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49)
139.
병준과 아수라가,
지상으로 올라온다.
비온 뒤 강렬하게 맑은 날씨 속,
사람들 붐비는 거리다.
햇빛에 눈이 아픈 듯,
아수라는 선글라스를 꺼내 쓴다.
그래도 햇살이 강해,
두 손을 들어,
안경 위를 가리며,
병준에게.
"눈 아파.
눈 아프지 않아?"
"아니,
난 괜찮은데."
"한낮에,
이렇게 붐비는 곳에 오는 건,
처음이야.
어지러운 걸."
병준이,
사람들로 분주한 거리를,
불안하게 둘러본다.
"이제,
땅 위로 올라와도 되는 거야?
이젠 안전한 거야?"
아수라가,
자켓 안쪽에서,
PCS를 꺼내든다.
잠시 귀에 대고,
화면을 확인한다.
"미카엘이,
대답이 없어."
"그 말은,
이젠 그,
'모든 걸 보는 별'이,
우릴 못 본단 말이야?"
"순례자들 때문에,
고장이 났나봐.
한동안은,
눈이 멀어 있을 거야.
그때까진 괜찮아."
"그럼 시간이 얼마 정도 있는 거지?
그,
자유로운 시간이?"
"글쎄,
이런 일은 처음이라,
3일?
아니면 일주일?"
아수라가,
PCS를 다시,
자켓 안으로 넣는다.
손과 손목을 감싼,
검은색의,
'도르제'가,
빛난다.
병준이 묻는다.
"그,
장갑같은 거 말이야."
아수라가,
손을 들어,
도르제를 보인다.
'이거?',
라는 표정으로.
"그거,
뭐하는 건진 모르겠는데,
벗으면 안돼?
그러니까,
너무,
튄다구."
잠시 주저하다,
양손의 도르제를 벗어,
병준에게 건네면,
도르제가 궁금한 듯,
받아든 병준의 손에서,
'팟'!
하고 전기가 흐른다.
갑작스런 충격에,
도르제를 놓쳐,
땅에 떨어뜨린다.
아수라는,
아무렇지 않게,
도르제를 주워,
자켓 안에 넣는다.
"그거 뭐야?!
전기같은 게 통해.
넌 괜찮아?"
"도르제,
라고 해.
이게 없으면,
힘을 쓰지 못해."
"힘?
그거 가지고 뭐하는 거야?"
아수라는,
힘들게 대답하려 하지 않는다.
"세상엔 아직,
네가 모르는 일들이 많아."
마주보는 둘의 얼굴이,
밝은 빛 속에서,
어둡다.
아수라가 말한다.
"우린,
그 너머에 대해,
결코 알 수 없어.
무엇이 나올지.
너의 미래는 무엇일지.
나의 미래는 무엇일지.
아무도 알 수 없어."
140.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안,
형사반장이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여경 형사가,
반장에게 다가온다.
반장이 고개를 든다.
"자료,
가지고 왔어?"
여형사가,
곤란하다는 표정이다.
"저기 반장님,
말씀하신 그,
증거품 마약 말인데요,
열람이 금지되서,
어떻게 안되겠어요."
"열람금지?!"
"문서계 쪽도 몰랐다는데요,
어제 23시부로,
1급비밀처리 됐데요."
"비밀처리 . . . ?!!!
무슨 말도 안되는,
잘난 마약 하나에,
무슨 기밀처리야?!!"
황당하고 짜증스럽게,
언성을 높히며,
반장이 급하게 사무실을 나간다.
141.
병준과 아수라가,
높은 빌딩들 사이 십자로에서,
길을 건너려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맞은 편 어느 건물,
위층 벽면에 설치된,
대형 하이비전 스크린에,
지금 시각,
뉴스 헤드라인이 뜬다.
[소망 사설정신병원 화재 발생]
[화재현장 상공 UFO 300대 목격]
들뜬 목소리로,
앵커의 보도가,
거리에 울린다.
"오늘 새벽,
04시경,
소망 사설정신병원에서 화재가 발생,
약 60여구의,
불탄 시체가 발견됐습니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내부배선 불량 등에 따른 자연발화로 추측,
수사를 진행시키고 있으며,
혹 있을지도 모르는,
고의적인 방화로도,
수사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사건 현장에,
이동후 기자를 불러보겠습니다."
화면 바뀌면,
지금 시각,
불탄 정신병원터다.
이동후 기자가,
마이크를 잡는다.
"오늘 새벽 04시경,
소망 사설정신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긴급출동한 경찰과 소방 측에,
불길은 번지지 않고,
소화됐습니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서,
신기한 현상이 함께 발생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화면 바뀌면,
마을주민들이,
인터뷰한다.
"불이 나서,
마을사람들이 놀라서,
병원근처로 모였죠.
근데,
그 병윈 위에,
하늘에 막 빛나는,
별 같은게,
수도 없이 떠있잖아요!
나만 본 게 아니에요!
마을사람들 다 봤어요!
그게 별이 아니고,
좀 있다가,
다 같이 저쪽으로,
'휙!!'하고,
사라졌어요!"
"300대,
그 정도 쯤 됐을 거에요.
무지 많았는데,
그게 정신병원 불타는 위에,
막 몰려있잖아요!"
다시 이동후 기자.
"이번,
문제의 UFO 목격은,
마을주민인 김재호씨가,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해서,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비디오 카메라의,
잔뜩 노이즈 낀 화면이 나타난다.
불타는 정신병원 위에 떠있는,
수많은 불빛들이,
어지럽게 춤추고 있다.
이 모습을,
사거리 위,
놀란 얼굴의 사람들과 함께,
병준과 아수라가 보고 있다.
아수라가 말한다.
"순례자들이 오고있어.
사람들은 이제,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어."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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