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65)
157.
고아원의 주방,
단촐하다.
대단한 식기도 도구도 장비도,
보이지 않는다.
여자가 주전자에 물을 담아,
불을 올린다.
주전자를 보는,
여자의 눈빛이,
초조하다.
물이,
빨리 끓지를 않아.
여자는,
주방 입구 문턱에 몸을 숨기고,
반장을 확인한다.
반장은,
복도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여자의 얼굴이,
심하게,
구겨진다.
158.
어두운 복도 안으로,
반장이 조심스레 들어온다.
복도의 창문엔,
모두 커튼이 드리워져 어둡다.
창가가 붙은 벽면의 맞은편은,
산부인과의 영아실처럼,
안쪽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큰 유리로 되어있다.
어두워서,
유리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
반장은,
유리에 얼굴을 바짝 대고,
두 눈에 힘을 준다.
"커피 다 됐는데요."
여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반장을 놀래킨다.
"여긴 무슨 일이시죠?"
여자가,
출구를 향한 복도쪽에 서있다.
한 손으로 커피잔을 들고,
다른 한 손은,
등 뒤로 돌렸다.
반장은,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양,
머뭇거리며,
웃으며,
얼버무린다.
"아뇨,
고아원인데,
애들이 하나도 안보여서요.
제가,
애들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여자는,
모든 걸 알고있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반장에게 다가온다.
등 뒤로 돌린 손은,
식칼을 잡고있다.
손이,
칼을,
다시 움켜잡는다.
여자는 반장과 거리를 두고,
팔을 길게 뻗어,
커피를 건넨다.
반장이 어색하게 받는다.
자신을 노려보는,
여자의 싸한 시선을 느끼며,
커피를 들이킨다.
맛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커피잔을 이내 내려놓는다.
"커피가,
좀 쓰군요.
저는,
밀크 커피 체질이라."
반장이,
유리 너머로 고개를 돌린다.
"저 방에 애들이 있는 겁니까?"
"지금은 낮잠 자는 시간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교육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질문?"
반장이,
억지로 커피를 좀 더 들이킨다.
유리 너머로,
다시 시선을 보낸다.
여자의 숨긴 손이,
식칼을 다시 잡는다.
반장이 또 질문하려 한다.
여자의 칼잡은 손등에 혈관이 튀어나온다!
"시간이 다 되어서 가봐야 겠습니다."
여자가 미소를 짓는다.
고개를 끄덕인다.
반장은 복도를 거슬러 올라가,
출구를 향한다.
여자는,
반장의 움직임에 맞춰,
등 뒤의 칼이 보이지 않게,
천천히 몸을 돌린다.
반장은 현관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간다.
그 뒤를 여자가 따른다.
반장은 잊고있던 커피잔을 여자에게 건넨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여자의 표정이,
후련하다.
"잘 가십시오.
도움이 됐으면 좋겠군요."
"아뇨,
폐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반장이 등을 돌린다.
여자가 문을 닫으려 한다.
반장이,
다시 몸을 돌려,
재빨리 질문한다.
"저기!
마지막 질문인데요.
이 고아원 운영하는 재단은,
어떤 곳입니까?"
여자와 반장이 짧게 마주본다.
"아주 강력한 재단입니다."
여자는 문을,
'쾅!',
닫아버린다.
158.
여자가,
커피잔과 칼을 들고,
닫힌 문 너머에 귀기울인다.
자동차 시동음이 울리고,
멀어진다.
여자의 표정이,
반장이 오기 전,
무표정으로 돌아간다.
여자는,
반장이 기웃거린,
어둠 속 복도로 걸어간다.
반장이 궁금해한,
커다란 유리방의 창에,
이마를 댄다.
여자의,
낮은 목소리가,
속삭인다.
"얘들아,
일어날 시간이야."
유리 너머 어두운 방안이,
희미하게 보인다.
9개의 침대가,
벽면을 따라,
유리창을 향해,
일렬로 놓여있다.
그 위에서,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아이들이,
여자의 속삭임에 잠을 깬 듯,
같은 동작으로,
같은 속도로,
기계처럼,
상체를 일으킨다.
아이들이 여자를 바라본다.
어둠 속에서,
아이들의 눈동자가,
붉게 빛난다.
Mystique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