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40)
114.
병원의 지하실 어둠 속에,
비상발전기가 놓여있다.
'달칵'하는 소리를 내며,
발전기가 돌아간다.
빨간 램프에 불이 들어온다.
'우우웅' 소리가,
'덜커덩' 거린다.
115.
긴 복도의 양 끝에서,
병준과 아수라와,
미스티끄가,
마주하고 있다.
복도 천장에,
일정 간격으로 설치된,
형광등에 모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저 멀리 미스티끄가 있는 곳,
이지러진 공간의 파장이 달라진다.
미스티끄 위의 형광등에 불이 들어온다.
'치직' 거리며 바로 불이 나가버린다.
미스티끄가,
병준과 아수라를 향해,
다가온다.
그 이동에 맞춰,
형광등이 차례차례,
'치직' 거리며 나간다.
'치직'
'치직'
'치직'
형광등 꺼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병준과 아수라를,
다시 어둠이 덮치려 할 때,
얼어붙은 다리를 겨우 움직여,
반대편 복도를 향해 뛰어간다!
새로운 복도에도 불이 모두 들어와,
환하다!
아수라가 뒤를 확인한다.
형광등의 불이 둘을 좇아,
계속 꺼져나간다!
어둠의 추격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외길의 커브를 돌아 또 다른 복도로 나간다.
복도의 양 옆은 실험실인 듯,
안이 보이는 유리창들이 줄선다.
끝까지 뛰어들어가면,
더 이상의 통로없이,
단단한 벽이 가로 막는다!
멈추어 선 채,
병준과 아수라가 뒤로 돌아서,
복도를 확인한다.
직선의 복도 저끝에서,
형광등이 꺼진다.
궁지에 몰아넣은 두 명을 즐기듯,
저 미지의 존재가,
뜸을 들인다.
두 명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을이 맺혀,
턱까지 내려와,
떨어지면,
복도의 형광등이 꺼지기 시작한다!
병준이 바로 옆 실험실의 문손잡이를 거칠게 돌린다.
아수라의 자켓 안 PCS가,
요란하게 경고벨을 울린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불꺼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PCS의 경고음이 더욱 요란해진다!
병준이 아수라를 안고,
실험실의 유리창에서 멀어진다!
둘의 바로 앞 형광등이 꺼진다!
병준과 아수라가,
유리창을 향해,
전력질주로 몸을 날린다!
병준과 아수라의 바로 위,
마지막 형광등이 나가버린다!
서로를 감싸 안은 둘은,
유리창을 깨고,
실험실의 안으로 굴러떨어진다.
부서진 유리조각들이,
둘의 주위로 쏟아져 내린다.
죽은 듯이,
실험실의 바닥에 엎드려 있으면,
PCS 소리가 멈춘다.
병준과 아수라가,
다시 얼어붙은,
머리를 겨우 들어,
창문 밖 복도를 바라본다.
실험실 안에서 바깥의 복도까지,
다시 어둡다.
아수라의 머리맡에,
PCS가 떨어져 있다.
힘들게 손을 뻗어,
PCS를 잡으려는데,
액정에 불이 들어온다.
막대 그래프들이,
화면을 뚫을 듯 치솟는다.
경고음이 다시,
요란하게 울린다!
조금이라도 더,
어둠에 익숙해지려,
힘을 준 눈에,
복도쪽 공간의,
구겨짐은,
보이지 않는다.
그때였다.
실험실 안,
둘의 바로 앞쪽에서,
기괴한 조잘거림이,
들려온 것이.
병준과 아수라가,
동그래진 눈으로,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린다.
그 둘의 바로 앞,
빈 연구실의 반대편 벽에서,
미스티끄가,
둘을 바라보고 있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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