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장편극장

미스티끄 (3)

11.

죽은 국회의원의 방안은 저녁이 되어 어둠이 내려앉았다.

아직 햇살이 있을 때 방안에 들어왔던 베이지색 양복의 남자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푸른색 조명의 빗물이 내려치는 창가에는,

대신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가 다가와 선다.

병준의 꿈속에 나왔던 여자,

그녀의 이름은 [아수라]다.

조용히 비내리는 창밖의 모습에 멍한 시선을 보낸다.

그녀의 뒤 방안에는 (1화에서 나왔던) 검은 정장의 사나이들, [드루이드]들이 보인다.

제각기 국회의원의 방 여기저기에 흩어져 무언가를 조사하고 있다.

드루이드들 중의 첫째인 [노스]의 시선이 책상 위 인터넷 화면과 하얀 가루와 주사기로 향한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유서를 손 대지 않은 채 그대로 읽는다.

그 옆의 [웨스트]는 죽은 국회의원의 시체를 자신을 향해 돌린다.

감정없는 눈과 표정없는 웃음을 지으며 굳어버린 국회의원의 얼굴.

검게 변한 혀는 그 뿌리까지 입밖에 흘러나와있다.

입 주위의 흘러내린 침자국.

시체의 다리 사이에서 바닥으로 흐르는 오물들.

노스는 인터넷 화면을 바라본다.

파란색으로 단순화된 지구의 모습과 함께,

바쁘게 움직이는 숫자들의 행렬이 보인다.

노스는 아수라의 시선이 창밖을 향해 있음을 확인하고는,

그녀가 볼 수 없도록 컴퓨터의 전원을 내려버린다.

이제 방안의 이들을 비추는 빛은 빗물의 파란색 실루엣 뿐.

노스는 비닐 봉지 속 하얀 가루를 손가락으로 찍어 혀로 맛을 본다.

노스의 손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광택의 빛나는 [도르제] (같은 작가의 '라이더 크로니클' subversion 9화를 보면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의 모습이 보인다.

노스는 품 안의 PCS를 꺼내든다.

PCS와 노스의 낮은 음성의 입 가까이로.

"[닥터], 미스티끕니다.

음 . . . 회선을 타고 침임.

그리고 . . ."

노스의 시선이 그의 앞 마루바닥에 묻어있는 신발모양의 흙자국에 머문다.

"쓰레기 녀석이 먼저 온 모양이군요."

흰색 가루의 맛을 다시 보며,

"샘플은 불량."

창문 밖을 바라보는 아수라의 옆얼굴과 함께 노스의 통화내용이 이어진다.

"미카엘 . . . 47번째 센서 계산이 느립니다.

괘도가 어긋난 건가요?

[쓰레기 녀석들]이 먼저 눈치를 챌 정도면 문젭니다.

. . . 네 . . . 확실합니다.

[특이점]은 이곳에 있습니다."

아수라의 눈동자가 빗물의 실루엣과 겹친다.

그녀의 눈동자는 선명한 '붉은색'이다.

창문의 밑부분에서 '타닥타닥'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유리창이 있는 지 모르고,

계속 유리창 너머 바깥으로 나가려 몸부림치고 있는 파리 한 마리다.

이 모습에서 시선을 돌려 다시 창밖을 향하는 아수라의 두 눈동자에,

무한히 뻗은 우주공간에서 별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별들이 천천히 돌며,

억겁의 공간감과 함께 옆으로 스쳐 지나가기 시작하면,

노스의 목소리가 그녀를 부른다.

"아수라 . . . 떠날 시간이다."

아수라가 어두운 방안으로 고개를 돌리면,

드루이드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노트북은 꺼져 있다.

아수라는 천천히 노트북 컴퓨터를 향해 다가간다.

노트북 화면의 밑에는 커다란 스티커로 광고문구식의 기능설명이 붙어있다.

[시스템 복구 가능]

아수라가 노트북을 다시 켠다.

노트북 화면에는 시스템 복구창이 뜬다.

갑자기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어 방안 한켠의 벽을 바라본다.

누군가의 눈동자의 잔상이 벽에 남아있다 사라진다.

아직도 복구 중인 노트북 화면.

초조해진 아수라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안타깝게 포기하는 눈빛을 떨구면,

그녀의 모습이 사라져 있다.

복구가 완료된 노트북 화면에는,

무수한 숫자의 흐름이 함께하는 푸른색 지구의 모습이 다시 나타난다.

12.

내리던 비가 그쳤다.

병준이 관리실 안에서 비옷을 벗고는 밖으로 나온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면,

비온 뒤 맑게 갠 밤하늘에 별들이 빛나고 있다.

관리복 잠바에서 작은 수첩과 펜을 꺼내든다.

펜을 잡은 손으로 턱을 메만지며 별들을 본다.

무언가 생각났는지 혼잣말과 함께 수첩에 글을 적는다.

"인간들은 맴을 돈다.

지구라는 새장 속에 갇힌 채 맴을 돈다.

왜냐면 그들은 . . .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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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ique

[뾰족이언니]

파란색으로 된 지구의 모습... ㅠㅠ) 미래의 모습인 가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

[ji******..]

오?!!!! 그럴 수도!!!! 있겠어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