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50)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들,
길건너는 사람들,
다정한 연인들,
가족들,
할일 없는 사람들,
모두.
"세상은 지금,
순례자들을 맞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천천히,
필요한 단계들을 밟으면서,
사람들이 무덤덤하게 반응할때까지,
그 강도를 높이면서,
자신들을 드러내고 있어.
머지않아,
곧 순례자들은 우리와 접촉한다."
대형 스크린 속,
불타는 정신병원의 모습을,
바라보며,
병준이 묻는다.
"그들은,
무얼 원하는 거야?
무엇때문에,
우리와 접촉하지?"
"하나가 되기 위해서.
난 그게 두려운 거야.
그들은,
저 바깥에서,
모두를 지켜보고 있어.
내일 무엇이 일어날 지,
아무도 알지 못해."
찹찹한 얼굴로,
병준이 말한다.
"우리들은,
운이 좋은 건가?"
하이비전에서는,
정신병원 위,
초록색 불빛들의 광란을,
다시 비춘다.
병준이,
아수라의 손을 잡는다.
"가자."
갑자기,
대형화면이 '지직'거리며,
다른 장면으로 바뀐다.
잔뜩 노이즈낀,
아날로그 화면이 아닌,
선명한,
디지털 화면이다.
불타는 정신병원의 상공에서,
춤추는 초록색 불빛 중 하나가,
땅위의 화염을,
내려보고 있다.
자리를 뜨려던,
병준과 아수라가,
멈춰서버린다.
상공에서 내려보는,
병원의 불길이,
괴상한 도형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모든 걸 바라보는 눈'이다.
화면을 지켜보는 군중들이,
신기하다는 탄성을 뱉는다.
"이야~~~!!
저게 뭐야!!!"
초록색의 반짝이는,
컴퓨터 화면의 '커서'가,
대형화면 속,
'눈' 위에 겹친다.
빠르게,
누군가 타자 치듯,
알파벳들이 흐른다.
[ARE YOU THERE?]
완전히 얼어붙은,
병준과 아수라의 얼굴과,
함께.
[I'LL HAVE ME EYES ON YOU]
급히 자리를 떠나,
병준과 아수라가,
어색한 몸동작으로,
재빠르게 거리를 걸어나간다.
병준의 눈동자가,
거리의 이곳저곳을,
살핀다.
그리고 자리에 멈추어,
밤하늘을 올려본다.
아수라가 말한다.
"미카엘은 아냐."
아수라에게 고개를 돌려,
병준이 말한다.
"미스티끄."
거리의 혼잡한 인파속,
멈춰 선,
둘의 모습을,
멀리 떨어진 골목에서,
오렌지색 너절한 양복의,
'천사'가 바라보고 있다.
입에 문 담배를,
바싹 빨아당긴다.
Mystique
Comment ' 2