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장편극장

오션 (16)

43.

거주구역의 홀에서 진이 분한 표정으로 홀의 구석에서 벽에 두 손을 짚고 고개 숙이고 있으면, 그 뒤에 와 서는 단과 아저씨.

스스로도 지금 자신의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진은 가슴이 아픈 표정이다.

진의 머릿 속에 포니테일의 얼굴들이 스쳐간다.

냉정한 표정이 아닌 그녀의 부드러운 표정들.

리더를 바라보며 웃는 포니테일의 미소.

방금 전 리더를 걱정하며 울것 같던 얼굴.

그리고 풀장의 바닷물을 바라보며 <바다>라고 읊조리던 포니테일의 갈망의 얼굴.

진은 뒤로 돌아 단과 아저씨를 향해.

"그 사람들 지금 어디 있어요?"

아저씨가 대답한다.

"통제실로 갔어."

진이 말 없이 통제실을 향해 나가면, 아저씨는 '자식, 그렇구나~~'란 표정으로 피곤에 지쳐 땅바닥에 펄썩 주저 앉는다.

그 옆에 단도 앉아서 아저씨의 바나나 뭉치를 건네주면, 아저씨는 말 없이 고맙다며 또 바나나를 껍질채로 우적우적.

44.

중앙통제실에서는 <메인 디스플레이> 앞에 장비요원이 끈덕지게 작업 중이고, 항해사는 다른 곳에 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진이 통제실에 도착해 <항해 디스플레이>를 확인하면, 오션호는 꾸준히 수성의 대기권 진입괘도를 이동하고 있다.

진입까지 남은 시간 <2시간 34분>, 곧 <2시간 33분>으로 내려간다.

등 뒤의 진을 알아차리며 장비요원.

"통신장비를 계속 점검 중이야. 우선 1만KM 근거리라도 통신을 뚫어봐야지. 정기교신이 끊긴지 1시간이 넘어가니까 . . . 가까운 곳에 있던 정부탐색선이 근처로 올지도 몰라."

진이 차갑게 대답한다.

"2시간 30분 내로 와줘야 겠군요."

"우선 교신만 된다면 가능성은 있어. 그래도 다행인건 . . . A.N.N.A.가 <RESET>되버린 바람에 더 이상 속도가 오르지는 않는 거야."

장비요원이 진을 향해 미소를 보내며.

"당신들 덕분이야."

진도 미소로 답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포니테일을 찾는데, 진과 단이 갇혀있었던 작은 방에 포니테일이 앉아 있다.

자신도 모르게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몇 발자국 다가가자 포니테일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쓰러져 있는 리더의 모습이 들어온다.

걱정스런 얼굴로 리더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포니테일.

진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진다.

포니테일은 고개는 돌리지 않은 채 진의 존재를 알아차리며.

"어릴적 친구야. 우주선에서 같이 컸어. 나에게는 . . . 이제 유일하게 남아있는 가족이나 같아."

진이 머뭇거리다 묻는다.

"그 우주선 이름이 . . . <알렉산더>야?"

포니테일도 잠시 머뭇거리다 답한다.

"<알렉산더>는 . . . 지구로 가는 이민선이야. 당신들도 이주권을 사면, 그 배를 타고 지구로 가겠지."

<알렉산더>라는 단어에 눈 감은 리더의 얼굴이 조금 찡그려지며 반응한다.

좀 더 늦은 진의 반응.

"당신들 . . . 지구에 갔었어?!"

진이 말을 이으려 하는데 포니테일이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방을 나간다.

진도 포니테일의 뒤를 따라 방을 나가면 방의 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방의 불이 꺼진다.

아직도 의식없는 리더의 귀 속에 포니테일의 방금 전 대사가 이상한 울림으로 에코된다.

"알렉산더 . . . 알.렉.산.더.!!"

45.

거주구역의 홀에서는 아저씨와 단이 이제는 벽에 등을 기대어 편히 앉아 있다.

아저씨는 막 바나나 하나를 껍질채로 다 먹고 이제 좀 원기가 회복된 듯, 정신을 차리고 무언가를 생각한다.

아저씨가 설마 . . . 하며 옆의 단에게 막 말을 걸려 입을 여는데

"저기 . . . 말이야 . . ."

단의 말이 거의 동시에 아저씨의 말을 잘라 버린다.

마치 응석을 부리듯이.

"아까 . . . 정부요원들이 이상한 소릴 하는 걸 들었어요. 저 별이 <지구>래요 . . . 말도 안 되죠, 그죠?"

하고 단은 아저씨의 당연한 맞장구를 바라며 고개를 들어 아저씨를 보는데, 아뿔싸 아저씨의 표정이 창백해져 있다!!

무언가 잘못됐다!!

아저씨는 차마 단에게 말하지 못하겠다는 듯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때마침 항해사가 홀에 급히 들어온다.

"이봐요, 나 좀 도와줘요!"

아저씨는 잘됐다는 듯이 황급히 자리를 일어나 항해사와 함께 홀을 나가며.

"저기, 저, 내가 갔다올게 . . ."

불길한 예감이 단을 덮치면 단의 머리 속에서 리더가 진에게 외친 대사가 울린다.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과거>가 이곳에 남겨져 있다."

단이 핫!! 하고 놀라며 고개를 들면, 그 눈 앞에는 하드커버의 <그림책>이 숨겨져 있던 소파.

소파로 다가와 중간자리 쿠션을 들어올려 <그림책>을 집어드는 단.

여러 인종의 어린이들의 얼굴이 그려진 커버아트로 된 러시아어의 책제목은 <우리가 사는 세상> (물론 단은 러시아어를 몰라 책의 제목이 무엇인지 모른다).

46.

