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15)
오션호 외부에서 아저씨는 폭발의 충격으로 튕기려다 간신히 오션호 표면의 부서진 표피 조각 하나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거꾸로 뒤집힌 아저씨가 오션호에서 떨어질 듯, 그 발밑에는 수성이 있고 천정의 오션호에 아저씨가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같다.
아저씨가 위를 올려다 보면, 방금 전 아저씨를 강타할 뻔한 길이 12미터짜리 소형 폐우주선이 '끼긱-' 거리며 오션호에서 다시 떨어져 나가려 한다.
우주선의 꼬리 날개에는 <NASA>라는 로고와 파란색의 지구 위에 하얀색 스페이스 셔틀이 그려져 있다.
그러고 보니 저 하얀색 스페이스 셔틀의 모양과 지금 오션호에서 분리되는 저 소형 우주선이 크기는 달라도 같은 디자인이다.
그리고 셔틀이 오션호 표피와 분리되며 각도를 아저씨 쪽으로 돌리면, 폐우주선의 선체 옆에 그려진 영문자가 아저씨를 경악하게 한다!
[Welcome to EARTH]
아저씨가 놀라 자신의 발 밑을 바라보면 죽음의 별 <수성>의 대기 안에서 번개가 치고 있다!!
설마!!
42.
중앙통제실에서는 리더가 장비요원에게 다음 작업을 재촉하고 있다.
"빨리 . . . 통신장비를 살펴봐!!"
장비요원이 키보드를 바삐 두드리면 잠시 후 통신장비에 연결성공!!
장비요원이 쿨하게
"연결됐어 . . ."
라고 대답하면, 씨익 웃는 리더의 표정이 이제 완전히 맛이 가있다.
조금 더 작업을 계속한 뒤 장비요원.
"됐어!!"
장비요원의 CG디스플레이에 <ACCESS GRANTED>.
리더가 또 재촉한다.
"빨리 . . . 빨리 본부에 구조를 요청해!!"
장비요원은 좀 더 조작하다 뭔가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는지 잠시 멍해진다.
다시 조작을 하지만 이번에는 얼굴이 더욱 굳어진다.
리더의 예감이 불길하다.
"뭐야!! 왜 그래!!"
"통신장비에 접속됐어 . . . 그런데 . . ."
조마조마한 정부요원들의 얼굴.
"통신반경이 . . . 1만KM까지야 . . ."
"뭐?!!"
장비요원이 스읍-하며 대답한다.
"우주쓰레기랑 충돌하면서 원거리 통신망이 나가버렸어."
리더의 얼굴이 슬슬 다시 절박해진다.
"수리하면 . . . 수리하면 되지않아!!"
리더가 대기권 진입까지 남은 시간을 체크한다.
"2시간 50분 남았으니까 . . . 다시 수리하면 . . . !!"
장비요원의 대답은 있는 그대로 단호하다.
"완전히 부서졌어 . . . 수리가 아니라 다시 만들어야 돼 . . ."
리더의 얼굴이 이제 완전히 절망적이다!!
"이럴 순 없어 . . . 이럴 순 없는 거야 . . . 어떻게 도망쳤는데 . . . 이제 와서 다시 돌아가라니 . . ."
정부요원들은 이제 리더의 얼굴이 서서히 미쳐가는 걸 알아채며 안색이 굳어진다.
아직도 방에 갇혀 있는 진과 단은 정부요원들의 낌새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보고있다.
진이 고개를 돌려 단에게.
"어때, 아직도 화면이 안 들어와?"
단은 아날로그 셔틀을 열심히 이리저리 돌리고 있지만 화면과 스피커는 계속 지직--거릴 뿐이다.
리더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돌아버렸다.
포니테일이 먼저 불길한 낌새를 알아채며 리더의 곁에 다가오는데, 갑자기 리더.
"A.N.N.A.를 다시 불러."
일행들은 모두 어이없다.
"뭐?!"
"A.N.N.A.를 다시 부르라구!!"
장비요원이 이제 슬슬 제법 짜증나는 얼굴을 보이며 홀로그램의 스위치를 올리면 A.N.N.A. 재등장.
방금 전 RESET 덕분에 A.N.N.A.는 본연의 공허한 컴퓨터 홀로그램의 얼굴을 보인다.
"오션호로 오신걸 환영합니다. 나는 A.N.N.A., <아나>, [그룹]의 마크 34형 인격컴퓨텁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A.N.N.A.를 노려보는 리더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불타오르며 머리 위로 번쩍 집어드는 것은 바로 <PX-5>폭탄의 <원격점화장치>다!!
"오션호를 멈춰라!! 당장 멈춰!!"
A.N.N.A.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명령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장비요원의 얼굴이 초조해지며, 이번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리더를 제재하려 천천히 다가온다.
"<RAM 박스>가 부서져서 방금 전까지 A.N.N.A.의 기억은 모두 날라갔다구 . . . 보안 레벨이 다시 올라가면 이번엔 <RESET>시키지도 못해!!"
리더는 장비요원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A.N.N.A.를 향해.
"오션호를 멈추란 말이야!! 지금 당장 멈추지 않으면 . . ."
리더의 엄지손가락이 <원격점화기>의 스위치를 누를 듯 힘이 들어간다.
"오션호를 폭파시켜 버리겠다!!"
A.N.N.A는 <폭파>라는 단어에 얼굴이 매서워진다.
"<폭파> . . . <폭파>는 오션호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합니다."
