . .
켜져 . . .
. . . 있었어."
"현장 치우던 형사들 연락처 알아?"
연 . . . 락처!!?
병준은 구겨진 셔츠 주머니에서,
아저씨에게 받은 형사반장의 연락처를 꺼내든다.
아수라는 재빨리 연락처 적힌 쪽지를 낚아챈다.
잠시 위치를 생각한다.
병준의 어깨를 움켜잡고,
나이트 출구를 향한 계단을 올라간다.
한 걸음 한 걸음,
바삐 계단을 올라가는데,
병준이 머뭇거리며 말한다.
"저 . . .
나 때문에 곤란해진 거 아냐?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 . .
고마워 . . ."
앞장 서던 아수라가 우뚝 선다.
". . . 살려줘서 . . . !!!"
병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수라의 두 손이 병준의 멱살을 잡고,
벌써 서너대 안면에 펀치를 날린 기세로,
통로의 벽으로 거칠게 몰아붙인다!
아수라의 붉은 눈이,
병준의 두 눈을,
바로 앞에서 노려보며,
말한다!!
"처음 당신을 봤을 때,
바로 죽여버리고 싶었어."
불은 두 눈의 살기에,
병준은 얼어버린다.
"말해줘 . . .
당신도 기억하고 있는 거야?"
병준은 입을 열 수 없다.
"우리가 그곳에서 무얼 보았는지?"
39.
이른 아침,
출근 행렬로 북적대는 어느 지하철 역사에,
표정없는 사람들의 머리가 복잡하게 펼쳐진다.
열차가 도착한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가장 늦게,
병준과 아수라가 내린다.
아수라가 말한다.
"여기서 기다려."
"넌 어디로 가는 거야?"
아수라는 병준에게 받은 쪽지를,
두 손가락 사이에 끼어 보여준 후,
다시 검은색 정장 자켓의 안주머니에 넣는다.
"시간 되기 전에,
끝낼 일이 있어.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내가 도망가면 어쩔거야?"
"네가 밖으로 나가면,
어디에 있든 [미카엘]이 잡아내.
땅 속에 있는게 안전해.
그리고 . . .
니가 지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잖아?"
잠시의 정적 뒤에,
병준이 답한다.
"널 믿어."
등 돌리고,
출구를 향하는 계단을 오르며,
아수라가 혼잣말로,
차갑게 대꾸한다.
"멍청이."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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