중앙통제실의 작은 방 안에서는 의식을 잃은 리더의 감은 눈꺼풀 뒤에서 눈동자가 어지럽게 움지이기 시작한다.

"알.렉.산.더"라는 포니테일의 목소리가 어지럽게 계속 돌아간다.

그러다 혼란의 정점에서 울리는 여인의 목소리에 리더의 감은 눈꺼풀 뒤 눈동자가 멈춘다.

리더의 어머니의 목소리다.

"현아 . . . 상현아 . . . 여기가 알렉산더야."

리더의 과거가 머리 속에서 주마등처럼 한꺼번에 다시 펼쳐진다.

진의 기억 속 어린 진의 모습과는 다르게 잘 차려입은 어린 리더가 부모의 손을 잡고 어느 콜로니에서 또 어느 우주선의 플랫폼을 오르고 있다.

그러다 저 앞에 머리를 한가닥으로 묶고 있는 귀여운 여자애와 눈이 마주친다.

역시 잘 차려입은 어린 포니테일.

마주보며 웃는 둘.

이들이 탑승할 우주선의 선두에 적혀있는 우주선의 이름은 <ALEXANDER>.

이제 그 중의 창 하나에 붙어 밖을 보고 있는 어린 리더와 포니테일.

둘의 계속되는 목소리와 함께 우주선은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리더가 포니테일에게 묻는다.

"우린 언제 지구에 도착하는거야?"

"이제 앞으로 세 밤만 더 자면 된데."

"우리 이제 다 온거예요, 엄마?"

어둠과 정적 속에 점점 두렵게 떨리는 리더의 목소리.

"엄마?"

커다란 창밖으로 빛나는 별들이 보이면, 그 앞에 주저앉아 실성한 듯 울고있는 리더의 어머니.

"엄마?"

하는 리더의 부름에 어머니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 어머니의 얼굴은 소름이 끼칠정도로 이그러져있다.

어머니의 끔찍한 비명이 리더를 덮치면, 리더의 어머니가 바라보던 창 밖의 어떤 행성의 모습.

어머니의 비명이 마저 울리며 놀라 정신을 차리는 리더.

땀으로 흠뻑 젖은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데.

바로 리더의 옆에서 '흑,흑'하는 여자의 울음소리가 낮게 깔린다.

다시 동그래진 눈으로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리더의 기억 속 어머니가 등돌린채 무릎을 잡고 앉아 벽을 보며 울고 있다.

리더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천천히 어머니의 등으로 손을 뻗으면.

그것은 기억 속의 어머니의 뒷모습에서 다른 <누군가>의 뒷모습으로 바뀐다.

"엄....마?!"

<누군가>가 고개를 뒤로 젖히면.

그건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는 생전의 <아나>의 얼굴.

최고로 동그래진 리더의 눈동자!

47.

중앙통제실 안에서 장비요원과는 떨어진 통제실의 한 켠에서 이야기중인 진과 포니테일.

"아까 . . . 우리가 한 팀이라던 말 . . . 우리 셋 모두 고마워하고 있어. 우리도 제대로 한 팀이 되고 싶고, 같이 이번 일을 잘 헤쳐나가고 싶어. 그래서 . . . 서로 숨기는 일이 없었으면 해."

뭘 물을지 눈치챈 포니테일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러니까 . . ."

하고 막 질문을 던지려는 진의 말을 바로 잘라버리는 포니테일.

"세상에는 . . . 결코 알 필요가 없는 일들이 있어. 백 번을 물어도, 천 번을 물어도 대답해줄 수 없어."

포니테일 특유의 강한 눈매에 눌려 다시 묻지 못하는 진.

진의 얼굴이 무안함에 다시 화난 표정이 되려는 찰나, 항해사가 둘을 부른다.

"이봐! 이것 좀 봐!"

48.

거주구역의 복도에서는 창쪽 벽에 기대어 단이 <그림책>을 읽고있다.

책의 내용은 모두 러시아어지만, 어린이용의 그림들이 내용을 잘 말해준다.

지금 단이 보고 있는 것은, 지구의 여러 경치들과 동물들, 사람들의 모습 뒤에, 지구의 사진이 찍힌 <우리가 사는 지구>의 페이지.

그 중 사람들의 얼굴로 표현된 <인구>란에 적혀있는 무수한 '0'의 동그라미에 놀라는 단.

천천히 '0'을 하나씩 짚으며 소리내어 숫자의 단위를 센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십억 . . . 백억!! . . . 230억!!!"

단이 동그래진 눈으로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태양계의 그림이 태양계 행성들을 설명하고 있다.

단이 9개의 행성의 그림을 세세하게 살펴본다.

그런데 . . .

저기 창 너머의 '수성'과 같이 생긴 행성은 없다.

뭔가 잘못된 낌새를 눈치채는 단의 표정이 굳어진다.

"목성, 화성, 수성 . . ."

책 페이지의 그림 속에서 수성의 자리에 있는 건 <푸른 별 지구>다.

단의 동공이 터질 듯 팽창한다.

이럴수가!!

고개를 돌려 창밖의 <죽음의 별 수성>을 바라보는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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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ique

[수연..]

와..... 대박 지구 진짜 지구였어!

[ji******..]

따라갑니다. ^^

[일준]

이제 시작이군요! 틈틈이 정주행 하고 있습니다!

[ji******..]

너무 감사드립니다앗!! ^0^

[뾰족이언니]

아나는 혹시 () 인 건가... ㅊ.ㅊ)> 꾸욱. 건필하세요. 작가님!

[ji******..]

헉! 또 이 괄호는 또 뭔가요옷!! ㅠㅠㅠ

[럭키포춘]

물에 잠긴 지구인가요. 후후.

[ji******..]

따라갑니다앗~~!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