장비요원, 처음으로 화난 표정을 지으면, 리더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돌아버려서 울기 일보직전, 자멸을 향해 달린다!!
울부짖는 지금 리더의 눈 앞에는, A.N.N.A 대신 리더의 어머니가 다시 나타나 리더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돌아가지 않아!! 난 저 별로 돌아가지 않아!!"
하며 리더가 <점화기>의 스위치를 막 누르려는 찰나, 포니테일이 리더를 덮치고, <점화기>를 뺏으려는 포니테일과 리더의 몸싸움.
포니테일이 결국 리더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바닥에 내팽겨쳐지면, 분노한 리더가 그의 총구를 포니테일에게 돌려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퍽!!
리더가 기절하며 고꾸라지면, 그 뒤에 서있는 것은 장비요원.
방금 막 리더의 목덜미 급소를 쳐서 한 번에 기절시켜 버렸다.
쓰러진 리더에게 재수없다는 표정의 장비요원이 포니테일과 항해사에게.
"이 녀석 제정신이 아니야!!"
항해사가 쓰러진 리더의 머리를 손으로 살피면 아직까지도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던 듯 항해사의 손에는 진득한 피가 묻어있다.
항해사는 걱정스러운 듯.
"머리를 다쳤을 때 뭐가 잘못된 거야."
포니테일은 방금 전 리더의 행동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장비요원이 포니테일에게.
"인정할 건 인정하자구. 지금 이 녀석은 위험해."
그러다 작은 방으로 고개를 돌리는 정부요원 일행들의 눈에 문 열어달라며 열심히 문을 두드리고 있는 진과 단이 보이고.
이번에는 포니테일이 장비요원에게.
"풀어줘."
장비요원이 작은 방의 문을 열면 진과 단이 황급히 뛰어나온다.
"아저씨는!! 아저씨는 어떻게 됐어!!"
항해사가 자신의 헤드셋을 통해 아저씨를 부른다.
"여기 통제실 . . ."
대답 없음. 한 번 더.
"여기 통제실 . . ."
여전히 대답없음.
진과 단은 '치잇--!'하며 통제실의 밖으로 달려나가고, 그 뒤를 정부요원들도 '아차--!'하며 따른다.
아저씨의 생사가 묘연함에 걱정이 극에 달한 진과 단이 죽어라 하고 해치실을 향한 복도를 달리고, 그 뒤를 정부요원들도 따른다.
질주의 긴장감!!
홀을 지나 풀을 향한 복도에 이르면, 장비요원은 진과 단의 뒤에서.
"좌측으로 돌아!!"
진과 단이 좌측으로 돌아들어가면 해치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해치실 안을 들여다 보지만 아저씨는 없다!!
진이 항해사의 PDT의 헤드셋을 뺏어 끼며 해치실의 내부해치에 메달려 창밖을 향해
"아저씨!! 아저씨!!"
하지만 아저씨의 응답은 없고, 아저씨는 진짜로 죽어 버렸는가!!
진과 단이 이제 막 울음을 터뜨릴 찰나, 해치에 아저씨의 손이 턱!!
아저씨가 외부해치 문을 열고 해치실 안으로 들어온다.
엉거주춤 외부해치의 문을 닫는 아저씨.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해치실의 압력조절이 끝나자마자, 진과 단은 해치문을 열어젖히고 아저씨를 향해 뛰어가고!!
진과 단, 아저씨의 감동의 포옹!!
진과 단이 동시에 외친다.
"아저씨, 아저씨, 죽은 줄 알았잖아~~~!!!"
"내가 죽긴 왜 죽냐, 자식들아~~ 하하~~"
아저씨가 헬멧을 벗으면 아저씨의 PDT가 머리에서 벗겨져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다.
"다 잘 피했는데, 우주 쓰레기 하나에 머리를 맞았어. 응답을 하고 싶었는데, 마이크가 저 뒤로 가 있어서."
뒤의 인기척에 3인조가 고개를 돌리면, 정부요원 3인이 다가와 있다.
서로 대치하듯 서는 3인조와 정부요원 3인.
정부요원들을 바라보는 진과 단의 눈에는 적대감이 이글거린다.
정부요원의 대표인 듯 포니테일이 한 발 앞으로 걸어나와 3인조의 대표인 진의 앞에 선다.
마치 포니테일의 머리를 한 대 갈겨버릴 듯 주먹쥔 손을 부들거리는 진.
아저씨가 먼저 이를 알아채고 진을 조심스럽게 달래려.
"진아 . . ."
팽팽한 긴장감의 와중에 진이 막 거칠게 입을 열려하는데 포니테일.
"미안해."
뜻 밖의 대답에 진의 살기가 팍 꺾이면, 포니테일은 3인조를 둘러보며 다시.
"정말 미안해."
그리고 진의 앞에서 처음으로 마주보며 여린 표정을 보여주고.
"리더가 미쳐버렸어.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닌데 . . . 미안해. 우리 잘못이야."
말마친 포니테일이 <리더>의 이야기에서 쌓인 근심들이 폭발하며 바로 울어버릴 듯.
이를 알아차린 진의 표정이 다시 굳어지며, 그런 포니테일의 표정이 꼴도 보기 싫다는 듯 홀을 향해 나가버린다.
단과 아저씨는 한층 너그러워진 표정으로 정부요원들과 잠시의 눈인사를 주고받더니 진을 쫓아 나간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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